바이든 행정부 디지털세 관련 현황 및 국내 영향은

디지털세란

디지털세(digital tax)란 법인세와 별도로 기업의 디지털 관련 매출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1 기존 국제 조세법에 따르면 기업의 법인세는 고정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IT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서버 소재지를 고정 사업장으로 본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다국적 디지털 기업은 무형자산 의존도가 높아 고정사업장의 의미가 없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에 비교적 세율이 낮은 국가에 고정 사업장을 두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으로 광고, 데이터 판매 등의 수익을 얻는 고세율 국가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다국적 디지털 기업의 수익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이들의 조세회피 행위는 확대, 정교해지자 실제 가치가 창출되는 국가에서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기존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문제, 과세 대상 범위 설정의 어려움, 과세 배분 차이 등의 논란이 있고2 대상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주장이 대립해 도입 시기와 형태는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 디지털세 강력 보복

디지털세 도입은 지난 2019년부터 EU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됐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미국 기업들이 유럽 국가에서 상당한 이윤을 얻고 있음에도 이윤을 빼돌려 탈세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중 프랑스와 영국이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프랑스는 2019년 2월 세계 연 매출이 7억5000만 유로(9911억 원)가 넘으면서, 프랑스 내 매출 2500만 유로(330억 원) 이상인 IT 기업을 대상으로 프랑스 내 매출의 3%를 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3 영국은 연간 5억 파운드(7817억 원)를 버는 IT기업에 지난해 4월부터 영국 내 매출의 2%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라 밝혔다.4

당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 외교정책을 펼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각국의 디지털세 도입에 격분하며 곧바로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들어 보복을 시사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도나 관행에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12월 프랑스가 디지털세 시행을 진행할 경우 프랑스산 화장품과 가방, 치즈, 와인 등 약 13억 달러에 달하는 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했다.5

연이어 스티븐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1월 개최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디지털세를 강행할 경우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한 관세를 임의로 부과할 것이라며 영국에게 경고했다.

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재에 나섰다. 디지털세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있을 때까지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도입하는 것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6 이에 프랑스는 디지털세 부과를 한 차례 유예했고, 미국은 추가 관세를 보류했다. 영국도 글로벌 합의가 도출된다면 영국 단독 부과는 폐지할 의향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 절충안 제시

미-유럽 간 디지털세 갈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다자주의를 앞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다국적 디지털 기업의 조세 회피 행위는 부당하다며 제지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4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OECD와 주요 20개국(G20)에서 논의된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도입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가들의 개별적인 디지털세 도입에는 반대했다. 지난 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영국, 인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 6개국이 부과한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으로 해당 국가들의 2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6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7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법인세 인상에 동참하자 6월 13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100년 만에 국제 조세를 개편했다. 영업이익이 10% 이상인 글로벌 대기업이 고정사업장 없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서 해당 국가가 과세할 수 있도록 하며 법인세 최저한도를 15%로 설정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자국 기업 보호주의 기조는 가져가되 글로벌 법인세 인상을 통해 세수 확보, 국제 정세에 동참하고자 절충안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복지 시스템의 미비함이 드러난 미국이 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라는 경쟁자를 견지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8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 고려를 했다는 평가도 있다. 디지털세보다 법인세 인상을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미국 기업들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데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9

국내 미칠 영향은

일각에서는 이번 글로벌 법인세 인상 합의가 디지털세와 연결돼 연내 가이드라인 등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G7 합의 직전까지 디지털세 도입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을 시사한바, 디지털세 폐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판단도 무시할 수 없다. G7 공동성명에도 “새 국제 조세 규칙 적용과 디지털세 폐지 사이 적절한 조정을 준비할 것”이라는 유보 조항이 담기기도 했다.10

이렇듯 디지털세 도입 시기와 범위 등은 아직 모호해 현 상황에서 국내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도입 시 저세율국에서 매출을 내는 국내 기업의 경우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 이로 인해 산업 발전이 저해될 요소 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디지털세 도입 관련 파급효과에 대한 민·관 연구가 시급하다.

또한 OECD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해 물건을 판매하는 소비자 대상 사업으로까지 디지털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막대하다. 광범위한 디지털세 관련 연구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대응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1. 경기연구원(2019년 09월). 「디지털세(Digital Tax)의 현황 및 쟁점」. [본문으로]
  2. 국회입법조사처(2020년 9월). 「국제관계 동향과 분석 (디지털세 국제논의 최근 동향과 산업적 시사점)」. [본문으로]
  3. 주요 과세 대상 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의 이름을 따 GAFA세라고 불린다. [본문으로]
  4. 중앙일보(2019.12.05.), “구글 세금 더 내야” 트럼프 보복관세 협박에도 ‘디지털세’ 강행하는 미 동맹국. https://news.joins.com/article/23650002 [본문으로]
  5. 이코노미스트(2021.06.12.), 유해한 법인세 인하경쟁의 종말은. https://economist.co.kr/2021/06/12/internationalEconomy/internationalEconomy/20210612103100236.html [본문으로]
  6. 연합뉴스(2020.01.22.), OECD “디지털세 글로벌 합의 필요…영국, 일단 시행 미뤄야“. https://www.yna.co.kr/view/AKR20200122189400085?input=1195m [본문으로]
  7. 불룸버그(2021.06.03.), U.S. Delays Digital-Tax Tariffs Amid Talks on Broader Deal.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6-02/u-s-delays-digital-tax-tariffs-to-allow-more-time-for-oecd-deal [본문으로]
  8. 연합뉴스(2021,06,06.), 바이든 “유럽 방문으로 세계 민주주의 결속”…중·러 견제 강조. https://www.yna.co.kr/view/AKR20210606039800009?input=1195m [본문으로]
  9. 매일경제(2021.04.07.), 美 ‘법인세 하한선’ 띄우자…유럽은 디지털세 꺼냈다.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4/334124/ [본문으로]
  10. 서울경제(2021.06.06.), 다국적기업, 돈 번 나라에도 납세···100년 조세원칙 ‘대수술’. https://www.sedaily.com/NewsView/22NJ5YA64M [본문으로]
저자 : 남동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기획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