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이슈로 본 데이터 복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2021년 기준 1년 동안 생산되는 전 세계의 데이터는 기가바이트의 1조 배인 59ZB(제타바이트)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은 인터넷 세상의 풍요에 대한 진부한 수식어가 된 지 오래다. 현재 우리 모두는 ‘너무 많은 정보’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살짝 시각을 비틀어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10년 전에 만들어졌던 정보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만약 남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이 시대를 정말로 정보의 홍수라고 할 수 있을까?

한때 국민 SNS라고 불렸던 ‘싸이월드’의 서비스 종료 및 데이터 복구, 서비스 재개라는 일련의 사건은 역설적으로 데이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에 대해 새삼 떠올려 볼 기회를 제공했다. 200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은 상당수 싸이월드에 추억의 조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싸이월드의 서비스 종료와 함께 그간 모아두었던 개인의 일기며 사진, 동영상, 음악 등의 데이터가 깡그리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어떤 이들은 추억들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개인적으로 그간 업로드했던 데이터들을 모았다. 한 이용자는 2020년 6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쓰기도 했다. “누구에게는 사진첩, 누구에게는 일기장, 누구에게는 자녀 성장앨범입니다.”

사라지는 데이터와 과거

서비스가 사라지면 개인의 기록도 사라진다. 이는 싸이월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2012년 파란, 야후, 2013년 프리챌 등이 서비스를 종료할 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던 이용자들은 종료가 임박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에 올렸던 수많은 자료나 글, 주고받은 이메일을 백업하는 것 역시 본인의 몫이었고, 만약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면 속수무책이다. 2014년 실제로 프리챌이 문을 닫으면서 저장된 글을 잃었다는 네티즌이 “프리챌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없었으며 자료를 백업할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았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패소 이유는 이용자가 “서비스 종료 하루 전에 종료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SNS나 네트워크 커뮤니티, 서비스들이 ‘디지털 일기장’ ‘디지털 광장’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많은 SNS며 앱, 게임, 플랫폼들은 침몰할 때마다 사람들의 사적인 사소한 기억과 소통, 기록의 조각들을 함께 안고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기술 발전을 통해 데이터의 생산 및 보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데이터 유지에는 막대한 보존 및 관리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개인의 ‘추억 상자’에 관대하게 많은 무료 저장 용량을 제공해왔던 많은 기업은 기업의 상황이 어려울 때 지출을 줄이기 위해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용자 데이터를 일괄 삭제한다. 예를 들어 2019년 플리커는 무료 저장 사진, 동영상의 제한을 설정해 개인 무료 이용자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잃게 됐다. 구글플러스와 한때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던 마이스페이스는 2019년 별도의 공지 없이 서비스를 폐쇄했고, 유튜브는 2017년 시리아 내전 기록 동영상 수천 시간분을 폐기했다. 또한 구글 드라이브는 지난해 개인 이용자의 클라우드 용량을 제한하고 제한 용량을 넘으면 1년 이내에 순차 삭제, 3년 이상 접속하지 않을 경우 무료 이용자의 데이터를 삭제한다는 등의 약관 변경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IT 관련 페이지는 이런 소식을 알리면서 소비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해결법을 제시했다. “대가를 지불하라.”

우리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민간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이 ‘무료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출, 즉 데이터 보존 비용이 수익(개인의 데이터를 통해 얻는 광고 수익 등)보다 적을 때의 일이며, 타산이 맞지 않는 순간 우리의 데이터는 곧바로 삭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권리로서의 데이터 보존권

디지털 아카이비스트인 애비 럼지 스미스는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에서 ‘푸시 미 풀 유(push-me-pull-you)’라는 머리 둘 달린 괴물의 이미지를 소개한다. 미국 동화 ‘두리틀 박사’에 등장하는 이 괴물의 두 머리는 각각 미래와 과거를 상징한다. 과거가 없다면 미래도 없다. 그는 “기억을 기록하는 근본적인 목적, 즉 우리가 지구에 머무는 짧은 시간보다 기억이 더 오래 가게 하려는 목적은 우리가 자신의 데이터 관리자가 되지 않는 한 덧없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유실되고 말 것”이라며 개개인이 일생적으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능력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시민권의 기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우리는 장기적으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개인의) 능력’보다도 ‘개인정보를 보장받을 사회적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이전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1년에도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개인들이 스스로의 정보를 관리하는 데는 명백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보 결정권을 위한 움직임은 존재한다. 2020년 허은아 의원 등은 개인정보 전송 요구를 근간으로 한 ‘싸이월드 추억보호법’을 발의했고, 금융권 데이터 전송 요구권을 핵심으로 하는 ‘마이데이터’ 움직임이 지난해 12월부터 기초적인 걸음마를 떼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사용자의 데이터 삭제 및 다운로드권을 규정한 EU의 일반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나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비자 프라이버시 법(Consumer Privacy Act) 등 관련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핵심은 개인이 인터넷 공간에서 만든 정보, 데이터들의 소유권과 관리권을 개인에게 온전히 귀속시키고 백업, 제3자 이송 등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플랫폼에 업로드한 글, 정보의 주인은 플랫폼이 아니라 ‘나’라는 선언이다.

기억은 단순히 개인의 추억 차원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50년 후 100년 후 500년 후 후세에 2022년이라는 시대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타임캡슐 같은 것이기도 하다. 후세는 그 타임캡슐을 여는 것을 통해 우리 시대에 대한 교훈과 역사를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 시대엔 민간으로 모든 정보 관리가 넘어가게 되면서, 국가 차원의 공적 아카이브를 마련하려는 노력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점차 공식 기록보다도 비공식 기록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훗날 이 시대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줄 ‘거대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에는 민간 기업이 아닌 공적 노력이 필요하다. 2016년 영국에서 브렉시트 전후로 ‘브렉시트 찬성파’들의 블로그를 아카이빙한 ‘UK웹아카이브’의 노력이 없었다면 당대의 정동을 파악할 수 있는 수많은 소중한 사료(史料)들은 영원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더 나은 ‘기억’과 ‘미래’를 위하여

기억은 본질적으로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수만 년 역사를 이어져 온 ‘기록’의 특성이기도 하다.

어떤 SNS 서비스가 무료라고 할 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이 글의 서두에서 던졌던 물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10년 후에도 이 정보가 남아있을까?” 우리는 통상 일기, 사진 등 기록을 남기면서 매번 10년 뒤를 떠올리지 않는다. 문득 우리의 역사를 먼 훗날에 ‘회상’하기 위해, 나중에 추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다. 아무리 데이터의 ‘생산’이 간편하고 그 비용이 무료에 가깝다 하더라도 만약 먼 훗날 그 아카이브에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 전자 데이터는 기록으로서의 안전성이 오히려 아날로그 매체보다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2012년 이탈리아 기호학자,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루브르박물관 2층에서 킨들 기기와 <장미의 이름> 종이책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퍼포먼스의 의도는 명확했다. 우리가 아무리 디지털 데이터를 맹신하더라도 ‘특정 맥락’에서는 이것이 아날로그 매체에 비해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꼭 2층에서 실제로 데이터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니라, 어떤 플랫폼이 갑자기 영업을 정지한다거나 약관을 변경한다거나 등의 다양한 경우에도 적용 가능하다.

통상 아날로그 시대의 일기장이나 필름 카메라는 한 순간을 기록해두고 10년 후에도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기억 상자를 열어 과거를 추억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가 통상 10년 후에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까먹’거나 웹사이트 자체가 불현듯 사라지거나 혹은 최악의 경우 그런 사건이 과거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으로부터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라는 이미지는 인터넷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기만적인 상상일 수 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모두가 평등하게 정보의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복되는 개인적, 사회적 데이터의 유실 속에 우리는 이제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다. 우리가 진정 정보의 풍요를 누리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우리의 데이터 보유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진정 의미 있는 정보들이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존할 만한 데이터를 선별,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필름, 카메라 회사인 코닥(Kodak)은 2019년 카드보드 필름 스캐너 키트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마치 구두 상자처럼 생긴 이 스캐너는 ‘취약한’ 아날로그 필름이나 옛날 종이 사진 등을 ‘안전한’ 데이터로 바꾸어 스마트폰 등 기계에 데이터로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시대의 추억 상자다. 하지만 우리는 외려 디지털 데이터가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속속 깨달아가는 중이다. 우리가 그것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권리를 의식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참고문헌]

-애비 스미스 럼지(2016).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 서울: 유노북스.

-리처드 오벤든(2022). 『책을 불태우다』. 서울: 책과함께.

-아주경제(2021.12.12.). ​데이터 들고 유랑하는 누리꾼,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란?. https://www.ajunews.com/view/20211212125418469

저자 : 김지원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