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을 향한 미국 법정의 칼날: 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과 K-콘텐츠 연합의 인앱결제 소송을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드리운 규제의 그림자

인터넷 혁명이 21세기의 문을 연 이래, 세계 경제의 판도는 근본적으로 뒤바뀌었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금융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며 정체되는 동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같은 ICT 기반의 빅테크 기업들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경제의 패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과거의 어떤 기업도 누리지 못했던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권력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다.

물론 이들이 출시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이 인류 문명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소위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로 불리는 소수 기업이 검색, OS, 모바일, SNS 등 디지털 경제의 핵심 관문을 독점하면서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을 억압하고 데이터 독점을 통해 ‘닫힌 정원(Walled Garden)’을1 구축하며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허무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의 칼날을 들어온 곳은 유럽연합(EU)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본거지인 미국에서조차 규제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질서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을 정조준한 소송과2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구글ㆍ애플의 앱 생태계 지배력에 맞서 제기한 손해배상 집단소송은3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사건이다. 이 두 소송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색 제국은 붕괴할 것인가? 미국 법무부 대() 구글 소송

미국 법무부와 구글의 소송은 1911년 반독점(anti-trust)을 이유로 한 최초의 기업분할 판결인 ‘스탠다드 오일’ 사건에 비견될 만한 현 시대의 ‘세기적 반독점 재판’이다. 핵심 쟁점은 구글이 애플 등 주요 기기 제조사 및 통신사와 배타적 계약을 맺고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탑재시킨 행위가 시장지배력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1심 법원은 구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구글의 행위가 경쟁 검색엔진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반경쟁적 효과를 낳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판결의 핵심 논리인 ‘인과관계(causation)’ 증명에 대한 법원의 태도다. 법원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의 판결을4 원용하여 “만약 구글의 행위가 없었다면 경쟁이 활성화되었을 것”이라는 엄격한 자연적 인과관계(소위 ‘but-for’) 증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구글의 행위가 독점력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보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이는 반독점당국이 거대 독점기업의 방해 행위가 없는 ‘가상의 완벽한 시장’을 증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진일보한 판결로 평가받는다.

현재 이 소송은 제1심 중 구글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책임(liability)’ 단계는 마무리된 상태로서, 2025년 8월 중 어떠한 ‘구제조치(remedy)’를 해야 하는가에 관한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바로 이 단계에서 법무부가 요구하는 ‘크롬 브라우저 디폴트 계약 금지’, ‘크롬 브라우저 사업 매각’, ‘검색 데이터 공유’와 같은 구제조치의 실행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위 판결은 이 소송의 ‘제1막’에 불과하다. 제1심에서 패소한 측은 제2심(D.C. 순회항소법원)을 거쳐 제3심(연방대법원)까지 다툴 것이 거의 확실시되므로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앞으로도 수년간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구글의 행위가 반독점법을 위반하였다는 1심 법원 판단에 대한 학계의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하버드 로리뷰(Harvard Law Review)의 최근 분석처럼, 법원이 완화된 인과관계 기준을 적용한 결론 자체는 타당할 수 있으나 그 법리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주로 비판받고 있다.5 이는 자칫 규제 당국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하여 장기적으로 기업의 합법적인 경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팽팽한 법리적 논쟁 때문에 이 소송의 최종 결론을 섣불리 예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앱 생태계 종속에 대한 반격: K-콘텐츠 연합의 미국 법정 투쟁

미국 정부 주도의 검색 시장 반독점 소송과 함께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민간 기업들이 연합하여 제기한 앱마켓 소송이다. 특히 한국의 게임, 웹툰, 전자출판 등 100여 개에 달하는 콘텐츠 기업들이 연합하여 미국 법원에 제기한 집단소송은 그 규모와 전략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법률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미국 반독점법의 핵심인 ‘셔먼법’과 ‘클레이튼법’ 위반을 들어 구글과 애플을 직접 겨냥했다.

이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이라는 독점적 플랫폼을 통해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하고 제3자 결제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자체가 시장지배력 남용이라는 것이다. 이 소송은 단순히 수수료 인하(10% 이하 요구)나 손해배상을 넘어 근본적으로 플랫폼이 구축한 ‘닫힌 정원(Walled Garden)’의 개방과 같은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들의 투쟁이 외롭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며 제3자 결제 허용 명령을 끌어낸 판결은6 K-콘텐츠 연합의 소송에 강력한 법적 선례를 제공한다. 이는 개별 기업의 저항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콘텐츠 제공자(CP) 연합이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거래 구조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소송은 플랫폼과 콘텐츠 제공자 사이의 힘의 균형을 재조정하고, ‘공정한 대가’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디지털 생태계에 바로 세우기 위한 중요한 투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두 소송이 예고하는 새로운 디지털 거버넌스

미국 법무부 대 구글 소송과 K-콘텐츠 연합의 앱마켓 소송은 표면적으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소위 게이트키퍼(Gatekeeper)라고 불리는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 정부가 독점 구조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다면, 민간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에서 파생되는 불공정한 ‘팔다리’를 공략하는 형국이다. 이는 정부 주도 규제와 민간 주도 소송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빅테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EU가 시행 중인 디지털시장법(DMA)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서비스 우대, 끼워팔기, 인앱결제 강제 등 구체적인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다. 미국의 사법적 판단과 유럽의 입법적 규제가 사실상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빅테크 규제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디지털 시장의 자유방임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디지털 거버넌스가 구축되는 역사적 분기점을 목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환기 속 한국의 선택과 과제

두 소송의 판결을 통하여 구글과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현실화될 경우, 그 파급력은 국내 ICT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종속에서 벗어나 보다 공정하고 혁신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디지털 영토의 규칙이 재편되고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에서 방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규칙 설계자(Rule Setter)’ 그룹에 동참할 것인가. 지금 우리의 선택과 준비에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

  1. John C. Dvorak, The Walled-Garden Charade, PC Magazine, June 15, 1993. [본문으로]
  2. 2024 WL 3647498 (D.D.C. Aug. 5, 2024). [본문으로]
  3. Hagiuda et al. v. Google LLC et al., No. 3:24-cv-03335. [본문으로]
  4. United States v. Microsoft Corp., 253 F.3d 34 (D.C. Cir. 2001). [본문으로]
  5. United States v. Google, LLC, 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Imposes Liability on Google for Engaging in Anticompetitive Conduct as a Monopolist, 138 Harv. L. Rev. 891 (2025). [본문으로]
  6. 1심 판결 이후 구글이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5. 7. 31. 구글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Epic Games, Inc. v. Google LLC, No. 24-6256, — F.4th —, 2025 WL 4718049 (9th Cir. July 31, 2025). [본문으로]
저자 : 이해원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법학박사, 변호사(Korean Bar) / KISO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