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개정안의 문제점 : 국가규제의 강화와 표현의 자유의 위축
1. 서론 : 개정안의 주요 내용
임시조치는 사생활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정보에 대하여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블라인드 등 임시적인 조치를 하는 것을 말하는데(정보통신망법제44조의2), 오늘날 권리침해정보의 인터넷상 확산을 방지하는 자율적 분쟁해결제도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1 그러나 피해자의 일방적 요청만으로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가 이루어짐에 따라 정보게재자에게 불측의 손해가 발생되고 그럼에도 임시조치에 대한 재개시 등 이의신청절차가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된다는 위헌논란이 제기되어 왔고, 지난 국회까지 다양한 법률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하였다. 2021년 1월 22일 박광온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안번호 2107565)은 21대 국회에 들어와 처음으로 제출된 것인데, 여기에는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임시조치 대상을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정보에서 불법정보로의 확대, 온라인분쟁조정절차의 활용,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강화 등을,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이의신청절차의 도입 및 임의적 임시조치의 폐지를 각각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이용자의 권익보호 및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의 확대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임시조치의 대상을 확대하고 국가의 관여를 강화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민간 자율규제의 공간이 축소될 우려가 제기되는 등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위 개정안을 중심으로 국가규제의 강화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과 민간 자율규제의 축소의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2
2. 임시조치의 대상 확대
가. 권리침해정보에서 불법정보로 확대
개정안은 임시조치의 대상정보를 기존의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정보에서 불법정보로 확대하고 있는데(안 제44조의2제1항), 이로써 임시조치의 대상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소정의 규제 대상인 불법정보와 동일하게 되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의 불법정보는 음란정보, 명예훼손정보, 스토킹정보, 정보통신망훼손 등 정보, 청소년보호법위반정보, 사행행위정보, 개인정보거래정보, 총포화약류 제조정보, 국가보안법위반정보, 기타정보 등 11개로 구성되어 있다. 불법정보는 국가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하는 중요한 법적 이익의 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이고, 권리침해정보는 그 중에서도 사적 이익의 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를 말한다. 이러한 개념의 차이는 규제체계의 차이로 나타난다. 불법정보의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시정요구,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처분이라는 국가의 주도적인 공권력 행사방식의 인터넷심의체계로 나타나고, 권리침해정보에 대하여는 사인간의 분쟁에 대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의한 자율규제로 나타난다.
나. 불법정보의 범위 : 피해가 발생되는 불법정보
임시조치의 본질은 사적 분쟁에 대한 자율적인 해결이어서 사적 이익을 둘러싼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구조를 전제로 한다. 개정안에서도 “불법정보로 피해를 입은 자”가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모든 불법정보가 임시조치의 대상정보에 해당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법정보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경우란 개인적 법익의 침해의 경우에만 가능할뿐 사회적 법익이나 국가적 법익의 경우에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이를테면 국가보안법 위반정보의 유통으로 발생되는 피해자가 가능한가. 결국 개정안은 불법정보로 확대하고 있지만 그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정보게재자의 이의신청과 강제적 온라인분쟁조정
가. 정보게재자의 이의신청
개정안은 정보게재자의 이의신청(재개시)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임시조치 기간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정보의 삭제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의신청이 있으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즉시 임시차단등 조치를 해제하여야 하고,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요청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안 제44조의2제3,4,5항).
정보게재자의 이의신청을 도입한 것은 오랫동안 입법론으로 제시되어 왔던 것으로써 표현의 자유 보장 측면에서 바람직한 입법방향이다. 다만 이의신청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조정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기서 분쟁은 정보게재자와 피해자 사이에 발생된 것인데, 분쟁조정절차가 분쟁당사자의 의사도 없이 제3자에 의하여 개시되고 그것도 온라인분쟁조정에 의하도록 한다는 것은 분쟁해결에 있어서의 당사자주의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나. 강제적 온라인분쟁조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정보게재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임시차단의 해제와 동시에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요청하여야 하고, 분쟁조정요청을 받은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는 10일 이내(1회 연장 가능)에 처리결과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임시차단등의 신청인, 정보게재자 및 방송통신위원회에 통지할 의무가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처리결과를 통지받은 경우 즉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정보의 복원 또는 임시조치등을 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안 제44조의2제6,7,8항)
임시조치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과 소명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만큼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되므로 정보게재자에게 이의신청절차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양 당사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 궁극적으로 공적 판단을 받아 그 진위를 밝히는 것이 타당한데, 그 역할을 개정안은 온라인분쟁조정절차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분쟁해결에 대한 여러 방법 중 어느 것을 채택할 것인지는 정책적인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온라인분쟁조정절차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분쟁해결방식을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에 의한 조정형식으로 의무화하는 문제이다. 다른 방식, 예컨대 소송, 화해, 중재 기타 대체적 분쟁해결방법을 열어두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3 둘째 분쟁조정기간을 10일(연장시 20일)로 정하고 있지만 이의신청시 의무적으로 조정신청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사건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과연 법정 기한 내에 처리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셋째 가장 큰 문제점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정 결과의 집행명령이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분쟁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보게재자의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의무적으로 조정을 요청하여야 하고, 조정결과가 나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조정결과에 따른 해당 정보의 복원 또는 임시조치등을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은 행정기관이 당사자간의 사적 분쟁의 집행을 강제하는 것인데, 분쟁을 해결하고 그 결과를 집행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행정작용 보다는 사법작용에 가깝다는 점에서 과도한 행정권 개입의 소지가 있다.
4. 새로운 불법정보 규제체계의 탄생 :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정보 규제
개정안은 임시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과징금을 신설하고 있는데(안 제64조의3제1항), 불법정보의 임시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동 제2호), 분쟁조정결과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이행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동 제3호)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관련 매출액의 100분의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조정요청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신설하고 있다(제76조제2항 제4호의3). 이와 같은 과징금과 과태료의 도입은 민간 자율규제의 영역에서 작동되던 임시조치를 국가규제의 틀 안으로 완벽하게 끌어들인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할 것이고,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정결과의 이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부과되는 과징금 부과는 실질적으로 조정결과를 강제하는 것이 되어서 행정권의 본질에 어울리지 않는다.
5. 결론
이번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중요한 흠이 있어서 사실상 개악에 가까운 입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첫째 이용자의 권익 구제에 치중한 나머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당사자간의 명예훼손, 사생활침해 등 권리침해정보에 국한하여 임시조치가 운용되던 것을 일체의 불법정보로 확대함으로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의한 불법정보 규제체계가 생성되어 그 만큼 표현의 자유는 제한받게 될 것이다. 둘째 이번 개정으로 민간자율규제의 공간이 줄어들고 이제는 당사자간의 사적 분쟁까지 완벽히 국가규제에 포함하게 된다. 현재 임시조치를 통하여 많은 분쟁이 자율적으로 해결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사실상 국가규제의 틀로 전환함으로써 민간의 자율분쟁해결의 싹을 잘라버리게 될 것이다. 셋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이 완화되지는 못할망정 강화되는 결과가 되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분쟁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므로 임시조치와 관련한 책임을 면제할 필요가 있음에도 현행법은 임의적 감면조항을 두고 있어서 필요적 면제로 개정할 필요가 제기되어 왔다.4 오히려 개정안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분쟁조정 요청의 책임과 이행의무, 과징금과 과태료의 신설 등이 이루어지는 등 책임이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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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최근 5년간 임시조치 건수(연도별, 포털사별)
구분 네이버 카카오 SK컴즈 합계 2012 155,161 67,342 7,664 230,167 2013 277,146 88,634 9,196 374,976 2014 337,923 116,261 642 454,826 2015 404,458 75,360 448 480,266 2016 386,114 69,235 639 455,988 2017.6월말 82,726 25,498 311 108,535 ※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본문으로]
- 이 글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2021. 3. 30. 주최한 KISO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바람직한 개정 방향은?’의 논의사항을 수정, 편집한 것임. [본문으로]
- 저작권법에서는 피해자가 복제·전송자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소를 제기한 사실을 법적 판단의 경우로 들고 있다(제103조제3항). [본문으로]
- 저작권법 제103조 제5항은 필요적 면제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