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뉴스의 시대가 온다

포털 공화국 ‘저질화’와 ‘동질화’

각국의 뉴스 소비를 비교할 수 있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보면 한국 뉴스 시장의 ‘특이점’이 드러난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들은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본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절대적이라는 의미로 46개국 평균인 33%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포털 중심의 뉴스 환경은 ‘명’과 ‘암’을 두루 낳았다. 포털 뉴스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시민들은 뉴스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가 첫 화면에 뉴스를 배열하던 시절에는 굳이 뉴스를 보려 생각하지 않아도 헤드라인부터 보게 되는 환경이었으니 뉴스 소비가 ‘폭증’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을 기점으로 탄생한 인터넷 언론사들과 포털이 제휴를 맺으면서 한국 언론 지형의 정파적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 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포털 환경이 저널리즘의 ‘저질화’와 ‘동질화’를 부추긴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같은 언론인데 지면에선 심층, 탐사 기사를 중점적으로 배치하지만 포털 구독란에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가십 기사를 쏟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 검증되지 않은 선정적 논란을 받아 쓴 기사, 정치적인 입장을 자주 내는 논객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받아 쓴 기사, 선정적인 외신을 인용한 기사 등. 주요 언론사들은 일제히 ‘닷컴’ 계열사나 전담조직을 만들어 이와 같은 ‘클릭을 유발하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공유지의 비극’을 연출하고 있다.

이른바 포털용 디지털 뉴스 생산이 보편화되면서 ‘비슷비슷한 기사’의 범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언론은 차별적인 뉴스를 선보이기보다는 출입처 발 속보 경쟁을 이어갔다. 포털 환경에서 쉽고 빠르게 뉴스를 보낼 수 있는 사안 중심 취재가 늘었고, ‘연합뉴스 발’ 속보가 뜨면 받아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 포털에서 어떤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더라도 90% 이상 내용이 같은 뉴스가 넘쳐난다.

그 결과 이용자는 뉴스를 더 많이 접하게 됐지만, 이용자와 언론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뉴스가 포털엔 없고, 언론 역시 ‘독자(시민) 반응’이 아닌 포털로부터 받는 전재료나 광고비가 ‘수익’을 좌우하기에 독자를 위한 전략을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기에 위기를 맞아 ‘독자 퍼스트 전략’을 고민하고 실현한 해외 언론과 달리 한국 언론은 높은 광고 의존도에 더해 ‘포털’ 의존도만 높아진 비정상적인 상황이 됐다.

나를 위한, 내게 도움이 되는 뉴스에 관심

포털 뉴스의 ‘빈틈’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포털 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이 제공 받는 통계를 보면 주로 40~60대 사이에 독자가 형성돼 있고 20대의 포털 뉴스 소비 비중은 미미한 데다, 그마저 줄고 있다.

포털 뉴스를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 MZ세대의 ‘포털 밖 뉴스’에 대한 관심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심으로 다양한 뉴스 브랜드가 탄생했고 뉴스레터 매체도 크게 늘었다. ‘뉴닉’은 3년 만에 뉴스레터 구독자 40만 명을 돌파했다. 주류의 흐름은 아니지만, 포털 제휴나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서비스를 통해 ‘유료 구독’을 전면에 내건 매체들의 실험도 늘어나고 있다.

‘포털 밖 뉴스’는 여러 측면에서 ‘포털 뉴스’와는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고, 이 점에서 독자들이 호응한다. 특히 ‘타깃이 명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정한 타깃을 정하지 않고 출입처 발 기사를 쏟아내는 종합 일간지형 뉴스와 달리 ‘특정한 니즈’를 파악해 이에 특화된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들이 많다.

‘뉴닉’은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뉴스를 보긴 봐야 하는데, 기성 언론의 뉴스는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을 위해 ‘친근하고’ ‘쉽고’ ‘맥락을 제공하는’ 뉴스로 승부했다. 경제와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어피티를 비롯한 경제 관련 뉴스레터들도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기성 언론도 ‘포털 밖’ 뉴스에선 MZ 세대를 위한 뉴스에 적극적이다. 연성 뉴스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SBS의 ‘스브스뉴스’를 시작으로 MBC의 ‘14F’, 중앙일보의 ‘헤이뉴스’, KBS의 ‘크랩’ 등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종합 뉴스 브랜드가 안착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뿐 아니라 CBS의 ‘씨리얼’, 한국일보 ‘허스토리’ 등 브랜드는 여성 등 소수자 이슈에 주목하면서 더욱 분명한 타깃층을 구성하고 있다.

MZ세대에게 ‘포털 밖 뉴스’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다. ‘뉴닉’은 초기 독자들에게 이모지(일종의 그림문자)를 몇 개 써야 적절한지 일일이 설문을 거쳐 틀을 잡았다. 대부분의 뉴스레터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설문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보완을 거치고 있다. 포털 뉴스에선 댓글을 달아도 언론과 기자가 무관심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서비스에선 피드백 하나하나를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그만큼 독자 입장에서도 효능감이 높아진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캠페인에 나서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시도도 ‘포털 밖 뉴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닷페이스는 ‘H.I.M 프로젝트’를 통해 10대 성 매수 문제를 다루며 관련 펀딩에 나섰고 ‘씨리얼’은 ‘왕따였던 어른들’ 프로젝트를 통해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토크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유료구독 매체 ‘롱블랙’과 ‘북저널리즘’의 독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읽는 존재’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장에 참여할 수 있다.

독자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유료구독 서비스의 경우 차별화에 더 큰 공을 들인다. 단순히 더욱 친절하거나, 좋은 뉴스나 콘텐츠라고 해서 ‘지갑’까지 여는 건 아니기에, 콘텐츠의 ‘차별성’과 더불어 전문적인 독자 분석과 지속적인 실험이 수반된다.

출판사이자 미디어 스타트업인 ‘북저널리즘’은 ‘전문가의 기자화’를 모토로 내걸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퀄리티 높은 글을 제공한다. 다양한 모임 기회와 오프라인 도서 제공 등 혜택을 제시하고 수시로 구독자 반응을 살피며 부족한 ‘분야’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한다. IT·테크 분야 전문 기자인 손재권 기자가 미국 현지에서 창업한 ‘더밀크’는 전문 기자들, 석 박사급 인력풀을 통한 ‘전문성’과 실리콘밸리 현지 취재라는 ‘차별성’을 기반으로 유료구독에 나섰다. 유료 회원에겐 단계별로 개별기업 분석 리포트, 미국 현지 콘퍼런스 및 행사 단독 커버 등을 제공한다. 뉴닉은 3월 ‘유료구독’에 나섰는데 생활법률, 환경 등 독자들이 선호하는 분야에 ‘심층’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품이자 서비스로서의 뉴스 확산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진출할 때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P2P 사이트에서 영상을 소비하는 상황인데, 굳이 돈 내고 영상을 찾아보는 이들이 적었을 것이라는 예단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콘텐츠 소비자의 ‘습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언론사 뉴스레터: 효과와 성공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5%(525명)는 구독 가치가 있는 뉴스레터라면 유료로 구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에서 1/3 이상의 응답자가 뉴스레터 유료 구독 의사를 밝힌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의 변화도 하나의 요인이다. 양대 포털은 현재와 같은 뉴스 서비스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네이버의 유료구독 서비스 프리미엄 콘텐츠 실험에 나서고, 카카오가 포털 다음 첫 화면에서 뉴스 서비스를 폐지하고 크리에이터 구독형 서비스인 ‘뷰’로 개편한 것이 그 방증이다. 여기에 뉴스 서비스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포털이 현재와 같은 뉴스 서비스를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외 언론사 전략 담당자들의 입에선 뉴스가 ‘상품’이고 ‘서비스’라는 표현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언론은 기획, 제작, 유통 과정에서 독자를 고려하지 않았고 ‘질’로 경쟁하지도 않았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미디어오늘에 사견을 전제로 “포털의 문제는 디지털에 투자하지 않은 언론사들이 디지털에서 잘하는 것처럼 포장해준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제 언론사들이 더는 포털 탓을 하지 않고, 이용자 선택을 받기 위한 콘텐츠 경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이 낮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불신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지만, 언론 시장은 예외로 작용해왔다. 신뢰를 받는 브랜드가 살아남고 이로 인한 선순환이 구현되는 시장의 길은 멀지만, MZ세대와 몇몇 도전자들이 조금씩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아직 포털 뉴스에 ‘균열’이 난 정도일 뿐 여전히 포털 뉴스 소비는 절대적이다. 유료구독에 나선 언론사들이 기존 언론 수익 구조를 대체할 정도의 안정적인 구독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많은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는 대세가 되고 있고, 뉴스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포털 밖 뉴스에 효능감을 느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탈이 늘어나는 추세다. 내 상황과 처지에 필요한, 내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뉴스 콘텐츠와 접촉면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뉴스 소비 습관을 바꿀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언론진흥재단(2021). 『언론사 뉴스레터: 효과와 성공전략』.

저자 :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