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민주주의 현재와 미래-②> 디지털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왔는가?

1. 들어가며

인터넷의 등장은 급격한 경제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정치영역에서는 새로운 기대와 더불어 정치 권력에 대한 오래된 불안감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인류가 발견한 가장 이상적 정치제도로 인식되었던 민주주의는 현대의 대의제 정치하에서 화석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본질적 의미 또한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 등장한 인터넷은 직접 민주주의를 용이하게 하여 현대 대의제 정치의 한계 속에서 민주주의를 구원할 도구로 기대되어왔다. 이는 인터넷 등장 초기 디지털 민주주의에 대한 장밋빛 기대의 배경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감시사회가 도래할 것에 대한 오랜 우려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네트워크화의 확산으로 인간 세상의 모든 활동은 쉽게 노출되거나 촘촘하게 관리되고 있다. 시민들의 의사소통과 연결의 수단인 인터넷을 국가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1 이제 민주주의 국가도 언제든지 쉽게 디지털 독재국가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인터넷과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대립하는 상이한 견해와 전망이 여전히 팽팽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입장이건 분명한 것은 디지털 기술혁신의 예측 가능성, 그리고 인터넷 작동의 정상성을 어느 정도 전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인터넷 공간은 허위정보, 봇, 정보 알고리즘 등의 영향으로 근본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글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혁신의 시대에 디지털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왔는지, 현 단계 디지털 민주주의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 소셜미디어 시대의 시민참여와 민주주의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더불어 정치와 미디어, 그리고 정보의 관계는 크게 변화해왔다. 스마트 미디어의 발달과 시민의 온라인 정보 이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도 향상한다.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활용되면서 소통의 방식이 다양화되고, 소통의 양이 증가하고, 오프라인과는 다른 방식의 다양하고 긴밀한 온라인 유대 형성이 진행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신변잡기를 토로하거나 생활이슈를 논의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적 의제를 발굴하고 공유하며, 실제적 변화를 끌어낼 방법을 고민하고 함께 논의하면서 시민들은 사회적 정치적 의식의 성장을 경험한다. 사적 네트워크의 형성이 공적 연대로 발전하고 오프라인의 현실참여를 이끌어낸다.

그러면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특징은 정치에 있어 시민참여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첫째, 정치 사회적 의사 표현이 보다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메시지 전달의 신속성, 경제성, 신뢰성을 특징으로 하며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전파가 용이하기에 한 개인의 의견도 소셜미디어를 거치면서 강력한 정치 사회적 담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청원에의 독려가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도변화 및 입법을 청원하는 동원을 쉽게 할 수 있고, 정치가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다른 시민과 주요 현안에 대한 즉각적 논의가 가능해진다.

둘째,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습득과 의견교환 과정에 참여하면서 이용자는 제공되는 정보의 단순한 수용자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수집하며 그 과정 정보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스마트 시민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 셋째, 소셜미디어가 소셜공론장으로 변화해 나가면서 시민참여의 질을 향상시킨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소통되는 정보는 ‘공중의 관심사와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는 시민의 정치 사회적 관여도를 증대시킨다.

이처럼 소셜미디어는 유용한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관계망 구축의 도구에서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그리고 선거 캠페인의 수단에서 일상의 정치를 관통하며,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 방향을 가늠할 주요한 매체로 부상했다. 1990년대 등장하였지만 소셜미디어가 정치적 소통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것은 2008년 미국 대선에서이며, 2012년 그리고 2016년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선거와 정치의 향배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 물론 등장부터 소셜미디어는 이미 정치가와 시민을 연결하는 새로운 수단으로서, ‘시민적 관여(Civic Engagement)’의 주요 수단으로 주목받아왔지만, 실제 시민들의 참여 욕구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라이브 스트리밍을 비롯한 소셜플랫폼 관련 기술의 진화와 뉴스 소비 매체로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행태 변화로 인해 현대 정치과정에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등장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선거 및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한편, 각종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소셜미디어는 정보공유를 민주화하고, 고립된 개인들이 빠르고 쉽게 다른 이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그 영향은 대중적이며 즉각적이고 매우 광범위하다. 전통적으로 신문·방송 등 전통언론의 의제 설정기능의 상당 부분이 이제 소셜미디어로 이전됐다. 정치엘리트나 미디어가 독점하고 있던 의제설정기능이 파워트위터리안, 페이스북 인플루언서(Influencer), 나아가 일반 개인에게로 확장돼 가는 현상은 소셜미디어가 뉴스를 선택하고 공유하고, 시민들의 숙의 주제를 결정하는 의제 설정자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시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슈를 만들어내며, 이슈의 유통과정에 주체적으로 관여하는 행위를 통해 정치적 매개자 없이 선거 과정과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2

소셜미디어 등장으로 기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로 인식되던 많은 측면이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시민참여가 대표적이다.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의 투표와 같은 제한적 정치참여로는 시민의 정치적 의사가 온전히 전달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제도적 정치참여가 등장하였으나, 실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다.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특징으로 인해 오랫동안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현은 인터넷 선거운동 등의 해금 즉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선거과정에의 활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 시대의 디지털 민주주의의 목표는 선거 캠페인을 비롯한 선거 과정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활용이 대부분 이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활용은 대의제하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 등 집단을 정치의 영역에 참여시켜, 민주주의적 절차를 완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봤다. 처음부터 선거과정에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활용의 제약이 없었던 미국 등을 제외하고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법제도적 개선이 이뤄져 왔다.

3. 민주주의를 제외한 모든 것에 앱(app)이 있다

실제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입법 및 의회 그리고 행정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시도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다양하고 많다. 특히 정부의 행정업무에 대한 디지털 시민참여 플랫폼은 많은 국가나 자치단체 그리고 시민영역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청와대의 ‘국민청원’,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 영국의 전자청원, 대만의 ‘Join’, 프랑스 파리의 참여예산 플랫폼인 ‘madame Mayor, I have an idea’3 등이 대표적이다.

입법 및 의회에 대한 전자 입법(e-legislating) 플랫폼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국회의 ‘국민동의 청원’, 스페인 마드리드시의 ‘Decide Madrid’, 브라질의 위키레기스(wikilegis), 그리고 대만의 ‘vTaiwan’ 등이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이중 입법 및 의회 과정에의 시민참여는 다양한 일회성, 단기적 시민참여 시도를 통해 발전해왔다. 2013년 아이슬란드의 개헌논의 과정 시민참여는 웹을 통한 입법과정 참여의 선도적인 사례이다. 2008년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로 인해 내각이 사퇴하고 조기 총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 부닥친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은행 도산은 은행들의 형사상 범법행위와 정치인·관료의 심각한 과실 때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개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이에 의회에 대한 불신 문제를 피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개헌안 작성을 직접 맡기기로 하게 된다. 이후 아이슬란드 의회는 시민들을 선출하여 별도의 개헌의회를 구성해 개헌안 작성을 맡기기로 결정했으며, 개헌의회는 개헌안 내용을 인터넷으로 대중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헌법안을 작성하는 선도적 실험을 했다.

개헌의회는 웹 플랫폼을 이용한 피드백을 통해 개헌안 작성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유도했다. 실제 웹 플랫폼에서 제시된 다양한 시민들의 견해는 그대로 시민들로 구성된 제헌의회의 개헌안 심의에 반영됐다. 실제 개헌에는 실패했지만, 웹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이 직접 개헌안을 만들고 의회에 제안하는 시도를 했다는 점, 국가 단위의 개헌과정에 인터넷을 통해 직접적으로 국민 의견을 반영하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4 이후 아이슬란드는 ‘더 나은 레이캬비크(betrireykjavik.is)’로 시민의 참여를 제도화했다.

유사한 경우로 2016년 멕시코시티가 자체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 헌법 초안 작성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멕시코시티는 세계적 인터넷 플랫폼 ‘Change.org’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헌법 초안에 반영하기를 원하는 내용에 대해 청원을 받아 반영5했으며 또한 시민들은 ‘PubPub’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위원들이 작성한 헌법 초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초안은 실제 헌법으로 제정됐다. 멕시코시티의 사례는 시민들이 웹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의제 설정부터 초안 마련까지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정치적 시도이다.

아이슬란드와 멕시코시티 등의 경험에 기반해 이후 다양한 국가들에서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전문 플랫폼 구축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대표적으로는 에스토니아의 ‘민중의회 (Rahvakogu/People’s Assembly)’가 있다. 2012년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해 시민의 저항이 커지면서 시민참여를 통해 정치 개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주도로 원내정당, 대통령실, IT·통신 전문가가 협력해 ‘민중의회 플랫폼’이 구축됐다.6 민중의회는 현안에 대한 시민의 의견 수렴, 민중의회에서의 심의 그리고 국회 반영 및 법제화의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됐다. 당시 민중의회는 5가지 정치적 의제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수렴된 시민 의견은 심의 절차를 거쳐 15개 법안 형태로 국회에 발의됐고, 이 중 3개 법안이 법제화됐다.

핀란드의 ‘열린내각(Avoin Ministerio/Open Ministry 2015)’은 시민단체이자 웹 플랫폼으로, 시민이 제안한 입법 아이디어를 정교화하고 여기에 대해 동의를 모으기 위한 창구로 만들어졌다. 핀란드는 2012년 개헌 헌법에서 입법과정에 대한 국민 참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면서 같은 해 「시민발의법」이 제정되고, 이 기회를 이용해 시민단체이자 웹 플랫폼 열린 내각이 만들어졌다. 열린내각의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먼저, 참여자는 열린 내각을 통해 입법 아이디어를 법안 화하고 지지를 획득하며, 완성된 법안은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최대 6개월 간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친다.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모아 국회에 회부된 후에는 「시민발의법」에 따라 정부발의안과 같은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핀란드의 열린내각은 일회성 절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5년 8월에 오픈한 스페인의 ‘Decide Madrid’는 16세 이상의 시민은 누구나 정책과 법안을 제안할 수 있고, 토론을 거쳐 투표가 이뤄지는 구조이다.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면 참여자들은 지지(Support) 버튼을 누르거나 댓글로 의견을 달 수 있다. 마드리드 시민 1%의 공감을 얻으면 이 제안은 플랫폼의 상단에 게시되고, 45일간의 토론을 거쳐 시민 투표에 부쳐진다.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시의회가 한 달 안에 예상 비용과 적법성, 실현가능성 등을 따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은 대의제 정치과정의 현실적 한계와 그로 인한 시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대의제민주주의 과정 놓칠 수 있는 시민의 의견을 듣고 대의제 정부가 협력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새로운 정치과정이자, 시민이 일상적으로 대의제 정부를 감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의미는 단순한 의견 개진의 장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부정책과 국회의원의 입법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토론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데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대의제 하의 시민감시의 한계와 대의제의 대표기능과 심의기능을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앞으로보다 많은 나라에서 도입하고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이 민주주의 구현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더 다양한 실험과 시민들의 참여 속에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주요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유형] 7

4. 디지털 민주주의의 미래

소셜미디어는 모든 사람에게 목소리를 주었고,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 정치참여 앱과 웹 플랫폼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제도나 법으로 체계화하도록 한다. 그러나 시민들 모두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지게 됐다고 해서 모든 이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치나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친구들과 지역사회나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적 이슈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젊은 층의 정치참여 증대나, 유권자 등록의 증가, 선거 참여의 증대는 가시적으로 관찰되지 않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소셜미디어가 우리 삶에서 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보다 공개적이고 명시적으로 실시간 표명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으나, 실제 소셜공론장에서 표출되는 담론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숙의를 반영하고,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지는 불확실하다.8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 그리고 참여적 특징보다는 시민의식 같은 내재적 변인이 시민참여에 더 중요한 요소라는 지적도 여전히 강력하다.9 나아가 빠른 속도로 기존의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소셜미디어 생태계에서 서비스의 유형에 따라 매체의 특징도 다양하므로 소셜미디어의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에의 영향을 하나로 특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인터넷 공간은 이미 봇에 점령당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되는 허위정보로 인해 소셜공론장으로서의 각종 디지털플랫폼의 역할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10 봇은 변화하는 뉴스 습관, 온라인 담화와 가짜뉴스 확산에 크게 기여해 왔다.11실제로 인기 웹사이트에 대한 트윗 링크의 66%가 인간이 아닌 자동화 된 봇에 의해 게시되고 있다. 봇은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담론에 대한 인식을 바꾸거나 허위정보를 퍼뜨리거나 온라인 평가 및 검토시스템을 조작하는 데 사용된다. 소셜미디어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맞춤화한 정보와 광고를 제공하는 정밀 맞춤형(micro targeting) 광고, 암흑광고(dark ad) 등이 여론조작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가짜뉴스(fake news)의 사례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참여 앱과 정치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온라인 의견수렴의 입법 절차상의 위상이 여전히 명확히 설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외 사례에서 플랫폼은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의 일부분일 뿐 반드시 그 내용이 그대로 입법에 반영되지는 않으며, 전문성이나 형식 면에서도 보완이 필요로 함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시민이 참여하여 수렴한 입법안도 대표성 있는 표본 집단이나 충분한 다양성을 확보한 선출기관에서 심의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플랫폼을 통해 수렴된 의견에 어떤 위상을 부여하고 어떻게 이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핀란드의 경우처럼 법적 근거를 두어 입법 과정에 국민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지만, 에스토니아의 예처럼 정치적 결정에 의해 기존 제도적 통로를 이용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가능하다. 둘째, 시민의 디지털 격차로 인한 차별적 참여가 오히려 일부의 이해만을 과도하게 반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투표와 달리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시민참여는 시민들의 교육, 지역, 수입, 연령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낮고 디지털 리터러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국가에서 더 실현 가능한 방식이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많은 인터넷 기술이 도입되고 활용되며, 많은 나라에서 이미 ‘캠페인 테크(Campaign Tech)’라는 선거 박람회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인터넷 기술의 정치 및 선거 과정에서의 활용은 오히려 기존 정치마케팅 및 홍보 전략의 보완 방법으로 IT기술이 활용된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이미지 정치, 감성적 민주주의가 더 가속화되면서 현대 세계적 파퓰리즘 현상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많다. 나아가 넘쳐나는 각종 플랫폼과 정보 속에서 필터버블과 에코챔버 현상이 가속화되고, 이는 정보 편식으로 이어지면서 정보의 공유와 교류가 단절되는 여론의 양극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허위정보와 이미지 정치의 만연으로 디지털 민주주의는 오히려 더 요원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험은 소셜미디어와 각종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각국에서 다양하게 꽃을 피우고 있지만, 변화된 디지털 환경은 새로운 위기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진짜 디지털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 Justin Sherman, “Democracies Can Become Digital Dictators”, Wired, 2020. 1. 5. [본문으로]
  2. 김유향, “제19대 대선 후보자의 소셜미디어 이용 동향과 특징”,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1406호, 2018. 1. 9. [본문으로]
  3. Paris Budget Participatif. [본문으로]
  4. Gylfason, Thorvaldur. “From collapse to constitution: The case of Iceland” Public Debt, Global Governance and Economic Dynamism, Springer Milan, 2013. [본문으로]
  5. Change.org 참조. [본문으로]
  6. Praxis Centre for Policy Research, “People’s Assembly in Estonia – crowdsourcing solutions for problems in political legitimacy.”2014. [본문으로]
  7. Julie Simon, Theo Bass, Victoria Boelman and Geoff Mulgan, Digital Democracy The tools transforming political engagement, February 2017. [본문으로]
  8. ‘The birth of digital democracy’, the Atlantic. [본문으로]
  9. 윤성이, 「소셜네트워크의 확산과 민주주의 의식의 변화」, 『한국정치연구』 21권 2호, 2012. [본문으로]
  10. 봇은 사람이 직접 입력하지 않고도 자동화 된 방식으로 콘텐츠를 게시하거나 다른 사용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계정. [본문으로]
  11. Stefan Wojcik, Solomon Messing, Aaron Smith, Lee Rainie & Paul Hitlin, Bots in the Twittersphere, April 9, 2018; ‘What is a self-service government’, the Atlantic. [본문으로]
저자 : 김유향

KISO저널 편집위원,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