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저널 방담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 -2
KISO저널 방담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 -1 에 이어서…
3. 인터넷 자율규제와 관련하여 “개인 권리침해정보에 대한 통신심의 대폭 축소”, “명예훼손분쟁조정 기능 강화”는 자연스럽게 공적분쟁보다 사적분쟁으로 법에 의한 처리를 가중하게 될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떠하신지?(계속) |
권헌영 : 국가적 법익, 사회적 법익은 공론의 장에서 자율규제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정치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근대 헌법식 접근이다. 공적 책임 구조로서 시민, 사업자, 국가 중 어디가 담당할 것인가? 국가적 법익, 사회적 법익과 같이 공동체의 가치와 관련이 있는 차원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
김보라미 : 이들을 심의대상으로 두면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표현물 자체가 주고 있는 임팩트가 추상적인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삭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무엇을 심의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심의 절차에 대한 논의에 앞서 더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영선 : 이에 대해서 반대의견이 있는데, 44조의 7에 있는 규제사항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하는 것인가? 오프라인에서도 규제를 하는 부분이다. 국가, 사회적 법익에 대한 피해자는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반대이다. 현행 방통심의 심의는 자체적 조사 케이스보다는 거의 모든 건이 신고에 의한 건이다. 신고한 사람들은 음란물을 봄으로써 왜 나에게 또는 나의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피해자가 없는 것인가? 직접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김보라미 : KISO에서는 심의와 관련하여 어느 범주까지 논의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황용석 : 현재 민간 사업자에 대한 의무조항은 굉장히 많다. 의무적 모니터링, 불법 정보 등 만해도 굉장히 많은 업무이고 모두 귀책조항들이다. 그러한 조항들에 사회적 법익과 관련되어 있다. 민간 자율규제 입장에서 사회적 법익에 대한 공적기구의 심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KISO의 결정과 방통심의 결정이 부딪친 사례가 있었다. 2010년도 천안함 관련 건인데 방통심은 시정요구를 통해 삭제를 권고했고, KISO는 삭제를 반대하였다. 시정요구의 근거는 불법정보라는 것인데 청소년 유해물로 보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KISO에서는 불법정보라고 할 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공공의 사안과 연결되어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KISO는 인터넷에 대한 최소규제와 명확성의 원칙을 지키고자 하였기에 삭제 요청에 해당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통심의 심의규정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명시되어 있어 기준만 놓고 보면 사실상 상당수 글을 삭제할 수 있다. 공적기구의 심의기준이 민간자율규제에 준용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사실 방통심의 심의규정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심의위원회가 정치 제도화되어 게시물에 대한 심의가 아닌 6:3의 정파적 판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실정치구조에 의해 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합의제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독립성이 중요한데, 사실상 쉽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범세계적으로 민관의 공동규제모델이 인터넷규제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공적규제기구의 거버넌스 문제는 향후 인터넷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오병일 : 몇 시민단체들은 자율규제로 가야한다고 본다. 행정기관에 의한 심의가 아니라 자율규제로 가야하는데, 그렇기에 KISO의 역할이 요즘 쟁점이 되는 것 같다. 자율규제의 상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방통심의 모든 기능을 KISO가 대체하는 것은 달라지는 바가 없다고 본다. 사람과 기관 이름만 달라질 뿐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율규제는 궁극적으로는 업체 자율로 해야 할 것이다. KISO가 모든 업체를 포괄하지 못할뿐더러 업체가 할 수 있는 자율규제의 폭이 있고 KISO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물론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자율규제 대상이 될 것이다. 불법정보가 아닌 정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의 문제는 업체마다 다르게 “청소년 친화적인 서비스를 하겠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서비스를 하겠다.” 등의 콘셉트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공동의 룰을 정해야한다면 KISO가 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업체가 KISO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영선 : 심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글 한번 잘못 썼다고 형사처벌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의라는 제도를 통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 만약에 심의가 없다면 글을 지우고 말 상황이 형사적인 규제로 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영국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형사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표현의 자유가 많이 보장된 다른 나라의 분위기처럼 흘러간다면 심의의 범위는 줄어들 것이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의는 아직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KISO의 역할과 관련하여서는 사회, 문화적 기준이 많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부분이 바뀌지 않으면 어떠한 조직이 맡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망법 44조의 7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고, 그러한 부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통심, KISO가 그러한 장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박준석 : 국가, 사회적 법익에 대해서는 심의가 필요 없고 사후에 대처가 가능하다고 본다. 사후 대처가 가능했던 것으로는 미네르바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나중에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보니 무죄 결론이 난 사례였다. 오히려 아청법 등과 관련하여서는 사업자가 방통심보다 더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축소된 공적 심의기관은 사회 통합적인 측면에서의 모두가 용인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황용석 :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최근의 헌법재판소 판결에 나타난 것처럼, 방통심은 행정기구이다.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국가 행정기구가 직접 규제하는 나라는 아랍국가나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에 국한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인터넷상의 규제는 민간기구로 이양될 필요가 있으며, 개인 간 권리침해 사안들은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제는 인터넷공동규제모델에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국가와 민간의 역할범위를 상호 조율할 필요가 있다.
4. KISO의 역할 확대를 위하여 KISO 내부에서도 기업과 이용자 등의 대표성 확보 등 준비를 강화하여야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기업, 시민사회 등의 준비는 어떻게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
오병일 : KISO가 다수의 기업들을 대표성을 갖는다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기업들의 일정한 차별화와 함께 과정 자체를 협의하는 틀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조금 더 좋은 논의를 위해 이용자 이해당사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알아서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 역시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각 사들이 이용자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용자들은 불만이 있을 때 그 서비스를 사용안할 수 있지만 항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러한 부분까지 포함하는 역동적인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김영선 : KISO의 현재 구성자체가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업자 단체 위주의 틀을 못 벗어날 것이라고 본다. 이용자 위주의 모임도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황용석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공동규제 부분이 잘 돌아가야 하며, KISO도 역시 그 안에서 본연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로서는 오히려, 더욱더 확실하게 사업자 단체의 성격을 더 강하게 가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보라미 : 어떤 글을 삭제하고 어떤 글을 삭제하지 말아야하는지의 문제는 사업자들이 글을 삭제해도, 삭제하지 않아도 소송에 걸릴 위험이 언제든지 존재하기 때문에 중요해 질 수 있다.
사업자들이 KISO에 회비를 냈다고 했다고 해서 KISO가 사업자 단체라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정책위원을 모셔서 운영이 되는 것과 같이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로 투명하게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고, 둘째로 이용자들이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면 단순히 KISO를 사업자 단체로 구분 짓지 않을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진다고 본다.
박준석 : 말씀하신 정책위 구성이나, 정책결정의 균형은 당연히 지켜가야 할 문제이고, KISO는 사업자 대변의 이익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간혹 사업자들이 이행하기 힘든 정책결정이 있기도 하여 단순한 사업자 단체의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사업자 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는 ‘대표성 확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슈를 모아보면 사업자들의 공통적인 문제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해서 참여사 확대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용석 : KISO를 대변하는 것은 규약체계이다. KISO의 규약을 보다 다듬고 이를 통해 외부에서 KISO의 운영원칙과 절차를 투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KISO는 이 같은 내부 규약에 대해 다각적인 고민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자율규제기구의 규약이 사회적 합의체계 속에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KISO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다양한 공론의 장도 필요하다.
권헌영 : 인터넷 상에는 굉장히 많은 분야가 공존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게임 등 분야가 다양하므로, 한 곳에서 자율규제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안을 생각해본다면 분야별로 KISO와 같은 곳을 만들면 다양한 형태로, 그 안에서도 기본 규약을 정하고 각 기업에서 자율정책을 만드는 등의 형태가 된다면 조금 더 새로운 모습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 기회를 이번 정부가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역량을 신장하고, 우리 모두가 정부와 함께 꾸준히 협력하고 스스로 인터넷 정책의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적 공동체가 되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