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뉴스 사용료’ 글로벌 곳곳 갈등
세계 최초로 호주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불을 법으로 정하면서 법·제도적 대응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호주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매기는 ‘뉴스 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 의무 협상법(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 이하 뉴스미디어협상법)’을 제정했다.
호주는 올해 2월 25일 의회에서 뉴스미디어협상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뜨는 기사에 대해 해당 플랫폼이 뉴스 제공자에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이다. 플랫폼 기업이 뉴스 제공자인 언론사와 콘텐츠 사용료를 협상하도록 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정부가 나서 중재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현재 페이스북과 구글은 캐나다, 영국, 프랑스에서도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언론사에 지급하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뉴스 사용료를 강제하는 내용의 신문법·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개념 강화 △플랫폼 기업이 뉴스를 제공하거나 매개할 경우 대가 지급 의무화 △분쟁시 정부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구글과 페이스북은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이 의무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이는 국내 다른 사업자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국내의 IT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의 경우 개별 언론사들과 계약을 통해 뉴스 콘텐츠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국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그간 구글은 사용자들이 검색한 뉴스를 해당 홈페이지로 이동시켜주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서비스하고 있어서 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같은 논의는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현상이며,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유통 기능을 담당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호주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에 ‘뉴스 사용료’ 지불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줄곧 난색을 표하던 구글,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은 최근 잇따라 미디어 기업 및 언론사들과 협상을 통해 잇따라 뉴스 사용료 지불을 합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구글은 3년간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를 들여 뉴스 사용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구글은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과 3년간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월스트리트저널(미국)과 더선 더타임스(영국), 오스트레일리안(호주) 같은 언론사를 소유한 미디어 그룹이다. 구글이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뉴스 사용권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호주 대형 미디어 기업인 ‘세븐 웨스트 미디어’와도 계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뉴스 사용료 부과를 지지하며 유럽에서 관련 법률안 마련을 위해 언론 업계와 협력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호주 정부가 뉴스 사용료를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한 것에 반발해 2021년 2월 17일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2월 23일 호주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1주일 만에 서비스를 복원했다. 강경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뉴스미디어협상법’이 플랫폼 회사들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뀐 부분이다. 수정된 법안은 플랫폼 회사들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던 것에서 플랫폼 회사들이 미디어 기업 및 언론사들과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향으로 완화됐다. 아울러 중재 절차 전에 온라인 플랫폼이 자발적인 계약을 체결하도록 이전보다 훨씬 긴 협상 기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수정된 법안은 기존의 협상에서 적정 가격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재자가 강제 조정하도록 하던 내용을 수정함으로써 플랫폼 회사들의 부담을 완화하였다. 최종 수정된 조항은 언론사와 플랫폼 사업자가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두 당사자들은 각자의 제안서를 독립 중재 기관에 제출할 수 있으며, 독립 중재 기관이 합의를 위한 하나의 제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의 적용 대상에서 미디어 기업 및 언론사들과 개별적인 뉴스 사용료 계약을 맺은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을 제외함으로써 호주 정부 주도의 강제 조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잇따라 호주의 미디어 기업 및 언론사들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동향은 호주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 중인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를 비롯한 다른 여러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도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뉴스 콘텐츠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 주체들간의 협력을 저해하지 않고,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숙고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 유현우, ‘구글, 호주의 미디어 기업 및 언론사들과 뉴스 사용료 지불 계약 체결’, 저작권동향, 2021년 제4호
- 김현경, ‘호주, 뉴스 콘텐츠 사용료 부과 규정의 의미와 시사점’, 해외 저작권 보호 동향
- 진민정, ‘디지털 플랫폼 뉴스 사용료를 둘러싼 글로벌 규제 쟁점과 현황 Ⅱ’, Media 정책리포트, 2021 2호
- 이지영, ‘세계 최초 뉴스미디어협상법 통과, 구글·페이스북에 뉴스 사용료 받을 수 있게 돼’, 신문과방송 4월호,
- 중앙일보(2021.04.22.), “구글도 뉴스 사용료 내야”…김영식, 한국판 구글법 발의, https://news.joins.com/article/240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