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③> 소비자 리뷰 게시물 관련 정책 추진의 실현 가능성 및 한계
1. 소비자 리뷰의 유형과 법적 쟁점
인터넷상의 소비자 리뷰를 그 작성 목적에 따라 분류한다면 크게 아래의 세 가지의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업자 또는 사업자로부터 후원을 받은 전문 블로거에 의해 작성된 ‘광고 목적’ 소비자 리뷰가 있다. 최근 한 디지털 광고마케팅 전문기업이 발표한 ‘2015 업종별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구매 전 온라인 리뷰를 확인한다’라는 응답은 21.8%로 전년도 31.3%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온라인 리뷰가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응답의 비율도 27.8%로 전년도 42.4%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DMC미디어, 2015). 이처럼 온라인 소비자 리뷰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소비자 리뷰 중 상당수가 마케팅의 수단으로서 사업자 또는 전문 블로거에 의해 작성되었음을 온라인 이용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노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리뷰는 사실상 광고에 가까운 것이므로 그 내용이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표현을 담고 있다면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부당한 표시·광고(제3조)에 해당될 수 있다. 즉 사업자가 직접 작성하거나 전문 블로거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작성한 리뷰가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광고로 볼 수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블로그나 온라인 카페 등에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은 홍보성 후기나 추천글들에 대하여는 상업적 광고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개정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을 2014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 또는 사업자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용 후기 형식의 리뷰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될 필요가 있으며 현행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다.
두 번째 유형의 소비자 리뷰로는 상대 경쟁업체를 비방하기 위하여 또는 불친절한 업주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하여 다른 업체나 이용자가 거짓된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1 이러한 비방 내지 보복 목적의 ‘흠집내기’ 리뷰를 작성하여 게시할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죄(제307조)나 모욕죄(제311조), 신용훼손죄(제313조), 업무방해죄(제314조) 등에 해당할 수 있으며, 작성자의 ‘비방 목적’이 인정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제70조)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민법상 불법행위(제750조)도 성립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자신이 체험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거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소비자 리뷰이다. 이러한 유형의 리뷰는 비록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이에 불만을 품은 업체나 업주의 요청에 의해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임시조치를 당할 위험이 있다. 즉 광고 의도를 가지거나 흠집내기 목적을 가진 첫 번째, 두 번째 유형의 소비자 리뷰는 규제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현행법상으로도 규제가 가능하지만, 세 번째 유형은 사업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진실 되고 공익에 기여하는 리뷰로서 보호해야 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 리뷰와 관련된 정책에서 관심의 초점은 세 번째 유형에 맞춰져야 한다.
2. 소비자 리뷰의 가치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s)을 형성하고, 민주적 자치(democratic self-governance)를 실현시키며, 개인의 자아충족(self-fulfillment)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인정되고 있다.2 그렇다면 소비자 리뷰는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끼리 의견 교환을 통하여 ‘사상의 자유시장’을 형성하고, 자신이 이용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이나 불만족감을 표현하여 ‘자아충족’을 달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 그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소비자 리뷰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 전달의 기능을 함으로써 다른 소비자의 알 권리에 기여한다. 따라서 진실 된 소비자 리뷰의 작성 및 게시는 인터넷상에서 이용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행위이며 소비자 리뷰의 내용은 정보전달의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
법원도 소비자 리뷰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산후조리원 이용후기와 관련된 온라인 명예훼손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정보와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이용후기 작성의 주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산후조리원 이용대금 환불과 같은 사익적 목적이 내포되어 있더라도 이용후기 작성자의 비방 목적은 인정되기 어려워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3 즉 우리 법원도 사업자는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의 표명을 수인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으며 소비자 리뷰의 주된 목적이 다른 인터넷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의 제공이라면 부수적인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4 이러한 법원의 태도를 고려해 볼 때 비록 사업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소비자 리뷰일지라도 온라인에서 보호되어야 하며, 진실 된 소비자 리뷰에 대해 사업자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하며 인터넷서비스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이하 ISP)에게 삭제나 임시조치를 요구하는 행태에는 제동이 걸릴 필요가 있다.
3. 소비자 리뷰 정책의 한계와 대안
앞서 ‘소비자 리뷰 게시물과 표현의 자유 토론회’에서 언급되었듯이, 보호될 가치가 있는 진실 된 소비자 리뷰의 존재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명예훼손적 정보에 대한 삭제 또는 임시조치이다. 이 조항은 명예훼손 등의 권리침해 주장자의 소명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지체 없는 삭제·임시조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업자가 불편한 소비자 리뷰를 없애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리뷰에 대해서만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를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다른 게시물과 달리 소비자 리뷰에 대해서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온라인 표현물 사이에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게시물의 일부분만이 소비자 리뷰와 관련 있는 경우 등을 상정한다면 소비자 리뷰를 다른 표현물과 구분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에 따른 문제점은 소비자 리뷰뿐만 아니라 온라인 표현물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므로 임시조치 그 자체의 문제점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삭제·임시조치는 ISP가 자의적으로 게시물의 존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사적 검열(private censorship)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소비자 리뷰의 경우에도 발생한다. ISP가 소비자 리뷰에 대해 삭제나 임시조치 요청을 받았을 때 당해 리뷰가 비방 목적을 갖고 작성된 것인지 진실한 리뷰에 해당하는 것인지 ISP가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소비자 리뷰에 사용된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도 판단하기 까다로운 만큼, 사업주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할 경우 ISP는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 책임을 면제·경감받기 위하여(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6항) 차라리 소비자 리뷰를 삭제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따라서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나 삭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ISP로 하여금 소비자 리뷰를 다루는데 있어 보다 신중하도록 주의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나 삭제는 ISP가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나 종국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명예의 균형을 맞추는 데 바람직할 것이다.
비교법적 차원에서 미국에서 소비자 리뷰와 관련된 분쟁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살펴본다. ISP의 자의적인 온라인 게시물 삭제를 막기 위해 미국에서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5에 의해 이용자들의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 책임으로부터 ISP를 완전면책 시키고 있다. 이러한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보호 아래 소비자 리뷰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게시물을 삭제하여야 하는 부담 없이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6 특히 Ripoff Report 같은 유명한 소비자 리뷰 웹사이트는 엄격한 ‘무삭제 원칙(no-removal policy)’을 10년 이상 고수해왔다. 그러나 허위사실이 포함된 비방 목적의 소비자 리뷰에 의해 사업자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2010년 Repoff Report는 무삭제 원칙에서 한발 물러나 자체적인 ‘중재절차’를 도입했다. 이 중재절차에 따르면 소비자 리뷰에 불만이 있는 자는 리뷰가 거짓임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함과 동시에 리뷰에 대한 삭제요청서를 Ripoff Report에 제출해야 한다. 퇴직 법관 등 전문가로 구성된 중재위원회가 신청인의 삭제요청을 심사하게 되며 그러한 중재과정에 Ripoff Report가 개입하지는 않는다. 만약 중재위원회가 소비자 리뷰의 내용 중 소비자의 의견(opinion)이 아닌 언급된 사실(fact) 관계에 허위내용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게시물 전체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표현만을 삭제하도록 결정한다. 이러한 Repoff Report의 사례는 두 가지 점을 시사해준다. 첫째, ISP에게 게시물 삭제 의무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자율규제를 통해 허위사실이 포함된 소비자 리뷰를 걸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ISP가 명예훼손 책임으로부터 완전 면책될 경우 선의의 사업자들이 거짓 리뷰에 의해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하나, 결국 ISP도 자신의 사업적 이익을 위한 평판 관리(reputation management)를 하기 위해 완전면책에도 불구하고 자율규제를 시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진실 된 소비자 리뷰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반(反)전략적봉쇄소송법(anti-SLAPP law)과 유사한 제도의 도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략적봉쇄소송(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이하 SLAPP)이란 공적 이슈와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공공의 참여를 봉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기되는 소송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적봉쇄소송(SLAPP)을 막기 위한 반(反)전략적봉쇄소송법은 미국 28개 주에서 시행중이며, 연방 차원의 법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反)전략적봉쇄소송법은 소송을 초기 단계에서 종식시키고 소송비용을 전략적으로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 부담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반(反)전략적봉쇄소송법 조항을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진실 된 소비자 리뷰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은 조기에 소송을 각하 또는 기각시키고 소송을 제기한 자에게 소송비용 일체를 부담시키는 방안은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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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서 케첩을 더 달라고 했다가 식당 종업원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페이스북 인기여성의 소비자 후기가 2015년 9월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언급된 식당은 매출이 급감되는 위기를 겪었으나 이 후기의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게시자가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작성하였다. 비슷한 사례로는 2012년 식당 종업원이 임산부를 폭행했다는 거짓 후기가 올라오면서 체인 식당이 운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경우도 있다. 조선일보(2015.9.19.) 송혜진. 식당 케첩녀가 남긴 교훈: 가해자도 피해자도 사라진 상처투성이 SNS 마녀사냥. [본문으로]
- Rodney A. Smolla & Melville B. Nimmer, Smolla and Nimmer on Freedom of Speech § 2:3 (2014). [본문으로]
-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본문으로]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8812 판결. [본문으로]
- 47 U.S.C. § 230. [본문으로]
- Reit v. Yelp!, Inc., 907 N.Y.S.2d 411 (N.Y. Sup. Ct. 2010) (소비자 리뷰 웹사이트인 Yelp의 운영자는 익명의 이용자가 작성한 치과의사에 대한 부정적 후기에 대해 명예훼손의 책임이 없음); GlobalRoyalties, Ltd. v. Xcentric Ventures, 544 F.Supp.2d 929 (D. Ariz. 2008) (소비자 리뷰 웹사이트인 Ripoff Report의 운영자는 ‘사기’라는 표현이 사용된 소비자 후기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이 없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