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인터넷

청소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많은 시간들을 인터넷과 함께 보낸다. 등교시간에 친구들과 문자메시지 주고받기, 인터넷을 활용한 수업듣기,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하기, 인터넷 강의 듣기, 친구와 메신저로 수다떨기, SNS관리, 네트워크 게임하기, UCC만들기… 이 모든 활동 속에 청소년과 인터넷이 함께 있다.

학자들은 청소년들의 인터넷 이용 행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관계추구형과 오락추구형이다. 관계추구형은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즉, 관계형성과 유지에 중점을 두는 유형으로서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을 주로 사용한다.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주로 이 유형에 속한다. 오락추구형은 어느 정도의 도피성을 띠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유형으로서 인터넷 게임을 주로 많이 하는 남학생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방문하여 어떤 청소년은 즐거움을 주는 게임에 몰입하고 어떤 청소년은 그 공간 안에서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일종의 섹션화 된 문화 공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인터넷은 이제 몸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률은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공기처럼 마시고 살아온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인 청소년들에게 있어 인터넷은 삶의 에너지이자 재미를 주는 놀이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 재미를 추구하는 아이들

청소년의 삶의 목표는 재미있게 사는 것이며 또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중요한 것은 재미이며, 재미라는 것이 새로운 인간관계를 이루고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런 청소년의 모습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UCC도 놀이이고 댓글, 미니홈피도 놀이로 받아들인다. 다양한 인터넷 놀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한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재미로 인터넷의 콘텐츠를 보고 만들고 표현한다. 한 마디로 기성세대의 관습적인 기대를 확 허물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2. 느낌을 중요시하는 아이들

낯선 정보화의 세계로 ‘이민’온 기성세대(digital immigrant)는 인터넷의 새로운 서비스나 컴퓨터 프로그램,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익힐 때 문서화된 매뉴얼을 중요시하지만, 모국어를 배우듯이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받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청소년은 느낌이나 감으로 눌러보고 만져보면서 체득하는 경우가 많다.

논리나 구조보다는 느낌(feel)이나 감을 중요시하는 청소년들의 특징은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 세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감각적인 인터넷 언어들과 이모티콘들, 논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수많은 UCC들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청소년들끼리는 이상하게도 잘 통한다.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수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이 느낌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청소년과의 소통의 첫걸음이다.

 3. 혼돈(카오스) 속에 질서(코스모스)를 추구하는 아이들

얼핏 보면 인터넷 속 청소년들의 모습은 혼란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깊고 넓게 보면 다양함과 혼란 속에 존재하는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청소년들은 가변적으로 표현되는 자신을 경험하고, 각기 다른 활동과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정체성을 탐색하고 확인해 간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그러면서도 현실의 정체성과 유사한 심리적 속성과 기능을 하는 새롭고 다양한 자기 정체성, 즉 복합 정체성을 발달시키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과정의 청소년들은 중학교 시절의 혼돈함(카오스)에서 벗어나 질서(코스모스)를 부여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4. 공부에 찌든 아이들

과중한 학업부담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는 날로 증가하지만 마땅히 그것을 풀 수 있는 놀이공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미디어는 좋은 놀이수단이자 도피처이다. 특히 인터넷은 기성세대와 분리된 자신만의 배타적 공간 속에서 마음껏 욕구를 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휴식처가 된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외국과 달리 인터넷을 연예, 오락적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라는 자유로운 공간 안에서 제각기 편안한 방법으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그 탈출 시도가 개인의 성격 유형과 생활 패턴에 따라 여러 유형의 인터넷 이용 양식으로 나타나지만 도피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규제로부터 무한대의 탈피, 여기서 자유가 시작된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인터넷은 천국이다.

학생들에게 있어 입시는 제도가 아니라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좋든 싫든 따라야 하고 중심이 되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삶의 이데올로기… 따라서 현실공간에서 힘없는 소수집단으로 존재하는 청소년들에게 개방성과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인터넷공간은 현실권력에 도전하고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자 통로가 된다. 기존질서에 저항함으로써 자신의 창의성과 창조력을 발휘하려는 것이 동서고금을 망라한 청소년 세대의 본질이라면, 우리의 사회구조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창조적인 욕망과 욕구를 입시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억압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억압되어 온 청소년 세대의 창조적인 에너지가 급기야 미디어, 특히 인터넷을 통해 분출되고 있다.

청소년과 인터넷

5. 선생님보다는 지식검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들

그동안의 지식과 정보는 주로 책을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었다. 따라서 그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기관이 필요했었고 가르치는 일을 맡았던 교사들은 선경험자로서 학생들로부터 인정과 권위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했고 지식과 정보의 중심이 기존의 교사들에서 정보매체로 이동하게 되자 학교의 권위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묻기보다는 지식검색을 통해 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이 정립되지 않는 한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는 점점 약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의 자리를 인터넷에 내어줄 수는 없다. 인터넷을 통한 간접체험만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여 얻을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을 발달시킬 수 없다. 각종 전자미디어로 채워진 자신의 방 속에서 마치 세상을 다 아는 양 착각하는 작은 어른들에게 선생님은 아직도 필요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조화시킬 수 있는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6. 디지털 세대와의 소통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알아야 하고, 인터넷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문화를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사의 눈으로 청소년을 바라보면 청소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듯이 교사의 눈으로 인터넷을 바라보면 청소년과 인터넷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답이지만 청소년들의 눈높이로 청소년을 보고 인터넷을 이해할 때 둘 간의 관계와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청소년들의 움직임은 어떤 주어진 상태나 질서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되고 분열하며 새로운 대상과 가치를 창출하는 능동적인 주체화 즉, 유목적 주체화(nomadic subjectivation)에 비유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교사들의 몫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유목적 주체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일이 아닌가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재미와 새로움을 추구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욕망을 풀어놓는 청소년들의 변화무쌍함과 분열에 과민반응하기 보다는 청소년들이 새로운 대상과 가치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로서의 기성세대가 되어야 한다.

이제 인터넷은 청소년들에게 가상공간이 아니라 현실공간의 일부가 되었다. 그 공간이 소통의 공간, 창조와 표현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미윤(2003). 사이버 공간 경험의 의미와 청소년 문화.『청소년학연구』, 제10권 4호, 211~232.

나은영 외(2007).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유형별 미디어 이용 양식과 적응.『한국언론학보』, 제51권 2호, 392~424.

정철상(2008). 청소년의 엽기문화 연구. 『청소년학연구』, 제15권 2호, 121~145.

저자 : 박한철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