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스타트업들의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속속 등장하는 스타트업들을 들 수 있다. 건강, 유통, 법률, 제조, 패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첨단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기존 사업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의 시장 지배적 세력들과의 갈등이다. 어찌 보면 이는 스타트업들의 숙명일 수 있다.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는 혁신은 곧 기존 체제의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 사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장 잠식, 즉 시장을 빼앗기는 것이다.

로톡, 강남언니, 자비스, 빅밸류, 닥터나우 등 다양한 플랫폼들 갈등 발생

기존 산업과 갈등을 빚는 대표적 사례가 법무 관련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다. 법률서비스 ‘로톡’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는 2015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세 번이나 변호사 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201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 업체는 매달 일정액을 받고 변호사들의 광고를 게재한다. 로톡은 그동안 약 4천명의 변호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광고를 실었다.

그런데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직역수호변호사단 등 여러 이익단체들은 이를 변호사법 위반인 변호사 소개 행위로 봤다. 변호사법에서는 법률 사건이나 법무사무소를 소개한 대가로 중개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로앤컴퍼니는 단순 광고일 뿐 변호사 상담 및 사건 수임 관련 중개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로앤컴퍼니는 세 번의 고발 중 두 건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이 2020년 11월 제기한 세 번째 고발은 서울지방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조사 중이다.

변협은 두 번의 고발이 무혐의로 끝나자 2021년 11월 초 변호사들이 포털을 제외한 다른 온라인 서비스에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협회의 광고 규정을 개정해 로앤컴퍼니를 압박하고 있다. 자체 징계권을 가진 변협은 광고 규정을 어기는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로앤컴퍼니는 “로톡에 광고를 못하게 막는 것은 대형 법무법인을 제외하고 알릴 방법이 적은 개업 변호사들의 영업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를 제공하는 힐링페이퍼와 ‘바비톡’ 개발업체 케어랩스도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의협은 두 업체가 성형 전문 병원들에게 돈을 받고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의료법 위반인 병원 소개 행위로 봤다. 그러나 두 업체는 로앤컴퍼니와 마찬가지로 광고만 게재할 뿐 환자를 병원에 직접 소개하는 것은 아니어서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2021년 초 강남언니와 바비톡에 광고를 게재하는 개인병원들에 공문을 보내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힐링페이퍼 관계자는 “의협이 이용자와 병원 모두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서비스를 사실과 다르게 불법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 영상진료로 대신할 수 있는 원격진료를 놓고도 의료계와 스타트업 사이에 갈등이 만만찮다. 정부는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즉 코로나19 상황이 심각 단계일 경우 병원 방문 등 대면 진료가 여의치 않은 상황을 감안해 인터넷 영상으로 진료와 약 처방을 할 수 있는 원격진료를 조건부로 한시적 허용한 것이다.

이에 닥터나우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원격 진료와 약 배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이들의 운명은 알 수 없다. 정부가 원격진료의 지속 허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장관령 대로라면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원격진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원격진료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3개 단체는 2021년 10월 25일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원격진료 플랫폼 허용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단순 편의성 때문에 환자 대면 원칙을 훼손하면 국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닥터나우가 공동 회장사를 맡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돼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에는 관련업체 2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1년간 원격진료 이용횟수가 300만 건에 이른다”며 “그만큼 원격진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세무사들도 스타트업과 충돌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자비스앤빌런즈는 2021년 4월 대한세무사회와 세무사고시회로부터 세무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고발을 당했다. 세무사들은 이 업체가 제공하는 간편 세무 회계 서비스인 ‘자비스’와 종합소득세 신고처리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삼쩜삼’이 세무사 자격이 없으면서 세무업무를 대리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자비스앤빌런즈는 납세자들의 자신 신고를 돕고 세무사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일 뿐 세무 대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정부에서 법 적용 예외 대상으로 정한 샌드박스 스타트업마저 이익단체들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빅밸류는 금융위원회에서 서민들과 은행의 고민을 덜어준 혁신 서비스 기업으로 보고 샌드박스 업체로 지정했다.

그런데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2020년 5월 빅밸류를 유사 감정 행위를 했다며 고발했다. 이 업체가 AI로 전국 부동산 시세를 분석해서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의 시세를 추정해 은행에 제공하는 ‘빌라시세닷컴’을 유사 감정 행위로 본 것이다. 빅밸류의 서비스는 서민들이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구입 시 은행의 대출 산정 근거로 쓰인다. 그동안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시세 정보가 없어서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결국 빅밸류는 1년간의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부의 적극적 행동 필요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할수록 기존 산업 및 이익단체들과 갈등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로톡과 강남언니 사태 등에 대해 주무부처에서는 스타트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지만 정작 필요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2021년 10월13일 코리안스타트업포럼 주최로 열린 ‘혁신 스타트업 활성을 위한 정부 초청 간담회’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변협이 징계권으로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탈퇴를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로톡이 합법이라는 의견을 경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 장관과 법무부의 이런 의견이 얼마나 실효성을 갖는지는 의문이다. 변협이 로톡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면 법무부가 사후에 이를 무효화할 수 있다. 변협도 이를 잘 알기에 징계를 하지 않고 위협만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무부의 사후 감독권은 의미가 없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도 같은 자리에서 강남언니 사태와 관련해 “의료인 단체에서 지나친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며 “(의료인 단체에) 좀 개선해달라고 논의해 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역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관련 스타트업들은 사업이 존폐 위기로 몰릴 수도 있다. 로톡은 변협의 징계 경고로 변호사 1,200명이 탈퇴하면서 실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샌드박스도 해당 스타트업 선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샌드박스 업체였던 빅밸류의 김진경 대표는 “감정평가사협회의 고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만 들었다”며 “이런 식이면 샌드박스 선정이 의미 없다”고 한탄했다.

즉 정부에서 제도 개선 등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이때 판단의 기준은 국민과 산업 발전에 미치는 이로움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국민들이 혜택을 보는 혁신 서비스라면 공리주의적 시각에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샌드박스도 1회성 선정으로 그칠 게 아니라 갈등 발생 요인을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양한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거대 IT 플랫폼들을 감안하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적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정부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가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는 사이 해외 기업들이 탄탄한 준비를 하고 국내에 들어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스타트업들만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실기하는 것이다. 혁신은 이런 기득권 세력을 뒤집는 것에서 시작된다.


※ KISO저널에 게시 및 수록된 글은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자 : 최연진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