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이용 규제와 표현의 자유

제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첫 접속차단

심의번호 유해-11-016-030, 이 번호가 부여되면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2011년 4·27 재보선과정에서 SNS를 통한 투표독려글이 확산된 것을 소개하면서 SBS <8시 뉴스> 방송에 트위터 @2MB18nomA가 노출되었는데, 누군가 이 장면을 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신고를 했다. 2011년 5월 9일 출범한 제2기 방통심의위는 정식 통신심의소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상임위원 3명이 ‘심의번호 유해-11-016-030’을 긴박하고 중요한 안건이라고 심의해서 http://www.twitter.com/2MB18nomA에 대해 국내에서의 접속차단을 10개 망사업자들에게 요구했다. 제2기 방송통신심의원회가 출범 후 처음 한 일이 SNS에 대한 심의다. 사실 @2MB-18nomA 접속차단 이전에도 제1기 방통심의위 시절 북한 트위터 ‘우리민족끼리’에 대해 접속차단 요구를 하였지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우리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2MB18nomA사건은 국내에서 벌어진 첫 SNS 접속차단이고, 그 적법 여부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다퉈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URL(URI)이나 twitter ID가 유통되는 정보인가?

방통심의위가 불건전정보(또는 일반유해정보)심의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설치법’) 제21조 제4호에서는 모든 정보가 아닌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를 심의 및 시정요구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의대상인 불건전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여야 한다. 그런데 URL은 인터넷주소인 Domain과 이용자의 ID(해당 이용자를 위한 디렉토리, 경로)가 결합하여 웹자원을 식별하기 위한 URI(Uniform Resource Identifier)의 하나이다. 그래서 ‘웹자원’ 자체는 ‘유통’되는 정보일 수 있지만, 그 웹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인 URL은 특정 웹자원을 유통시키기 위한 정보체계(syntax)로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가 아니다. ID도 마찬가지다. ID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정보’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와 이용자 사이에서만 ‘이용’될 뿐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일 수 없다.

表現과 表示의 차이

그런데 트위터의 경우 독특한 문제가 있다. 트위터사는 아래 <그림>과 같은 개인 프로필 페이지에 @ID라는 형식으로 사용자의 ID를 표시하고, 사용자가 글을 올릴 때 그 사람의 ID와 이름이 표시되고 이를 리트윗하게 되면 그 글을 쓴 사람의 ID가 @ID형태로 언급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트위터 ID가 ‘웹자원’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그림 > @2MB18nomX의 프로필 페이지

7-3

그러나 트위터 프로필 페이지나 트윗에 @ID형태로 해당 사용자의 ID를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은 트위터사의 독특한 서비스정책에 따른 것으로, 해당 사용자가 그 제공여부를 통제할 수 없고 트위터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이다. 그리고 다른 사용자들도 특정인의 @ID만 따로 유통시킬 수 없고 그 사용자의 트윗을 리트윗하거나 그 사용자의 ID를 자신이 직접 입력해서 언급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트위터사가 제공하는 @ID는 ‘웹자원’속에 포함되어 제공되는 정보지만, 유통되는 정보로 볼 수 없다. 그래서 트위터사가 제공하는 @ID는 특정 사용자를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표시’일 뿐 그 사용자의 글, 그림, 음성 등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다. 물론 이렇게 ID가 표시되는 상황을 이용해 ID 자체로 특정한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 상황(트위터의 경우 트위터사의 서비스 형식)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므로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제공되는 것에 불과한 트위터 ID를 심의대상으로 할 수 없다.

2MB18nomA는 욕설이 아니다!

2MB18nomA 중 ‘18’은 욕설이 아니라 아라비아 숫자로 발음할 때 비로소 ‘십팔’, ‘열여덟’, ‘일팔’ 등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nom’도 콩글리쉬(?)로는 ‘놈’으로 읽을 수 있지만, 미국식으로는 [na´m], 영
국식으로는 [nэ´m], 프랑스어로는 [nэ]으로 읽힌다. 그래서 “이명박 XXXX”라는 날욕이 아니라 다양한 발음의 조합 중에 욕설과 동일하게 발음할 수 있다는 점에서 2MB18nomA 자체는 직설적인 욕설이 아니라 영문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만든 말장난, 언어유희다.

언어유희이기 때문에 욕설로 볼 수 없지만, 욕설로 보더라도 ‘과도한 욕설 등 저속한 언어 등을 사용하여 혐오감 또는 불쾌감을 주는 내용’(정보통신 심의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호 바목)에서 말하는 ‘과도한 욕설’로 평가할 수 없다. 또 @2MB18nomA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기발한 발상으로 이 자체는 혐오감을 주는 것이 아니고, 이 대통령 개인 또는 그 정치행태에 염증을 느끼는 많은 국민들에게 즐거움, 쾌감을 주는 정보로 누구나에게 불쾌감을 주는 정보(오히려 누구에게만 불쾌감을 주는 정보가 아닐까?)로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방통심의위는 2MB-18nomA가 직접적인 욕설로 과도하다거나 불쾌감을 준다고 본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대통령에 대한 욕설은 정치적 표현이다!

욕설은 같은 말이라도 상황, 대상, 쓰임에 따라 저주와 악담의 쌍욕, 비아냥거림과 조소의 방귀욕, 애칭과 유희의 익살욕, 꾸지람과 차별의 채찍욕 등 다양하게 평가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욕설도 대통령의 처신·무능·부패·실정 등에 대한 비판, 대통령에 대한 분노·미움·실망·질책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일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에 대한 욕설은 쌍욕이라 할지라도 정치적 배설행위로 평가되어야 하고, 대통령은 국민들이 한 쌍욕에서 나름의 정치적 의미를 찾아내고 자신을 가다듬는 경계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2MB18nomA는 접속차단 당시 프로필 페이지에 이름으로 ‘MB OUT’을 내걸고 대통령이나 여당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표현을 많이 했는데, 방통심의위에서는 한 심의위원이 대통령을 ‘아버지’에 비유하면서 아버지에게 욕할 수 있냐는 투로 말하기도 하고, 한 심의위원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법에 없는 잣대를 들이대 표현이 아니라 표시에 불과한 2MB18nomA가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니 무조건 차단해야 한다고 한 것은 여러모로 정치적인 결정이었다. 대통령은 필시 욕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인데, 그 자리에 앉아서 욕먹을 짓을 하면서도 국민에게 욕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재인데도 방통심의위는 @2MB18nomA 접속차단을 감행해 표현의 자유가 아닌 대통령을 지키는 감시기관(Presidential Watchdog)임을 자임하게 된 것이다.

방통심의위에 의한 심의영역 확장?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방통위설치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성에서 비롯된다. 방통심의위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데(방통위설치법 제21조 제4호), 문제는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 뭘 의미하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방통위설치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서 “법 제21조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에 따른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규정함으로써 방통심의위가 필요하다면 사실상 모든 정보를 심의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방통심의위는 법률에 근거가 있는 심의대상인 불법정보, 청소년유해정보 외에 소위 ‘불건전정보’(또는 일반유해정보)라는 심의영역을 개척해 수많은 표현을 삭제하거나 접속차단결정을 하고 있다. @2MB18nomA도 불건전정보 중 하나인 ‘욕설정보’로 취급되어 차단될 수 있었다. 결국 @2MB18nomA에 대한 접속차단은 법률이 아닌 방통심의위가 스스로 정한 기준에 의한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정이 법률이 아닌 방통심의위의 자의에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줘 불건전정보 심의의 위헌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2MB18nomA 접속차단을 비판한 @2MB18nomX에 대한 접속차단?

한편, 이런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비꼬기 위해 @2MB18nomX를 개설하였는데 방통심의위는 @2MB18nomX에 대해서도 접속차단을 결정했고 역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2MB18nom’이 아니라는데도 차단한 것이다. ‘2MB18nom’을 거론하기만 해도 불경인가? 그렇다면 @2MB18nomA 접속차단을 거론한 수많은 인터넷언론기사는 왜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인지! 현재 @2MB18nomX에 대한 접속차단 시정요구에 대해서는 방통위설치법 제21조 제4호, 방통위설치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부분,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제2호 바목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계류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최근 최병성 목사의 ‘쓰레기 시멘트’ 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의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당정보 삭제를 요구했던 시정요구가 합헌(헌재 2012. 2. 23. 2011헌가13)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불법정보가 아닌 불건전정보에 대한 접속차단이 위헌인지, 불건전정보의 하나인 ‘욕설정보’에 관한 심의규정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서까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2MB18nom’ 사건을 계기로 점점 독선을 넘어 야만으로 치달아가는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에 경종을 울리는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기대한다.

저자 :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변호사/(전)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전)종교자유정책연구원 운영위원/(전)참여연대 집행위원회 공동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