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국내지도 국외반출 요청 이슈와 정책 시사점
구글 지도 반출 이슈는 지난 6월 1일에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반출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공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지도 반출 신청의 근거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다. 기본적으로는 반출을 금지하지만, 시행령 제16조의 2에 의거 7개 부처가 함께하는 ‘국외반출 협의체’에서 지도 데이터의 반출 여부를 협의한 후 통과하면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가지고 나갈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아 회의를 주재한다. 이 회의의 구성원들은 1)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2) 국익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 3) 부처별 소관 사무 및 정책에 관련되는 사항, 4) 기타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검토해 반출 여부를 결정한다.
반출 신청 지도 데이터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1:5000의 지도를 기반으로 SK텔레콤이 가공 및 수정한 데이터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지도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들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지도 데이터에서 주요 안보시설 데이터를 삭제하고 추가적인 수정을 거쳐 사용하고 있다.
구글은 반출 목적으로 GIS 콘텐츠 산업 활성화, 국내 관광산업 진흥,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통한 국내 소비자의 편익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구글은 2007년부터 꾸준히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요청해왔지만, 이번에도 반출 신청은 ‘보류’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판단을 11월로 미뤘다. 처리가 쉽지 않은 문제인 까닭이다.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두고는 크게 네 가지 이슈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보, 세금, 국내산업과의 충돌, 마지막으로 지도 표기다.
■ 안보 : 위성사진을 지워라 vs 안보에 추가적인 위협이 없다
그간 정부가 반출을 거부한 사유는 ‘안보’다. 정부는 지도 데이터 반출 조건으로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에서 국내 안보시설을 흐리게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위성지도에는 안보시설까지 찍혀있다.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데이터에는 민감한 정보가 지워져 있지만,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청와대 등 민감한 시설의 위치가 구체화 될 수 있다. 정부가 위성사진에서 안보 등 민감한 시설에 대한 정보를 지워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구글은 두 가지 이유에서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위성사진 서비스와 지도 반출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를 대상으로는 안보시설을 흐리게 처리하고 있지만, 글로벌 서비스인데 한 국가가 요청한다고 해서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를 수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다. 두 번째 주장은 정부의 입장을 좀 더 직접적으로 반박한다. 이미 디지털 글로브, 지오아이 등 세계적인 위성사업자와 지도 재판매 업체들이 오랫동안 위성사진을 서비스하고 있다. 구글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지도 데이터와 위성사진 결합’ 역시 추가적인 안보 위협을 낳지 않는다고 말한다. 구글 서비스로 결합하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를 결합하면 안보시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러시아의 얀덱스 맵이나, 네이버 혹은 카카오에서 서비스하는 정밀지도도 해외에서도 다 볼 수 있기 때다. 이 두 가지의 서비스를 결합하기도 쉽다. 구글이 지도를 가지고 나간다고 더 위험해지는 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구글 같은 글로벌 서비스에서도 안보 시설를 흐리게 처리한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이다. 구글은 이에 대해 위성사진 제작 단계에서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이미 만들어진 위성사진을 구매해 서비스에 활용하는 서비스 업체에게 지워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본다.
■ 세금 : 데이터 센터 설치하라 vs 클라우드 서비스로 운용한다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고 하지 말고 데이터 센터를 국내에 구축해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한다. 이에 구글은 데이터 센터가 국내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세금 문제가 직접적으로 엮여 있지는 않다. 구글이 구글 지도 서비스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지도 데이터 반출’이지 데이터센터 설립이 아니다. 때문에 정부는 가부를 결정하는 입장에서 지도 데이터를 반출을 허락해서 생기는 손익을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도 세금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에는 구글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도 데이터 반출이 걸린다. 구글 지도를 서비스하고 싶거든 서버를 두면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물론 구글은 “구글의 서비스는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운용하고, 데이터센터의 입지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정해진다”라고 설명하고 “그래도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지도 반출에 반대하는 입장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두 번째 방법의 핵심은 구글이 다른 국내 기업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내고, 국내법의 규제를 받는 것에 있다. 일단 다른 국내 기업과 똑같이 통제를 받고 세금을 내는 것부터 하라는 주장이다.
구글은 일관되게 ‘국내법을 준수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구글로 대표되는 글로벌 IT 기업은 조세를 회피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조세 회피’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방법이지 불법은 아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의 조세 문제는 하나의 국가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조세 형평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글로벌 IT 기업이라고 하면 흔히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MS만 떠올리지만, 삼성전자도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구글에서 세금을 더 걷게 된다면, 삼성전자도 타국에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을 겨냥하는 법인세 개정이 미적지근했던 이유기도하다.
다만, 최근 주요 20개국은 글로벌 IT 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할 수 있는 공조 방안에 합의했다. 소위 ‘구글세’를 걷는 데 각국 정부가 동의하고 법·제도 정비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국가 간 세원 잠식 및 소득이전(BEPS)에 관한 대응방안’이라고도 한다. 국제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조세문제가 해결된다면, 적어도 세금 측면에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 국내산업과의 충돌 : 보호가 필요하다 vs 갈라파고스화 우려된다
세금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네이버 등 국내 업체는 억울하다고 말한다. 자기들은 세금을 내고, 규제받아가며 사업을 하는데, 구글은 해외 기업이라는 이유로 자유롭게 사업할 뿐만 아니라 세금도 충분히 내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한다. 역차별 주장이 나온다.
또한, 국내 업체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이 들어온다면 국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구글은 ‘갈라파고스화’를 주장하며 혁신과 경쟁을 이야기한다. 자꾸 보호만 하려고 하면 소위 ‘글로벌 표준’에서 엇나갈 수 있으며, 서비스 품질 향상에 도움도 안 된다는 말이다. 또한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허락해야 구글 지도를 활용하는 산업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소위 ‘포켓몬 고’ 같은 위치 정보 기반 사업의 가능성을 말한다. 구글은 에어비앤비, 우버 등 지금은 커다란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도 구글 지도를 활용했거나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 지명 표기 문제 : 동해–독도 표기해야 vs 글로벌 표준 따른다
지명 표기 문제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지점이다. 동해-독도 표기 관련이다. 한국에서는 동해-독도로 보이지만, 일본판에서는 일본해-다케시마로 표기돼 있으며, 글로벌 버전에서는 일본해(동해)-리앙쿠르 암초로 표기돼 있다. 구글은 글로벌 서비스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원칙을 따라간다고 설명하지만, 한국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