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판결의 함의

1. 들어가며1

2023년 12월 대법원은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방통위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0두50348 판결, 이하 ‘본건 판결’). 이로써 세간에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사건’ 혹은 ‘페이스북 접속속도 저하 사건’으로 알려졌던 페이스북과 방통위 사이의 법적 분쟁이 페이스북의 완승(完勝)으로 5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글에서는 본건 판결의 사실관계와 쟁점을 간략히 소개하고 판결이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2

2004년경 출시된 페이스북 서비스는 2010년경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고, 2016년에는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3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원래 SKT, KT, LGU+ 이용자에게는 KT와 트랜짓(transit)4 계약을 맺고 KT 인터넷데이터센터(이하 ‘KT IDC’)를 통하여 트랜짓 방식으로 트래픽을 제공하였고, SK브로드밴드(이하 ‘SKB’) 이용자에게는 홍콩의 Mega-i IDC(이하 ‘홍콩 IDC’)에서 피어링(peering) 방식으로 트래픽을 제공하여왔다. 그런데 2016. 1. 1.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이하 ‘상호접속 고시’5 )가 시행되면서 동일 계위(tier)간6 인터넷 직접접속 시 접속통신료가 ‘무정산’ 방식에서 ‘상호정산’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공짜로 페이스북 트래픽을 제공하던 KT가 이제는 거액의 상호접속료를 SKT, LGU+에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KT는 이를 이유로 페이스북에게 “트랜짓 계약 갱신시에는 페이스북이 KT에 더 많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페이스북은 KT와의 트랜짓 계약 갱신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에서 향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하여 사전 고지나 협의 없이 2016. 12. 8. 에는 SKT 이용자의 일부 접속경로를, 2017. 2. 14.에는 LGU+ 이용자의 일부 접속경로를 각 KT IDC에서 홍콩 IDC 등으로 변경하였다. 그러자 페이스북 트래픽이 KT 네트워크가 아니라 홍콩 IDC 및 해외 ISP 네트워크 등으로 몰리게 되어 병목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접속 지연, 동영상 속도 저하 등의 불편을 겪게 되었다.

방통위는 2018. 3. 21.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전기통신사업법7 제50조 제1항 제5호 후단 등(이하 ‘본건 쟁점조항’8 )이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페이스북에게 시정명령 및 3억 9,600만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였다. 페이스북은 2018. 5. 13.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3. 쟁점 및 판단

. 쟁점

사실관계에 관하여 다툼이 없다면 본건 사건의 쟁점은 사실 단순하다 할 수 있다. 바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하는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제한’에 해당하는지 이다. 법리적으로 전형적인 ‘법률 해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 법원의 판단

위 쟁점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은 심급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i) 제1심 법원은 본건 쟁점조항은 페이스북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침익적 행정처분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근거 조항이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법리하에9 다음과 같은 이유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은 이용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페이스북 승소).10 ① ‘지연’과 ‘제한’은 문리적으로 그 의미가 구별되므로 ‘이용제한’은 이용을 못하게 막거나 실질적으로 그에 준하는 정도로 이용을 못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② 원칙적으로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이용제한’이라 볼 수 없다. ③ 페이스북과 같은 CP의 서비스 품질에 관하여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본건 쟁점조항 외에 별도로 명문의 규정을 두어야 한다. (ⅱ) 제2심 법원은 이와 달리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제한’에는 해당하지만 본건 쟁점조항이 규정한 추가적인 요건(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페이스북 승소).11 (ⅲ) 대법원은 다시 제1심 법원과 유사한 논리로 접속경로 변경은 ‘이용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페이스북 승소).

4. 시사점

본건 판결은 법리적으로만 보면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상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은 더욱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그 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은 금지된다는 기존의 확립된 법리를12 재확인하였다는 점 외에는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본다. 본건 판결의 의미는 법리적 측면이 아닌 정책적 측면, 보다 정확하게는 인터넷에 기반한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와 갈등 조절이라는 ‘인터넷 거버넌스’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2016년 정부가 동일 계위간 상호접속 비용 부담 원칙을 ‘무정산’에서 ‘상호정산’으로 변경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통신사업법상 정부가 전기통신사업자간 상호접속의 범위, 조건, 절차, 방법, 대가 산정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규정되어 있기는 하다(제39조). 그러나 전기통신사업자(A)가 다른 전기통신사업자(B)와 상호접속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떠한 방식(예컨대 peer인지 transit인지)으로 할 것인지, 비용은 서로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예컨대 무정산(즉 상호 비용 자기부담)인지, 아니면 트래픽 양에 비례한 비용 부담인지]는 기본적으로 사적 자치의 원칙상 A와 B가 합의하여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되며, 이를 정부가 특정한 방향으로 규제(특히 본건과 같이 ‘상호정산’이라는 계약 내용을 강제하는 사전규제)한다면 그 필요성, 정당성, 타당성이 엄밀히 증명되어야 함은 물론 비례의 원칙에 따라 공익 달성을 위하여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그 규제 권한이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개방성, 연결성, 자율성 등을 속성으로 하는 인터넷의 본질상 해외의 경우 인터넷 망 상호접속은 대부분 정부 규제 없이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사업자간 협정을 통하여 해결되며, 특히 동일 계위간 상호접속은 대부분 무정산 피어링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졌다.13 그렇다면 2016년에 정부가 시행한 ‘동일 계위 상호정산’은 인터넷의 본질 및 글로벌 관행과는 맞지 않는 다소 무리한 사전규제,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호접속 고시가 시행된 지 4년만인 2020년에 사실상 ‘동일 계위 무정산’ 방식으로 상호접속제도가 돌아갔다는 점 또한14 이러한 평가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논거이다.

결국 본건 판결이 주는 시사점은 태생적으로 중앙집중형이 아닌 분산형, 자율형 거버넌스를 채택하고 있는 인터넷, 그리고 그러한 인터넷에 기반한 다양한 시장 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이는 규제 실패로 귀결된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규제 실패로 인한 피해는 결국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의 세심한 규제 설계 및 집행이 요구된다. 본건에서도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상도덕상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법’행위에는 해당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페이스북은 결국 ‘일방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했음에도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던 반면,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접속 지연 등의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었기 때문이다.

  1. 잘 알려졌듯이 페이스북은 2021. 10. 29. 회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본건 판결의 당사자는 메타가 아니라 아일랜드에 위치한 페이스북 법인(Facebook Ireland Limited)이고, 본건 판결의 배경이 된 2016년 사건에서의 회사명 또한 페이스북이므로, 이 글에서는 페이스북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본문으로]
  2. 본건 판결문 및 제1심 판결문(서울행정법원 2019. 8. 22. 선고 2018구합64528 판결)에서의 인정사실에 기초하였다. [본문으로]
  3. 미래창조과학부 2017. 1. 31.자 보도자료, “2016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2쪽. [본문으로]
  4. 인터넷은 말 그대로 망(net)과 망들이 상호 연결(internet)된 네트워크이다. 망간 연결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개인 등에게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ISP들이 상호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통상 ‘상호접속’이라고 한다. 상호접속 방식은 논리적으로 피어링(peering, ‘동등접속’)과 트랜짓(transit, ‘중계접속’)의 양자로 구분된다. 피어링은 말 그대로 상호접속한 peer 사이에서만 트래픽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반면 트랜짓은 상호접속한 peer사이뿐 아니라 그 peer와 연결된 제3자 사이에도 트래픽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피어링과 트랜짓을 설명한 국내 문헌으로 김현경, “인터넷 접속통신료 정산방식의 국제관행 조화방안에 대한 소고”, 성균관법학 제32권 제1호(2020. 3.), 137-142쪽 참조. [본문으로]
  5. 미래창조과학부고시 제2014-105호(2014. 12. 29. 일부개정)를 말한다. 상호접속 고시는 전기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설비간 상호접속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고시이다. [본문으로]
  6. 인터넷 망 사업자의 규모, 소위 ‘체급’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티어 1, 2, 3으로 나뉘며, 국내 기준과 글로벌 기준이 따로 존재한다. 국내 기준으로 티어 1은 기간통신사업자 중 자체 망을 보유한 SKT, KT, LGU+등 이다. [본문으로]
  7. 2018. 12. 11. 법률 제158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본문으로]
  8.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 ① 전기통신사업자는 공정한 경쟁 또는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금지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다른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제3자로 하여금 금지행위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

    5. 이용약관(제28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신고하거나 인가받은 이용약관만을 말한다)과 다르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③ 제1항에 따른 금재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42조(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 ① 법 제50조제3항에 따른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은 별표 4와 같다.

    [별표 4]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

    5.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제공 행위

    법 제50조 제1항 제5호 중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한다.

    나. 5)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ㆍ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 [본문으로]

  9.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두48884 판결 참조. [본문으로]
  10. 서울행정법원 2019. 8. 22. 선고 2018구합64528 판결. [본문으로]
  11. 서울고등법원 2020. 9. 11. 선고 2019누57017 판결. 위 판결을 비판한 연구로는 표시영, “정보통신환경에서의 이용자이익 저해행위에 대한 비판적 고찰”, 정보법학 제24권 제3호(2020. 12.), 191-226쪽. [본문으로]
  12.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두64982 판결 등. [본문으로]
  13. 상호접속 고시가 시행된 2016년의 글로벌 상호접속 관행에 관하여는 Bill Woodcock & Marco Frigino, 2016 Survey of Internet Carrier Interconnection Agreements, PHC(Packet Clearing House) (2016. 11.) 참조. [본문으로]
  14. 동일 계위인 A사와 B사간 트래픽 교환비율(A:B)이 1:1 에서 1:1.8 사이이면 무정산하는 방식이다. [본문으로]
저자 : 이해원

국립목포대학교 법학과 교수 / 법학박사, 변호사(Korean Bar) / KISO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