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 특집①>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청소년 음란물 차단 책임’ 위헌 심판 제청결정
1. 들어가며
초고속인터넷이 가정마다 보급되면서, 온라인상에서 음란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콘텐츠 이용이 개인별 매체인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다.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도입되고 있으나, 정보의 바다라 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음란물은 모니터링하고, 이러한 유해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법제상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 음란물은 그 자체로 불법정보로서 온라인상에서 유통이 금지된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이와 달리 합법의 테두리 내에 있으나, 아동·청소년에게는 유해하므로 콘텐츠 제공을 제한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일명 19금 콘텐츠에 대한 제한적 제공의무가 있다(청소년보호법 제16조).
한편,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더라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1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물을 유통시킨 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자도 이러한 음란정보 유통에 협조를 하면 방조범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3도4128 판결).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사회적 책무의 범위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논의가 있어 왔는데, 2012년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콘텐츠, 즉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할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가 아래와 같이 법제화되었다{「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 제1항(이하 “본건 법률조항”)}.
최근 법원은 포털을 운영하던 사람이 본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모니터링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서, 본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는바,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6. 8. 19.자 2015고단2430 결정).
2. 본건 위헌심판제청결정의 내용
가. 온라인서비스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 표현의 자유 및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위반
1) 본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폐쇄형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이용자들의 의사소통이나 정보교류는 비공개된 통신에 해당하므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정보통신망을 감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위와 같은 온라인서비스를 이용하여 통신하는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음란물 자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그 보호가치가 없으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다른 표현물도 어떠한 형태로든 제한, 감시를 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본건 법률조항은 온라인서비스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역시 제한한다.
본건 법률조항은 정보의 매개자에 불과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음란물을 유통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자를 모니터링하여 적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영업의 자유까지 제한한다.
2) 입법목적의 정당성 : 인정됨
온라인을 이용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유통이 만연하고,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현실에 비추어 정보통신망을 통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유통을 방지하려는 본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3) 수단의 적합성 : 없음
정보통신망을 통한 불법정보, 특히 저작권을 침해하는 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하여 전기통신사업법은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하여 불법정보의 유통 방지를 위한 일정한 기술적 조치를 요구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3). 그러나 위 각 조항은 모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수범자로 하는 본건 법률조항과는 달리 그 적용대상이 한정되어 있고, 위반시 제재도 과태료에 불과하며,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명확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면 그 범위 외의 책임을 면하여 주는 규정을 두어(저작권법 제102조), 저작권보호를 위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의 자발적인 조치를 유도하면서도,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고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유통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조장하지 않는 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정보매개자에 불과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제하는 입법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4)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 위반
통신의 비밀과 표현의 자유는 모두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그에 대한 제한은 극히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정도로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본건 법률조항은 수범자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제공되는 서비스가 매우 다양함에도 그 적용대상 및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수많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목으로 정보통신망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 및 감시를 허용하게 된다. 더욱이 ‘발견하기 위한 조치’의 내용이 법률에 그 대강조차도 규정되지 않고(심지어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기술적 조치’로 한정된 것도 아니다)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였다.
한편, 본건 법률조항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하고 있으나, 시행령 규정 역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전문가조차 쉽게 알기 어렵고, 더욱이 어떠한 표현물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2은 극히 가치평가적이어서 기술적 조치만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찾아내는 것이 현재의 기술로써 가능한지도 불확실하다.
이처럼 본건 법률조항은 그 적용대상 및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그 내용도 명확하지 않아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는 반면, 정보통신망에서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유통방지라는 그 입법목적의 달성에 있어서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하여 별다른 실익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5) 본건 법률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따라서 본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통신의 비밀 및 표현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나. 죄형법정주의 위반
본건 법률조항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모니터링 의무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게 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르면,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07. 7. 26. 선고 2006헌가4 결정 등 참조).
본건 법률조항은 그 적용범위에 있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취하여야 하는 조치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또한 발견하기 위한 조치의 내용 역시 법과 시행령을 함께 검토하여도 어떤 조치를 어떠한 수준으로 취해야 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법집행기관과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형사처벌이 결정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본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헌적 조항으로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다. 소결
법원은 위와 같이 본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형사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고, 위헌적 조항으로 볼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하는 결정을 하였다.
3. 결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즉 아동이나 청소년이 음란한 행위의 객체로 등장하는 매체물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수단을 연구하여 도입하는 것은 건전한 인터넷 이용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산업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경의 개념이 희미해지는 인터넷 세상에서의 규제는 아무리 목적과 취지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기술적·제도적으로 모든 측면을 세심하게 검토하지 않는 한 규제의 본래 도입취지를 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인하여 국내 사업자들만을 고사시키고, 우리나라의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며, 그 빈자리를 우리의 실효적 규제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외국 사업자에게 고스란히 내주게 되어, 규제도입의 취지와는 반대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본건 법률조항에 대한 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인터넷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가 철폐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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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망을 통한 음란정보유통 금지 및 형사처벌규정은 원래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로 도입되었다가, 2001년 정보통신망법으로 규정이 이동한 이래, 몇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와 같이 규정되었으나, 음란물유통이 금지되고 위반시 형사처벌이 된다는 내용은 변한 적이 없다. [본문으로]
-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된 내용이 아동ㆍ청소년의 성교행위 등을 표현하는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 등장인물의 신원 등에 대하여 주어진 여러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외관상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라야 하고, 등장인물이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단정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09.24. 선고 2013도4503 판결 참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