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닥이 남긴 디지털헬스케어 유료화 모델의 과제
1. 유료화 도전 나선 똑닥
국내에 병원 예약 서비스를 선보이며 1000만 명 넘는 회원을 보유한 ‘육아필수앱’ 똑닥이 2023년 유료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2017년 출시 후 6년 만이다. 똑닥은 소아청소년과 진료 예약 등을 연결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선 필수 앱으로 자리잡은 국내 1위 의료 플랫폼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부터 똑닥의 유료화 고민은 시작됐다.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매년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유료화 이후 평가는 엇갈렸다.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선 국내 시장에 새로운 유료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반면 소비자단체 등에선 유료화 서비스가 병원 진입 장벽을 만들면서 의료접근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똑닥 서비스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1) 배경
똑닥은 2017년 3월 비브로스가 출시한 국내 첫 병·의원 진료예약 플랫폼이다. 서비스를 출시한 뒤 7년간 무료로 운영해 왔다. 앱에서 병원을 검색하고 원하는 진료 시간대를 선택하면 병·의원 시스템과 연동돼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단기간에 시장에 침투했다. 진료 예약과 함께 진료 시간, 대기자 수 등을 보여주는 ‘편의성’을 더하면서 사용자는 급격히 늘었다. 비브로스에 따르면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중 50%는 자녀 등 가족회원이다. 평균 월간 사용자 수도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예약부터 진료시간, 대기자 수까지 확인할 수 있어 소아과를 찾는 학부모들이 특히 많이 애용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문 연 병원을 찾아 예약할 수 있어 늦은 밤이나 휴일에 갑자기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부모들에게 똑닥은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앱 사용자 후기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나 여행 등으로 거주지 밖에서 병원을 찾을 때 도움받은 부모들의 감사 인사가 잇따랐다.
잘 나가는 서비스였지만 고민도 있었다. 높은 성장세에도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똑닥 유료화 전 비브로스는 병원 키오스크 판매 등을 하면서 연간 2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서버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매년 50억~8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자금난 탓에 서비스 중단까지 고민해야 했다.
2) 구독서비스 전환 이유
구독형 서비스 전환은 고민 끝에 내놓은 답안지였다. 광고를 넣는 방식으로 사용자 불편을 키우는 것보다는 정기 구독료를 받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료 광고 등을 활용하면 사용자 경험이 떨어지는 데다 자칫 특정 병원에 편향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져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당시 똑닥은 멤버십 전환으로 누적된 적자 폭을 줄이고 서비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 곁에 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유료 멤버십 전환을 택했지만 완전한 해결 방안은 아니었다. 월간 이용료로는 적자의 50~70% 정도를 메우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성장세가 꺾일 위험도 있었다.
우려와 희망적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똑닥은 2023년 9월 월간 1,000원, 연간 1만 원을 내면 무제한 접수·예약을 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모델로 전환했다. 다만 병·의원별 대기자 수 확인은 계속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앱으로 연결 가능한 병·의원은 1만4천 곳에 이른다.
2. 유료화 전환에 엇갈린 반응
1) 시민사회계의 비판
출시 직후 성적은 좋았다. 유료화 직후 2주 만에 30만 명이 멤버십에 가입했다. 150만 명 안팎이던 월 이용자 수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료 서비스를 활용해 의료접근성을 훼손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23년 12월 좌담회를 통해 똑닥으로만 예약을 받는 병원이 생기고 똑닥을 이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진료가 불가능해지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소아과 오픈런’ 논란까지 생기는 상황에서 똑닥이 아이들의 건강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병의원, 환자가 아닌 플랫폼 기업이 개인의 건강정보를 확보하게 되고 부수적인 이익까지 얻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당시 좌담회에 참석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건강보험의 진료를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중개하고 비급여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의료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의 독과점이 시작되면 향후 1,000원의 이용료 부과가 아닌 비용에 따른 서비스 차등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앱으로만 환자를 받는 것은 환자에 대한 진료 거부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의료기관 중개 영업은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3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똑닥은 화제가 됐다. 당시 국감에선 똑닥과 같은 앱이 출현하게 된 국내 의료 서비스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면서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갈 병원이 사라지고 이 때문에 틈새 시장을 노린 앱이 사업모델을 키우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였다.
결국 정부도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12월 똑닥을 통해서만 진료예약을 받고 현장 접수를 받지 않는 병원 8곳에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며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이런 행정처분을 하기 직전인 2023년 11월 1~10일 복지부에 병원 진료 거부라는 이유로 30건의 민원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 내용은 병원에서 온라인 예약이 많다면서 현장접수를 일찍 마감했다는 내용이었다.
2) 업계에 남긴 숙제
똑닥의 도전은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도 많은 교훈을 남겼다. 똑닥이 유료화 구독 모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던 2023년 말 업계에선 똑닥의 멤버십 도전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공고한 시장 점유율을 갖춘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유료화했을 때 얻는 장점은 분명하다. 꾸준한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추가 투자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 런웨이(Runway)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디지털헬스케어 업체들엔 상당히 신선한 도전이었다. 배달·부동산·법률·의료 등 다양한 시장에서 버티컬 플랫폼들이 생활에 편리를 주고 있지만 분명한 수익모델을 확보한 플랫폼은 많지 않아서다.
더욱이 건강보험 진료비가 상당히 저렴한 데다 의료 관련 서비스에 추가 비용 지급을 꺼리는 소비자 성향 탓에 명확한 수익 모델을 구축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상당히 드문 상태다. 추가 자금 조달로 몸집을 키우냐, 피보팅(사업모델 전환)으로 자생력을 키우느냐의 전환점에서 똑닥은 후자를 택했고 어느정도 성과를 확인한 셈이다.
물론 한계도 분명히 확인했다. 의료 서비스라는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서 플랫폼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에 한국은 상당히 제약이 많은 국가라는 점이다. 병원 예약의 편리성을 제공한 서비스였지만 똑닥 유료화 후 시민사회계에선 ‘의료 접근성 훼손’과 ‘영리화’라는 비판적 프레임을 씌웠다. 일부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똑닥 구독형 서비스 가입에 드는 비용이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도 되지 않는 월 1,000원이었지만 ‘의료 서비스를 돈벌이에 활용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구독형 유료 서비스 전환 후 플랫폼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업체에는 부담이다. 유료 전환 후 서버를 확충하고 접속 안정성을 높이는 데 투자를 확대했지만, 무료 서비스일 때는 ‘사소한 불편’이었던 것들이 유료 서비스일 때는 ‘커다란 장애’가 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똑닥의 유료화 전환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유다.
똑닥의 행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롭게 시장이 열린 비대면 진료 플랫폼 시장에도 많은 숙제를 남겼다. 국내에선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해도 별도 비용을 받을 수 없다. ‘무료 약 배송’ 등으로 출혈 경쟁을 하며 많은 플랫폼 기업이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명확한 수익모델을 확보한 곳이 ‘제로’인 배경이다.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솔닥 등 비대면 플랫폼 기업들의 사정은 모두 비슷하다. 더욱이 이들이 서비스 유료화에 나선 이후의 상황을 똑닥이 그대로 보여줬다. 의료 공공성 훼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규제를 강화하거나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대안적 플랫폼을 구축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유료화 전환이라는 분명한 비즈니스 모델 탓에 사업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