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의 개요 및 향후 과제
Ⅰ. 들어가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인류 사회는 문명의 모든 활동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고도정보사회로 급속히 변모하였다. 특히 2016년 이후 대두된 ‘제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의 모든 산업과 기술은 ICT 기반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지구적으로 촉발된 정보화 혁명으로 인해 오늘날 경제는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전통적인 생산 요소가 아닌 데이터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로서 기능하는 소위 ‘데이터 경제’(Data Economy) 시대로 변화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1
전통적인 경제체계에서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 요소가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소유와 거래의 대상이 되었듯이, 데이터 경제하에서의 생산 요소인 데이터 또한 자연스럽게 소유와 거래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데이터는 사유재(私有財)가 가지는 본질적 속성인 배타성(exclusivity)2 과 경합성(rivalry)3 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견해이다. 유체물로서의 형태가 없고 개념적으로만 존재하는 데이터의 본질상 다수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고, 특정인이 다른 사람의 데이터 사용을 배제할 수 없으며, 여러 명이 데이터를 공유하더라도 소비 가능한 데이터의 총량이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다.4 비배타성(Non-exclusivity), 비경합성(Non-rivalry)으로 인하여 데이터는 전통적인 ‘소유와 거래의 대상’과는 다소 이질적인 특성을 띄게 된다. 더욱이 우리 법제는 물건(物件)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민법 제98조), 데이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고,5 이러한 통설에 의하면 데이터는 물건이 아니므로, 물건에 성립하는 권리인 물권(物權) – 대표적으로 소유권 – 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데이터는 사회통념과 달리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고, 따라서 토지나 물건을 매매하는 경우와는 달리 소유권 제도를 통하여 보호받거나 거래될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다.6
물론, 그렇다고 하여 데이터의 보유 및 거래가 일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보유 및 거래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예컨대 특정인이 생산ㆍ보유 또는 관리 중인 데이터를 타인이 무단으로 사용하더라도 어떠한 법적 제재가 없다면) 데이터 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사회통념과 달리 데이터는 전통적인 소유권 제도를 통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법, 지식재산권법, 불법행위법 등과 같이 소유권 제도가 아닌 다른 법제를 통하여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법제 하에서 보호가 이뤄져 왔다.7 그러나 이와 같은 보호 방법은 물건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하듯 데이터 그 자체에 대해 배타적인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과는 권리 보호의 수준이나 방식 등의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에 일반적인 재산법적 권리(소위 ‘데이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꾸준히 주장돼 왔다.8 그런데 2022. 1. 4. 제정되어 같은 해 7. 5. 시행 예정인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이하 ‘산업디지털전환법’)은 산업데이터에 관한 사용ㆍ수익권(이하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을 규정하고 있는바(제9조), 이는 비록 ‘산업데이터’로 국한되기는 하지만 데이터에 관한 일반적인 재산법적 권리를 명문으로 인정한 최초의 입법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본고에서는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에 방점을 두어 산업디지털전환법의 개요를 소개하고 향후 법적 과제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Ⅱ. 산업디지털전환법의 주요 내용
1. 제정 배경
산업디지털전환법은 그 제명(題名)에서 알 수 있듯이 AI,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소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여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이다(제1조). 특히 본고의 핵심 논의 대상인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법제화와 관련하여 제정 이유를 살펴보면, “산업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에 따른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데이터의 활용을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산업데이터에 관한 활용 및 보호 원칙에 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9
2. 주요 개념: ‘산업데이터’, ‘산업데이터 생성’, ‘산업데이터 활용’
산업디지털전환법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권리 주체, 권리 내용, 성립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하여 ‘산업데이터’, ‘산업데이터 생성’, ‘산업데이터 활용’이라는 용어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산업디지털전환법 제2조(정의) 1. “산업데이터”란 「산업발전법」 제2조에 따른 산업, 「광업법」 제3조제2호에 따른 광업, 「에너지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에너지 관련 산업 및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제2조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ㆍ생산ㆍ유통ㆍ소비 등 활동(이하 “산업활동”이라 한다) 과정에서 생성 또는 활용되는 것으로서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 2. “산업데이터 생성”이란 산업활동 과정에서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통하여 기존에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산업데이터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산업데이터의 활용을 통하여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데이터가 발생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말한다.3. “산업데이터 활용”이란 산업데이터의 수집, 연계, 저장, 보유, 가공, 분석, 이용, 제공, 공개 및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를 말한다. |
3.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
2.에서 살펴본 개념정의를 토대로 산업디지털전환법은 “산업데이터의 생성자 또는 그로부터 산업데이터를 제공받은 자가 산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ㆍ수익할 권리”인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을 명문으로 규정하였다(제9조). 위 권리는 말 그대로 “산업데이터를 활용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바,10 특정 재화를 사용ㆍ수익할 권리는 재산권의 대표적 속성의 하나이므로 위 권리가 재산권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의문은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 헌법은 재산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도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함으로써(제23조 제1항) 재산권의 내용ㆍ한계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법률에 유보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이라는 새로운 재산권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 이에 관한 산업디지털전환법상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산업디지털전환법 제9조(산업데이터 활용 및 보호 원칙) ①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는 해당 산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ㆍ수익할 권리를 가진다. ② 산업데이터를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생성한 경우 각자 해당 산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ㆍ수익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당사자 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③ 산업데이터가 제3자에게 제공된 경우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와 제3자 모두 해당 산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ㆍ수익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당사자 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④ 누구든지 산업데이터를 생성하거나 제공받은 자의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권리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산업데이터 활용의 목적 및 성격, 산업데이터의 활용이 그 산업데이터의 현재 또는 잠재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⑤ 산업데이터 생성 또는 활용에 관여한 이해관계자들은 산업데이터의 원활한 활용과 그에 따른 이익의 합리적인 배분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위 등을 이용하여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산업데이터를 사용ㆍ수익할 권리를 가지는 자는 산업데이터의 무결성ㆍ신뢰성을 확보하고 산업데이터가 분실ㆍ도난ㆍ유출ㆍ위조ㆍ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하며, 산업데이터를 활용한 제품ㆍ서비스가 위해를 발생시키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⑦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제4항 전단 및 제6항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
위 규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 귀속: 원칙적으로 ①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단독 생성의 경우), ② 산업데이터를 공동으로 생상한 자 모두(공동 생성의 경우), ③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로부터 해당 산업데이터를 제공받은 자에게 귀속된다. 단 ② 및 ③의 경우 당사자간의 약정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
(2)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내용: (1)에서 살펴본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자는 산업데이터를 활용하여 수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11
(3)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자의 의무: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자는 산업데이터의 무결성ㆍ신뢰성 확보 의무, 분실ㆍ도난ㆍ유출 등의 방지, 위해 창출 방지 의무 등 한마디로 ‘산업데이터의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담한다.
(4)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보호: 누구든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침해할 수 없으며,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Ⅲ. 산업디지털전환법의 향후 과제
산업디지털전환법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이라는 재산권을 규정함으로써 데이터에 관하여 계약법, 불법행위법, 지식재산권법 등 기존 법리가 아닌 일반적인 재산권적 측면의 보호를 최초로 성문화하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권리를 법률로 창설하는 것은 자칫 수범자인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며, 수범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신설된 권리에 관한 해석 및 적용 또한 명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산업디지털전환법에 관해서는 앞으로 다음 사항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12
(1) ‘산업데이터’의 개념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은 산업데이터에 성립하는 재산권이므로, 산업데이터의 개념은 위 권리의 범위와 내용을 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문리적으로만 본다면, 산업데이터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현존하는 모든 데이터가 아닌 ‘산업’에 한정된 데이터라고 읽힌다. 그러나 Ⅱ.에서 살펴보았듯이 산업디지털전환법에서 말하는 산업데이터는 “산업발전법에 따른 산업뿐 아니라 광업, 에너지(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포함) 관련 산업을 모두 포함하는 경제 영역에서 생성 또는 활용되는 데이터”로 폭넓게 정의되어 있다. 특히 산업발전법에 따른 ‘산업’은 제조업, 도ㆍ소매업, 화물운송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영화 제작업, 방송업, 전기통신업, 정보서비스업(자료처리, 호스팅, 포털 등), 연구개발업, 전문서비스업(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등), 병원업, 의원업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13 즉, 산업데이터는 사실상 오늘날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서 생성 또는 활용되는 데이터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바꿔 말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데이터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산업디지털전환법상 산업데이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산업데이터를 광의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그러한 데이터에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을 창설하는 내용을 규정한 산업디지털전환법의 시행은 사실상 데이터에 관한 일반적인 재산권을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를 발생시키게 되고, 이로 인한 파장 또한 사실상 모든 산업계에 미치게 되는바, 이러한 규범 체계가 적절한지에 관하여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법의 입법 과정(예컨대 국회 상임위 검토보고서나 법안심사 회의록 등)을 살펴보면, 산업데이터의 개념이 적절한지에 관하여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 다른 법률과의 관계
신법을 제정할 경우 기존 법률과의 관계를 세심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이미 시행 중인 구법(舊法)과의 충돌 및 저촉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통상의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산업디지털전환법 또한 ‘다른 법률과의 관계’라는 제목의 조항을 두어 구법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제4조). 그러나 해당 조항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처리 및 보호에 관한 사항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점은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나, 그 외 다른 사항에 있어 충돌 및 저촉이 발생할 경우 산업디지털전환법과 기존 법률간의 우선 순위가 다소 명확하지 않다. 특히 (1).에서 언급하였듯이 산업디지털전환법은 그 근간이 되는 개념인 ‘산업데이터’를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는바, 산업데이터 개념이 광의로 해석될수록 다른 법률과 충돌 및 저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일례로 산업데이터의 개념은 병원이나 의원에서 생성 또는 활용되는 데이터(소위 ‘의료데이터’)도 포괄한다. 그런데 의료데이터의 생성 및 활용은 기본적으로 의료법이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규율 대상이다. 따라서 산업디지털전환법이 시행될 경우 의료데이터의 생성 및 활용에 관해 어느 법률을 어떻게 적용하여야 하는지 다소 명확하지 않다. 또한 산업디지털전환법과는 별도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데이터의 활용 촉진 및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산업법’)이 제정되어 2022. 4. 20.자로 이미 시행되었는 바, 데이터산업법의 데이터 개념14 과 산업디지털전환법의 산업데이터 개념은 서로 겹치며, 데이터산업법 또한 ‘데이터자산의 보호’라는 제목하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데이터 자산’으로 규정하여 이에 관한 일정한 법적 보호 장치를 두고 있는 등, 양 법률간 중첩되는 규정이 많아 동일 데이터에 대한 중복 규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15)
(3)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내용
산업디지털전환법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내용에 관해서도 다음과 같은 점은 다소 불명확하며, 상당 부분 해석론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보여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사용ㆍ수익권자의 범위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가이드라인 초안에 의하면 “사용ㆍ수익권자는 개인과 법인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 주무부처의 해석으로 보인다.16 그렇다면 법인에 소속된 개인, 즉 법인의 피용자도 사용ㆍ수익권자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직원이 상당한 인적 또는 물적 노력을 투입하여 산업데이터를 생성하였다면, 그 산업데이터에 대한 사용ㆍ수익권은 직원 개인에게 귀속되는지, 사용자인 기업에게 귀속되는지, 아니면 양자에게 공동으로 귀속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의 경우 저작물의 창작자나 특허발명의 발명자는 개인(즉 자연인)이지 법인이 아니며, 법인은 업무상 저작물 제도나 직무발명 제도와 같이 법률의 규정을 통하여 예외적으로 저작권이나 특허발명을 받을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점에 비춰 보면, 피용자도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자가 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이를 승계취득해야 한다는 견해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위 문제는 실무적으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겠으나, 현재 통용되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을 예정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갱신이나 개정이 필요하며, 이는 많은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요하므로17 실무적으로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사용ㆍ수익권의 귀속 및 내용이 사실상 당사자간 계약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된다. 일례로 산업디지털전환법에 의하면 산업데이터를 공동으로 생성한 경우 그 공동생성자 사이에 사용ㆍ수익권을 어떻게 귀속시킬 것인지(권리의 지분을 정할 것인지, 특정인의 단독 권리로 할 것인지 등), 또 사용ㆍ수익의 방법 및 그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당사자간 약정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계약자유의 원칙이나 사적자치의 원칙에 비춰 본다면 일응 타당하다 할 수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계약 내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상당하며, 당사자간의 정보 비대칭이나 협상 우열로 인하여 불공정한 계약이 체결될 우려도 크다는 점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셋째, 산업데이터에 관한 권리 보호 및 거래 활성화를 위하여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이 입법되기는 했으나, 현행 규정만으로는 위 취지를 달성하기에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 우선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은 법문상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對世的) 권리이기는 하지만, 물권이나 지식재산권과 달리 권리 침해 자체를 이유로 한 금지청구는 불가능하며,18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권리가 침해되고 침해자에게 귀책사유(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19 또한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경우 누가 권리자이며 그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제3자가 쉽게 알 수 있는 공시 방법이 없어 권리의 이중양도와 같이 권리자 보호 및 거래 활성화를 저해하는 법적 리스크가 다른 권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 할 수 있다.20 나아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은 산업데이터의 생성자뿐 아니라 그로부터 산업데이터를 ‘제공’받은 제3자도 취득하는 것이 원칙인데(산업디지털전환법 제9조 제3항 본문), 한계비용이 0인 상태에서 무한 복제ㆍ제공이 가능한 데이터의 속성상 산업데이터를 제공받은 제3자는 무한히 확대될 수 있다. 즉, 특정 산업데이터에 관한 사용ㆍ수익권자가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가치는 권리자가 증가할수록 감소할 것이며, 권리자가 늘어날수록 공시 제도의 미흡으로 야기되는 거래 불안정성은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Ⅳ. 마치며
데이터 경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그 근간이 되는 데이터의 보호 및 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제도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산업디지털전환법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이라는 권리를 국내 최초로 입법화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아직 법이 시행되지 않았고, 하위 법령(시행령, 시행규칙 등)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다양한 시각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고에서는 그러한 논의의 단초로서 산업데이터의 범위, 다른 법률과의 관계,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의 내용 및 범위의 세 가지를 우선 제시하여 보았다. 아무쪼록 애초 입법 취지에 맞게 산업디지털전환법이 산업데이터 생성ㆍ활용을 활성화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제도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바란다.
- 데이터 경제의 개념은 2011년 David Newman이 쓴 가트너(Gartner)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David Newman, How to Plan, Participate and Prosper in the Data Economy, Gartner Research G00211545 (2011. 3.). 경제학에서는 ‘data economy’라는 용어 대신 ‘data driven economy’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본문으로]
- 배타성이란 특정인이 해당 재화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즉 해당 재화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특정인이 배재할 수 있다는 성질을 말한다. [본문으로]
- 경합성이란 특정인이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몫은 감소하는 성질을 말한다. 즉 어떠한 재화에 대하여 한 사람이 소비하면 다른 사람은 그가 소비하고 남은 물량만큼만 소비할 수 있다면, 그러한 재화는 경합성을 가지고 있다. [본문으로]
- Luciano Floridi, Information: A Very Short Introduction 78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박기주, “데이터 기반 소유권의 형성과 그 본질에 관한 연구”, 인하법학 제24권 제3호, 2021. 9., 331쪽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국회입법조사처,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 방안”, 입법ㆍ정책보고서 제69호, 2020. 12., 8~13쪽. [본문으로]
- 참고로 데이터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건’을 “전기나 데이터 등 관리할 수 있는 무체물”로 개정하는 민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회기때 발의된 바 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김세연 의원 대표발의, 민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제23867호, 2019.11.18.). [본문으로]
- 이동진, “데이터 소유권(Data Ownership), 개념과 그 실익”, 정보법학 제22권 제3호, 2018. 12., 227-233쪽. [본문으로]
- 일례로 오병철, “제3의 재산으로서 데이터의 체계적 정립”, 정보법학 제25권 제2호, 2021. 8., 168-173쪽. [본문으로]
- 법제처,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ㆍ개정 이유”, 2022. 1. [본문으로]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데이터 계약 가이드라인(1차공개버전)”, 2.1.1.항.
http://www.idx.or.kr/portal/dx-cooperation-support/contract-guideline/introducion/index.do (최종접근일: 2022. 6. 8.)
[본문으로]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데이터 계약 가이드라인(1차공개버전)”, 2.1.항.
http://www.idx.or.kr/portal/dx-cooperation-support/contract-guideline/introducion/index.do (최종접근일: 2022. 6. 8.)
[본문으로]
- 본고의 성격이나 지면의 제약상 상세한 논의나 검토는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둔다. [본문으로]
- 산업발전법 제2조, 동법 시행령 제2조 및 [별표 1]. [본문으로]
- 데이터산업법상 데이터는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하여 관찰, 실험, 조사, 수집 등으로 취득하거나 정보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서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자료 또는 정보”로 정의된다(제2조 제1호). [본문으로]
- 일례로 아시아경제 2022. 3. 22.자 기사, “데이터법 중복입법 우려…법조ㆍ산업계, ‘정부 거버넌스 확립 필요’”, https://www.asiae.co.kr/article/2022032219150144649 (최종접근일: 2022. 6. 8. [본문으로]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데이터 계약 가이드라인(1차공개버전)”, 2.1.항. [본문으로]
- 예를 들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과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본문으로]
- 물론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 침해 행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 금지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등 다른 법률 또는 판례법리상 인정되는 금지청구 요건을 충족하면 그에 따른 금지청구는 가능하다. 본고에서 언급하는 부분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 침해만을 이유로 한 금지청구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 산업디지털전환법은 산업데이터 사용ㆍ수익권 침해 행위를 형사처벌하거나 행정벌을 가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반면 2022. 4. 20.자로 시행된 개정 부정경쟁방지법(법률 제18548호)는 데이터 부정사용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독자적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제2조 제1호 카목), 위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한다(제18조 제3항 제1호). [본문으로]
- 참고로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발생 및 귀속에 관하여 무방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저작권 양도나 이용허락의 경우에는 그 사항을 저작권등록부에 등록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저작권법 제54조), 일응의 공시 제도를 갖추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