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공유 전동킥보드는 왜 사라졌을까?

도심의 혁신적 ‘퍼스트-라스트 마일’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전동킥보드가 거리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때 수십 개에 달했던 공유킥보드 스타트업들은 2021년 이후 급격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독일의 윈드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윈드(WIND)와 싱가포르의 공유킥보드 업체 뉴런 모빌리티가 2021년 말 한국 사업을 종료한 데 이어 세계 최대 공유킥보드 업체인 라임(LIME)도 2022년 6월 30일 자로 국내시장에서 철수했다.
남은 업체들도 속속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 선언을 하고 있다. 업계 선두 주자였던 더스윙(The Swing)은 2023년 말 서울시에서 전동킥보드 공유사업을 아예 중단하고, 택시 호출 및 통학버스 등 신사업으로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1 2021년 말 야심 차게 공유 킥보드 시장에 진출한 SKT 계열의 티맵모빌리티 역시 2023년부터 진행한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25년 3월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종료했다.2
이처럼 대기업까지 시장에서 손을 떼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공유 킥보드 이용자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지쿠·스윙·빔·씽씽·디어·킥고잉·알파카·다트·셔클·플라워로드·플러스팟)의 월간활성사용수(MAU)를 보면 2024년 10월 총 MAU는 184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221만600명)보다 약 17% 감소했다.3 이러한 시장 축소의 배경에는 법·제도의 변화, 안전 문제에 따른 인식 악화, 사업 환경 악화, 인프라 부족, 대체 수단의 부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적 규제 강화
전동킥보드에 대한 법적 규제는 2021년을 전후해 크게 강화됐다. 2020년까지만 해도 비교적 느슨했던 규제가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엄격해지면서, 만 16세 이상이고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게 됐다.4이에 따라 운전면허가 없는 미성년자와 무면허 성인은 법적으로 전동킥보드 이용이 금지됐고, 2인 탑승 금지(위반 시 범칙금 4만 원)와 안전모 착용 의무(미착용 시 범칙금 2만 원)도 명문화됐다. 또한 음주 운전 시 10만 원의 범칙금과 형사처벌까지 부과되는 등 자동차와 유사한 수준의 제재가 시행됐다. 이러한 면허 의무화 조치가 시행된 2021년 이후 공유 킥보드 이용자 수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규제 강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공유 킥보드 업체에 대해 이용자 면허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마련돼, 앞으로는 대여 시 사용자의 운전면허증을 앱 등을 통해 확인하지 않으면 영업할 수 없게 될 예정이다.5서울시 등 지자체도 불법 주정차 단속을 대폭 강화해, 인도나 금지 구역에 방치된 공유 킥보드에 대해 즉시 견인 및 과태료 부과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4년 12월부터 무단 방치된 킥보드를 발견 즉시 견인하고 있으며, 견인 시 한 대당 4만 원의 견인료와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업체에 부과하고 있다.6 그 결과 불과 2개월여 만에 업체들이 부담한 견인 관련 비용만 3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전동킥보드 대여사업자에 대한 보험 가입 의무화 등 제도도 추진한 바 있다. 2020년 수립된 ‘PM 안전관리 방안’에 따라 전동킥보드 대여업을 등록제화하고 책임보험 가입을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최근 업계에서도 무보험 킥보드 사고 피해 보상 문제가 제기되면서 보험 의무화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7 이처럼 법·제도적 장벽이 높아지면서 전동킥보드 이용 및 사업 전개가 과거보다 까다로워졌다. 더스윙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로 인해 전동킥보드 사업을 영위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매출 대비 과도한 규제 비용 탓에 마이크로모빌리티 사업을 축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전 문제 및 사고 증가에 따른 소비자 인식 변화
정부와 지자체가 이처럼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이유는 안전사고가 급증한 것이 핵심이다. 실제 국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117건에서 2022년 2386건으로 5년 만에 약 20배 폭증했다.

특히 무면허 운전, 안전모 미착용, 음주 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 누적 사상자만 총 9122명(사망 95명·부상 9027명)에 달한다.8
이처럼 사고가 속출하면서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크게 나빠졌다. 언론과 시민들은 전동킥보드를 “도로 위의 무법자” 또는 “킥라니”(킥보드 + 고라니의 합성어)라 부르며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전체 킥보드 사고의 30~35%는 무면허 운전자가 일으킨 것이며, 가해 운전자의 60% 이상이 10대 청소년이라는 분석까지 나와 사회적 불안이 커졌다.9 경찰 단속 결과를 봐도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승차 정원 초과 등의 법규 위반이 다반사였는데, 2024년 7~8월 실시된 집중 단속에서 불과 2주간 9445건의 위반이 적발됐다. 특히 이 중에서 73.4%가 안전모 미착용, 18.9%가 무면허 운전 사례로 집계돼 기본 안전 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줬다.10
이러한 사고 증가와 규칙 위반 사례들은 이용자 본인과 보행자 모두에게 전동킥보드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실제로 서울시가 만 15~69세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개인형 이동장치(PM) 대시민 인식 조사(09.27.~30.)’를 펼친 결과, 전동킥보드로 인한 불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시민이 79.2%에 달했다.11 이 중 충돌 위험을 겪었다는 응답이 75.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보도주행 △무단방치 △과속운전 순이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 또한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 응답자 1000명 중 363명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타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 가운데 95%가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이처럼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전동킥보드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 강화 요구도 높아졌다. 사고 다발 및 안전 문제는 결과적으로 시장 위축을 불러온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도시 인프라 및 정책적 지원 부족
도시 교통 인프라의 미비와 정책 지원 부족도 전동킥보드 이용 감소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로 통행이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자전거전용도로가 충분하지 않은 도심에서는 갈 곳을 잃은 킥보드가 차도와 인도를 경계 없이 누비는 상황이다. 한 언론 분석에 따르면, 전동킥보드가 달릴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전체 도로의 17.6%에 불과하며 나머지 80% 이상 구간에서는 킥보드가 보행자나 자동차와 공간을 공유해야 했다.12
이러한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킥보드 이용자들은 차도의 차량과 섞여 달리거나 인도로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져 사고 위험이 커졌다. 실제로 자전거도로가 없는 지역의 킥보드 주행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며, 보행자 입장에서는 무방비로 달려오는 킥보드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이는 다시 킥보드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전동킥보드 주차 공간 등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공유 킥보드 특성상 이용 후 인근 적당한 장소에 아무렇게나 세워두는 ‘비거치식(dock-less)’ 운영이 이뤄졌는데, 이를 받아줄 전용 거치대나 주차 구역 마련이 미비해 도심 곳곳에 무질서하게 킥보드가 놓이게 됐다. 그 결과 보도 위에 방치된 킥보드가 보행 장애물로 전락했다.
이처럼 도시 내 수용 공간과 인프라 부족은 킥보드의 무질서한 이용을 낳아 부정적 여론을 키웠고, 궁극적으로 규제 강화와 이용 감소의 빌미가 됐다.
대체 이동 수단의 성장과 소비자 수요 감소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와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다른 대체 이동수단으로 눈을 돌린 점도 시장 축소의 한 요인이다. 전동자전거(e-bike)와 같은 퍼스널모빌리티 대안이 대표적이다. 전동킥보드와 달리 전기자전거는 관련 규제가 비교적 완화돼 있다. 일정 조건을 갖춘 전기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로 분류돼 면허가 없어도 이용 가능하고, 자전거도로 주행이 허용되며 안전모 착용도 권고 사항일 뿐이다. 또한 공유 전기자전거는 거치식으로 운영되거나 견인 규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무단 방치에 대한 부담도 적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전동킥보드보다 전동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컨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이용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단거리 이동 수요를 흡수하고 있고, 민간 공유서비스들도 킥보드 대비 전기자전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공유 킥보드 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따라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더스윙은 킥보드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자전거 등 4륜 모빌리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고, 다른 신규 퍼스널모빌리티 스타트업들도 애초부터 킥보드 대신 전기자전거 사업만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13 이처럼 규제와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대체 수단이 성장하면서 전동킥보드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종합하면 면허 의무화와 같은 규제 강화, 사고 급증으로 인한 안전 우려, 업계의 연이은 철수와 재정난, 인프라 부족, 그리고 대체 교통수단의 부상이 맞물려 지난 몇 년간 한국 전동킥보드 시장이 빠르게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0년 전후 붐을 이루었던 공유 킥보드는 2023년 이후 급감했고, 개인용 킥보드 수요 역시 위축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일 요인이라기보다 복합적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서, 앞으로 시장을 회복시키거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에는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도 전동킥보드의 운행을 금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가 주민 투표 끝에 2023년 9월부터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를 금지한 데 이어, 호주 멜버른,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의 공유 전동킥보드를 ‘퇴출’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한때 혁신적 이동수단으로 각광받던 전동킥보드는 앞으로의 생존에 있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할 것이다.
- “킥보드 규제 후폭풍…공유 킥보드 업체 짐싼다”, ZDNET Korea, 2025.3.5. [본문으로]
- “티맵모빌리티, 전동킥보드 서비스 내달 종료”, 연합뉴스, 202.02.25. [본문으로]
- “‘혁신 모빌리티’서 골칫덩어리로… 전동킥보드, 사고·규제 강화로 이용자 ‘뚝’“, 조선비즈, 2024.11.27. [본문으로]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1.06.03. [본문으로]
- “전동킥보드 빌릴 때 ‘면허 확인’ 의무화한다”, 아시아경제, 2024.10.24. [본문으로]
- “킥보드 규제 후폭풍…공유 킥보드 업체 짐싼다”, ZDNet Korea, 2025.03.05. [본문으로]
- “전동킥보드 사고, 무보험차 상해 특약 들면 보상”, 조선일보, 2023.10.26. [본문으로]
- “전국 27만 대 공유전동킥보드…사고건수 7년만에 20배↑”, 대한경제, 2024.10.03. [본문으로]
- “전동킥보드 사고 3분의 1 무면허…10대가 67.6%”, YTN, 2024.08.12. [본문으로]
- “전동킥보드 안전모·무면허 단속했더니…2주 만에 9000건 적발”, 동아일보, 2024.08.20. [본문으로]
- 서울시, “전국 최초 ‘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 시민 80% 보행 중 불편 겪어”, 2024.11.05. [본문으로]
- “‘킥라니’ 사고 줄어드나···정부 안전관리 강화 나서”, 전남일보, 2024.07.11. [본문으로]
- ““전동킥보드 살려”…공유 킥보드 업체, 신사업 찾아 ‘삼만리'”, 디지털데일리, 2025.02.2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