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온라인 수업 현황과 발전 방향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의 공습 이후 급속히 비대면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비대면 시대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변화를 촉발하고 있지만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교육’이다. 유네스코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59.9%의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 폐쇄로 등교를 기다리고 있으며, 많은 국가에서 중단 없는 학습을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해 학생건강과 안전보장, 학습공백 최소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을 실시했다. 3월 31일부터 단계적 방식에 의해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2학기를 맞이한 현재에도 학교 상황에 따라 등교수업과 병행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비대면 시대의 도래에 따른 국내 온라인 수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국내 온라인 수업 현황
교육부는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 ‘수준 높은’ 교육 제공, ‘차별 없는’ 기회 제공을 온라인 수업의 3대 방향으로 삼아 시기별로 균형 있는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온라인 수업 준비 단계에는 교육 접근성 확보를 위해 ‘안정적인’ 인프라 마련과 온라인 수업 운영기준을 만드는 제도 정비에 집중했다면, 본격적인 원격교육 실행 단계에서는‘수준 높은’ 교육 제공을 위해 디지털교과서, e학습터를 비롯한 다양한 공공 콘텐츠와 양질의 민간 콘텐츠를 함께 제공했다. 온라인 수업 안정화 단계에는 ‘차별 없는’ 기회 제공을 위해 저소득층 및 장애 학생들에게 맞춤 온라인 수업과 긴급 돌봄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을 위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은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해 전국 모든 초․중․고 학생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e학습터 인프라를 300만 명 규모로 증설했다. 다양한 수업 콘텐츠를 제공하고 평가와 상담체제를 운영하는 등 교사들의 원격교육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위기 상황 속에서 긴급한 대응으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KERIS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 경험과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약 56%가 원격교육 도입이 온・오프라인 융합 수업 등 수업 혁신에 기여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아울러 학생의 약 58%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고 응답해, 온라인 수업이 미래역량 기반의 교육체제 전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 수업의 개선점으로는 수업의 질 개선과 학부모의 부담 완화, 교육격차 해소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교사의 약 80%가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학습 격차가 심화된 원인으로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차이(46.92%),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13.86%), 학생-교사 간 피드백의 한계(11.26%) 등을 꼽아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수업 발전 방향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 병행체제가 고착되면서, 이제 온라인 수업은 교육 중단에 대한 단순한 위기대응 차원에서가 아니라, 미래교육 체제로의 도약을 위한 역할로 재정립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작권 제도 개선을 통한 온라인 수업의 활성화 기반 조성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의 실시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은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이는 처음 접하는 교육 방법에서 오는 생소함에도 원인이 있지만,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온라인상에서의 수업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 및 제도 기반이 미처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코로나 기간 중 교과서 PDF 파일의 온라인 전송을 허용하는 것을 포함해 수업목적의 저작물 이용에 대한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코로나 기간에 한하는 임시적 조치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라는 큰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4월 교육부가 교사 22만 명을 대상으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33%는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기 위해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온라인 수업에서 어려운 점으로 41.3%가 저작권 문제를 꼽았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공공 플랫폼(e학습터, EBS 온라인클래스 등)에 업로드 된 저작물이 4월 230만여 건에서 9월에는 6000만 건을 넘어서는 통계 수치를 봐도 온라인 수업에서의 자유로운 저작물 이용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이 교육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수업 목적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제도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업의 주체인 교사, 학생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과 KERIS 저작권지원센터와 같은 공공의 지원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둘째, 민간 참여 기회 확대를 통한 디지털 교육 생태계 조성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공교육에서도 양질의 기술을 가진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에듀테크 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은 미래 교육체제 전환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공교육에 사기업의 참여를 극히 제한해 왔기 때문에 사교육 중심으로 불균형적인 에듀테크 시장이 형성돼 왔다. 이제는 교수・학습 활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민간의 첨단 기술이 맞춤형 학습을 비롯해 교사업무 경감, 교육 행정 등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일례로, 영국은 학교 기술 활용과 관련된 민간 참여 방식을 혁신적으로 전환해, 학교와 기업이 함께 교육 서비스를 기획하는 협력 디자인 모델, 기술 테스트베드 모델, 실증 모델 등의 다양한 협력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교사와 학생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가장 적합한 에듀테크 제품 및 서비스를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온라인 플랫폼인 렌드에드(LendED)를 운영함으로써 학교의 에듀테크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을 참조해 공교육의 에듀테크 수요와 기업의 기술력이 만날 수 있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조성해, 학교 현장의 수업 질을 높이는 동시에 에듀테크 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격차와 소외 없는 전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
OECD PISA(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내 디지털 기기 활용 빈도는 30개국 중 29위,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에 대한 인식은 32개국 중 31위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이 인공지능 활용 능력, 디지털 윤리 등을 포함해 삶의 소양으로서 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의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습지도를 위해, 혹은 자신의 생산적 활동을 위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기치 않은 온라인 수업 경험은 대한민국의 전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전반적인 디지털 역량 수준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학교의 역량, 가정환경,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등에 의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교육격차 해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재택근무 확대, 전자상거래,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디지털 역량은 점점 더 생존과 직결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정보 격차가 교육, 사회, 경제 전반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디지털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 원격교육의 경험이 위기대응에서 나아가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참고 문헌]
- 교육부(2020), 2020 온라인 수업 추진경과 및 향후 개선 방안
- 한국교육학술정보원(2020), OECD PISA 2018을 통해 본 한국의 교육 정보화 수준과 시사점
- 한국교육학술정보원(2020), COVID-19 개학연기에 따른 초·중·고 실태 사전조사
- 한국교육학술정보원(2020), COVID-19 확산예방 조치 온라인 개학에 따른 초·중·고 원격학습현황 1차 조사
- 한국교육학술정보원(2020), COVID-19에 따른 초·중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