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의 합리적 규제 방안
1. 들어가며
소셜미디어의 정보제공 기능이 강화되고, 유명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유명인은 SNS 플랫폼 내에서 또 다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명인 마케팅은 기존 광고에 피로감이 누적된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유명인의 마케팅은 유명인의 친밀성에 기초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의 한 유형으로, 속성상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가 광고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유인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광고와 정보 또는 정당한 리뷰의 구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하고 합리적 구매 결정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된 뒷광고란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특정 상품이나 용역을 자신의 콘텐츠에 노출시키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광고성 콘텐츠를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을 의미하는 ‘내돈 내산’으로 포장하는 일부 유명인의 행위가 인터넷 이용자들의 비난을 받으며, 현재 유명인 마케팅 산업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함께 유명인의 상업적 콘텐츠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솔직하게 표기하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을 준수하자는 내용의 클린 콘텐츠 캠페인을 기획하고, 표시광고법과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의 주요 내용을 업계에 알리는 등 자정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뒷광고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와 미국의 유명인 마케팅에 대한 법적 규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 뒷광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제재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우리나라의 유명인 마케팅 규제
유명인의 뒷광고와 관련하여 표시광고법과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이하 식품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등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표시광고법이 금지하는 기만적 광고에서의 ‘기만’이란 거래에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하여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누락, 은폐, 축소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1 심사지침에서는 추천·보증을 광고주의 의견이 아닌 제3자의 독자적인 의견으로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심사지침 Ⅲ. 1.). 소비자의 구매 선택시 유명인의 추천이나 보증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유명인의 추천·보증 게시물이 상업적 광고라는 사실은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실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실을 누락하거나 은폐한 게시물은 기만적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2 이번 심사지침의 개정으로 유명인 마케팅에 대한 기존의 법적 규제 내용과 공정위의 법 집행의 방향성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 다만, SNS 등 변화된 소비 환경을 반영하여 다양한 SNS 매체에 적용할 수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원칙을 마련하고, 사진이나 동영상 등 매체의 특성을 반영한 공개 방법과 예시를 신설하였을 뿐이므로, 유명인의 종전 게시물도 개정된 심사지침에 반하는 경우에는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다음, 식품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제8조 제1항 제5호)를 금지하고 있는데, 동법 시행령 [별표 1] 5.에서는 기만적 표시·광고의 구체적 내용으로 체험기를 이용하거나, 단체추천 표현의 사용, 의사 등의 추천·보증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를 기만적 광고로 예시하고 있다. 따라서 식품 등에 대해서는 유명인의 체험기3 나 의사 등 전문가의 추천·보증 게시물은 경제적 이해관계의 공개 여부를 불문하고 기만적 광고로 규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명인의 뒷광고가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호가 금지하는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법은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를 규율하는 법이므로, 동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란 유명인이 스스로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공동구매를 알선하면서 기만적인 게시물로 광고를 하는 경우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4 이 경우 유명인의 게시물은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표시광고법에서 말하는 추천·보증과는 차이가 있다.
3. 미국의 유명인 마케팅 규제
미국 FTC(Federal Trade Commission, 연방거래위원회)법 제5조에서는 ‘기만적인 행위나 관행(deceptive acts and practices)’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널리 소비자를 속이고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판촉 활동(promotional activities)을 포함한다.5 기만(deception)이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 표현(representation), 생략(omission), 또는 관행(practice)으로 이해되는데, 뒷광고는 유명인 추천·보증의 신뢰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주와 유명인 사이의 실질적 이해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행위로 기만적인 행위나 관행에 해당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FTC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광고를 규제할 권한6 에 따라 ‘추천·증언 사용 광고에 관한 가이드’(Guides Concerning the Use of Endorsements and Testimonials in Advertising), ‘FAQ 형식의 추천 가이드’(The FTC’s Endorsement Guides: What People Are Asking), ‘소셜미디어 유명인를 위한 공개 101’(Disclosures 101 for Social Media Influencers) 등 일련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FTC의 가이드라인은 광고의 진실성(truth-in-advertising)에 기초해 SNS를 통하여 특정 브랜드를 추천하면서 브랜드와의 실질적 이해관계(material connection)7 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에는 FTC법에서 금지하는 기만적 광고에 해당할 수 있고, 실질적 이해관계는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prominence),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여(presentation), 소비자가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placement), 게시물은 전달하려는 주장과 근접한 위치(proximity) 공개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FTC의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2017년 초 미국 유명인의 인스타그램 추천 게시물 중 93%가 FTC 규정 위반으로 파악되고 있다.8
한편, 최근 FTC는 유명인 마케팅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2020년 2월 FTC의 상임위원 로힛 초프라(Rohit Chopra)는 성명을 발표하고, ‘추천·증언 사용 광고에 관한 가이드’ 업데이트를 위한 공개의견 수렴(public comment)을 개시하였다.9 성명서는 유명인 마케팅에서 많은 수익을 얻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광고주에게 초점을 맞추어, 플랫폼에 대한 요구사항의 개발과 기업이 유명인의 계약상 준수해야 할 사항의 명시, 기존 추천 가이드의 요소를 공식 규칙화 하여 위반행위자에 대한 민사 금전벌(civil penalty)과 손해배상 책임의 부과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4. 뒷광고의 합리적 규제 방안
살펴본 바와 같이 뒷광고는 표시광고법상 기만적 광고로 규율할 수 있으나, 그 처벌 수준과 법적 제재 방안과 관련하여 몇 가지 살펴볼 문제가 있다.
첫째, 뒷광고의 주체인 유명인에 대한 법 집행 가능성이다. 유명인 개인은 최소비용으로 뒷광고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당사자이지만,10 표시광고법은 규제대상을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명인 개인에 대한 표시광고법 적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적용범위를 인(person)으로 규정한 FTC법과 규제대상을 제한하지 않은 식품표시광고법과 구별된다. 그러나 유명인이 반복적으로 상업적 콘텐츠를 작성하면서 반대급부를 받는 경우에는 이를 사업으로 볼 수 있으며, 표시광고법은 다른 사업자나 다른 사업자의 상품 등에 관한 사항도 광고의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으므로(제2조제1호) 해석상 유명인 개인을 사업자로 보아 표시광고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11
둘째, 유명인의 개인에 대한 법 집행 수준이다. 뒷광고의 대부분은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 즉 유명인의 콘텐츠가 사실은 광고라는 사실을 누락시킨 행위로, 상당수의 뒷광고는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거나 행위자가 위반행위를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유명인을 사업자로 보아 제재하는 경우에도 공정위가 자진시정을 유도하여 경고로 사건을 종결하거나, 이에 대한 과태료 조항12 을 신설하는 등 불법의 정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제재 수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책임 문제이다. 유명인 마케팅의 성장과 함께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콘텐츠 이용 증가에 따른 광고의 노출 증가나, 비즈니스 계정 등 관련 상품 개발 등을 통하여 수익을 늘리고 있다. 뒷광고 문제의 해결책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지적13) 이 있으며, FTC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유료 프로모션 포함’과 같은 문구를 콘텐츠에 표시하는 툴(tool)을 제공하고 있으나, 유명인의 툴 사용 의무나 플랫폼 사업자의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여부의 확인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고, 플랫폼 사업자의 협찬 여부 확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당 플랫폼의 콘텐츠 유형에 적합하고, 심사지침상의 요구가 반영된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툴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표준화된 공개 방법은 상업적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강화하고, 유명인의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의 관행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김두진, “부당한 표시․광고의 위법성 판단 기준”, 「소비자문제연구」, 제48권 제3호, 한국소비자원, 2017, 166면 이하 참조. [본문으로]
- 블로그 광고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16. 4. 6. 선고 2015누3503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누34924 판결 등 참고. [본문으로]
- 공정거래위원회, “실제로 대가를 받았음에도 비영리 공동구매로 가장한 파워블로거 제재”, 2011. 11. 11.자 보도자료. [본문으로]
- 식품의약품안전처, “다이어트, 부기제거에 좋다며 고의·상습적으로 부당 광고한 영향력자(인플루언서) 4명 등 적발”, 2020. 7. 28.자 보도자료 참조. [본문으로]
- FTC, “.com Disclosures”, (2013), at 2. [본문으로]
- 15 U.S.C. § 45(b) (2012). [본문으로]
- 일련의 FTC 가이드라인에서는 우리나라 심사지침상 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및 개인적 관계라도 추천이나 보증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material connection을 실질적 이해관계로 파악한다. [본문으로]
- Mediakix, “93% of Top Celebrity Social Media Endorsements Violate FTC Guidelines”, available at https://mediakix.com/blog/celebrity-social-media-endorsements-violate-ftc-instagram/. [본문으로]
- FTC, “Statement of Commissioner Rohit Chopra Regarding the Endorsement Guides Review”, (February 12, 2020), https://www.ftc.gov/policy/federal-register-notices/16-cfr-part-255-guides-concerning-use-endorsements-testimonials. 참고로, 의견 수렴기간은 2020. 6. 22.까지로 연장되었다. [본문으로]
- Laura E. Bladow, sLaura E. Bladow, “Worth the Click: Why Greater Ftc Enforcement is Needed to Curtail Deceptive Practices in Influencer Marketing”, 59 Wm. & Mary L. Rev. 1123, 1155 (2018). [본문으로]
- 손봉현, “표시광고법상 인플루언서 마케팅 규제 – 실질적 이해관계의 공개를 중심으로 -”, 경제법연구, 제19권 제1호, 2020, 163-164면. [본문으로]
- 참고로, 뒷광고 논란 이후 인플루언서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표시광고법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되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 김여라, “소셜미디어(social media) 허위과장 광고의 규제 현황 및 개선방안”, 이슈와 논점, 제1691호,(202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