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직거래, 자율적 안전장치 구축 필요하다

부동산 직거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지인 간 거래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직거래가,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중개보수에 대한 부담과,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직접 거래’에 대한 니즈가 맞물려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부동산 직거래의 확대는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를 넘어, 시장 구조의 변화와 제도적 안전장치의 부재라는 보다 복합적인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 직거래의 장점: 비용, 속도, 유연성

우선, 부동산 직거래가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중개보수 절감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나 상가 매매에서는 중개수수료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 유인은 무시하기 어렵다.

또한, 중개인을 매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유연성과 거래 속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직거래의 이점이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직접 만나 조건을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어, 사전에 충분한 정보와 경험을 가진 당사자라면 효율적인 협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동네 커뮤니티, 부동산 관련 앱, 카페 등을 통해 매물 정보를 공유하고, 입주민 간 직접 거래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나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거래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거래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 직거래의 단점: 전문성 부족, 법적 리스크, 사기 노출

하지만 직거래는 그만큼 위험을 개인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일반 거래자가 중개 전문가 수준의 법률적·행정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를 진행할 경우, 정보 비대칭성과 권리관계 오판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등기부등본에 나타난 근저당권, 가처분, 전세권, 유치권 등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낯선 개념일 수 있다. 전세 거래의 경우,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여부나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여부에 따라 후순위 보증금의 위험성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직거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서 허위 매물, 임대차 사기, 명의 도용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사회 초년생, 1인 가구, 외국인 등 거래경험이 부족한 취약계층이 직거래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 회복 비용과 시간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거래는 관련 제도나 법률적 보호장치가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결국 시장 참여자의 자율성 확대가 보호장치 없이 방치될 경우, 사적 위험으로 전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제도적 보완 없는 직거래 활성화는 양날의 검

물론 직거래를 무조건 배척할 이유는 없다. 거래 당사자 간 신뢰가 확보되고, 관련 정보를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직거래는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제도적 토대 없이 거래를 개인의 판단에만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첫째, 표준화된 직거래 계약서와 특약 항목 가이드라인 제공이 필요하다. 계약서 작성은 거래의 핵심이자 분쟁 예방의 출발점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나 국토부 등에서 일부 양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직거래 특유의 리스크를 반영한 계약서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

둘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나 거래이행보증제도 같은 공적 보증 장치의 직거래 적용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보증제도는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를 전제로 하고 있어, 직거래 참여자는 이중으로 보호에서 배제되는 구조다.

셋째, 공공 기반의 전자계약 시스템 활용 확대도 중요하다. 국토교통부에서 운영 중인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은 거래 이력 관리, 계약서 보존, 인증 기능 등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지만, 활용률은 여전히 낮다. 특히 직거래를 시도하는 소비자일수록 해당 시스템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다.

■ 직거래는 선택지일 뿐, 대안이 되기 위해선 ‘신뢰’를 입어야 한다

부동산 직거래는 비용 절감의 도구이자,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그러나 지금의 직거래는 정보, 계약, 법률, 보증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거래’로 작동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직거래가 공존 가능한 거래 방식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사용자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되, 그 자율성이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뢰 가능한 거래 프레임’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의 최소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공공 부문의 제도적 보완 뿐 아니라 자율규제도 필요하다. 부동산 직거래 시장에서 자율규제는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책임감을 높이며, 플랫폼과 커뮤니티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비용을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보는 거래’가 아닌, ‘정보와 절차가 함께 보완된 선택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직거래는 진정한 거래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저자 : 연성훈

디조(DIZO)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