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알려준 ‘비효율성의 가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재택근무가 업무방식의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향후 10년에 걸쳐 재택근무를 중심으로 회사의 운영 방식을 영구적으로 재조정하겠다”며 “5∼10년 내 전 직원의 50%가 원격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5000여 명의 캐나다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의 토비 루트케 CEO도 “사무실 중심주의의 시대는 끝났다”며 “내년까지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그 이후에도 대부분의 직원이 영구적으로 원격근무를 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포털, 게임사 등 정보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SK그룹, CJ그룹, 롯데지주 등 대기업들도 유연근무제, 재택근무를 속속 시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감염방지, 건물 폐쇄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도입되고 많은 기업으로 확산됐지만,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경험한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점점 확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는 어떻게 뉴노멀의 지위를 얻게 됐을까.

재택근무의 빛과 그늘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예고 없이 전면 도입된 재택근무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날마다 출근하지 않아도 많은 경우 차질 없이 업무가 진행될 뿐 아니라 오히려 효율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출근할 때와 달리 재택근무에서는 분명한 업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강해 노동강도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반응도 있다. 이미 업무 대부분이 컴퓨터를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가 공유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근무 테이블을 직장 책상에서 집안 책상으로 바꾼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택근무를 했더니 누가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얘기는 재택근무가 효율성 위주의 근무방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대기업과 정보기술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준비 없이 재택근무를 하게 된 경우가 많다. 재택근무를 위해 필요한 업무 프로그램, 하드웨어, 보안 환경 등이 준비되지 않고 가이드라인 없이 임시방편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원활하게 업무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직원들이 재택 환경에서 근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감시 프로그램이나 수시로 근무 여부를 확인하는 상사의 메신저, 상세한 업무일지 요구는 전에 없던 업무 스트레스 환경이 됐다. 집안에서 일하지만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와 성과가 분명치 않아 재택근무가 노동강도를 오히려 높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성공적인 재택근무의 조건

직장의 공간과 설비를 이용하지 않고 각자의 환경에서 컴퓨터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직무라는 여건이 재택근무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 요소이지만, 필요조건일 뿐이다. 재택근무의 성공적 운영은 기업과 직원이 얼마나 충실하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택근무의 비효율성을 드러내는 경우의 상당 부분은 기업과 직원들이 준비와 선택의 여지없이 전면적으로 반강제적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는 점이다.

재택근무가 근무시간이 아닌 성과 위주의 업무 시스템인 만큼, 기존의 직무를 성과 위주로 재평가해서 규정하는 직무기술서가 필요하다. 기업과 직원이 합의하는 직무기술서가 있을 때 상대에게 과도한 요구와 기대를 하지 않고 적정한 수준의 직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재택근무의 효과’ 연구를 발표한 니컬러스 블룸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재택근무가 긴 통근시간을 줄이고 사무실 정치를 없애는가 하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재택근무는 △어린 자녀 △공간 △프라이버시 △선택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효율성을 위한 팁

가족과 함께 집에서 업무를 볼 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팁들이 있다. 화상전화를 하지 않는 직무여도 실내복 차림으로 일하지 말고 외출이 가능한 옷차림으로 근무해, 스스로 업무시간과 비업무시간을 구별하는 게 좋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가택연금 시절 날마다 아침 9시면 양복을 입고 안방에서 거실로 출근했다는 일화가 좋은 사례다. 업무시간에만 컴퓨터와 메신저를 켜놓고 업무시간이 지나면 일과 단절되는 환경을 집안에서 만드는 게 추천된다.

전문가들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개인별 일정표를 만들어 각자가 특별히 바쁜 시간을 서로에게 알려줄 것과 집안에서도 업무시간과 업무공간을 설정할 것을 추천한다. 재택근무의 확대로 노트북, PC, 모니터, 화상카메라, 모니터 거치대, 편안한 의자 등 관련 용품의 판매가 늘어났는데 집안 일부를 업무공간으로 꾸미는 홈오피스 인테리어 수요가 생긴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효율적 재택근무가 ‘홈오피스’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일상 속의 문화와 관계다. 출퇴근 시간에 시달리지 않고 업무와 가사를 병행할 수 있게 해주지만, 지속적인 재택근무를 위해선 집안에서 평등한 근무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독일 한스 뵈클러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전일제로 일하는 남녀가 재택근무를 하게 될 때 집에서 추가적인 가사업무가 생길 경우 대부분 여성의 몫이 되고 남성은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니컬러스 블룸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전시간 교사’라는 추가 직무를 맡기고 있다”며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재택근무가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추가로 부가된 돌봄 노동과 가사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무실-재택근무를 넘어선 미래 업무방식의 과제

온라인 재택근무는 불필요한 출근시간과 사무실에서의 비효율적인 시간을 없애고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근무체계로, 긍정적인 측면이 조명되고 있지만 동시에 지나친 ‘효율성 위주의 업무방식’은 뜻하지 않은 문제점을 불러오고 있다. 개인별 업무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남에 따라 직원들 간의 실적 격차가 커지고, 필수 인력과 비필수 인력으로 구분될 우려가 생겨났다. 효율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기업들은 기존에 사무실을 유지하며 수행해오던 업무 상당 부분을 재택과 온라인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하고 일부 직무와 직원들이 감축되는 고용 축소 현상이 우려된다.

또한 직장 출근은 업무를 하는 시간이자 공간으로 여겨졌지만, 직장에서 사람들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재택근무를 통해 비로소 알려졌다. 컴퓨터와 온라인을 통해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 상당 부분을 차질 없이 재택근무로 처리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직장이 수행하던 ‘업무 외 영역’이 사라지면서 재택근무가 대체하기 어려운 중요한 요소가 드러났다. 비업무적인 소통과 관계, 업무시간 중의 휴식, 그리고 딴청 피우기 등이다. 근무시간 내 비생산적 활동이었던 요소들로 여겨졌지만, 재택근무로 인해 저절로 사라지게 되면서 그 가치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세 가지 활동은 직장 근무시간 내의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여겨지지만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직장에서는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자연스럽다. 이때 동료들과 비업무적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면서 직무와 무관한 생각들을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충분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은 재택 문제에서 더욱 중요해졌지만, 직무와 관련이 없는 잡담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재택근무의 어려움 중 하나는 직원들이 경험하는 단절감과 외로움인데, 외로움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영국 BBC는 지난 3월 13일 효과적인 재택근무를 위한 방법을 소개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바버라 라슨 교수는 “아침마다 상사와 10분간 전화를 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라”며 재택근무 환경에서 의사소통 장애를 해결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권했다. BBC는 재택근무가 길어질수록 동료들과 비업무적 대화를 더 자주 나눠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전했다.

일찍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은 비업무적 소통인 잡담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오픈소스 기반의 온라인 협업 도구 개발 플랫폼 기업인 깃랩(GitLab)은 업무를 기본적으로 온라인 재택근무로 수행하고 있는 기업인데, 업무 중의 잡담을 장려하는 게 특징이다. 이 기업에서는 오히려 잡담은 구성원들의 ‘의무’다. 챗봇이 하루 30분씩 무작위로 잡담 대상자를 선정한다. 깃랩이 잡담을 권장하는 이유는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통의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IBM이 원격근무를 중단시킨 이유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들어오기 오래전부터 정보기술 도구를 활용한 원격 업무를 시행해온 사례는 재택근무에서 중요한 비업무적 영역의 가치를 알려준다. 대표적인 기업이 사무용 정보기술 기업인 IBM이다. IBM은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 이라는 기업명이 말해주듯, 일찍부터 자사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확산시켜온 대표 기업이다. 원격근무는 사무실 유지비, 교통비가 필요 없다는 효율성을 내세웠다. IBM은 2009년만 해도 직원 38만 6000명 중 40%가 재택근무 등의 형태로 원격근무를 했다. 그런데 IBM은 2017년부터 방침을 바꿔 직원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정책을 변경했다.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도 2014년부터 직원들의 원격근무를 금지했다. 직무 특성상 온라인 재택근무에 최적화된 인터넷 기업이지만 야후의 메이어는 “복도와 구내식당에서 벌어지는 토론이 최선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며 사무실 출근으로 선회했다.

단순 반복적이거나 정해진 업무가 아니라 창의성이 필요한 일일수록 우연한 만남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게 이 분야의 정설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설립자이기도 한 스티브 잡스는 최후의 작품이 된 도너츠 형태의 애플 사옥을 지으면서 직원들 간의 우연한 만남과 소통을 극대화하려 했다. 그는 1998년 픽사의 사옥을 지을 때도 독특한 건축 철학을 구현했다. 애초 설계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 하나의 커다란 건물을 짓기로 하고, 남녀 화장실 4개, 회의실 8개, 카페, 식당을 모두 거대한 중앙 로비에 몰아넣었다. 모든 사람들의 동선을 크게 늘린 비상식적 설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잡스는 일부러 전 직원이 수시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도했다. 잡스는 화장실이나 식당을 오가는 직원들 사이에 의도하지 않은 만남을 통해 창의성이 피어난다고 믿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열린 사무공간과 다양한 종류의 간식과 세계 각국의 별미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안마 서비스 같은 사내 복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얼마든지 온라인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이지만, 직원들이 최대한 사무실을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물면서 다양하게 소통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뉴노멀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방식의 업무와 소통 방식의 증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나 효율성 위주의 재택근무 접근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비생산적 활동과 우연한 만남을 통한 만족과 창의성의 가치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우고 있다.

저자 : 구본권

KISO저널 편집위원, 한겨레신문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