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규제샌드박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

Ⅰ. 규제샌드박스의 의미 및 도입배경

샌드박스(Sandbox)는 모래사장이 깔린 집 뒷마당에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제한된 공간으로 이에 빗대어 시장 참가자들이 기존의 규제입법에 명확히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방식을 도입하고자 할 때, 보다 완화된 규제환경에서 시험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는 규제 공간을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라 지칭한다1.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미래기술의 사회실증의 장을 만들고 그 안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의 가시성을 실험하기 위한 대응책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2.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자들은 다양한 혁신 기술과 사업 모델들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소규모 시험, 실시간 검증을 해볼 수 있으며, 규제 당국은 해당 혁신의 영향력과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향후 이를 보완할 입법사항을 도출할 수 있다. 이는 시장의 발전 속도와 규제 및 입법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고, 사업자에게는 법적 위험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발 빠른 대응을 위하여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을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규제로 인해 사업화가 불가능한 것을 규제 제약 없이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3. 이에 작년 3월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일명 규제혁신 5법(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금융혁신법, 행정규제기본법)이라 불리우는 법률들이 국회에 발의되고 통과되어 규제샌드박스와 관련하여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앞선 수준의 제도를 가지게 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Ⅱ. 규제샌드박스의 제도적 편입과 현황

1. 규제혁신 5법의 입법과정과 주요쟁점

한국은 2018년 세계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에서 126개국 중 12위를 차지하여 높은 순위를 기록하였으나, 평가 세부 항목 중 인적자본 및 연구(2위), 지식기술 성과(9위) 순위에 비해 제도(26위)와 기업성숙도(20위)는 낮은 평가를 받는 등 기술혁신 역량에 비해 규제 환경 등의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혁신 역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4).

이는 우리 법령체계가 갖는 성격과도 관련이 있는데, 국내 법령체계는 포지티브(원칙적 금지ㆍ예외적 허용)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법령에서 규제적용에 대한 여부를 명시하고 있지 않은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백한 허용 규정이 없고 기존에 실무상으로 허용되어 온 사실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러한 규제패러다임은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져 산업간 융ㆍ복합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신산업의 성장을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단일 산업을 전제로 하는 칸막이 규제가 행해지는 국내 법령체계 상 새로운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가 융합적으로 적용되는 신산업의 경우 관련 규제가 여러 법률에 의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법률과 규제의 체계는 자연스럽게 기술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고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을 높이게 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혁신 5법이 제·개정된 것이며5, 동 법률들은 기존의 ‘시범사업 규제개혁 특별법안’ 및 ‘규제프리존법안’의 내용이 보완ㆍ개선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시범사업 규제개혁 법안은 2014년 제19대 국회에서 제안된 법안으로 융합기술의 안정성 및 효용성 등에 대한 검증과 시장 반응의 파악 등을 위하여 지역, 기간, 규모 등을 제한하여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에 대해, 법령에 따른 기존의 기준·규격·요건 등이 없거나 불명확하여 사업이 어려운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의 ‘시범사업’ 승인을 통해 일정기간 기회를 부여하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의 ‘임시허가’와 ‘실증특례’의 내용이 논의된 것이다. 한편 제19대 국회와 제20대 국회 두 차례에 걸쳐 제안된 규제프리존법안의 경우 다른 법령의 명시적인 제한 또는 금지가 없으면 지역전략산업과 관련된 사업 활동을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현재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와 같은 내용인 ‘규제확인’, ‘신기술기반사업’, ‘기업실증특례’ 등이 제안된 바 있다6. 이처럼 규제혁신 5법은 기존의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에서 ‘우선허용 사후규제’라는 규제의 전반적인 패러다임 전환과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의 과학기술 규제 혁신 환경 마련을 위한 조치들을 핵심 쟁점으로 담고 있다.

2. 규제혁신 5법의 주요내용

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정보통신융합법)

정보통신융합법은 누구든지 신규 정보통신 융합 등 기술ㆍ서비스를 활용하여 사업을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에만 이를 제한하는 우선허용ㆍ사후규제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법 제3조의2), 이 법이 명시하고 있는 원칙으로도 알 수 있듯 동 법은 정보통신기술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신기술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포함하는 규제완화를 시도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 보다 자세히는 신상품 및 서비스에 맞는 기준ㆍ규격ㆍ요건이 기존 법에 없거나 혹은 기존 규정에 저촉되어 사업 허가신청이 불가능해도 임시허가를 통해 사업을 실시할 수 있으며(법 제37조), 해당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제한적 시험과 기술적 검증을 하기 위하여 승인만으로 관련 규제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 제38조의2). 이와 더불어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임시허가 제도의 효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유효기간을 확장하였으며, 다양한 융합기술이 적용되어 두 개 이상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 관련법에 따른 허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일괄처리제도도 도입하였다(법 제36조의2).

나. 산업융합촉진법

산업융합촉진법 또한 신산업 육성 및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혁신적 융합 서비스와 상품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정되었다. 동 법은 융합 서비스ㆍ제품에 대해 허가 필요 여부 등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규제 신속확인’을 신설함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하려는 자로 하여금 해당 서비스 또는 제품과 관련된 허가 등의 필요 여부 등 확인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 제10조의2). 또한 정보통신융합법과 마찬가지로 임시허가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법 제10조의5), 산업융합 관련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이 허가 근거가 되는 기준·요건·규격 등이 없거나 적용이 맞지 않는 경우 제한된 지역이나 규모, 기간내에서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 제10조의3).

다.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

지역특구법에서도 우선허용 사후규제원칙이 적용되며(법 제4조),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 및 도 등에서 혁신사업 등을 육성하기 위하여 규제특례 등이 적용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지정ㆍ고시한 구역을 규제자유특구로 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법 제72조 내지 제75조). 또한, 규제의 신속확인(법 제85조), 실증을 위한 특례조항(법 제86조) 및 임시허가에 관한 내용(법 제90조) 포함하고 있다.

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금융혁신법)

이 법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하기 위하여 등장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이 시장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해당 법은 기존의 서비스와 차별성을 갖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정의하고(법 제2조)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정받은 혁신금융사업자는 지정 범위 내에서 금융 관련 법령에 없거나 관련 규정을 혁신금융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혁신금융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법 제5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사업자는 다른 금융 관련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정받은 범위 내에서 해당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법 제16조).

마. 행정규제기본법

규제혁신 5법의 기본이 되는 행정규제기본법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및 제품과 관련한 규제의 규정방식으로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여 우선허용ㆍ사후규제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으며,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제품의 시장출시를 위한 규제의 탄력적 적용에 대한 기본법적 역할을 하고 있다(법 제5조의2). 또한,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신기술 활용한 신서비스 및 제품에 관한 규제에 대해서 신속확인 및 정비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규제의 특례 조항을 통해 규제의 적용을 면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법 제19조의3).

Ⅲ. 규제혁신 5법의 의미와 향후 과제

1. 규제혁신 5법: 수면 위에 드러난 규제와 혁신의 갈등 관계

새로운 것의 등장과 변화의 바람은 언제나 갈등과 분열을 겪게 한다. 특히 그것이 ‘파괴적 혁신’에 가깝고 수익화 또는 비즈니스화가 될 수 있는 여지가 클수록 더욱 그러하다. 철도의 도입과 운하 산업계의 반발, 자동차의 등장과 마부들의 갈등과 같이 아주 오래된 사례를 더듬어보지 않더라도 IPTV와 방송계, 공유경제의 등장과 전통산업계와의 갈등 구조와 같은 현상은 이미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들이다.

2015년 영국에서 규제샌드박스가 처음 시행된 이래로 국내 산업계에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 규제혁신 5법에 대한 기대는 그러한 간절한 바람의 결과라는 뜻을 갖는다. 규제혁신 5법이 갖는 의미는 그간의 쟁점들을 현실에서 마주하며 규범적 문제들을 도출하고 소통과 논의를 거쳐 구체화되고 결국 입법의 형태로 이어졌다는 점에 있다. 더욱이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ICT 융합 산업을 포괄하였다는 점은 혁신 친화적인 규제체계를 위한 각계의 고민을 어느 정도 대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관련 부서와 소관 협회가 참여하는 ‘규제샌드박스 TF’는 규제완화 대상을 발굴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과 신청 지원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규제혁신 5법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기업은 기술혁신과 창업을 통해 혁신 성장에 기여하며 정부는 실증 테스트를 바탕으로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지금의 규제혁신 5법과 규제샌드박스가 모든 현상을 치유하고 해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 또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법률의 내용에 대한 시시비비의 문제라기 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다양한 현상들을 혁신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규제혁신이 이루어지려면 그 바탕을 이루는 것에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를 겪으며 설계된 규제의 구조화가 당면한 본질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규제를 혁신한다는 것이 단순히 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기술이 수익성을 갖출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개념화 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규제가 지닌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역할, 우리 사회가 무엇을 위해 규제를 설계하여 왔고, 또 그 규제를 통해 무엇을 달성하였는가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변화에 맞는 규제는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2. 올바른 ICT 규제혁신을 위한 제언

가. 규제의 본질적인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려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자유와 창의에 기반한 경제질서는 경제의 안정, 시장 지배력 남용의 방지, 경제 민주화를 위해 규제될 수 있다. 우리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경제질서와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 제한에 관한 원칙들이다. 규제는 이러한 헌법적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한 행위의 기준이 된다. 즉 규제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목적이 아닌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특정 가치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규제는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을 갖출 수도 있고 이를 제한하기 위한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 때문에 규제의 혁신은 규제의 완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규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7규제혁신 5법이 보여주고 있는 규제완화의 흐름은 규제가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긍정적 역할과 기능조차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유발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갖추어온 규제의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를 시도함에 따라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 제도의 변화에 수반되는 리스크에 대한 검토와 예측, 문제가 발생할 경우의 대응 방안과 국가경제 및 국민 안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들이 함께 고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나. 규제혁신 5법의 현실성 담보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과 신산업을 육성하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적 가치를 균형있게 고려하며 정교하고 안전한 규제설계를 추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지금의 규제샌드박스는 실질적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도 충분한 답변을 할 수 없다. 법률의 제·개정을 통해 규제 샌드박스를 실시할 수 있게 된 것 자체는 한걸음 뗀 것에 불과하다. 이를 시작으로 실증 이후의 본사업과의 연계방법, 관리자의 인력운용과 전문성 확보 방법, 리스크에 따른 책임 소재, 사후규제에 대한 고려와 방식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운영방안 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 대안적 소통구조의 마련을 통한 제도의 보완

법이나 제도가 제아무리 견고하고 탄탄한들 규범의 주체인 사람의 공감이 배제되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현행 제도가 가진 문제점과 한계점들을 보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심의하며 실증하는 전 주기별 맞춤형 지원정책을 병행하고 부처별 소통 창구를 마련해두고 있는 등 정부의 노력이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규제의 합리성은 현장에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가장 빨리 평가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를 수용하고 논의하여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환류체계가 필요하다. 기술과 시장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규제의 대상과 주체, 규제의 방식과 내용 또한 빠르게 변화를 요구받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마련한 법률들 또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언젠간 다시 무기력해지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대응과 효율적인 제도의 운영은 제도의 수범자와 이해관계자, 산업과 시장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시장의 각자의 역할과 책임도, 규제의 의미와 규제혁신의 방향도 우리 사회가 향하는 목적과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정부와 시장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8따라서 정부와 시장, 그리고 그 이해관계에 얽힌 당사자들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어야만 한다.

라.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 혁신의 핵심

ICT산업에 있어 데이터 특히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 문제는 언제나 규제의 핵심을 이룬다. ICT 융합, 산업융합, 핀테크, 지역혁신에 관한 규제혁신 4법은 모두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9개인정보보호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테스트를 실시할 뿐임에도 개인정보보호 관련 내용을 두는 것은 신기술의 개발 및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물론 존재한다.10그러나 특별히 예외를 두는 특례의 의미가 모든 금지된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산업과 경제의 발전, 기술의 혁신을 위해 맹목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결과론적 사고방식으로 산업화 사회를 거치면서 파괴된 많은 것들로 부터도 우린 충분히 배운 점이 많이 있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 외면한 자연과 환경 생태계는 지금의 우리로 하여금 많은 반성을 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개인정보의 문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우리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의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기로 하는 원칙을 만드는 것에 동의하였고, 현재의 법체계를 마련하였다.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논의하고 만들어낸 많은 약속들은 산업의 발전과 기술의 혁신이라는 미명아래 결코 가벼이 취급되거나 포기할 수는 없는 가치인 것이다. 우리는 결국 가치를 지켜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rivacy by Design, Privacy by Default와 같은 요소들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이자 해결의 시작점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규제와 혁신이라는 원론적 내용에서 데이터 문제를 바라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법률자체가 아닌 제도의 운영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마. 혁신에 반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부터의 탈피

우리는 그 동안 제도와 정책이 성과제와 관료제를 통해 형식화되거나 정량화되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겪은 바 있다. 현재의 규제샌드박스도 이러한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다소 우려가 된다. 정부는 신산업을 샌드박스라는 제도권 내에 두고 테스트와 검증을 통해 객관적 결과들을 바탕으로 사업의 허용여부를 결정하게 한다. 제한적인 환경에서 테스트의 성격으로 사업을 허용하는 규제샌드박스가 불완전해 보이는 것은 이러한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혁신 기술과 서비스가 관료제라는 시스템 내에서 성과의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도 있음을 인식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술과 서비스의 안전성과 사회적 영향을 미리 살펴보고자 하는 샌드박스를 통해 도출된 부정적인 결과의 원인이 모두 기술과 서비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인력이나 조직, 운영 구조와 전략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술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위험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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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해옥,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정책 동향 및 시사점”, 동향과 이슈, 제33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7, 5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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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lobal Innovation Index 2018.(https://www.globalinnovationindex.org/gii-2018-report# [본문으로]
  5. 정보통신융합법ㆍ산업융합촉진법(‘19.1.17일), 금융혁신법(‘19.4.1), 지역특구법(‘19.4.17일)이 차례로 시행되었으며, 현재 행정규제기본법은(‘19.7.17일) 시행 예정이다. [본문으로]
  6. 이재훈·장희영, “규제샌드박스, 한국의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 KISTEP Issue Paper, 2019-03(통권 제 261호), 9면. [본문으로]
  7. 이원우, “규제개혁과 규제완화: 올바른 규제정책 실현을 위한 법정책의 모색”, 저스티스 통권 제106호, 한국법학원, 2008, 377면. [본문으로]
  8. Aoki, M, Kim Hyung Ki, M. Okuno Fujiwara, The Role of Government in East Asian Economic Developmentcomparative institutional analysis, Clarendon Press, 1997. [본문으로]
  9. 규제특례를 심의하거나 허용하는 경우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 및 처리에 관한 여부를 다루도록 하고 임시허가를 위해 관련 조건을 붙이거나 특례 적용 과정에서 이를 모니터링하거나 사후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와 같은 내용들이 이에 해당한다. [본문으로]
  10. 이재훈·정희영, “규제샌드박스, 한국의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 KISTEP Issue Paper Vol. 261,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19, 24면. [본문으로]
저자 :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KISO 저널 편집위원/(전)광운대학교 과학기술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