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입법 경쟁과 디지털 금융 전략: 한국 vs. 미국

1. 서론

2025년 11월,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변적 실험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 질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탈중앙화, 디지털 달러 경쟁,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정책적 실험이 맞물리며 각국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제도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25년 7월 미국이 통과시킨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신뢰성 확보를 위한 종합 법제의 신호탄이 됐고, 한국 역시 이에 자극받아 국회 차원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본격적으로 발의되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하여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디지털자산이다. 그러나 그 성격은 단순한 “가격 안정 수단”을 넘어, 민간이 발행하고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탈중앙형 지급결제 인프라’로서 전통 통화정책과 금융감독 체계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한다. 이에 각국은 “누가 발행하고, 어떤 자산으로 담보하며, 어떤 감독 체계에서 운용할 것인가”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민간 혁신의 연장선으로 보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에 소극적인 반면, 한국은 공공 주도의 통화정책 실험(CBDC)과 민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병행하는 ‘이중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본 글은 이러한 상반된 노선을 비교·분석하고, 그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디지털 금융 전략의 방향을 탐색한다.

2. 미국의 크립토 3법

가. 지니어스 법 (GENIUS Act,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2025)

미국 연방의회는 2025년 7월 지니어스법1 을 통과시켰고, 7월 18일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했다. 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의 연방·주 감독 틀을 확립하고, 준비금·상환·공시·파산 시 권리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 발행자 범주와 감독 : 은행·신탁사 등 허가된 금융기관 또는 요건을 충족한 비은행 발행자에게 발행을 허용. 연준·재무부, 연방 통화감독당국(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이하 OCC) 및 주 규제기관의 감독 하에 운용되는 연방-주 이중 감독(federal–state dual supervision) 구조를 채택.
  • 준비금 1:1 및 자산 구성 : 발행 잔액 100%를 고유동성의 허용 자산(현금, 연준예치금, 단기 미 국채 등)으로 상시 적립하고, 월별 공시 및 제3자 검증(감사/attestation)을 의무화. 재사용·재투자(rehypothecation) 제한과 고객자산 분리보관 원칙을 명문화.
  • 상환 요건과 위기 대응 : 상환 요청 시 즉시 또는 신속 상환을 보장하고, 대규모 환매(runs) 시 절차·책임을 정비. 또한 준비금의 파산 격리 및 우선변제를 규정해, 발행사 파산 시에도 보유자 보호가 우선함.
  • 이자·수익 제공 금지 : 발행사가 보유자에게 이자·수익(yield)을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함. 현재 일부 은행 단체는 거래소·계열·제3자 경로를 통한 우회적 이자 제공도 금지하도록 하위 규정에서 명확화할 것을 재무부에 요구 중(시행 가이드라인 쟁점).

지니어스법은 이처럼 ‘민간 주도의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전제로 은행급 준비금·투명성·상환 의무를 부과하고, 발행사 차원의 이자 금지로 예금 대체화·자금이탈 리스크를 관리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나. 클래리티법안 (CLARITY Act,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of 2025)

하원은 2025년 7월 클래리티법안2을 통과시켜, 디지털자산의 분류체계와 관할 범위를 명확화하는 법안을 상원에 송부했다(현재 상원 은행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대안 법안과 병합 논의).

  • 자산 3분류 : (1)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ies), (2) 투자계약자산(investment contract assets), (3) 허가된 결제 스테이블코인(permitted payment stablecoins)으로 구분. 분류에 따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이하 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이하 SEC)의 관할을 배분한다. 1차 발행이 증권성이라도 2차 유통에서 상품성으로 전환되는 조건을 마련해 사후 관할 명확화를 시도.
  • 소액 공모 예외 ·디파이 예외 : 일정 한도 내 공모등록 면제의 안전지대를 부여하고, 밸리데이터·노드·지갑 UI 제공 등 네트워크 운영 행위는 규제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개발·검증·UI 제공의 기술적 활동 보호).
  • 수탁·중개 규율 : 적격 디지털자산 수탁기관(qualified custodian) 요건과 거래·중개 인가 체계를 정리해 기관 참여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함(현행 ‘집행에 의한 규율’ 탈피).

클래리티법안은 ‘자산 분류–관할 배분–기관 진입’ 규칙을 명확히 해 시장구조의 ‘룰북’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 반CBDC 법안(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

공화당 주도의 반CBDC 법안3은 연준이 소비자 대상 CBDC를 직접 또는 간접(중개형)으로 발행·운영하는 것을 제한하고, 파일럿·시범사업도 의회 승인 없이 추진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목적은 금융 프라이버시 침해·감시 우려 차단과 정부 주도형 디지털화폐의 통화정책 남용 방지이다. 하원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에서도 유사 법안이 병행 상정되어 논의 중이다.

반CBDC 법안은 CBDC에 소극적인 미국의 스탠스를 제도화해, 민간 스테이블코인 중심 전략(지니어스법) 및 시장구조 명확화(클래리티법안)와 상호 보완적 3축을 이룬다.

크립토 3법은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민간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운용을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은행·핀테크·디지털자산서비스제공자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진입 가능하도록 한다. 나아가 신뢰·투명성 제고를 통해 사용자·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서비스에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종국에는 미국 달러 디지털화 및 글로벌 리더십 강화라는, 민간생태계를 통한 디지털 달러 네트워크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3. 국내 법제 동향

가. 발의 현황

2025년 10월 기준, 대한민국 국회에는 총 6개의 디지털자산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그 중 3건은 스테이블코인에 특화된 법안으로, 다음과 같다.

표1 : 국내에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특화 법안.

이 외에 민병덕, 이강일, 김재섭 의원안은 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법률로서 스테이블코인 조항을 부분적으로 포함한다.

나. 법안별 주요 쟁점 비교

1) 스테이블코인 정의

6개 법안 모두 “단일 법정통화(원화 등)의 가치에 연동되어 안정적 가치를 유지하고 지급에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이라는 정의를 공유한다. 다만, 이강일 의원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산”을 포함하여 금, 채권 등 실물자산도 포괄할 여지를 두었다.

2) 발행인 요건 및 인가 제도

이강일 의원안을 제외한 5개 법안은 국내 발행 시 금융당국의 인가를 요구한다. 또한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도 인가 대상에 포함시켜, ‘역외 스테이블코인 규제’까지 포괄한다. 이는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제도와 유사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일부 법안(예: 안도걸 의원안)은 정부위원회가 발행량·유통량을 통제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 시장 중심 접근과 대비된다

3) 준비자산 요건

민병덕 의원안을 제외한 모든 법안이 100% 이상의 현금성 자산(원화, 외화 또는 기타 자산) 보유를 요구한다. 민병덕 의원안은 준비자산 비중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향후 시행령 과정에서 준비자산의 구성 및 비중을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4) 감독 체계 및 조직 구조

안도걸 의원안은 금융위·한국은행·기재부가 참여하는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긴급조치권을 부여하는 반면 민병덕 의원안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통해 정책 전반을 조율하도록 설계되어, 민간 참여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다.

다. 법제 동향 종합 평가

전반적으로 민병덕 의원안은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포괄적이고, 이강일 의원안은 국제 규제 정합성을 고려한 기술적 완결성을, 안도걸 의원안은 통화정책적 안정성을, 김은혜 의원안은 지급결제 활용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전히 시행령 위임, 법률 간 충돌(자본시장법 등), 과도한 인가제 등의 문제가 병존한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특화 법안만으로는 제도화에 한계가 있으며, 종합 디지털자산기본법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조항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제시된다.

4. 한·미 비교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민간 중심의 ‘탈국가화된 달러 인프라’로 확장하려는 반면, 한국은 ‘국가주도형 디지털 통화 질서’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관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이 “시장 혁신과 신뢰에 기반한 확장”을 택했다면, 한국은 “공공 통제와 제도 안전성”에 무게를 둔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디지털 금융 전략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과 고려 사항은 다음과 같다.

가. 민간주도형 혁신 수용과 ‘이자금지’ 논의의 재정립

미국의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예금성 상품과 동일한 이자 지급을 금지한다. 그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디지털 예금 계좌(digital deposit)”로 변질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즉,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미치는 은행권과 구분된 결제형 토큰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다만 이 조항은 발행자에 한정된 것으로, 디지털자산사업자나 거래소 등 제3자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코인베이스(Coinbase)와 같은 민간 서비스 사업자를 통해 써클(Circle)의 USDC 스테이킹 이자 제공 프로그램이 가능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즉, 발행자는 금지되지만, 민간 생태계 내 간접적 수익모델은 허용된 셈이다.

반면 유럽의 크립토자산 규제안(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이하 MiCA)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발행자뿐 아니라 크립토자산서비스제공자(Crypto Asset Service Provider, 이하 CASP) 에게도 이자지급을 전면 금지한다. 이는 투자성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고, 자산운용 기능이 결제기능과 결합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포괄적 금지는 혁신 위축과 금융시장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기술과 신뢰를 매개로 한 민간 지급결제 혁신인데, 모든 형태의 보상·수익 모델을 차단하면 시장참여 유인을 약화시키고, 민간의 실험 공간을 봉쇄할 위험이 있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 보다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이미 높은 은행 집중도와 낮은 핀테크 시장점유율, 그리고 제한된 자본시장 혁신경로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미국처럼 발행자 이자금지 원칙을 유지하되,

  • 비은행·핀테크·토큰화사업자에게는 일정 요건하의 이자·보상 프로그램을 조건부 허용하고,
  • 혁신형 결제·토큰화 실험이 가능한 규제 샌드박스나 스테이블코인 혁신특구를 병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즉, 한국은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공공 목적을 지키면서도, 서비스 혁신의 여지를 제도적으로 열어두는 ‘포용적 규제(framework for innovation)’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식 “발행자 규제 + 민간 서비스 허용”, 유럽식 “전면금지” 사이의 제3의 경로이자,
은행 중심 금융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거버넌스 모델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나.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역할 분리

CBDC는 국가의 통화 주권을 기반으로 한 공공 인프라이며,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혁신이 주도하는 시장 인프라이다. 한국은 현재 두 시스템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동일한 정책 틀 안에서 관리할 경우 역할 혼선과 규제 중복이 불가피하다. CBDC는 중앙은행이 책임지는 공공적 결제 안정성·통화정책 운영 플랫폼,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경제의 효율성과 기술혁신을 견인하는 경쟁적·개방적 결제·정산 인프라라는 이원적 목적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최근 정책 입장은 스테이블코인까지 ‘금융권 참여자 중심의 발행·유통 구조’로 제한하려는 스탠스를 보이며, 사실상 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동일한 감독 패러다임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민간 주도의 기술혁신·비용절감·확장성이라는 장점을 약화하고, 성장 초기 단계에서 민간사업자의 진입을 제약함으로써 국내 디지털결제 경쟁력 자체를 저하할 위험이 있다는 평가가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역할은 스테이블코인 영역까지 직접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 CBDC의 설계·발행·통화정책 조정이라는 본연의 공공적 영역에 집중하고
  •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참여와 경쟁을 전제로 한 시장 기반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도록 규제 체계를 재정렬하며,
  • 양자가 충돌하지 않도록 상호운용 가이드라인, 리스크 기준,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제시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은행은 CBDC의 주권적 역할에 충실하고,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처럼 민간의 기술혁신과 서비스 경쟁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 한국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금융기관 중심으로만 제한하는 유럽식 접근보다, ‘민간 혁신 중심 + 공공 안정 보완’이라는 한국형 균형 모델을 구축하는 데 더 부합하는 전략이다.

다. 글로벌 정합성 및 상호운용성 확보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없는 디지털 자산이다. 따라서 한국이 지나치게 폐쇄적 제도를 택하면, 국내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망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될 위험이 크다. 스테이블코인이 작동하는 글로벌 환경에서는 미국의 지니어스법, EU의 MiCA,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 등 주요 규제권역과의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K-Stablecoin)을 제도화하려 한다면, 해당 자산이 글로벌 생태계에서 통용 가능한 법적 성격과 기술적 표준을 갖추도록 제도 설계를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네트워크는 폐쇄형 사설망이 아니라, 미국·EU·홍콩·싱가포르 등이 채택하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 기반 구조를 중심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 금융기관, 글로벌 거래소,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는 퍼블릭 체인을 표준 레이어로 채택하고 있으며, 실제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USDT)의 대부분은 퍼블릭 체인 상에서 유통된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생태계에 편입되려면, 국경 간 결제·정산·토큰화 시장과 연결되는 개방형 레이어에서 운용될 수 있어야만 한다.

또한 역외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예: 해외 사업자가 발행하는 KRW 연동 토큰)을 규제할 때도, 단순 금지나 배타적 억제보다는 “상호인정 기반의 규율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해외 발행자라도 일정 기준(준비금 구성, 회계·감사, 상환 프로세스, AML 기준)을 충족하고 국내 사용자 보호 체계를 준수한다면 국내 유통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규제·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폐쇄적 규제가 아니라, 국제 기준을 토대로 한 합리적 접근이며 글로벌 기업·금융기관이 한국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태생적으로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규제 역시 국제 정합성(international consistency)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의 법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호환되어야 하며, 그 방향성은,

  • 국내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유통 가능성 확보
  • 역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상호인정 기반 규율
  • 퍼블릭 블록체인과의 기술적·법적 상호운용성 확보
  • 미국·EU·홍콩 등 주요 규제권역의 기준과 정합성 유지

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폐쇄적 규제보다는 개방형·상호운용형·국제정합형 스테이블코인 규제 패러다임을 채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정산 네트워크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라. 통합 디지털자산법 체계로의 수렴

여러 의원안이 중복적으로 발의된 현재 상황에서는 정책 일관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을 “디지털자산기본법”이라는 통합체계로 묶고, 그 하위 모듈로 스테이블코인 세부 조항을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접근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기재부 간의 정책 권한 충돌을 완화하고, 산업 전반의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5. 결론

한국은 “안정성 중심의 유럽식 규제”와 “혁신 중심의 미국식 규제” 사이에서 기계적 절충이 아니라 한국 금융시장 구조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질서에 부합하는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의 이자지급 규제를 일률적 금지에서 벗어나 발행 목적·기능·위험 수준에 따른 차등 규율로 전환하고, 한국은행은 CBDC의 공공적 역할에 집중하며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는 민간 혁신이 작동할 공간과 경쟁의 장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은 폐쇄적 사설망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과 디지털자산 생태계가 채택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유통 네트워크 위에서 국제적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역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도 금지 중심이 아니라 미국의 지니어스법, EU의 MiCA,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과 상호인정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해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정산 인프라에 편입될 수 있다. 결국 한국형 규제모델의 핵심은 공공 안전성과 민간 혁신의 조화, 그리고 국제 정합성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거버넌스에 있다. 이러한 구조가 마련될 때 비로소 “디지털 원화”는 국경 없는 스테이블코인 질서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 금융의 글로벌 확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1. https://www.congress.gov/bill/119th-congress/senate-bill/1582/text [본문으로]
  2. https://www.congress.gov/bill/119th-congress/house-bill/3633/text [본문으로]
  3. https://www.congress.gov/bill/119th-congress/house-bill/1919/text [본문으로]
저자 : 박혜진

서강대학교 AI∙SW 융합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