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의 허위정보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자율규제 세미나 : 토론 주요 내용

김유향(국회 입법조사처 문화방송통신팀장)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이 주제와 관련하여 논의의 진전이 별로 없었다.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을 설정하고 허위의 범위를 논의하는 오늘의 세미나는 진전된 시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의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인터넷 매체 특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것이다. 이번 헌재결정이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고, 반면에 어느 정도는 고려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인터넷이라는 것은 계속 진화 성장하고 있는 중이며, 인터넷은 어떤 매체보다도 가장 참여적이고 쌍방향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만일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해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한다면 ‘타인에 대한 설득’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미네르바의 글에 대해 소송을 한 것이 굉장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미네르바의 글은 어떤 연구자나 학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그가 학위를 갖고 있지 않고 학술지에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지, 특정 이슈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의 일부로 깊숙히 파고 들어,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기본권과 밀접하게 관련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자체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제한이 될 수 있고,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은 다른 전통적인 매체에 비해서 표현의 자유의 정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 같다.

둘째, 불법정보와 유해정보의 구분과 관련한 것이다. 허위정보의 수용범위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의미는 민주주의 국가 질서유지에 결정적이기 때문에 사회·정치적 영역에서의 표현과 개인적 영역의 표현에 대해서는 구분을 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감한다. 하지만 개인적 영역의 표현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이러한 구분이 잘 되지 못했나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척박함과 북한의 존재를 이유로 삼을 수 있다. 북한의 존재 때문에 정치·사회적 표현의 자유의 경계에 대해서 정부나 정치지도자들이 끊임없이 개입해 들어가고 싶어하는 여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정치 민주주의의 발전의 척도를 결정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존재한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의 사회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셋째, 발제 중 제기된 망중립성의 문제는 본래 애초에 망자체가 독점되어 있었기 때문에 등장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국영기업부터 출발한 KT라든가 AT&T(미국), NTT(일본)와 같은 회사들이 망을 독점해서 이후에 통신시장이 본격적으로 자유화 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자신들이 독점한 망에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훨씬 유리하게 전개했기 때문에 문제제기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포털의 독점성을 따질 때 어떤 측면에서 찾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독점성을 부당한 담합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2가지 이유 때문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하나는, 인터넷은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닌 글로벌한 시장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경쟁자가 없을 수 없는 시장이다. 또 다른 하나는, 담합이라는 것이 보통 기업들이 이윤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포털은 공동의 정책이 아닌 각자의 정책으로 서비스를 한다면 오히려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넷째, 자율규제의 미래와 KISO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정부가 하라고 하는 자율규제는 자율규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초기에 자율규제의 출발이 정부지원을 받는다면 순조로울 수는 있어도 진정한 자율규제가 되기는 어렵다. 고등법원의 위헌제청결정과 관련해서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KISO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달라지고 변해야한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 모델을 제시하자면 영국의 IWF(Internet Watch Foundation)을 들 수 있다.

IWF의 경우 여러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결정이나 판단, 이슈 선정 등은 독립적이다. 또, 민간시민단체와도 연대가 활발하다. 단순히 포털사만 참여하는 형태로 포털사의 이슈만 다뤄서는 진정한 민간자율기구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KISO는 포털 회원사들이 제기한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이를 벗어나야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권창범(법률사무소 인 대표변호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에 국회에서는 조항 자체를 삭제해야한다는 주장도 있고 인터넷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법무부에서는 ‘공익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하겠다’라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를 논의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내린 다른 판단을 볼까한다. 음란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원래 기존의 헌법재판소는 헌법 21조에서 이야기하는 표현의 자유 범위 밖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재작년에 판례를 바꿔서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들어온다고 판단하였다. 즉, 음란한 표현도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지만, 헌법 37조 2항에 따라서 일부 제한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물론, 음란한 표현과 허위사실에 의한 표현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위와 같은 사례를 살펴볼 때 사회악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표현들조차도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적절한 답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러한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인정이 되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현행 법률로도 많은 부분 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처벌이 안 되는 부분, 즉, 법적 공백이 있는 부분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로 처벌하려면, 이러한 법적 공백으로 인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폐해가 커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한다는 전제하에서만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금지하는 대체 입법이 필요할 것 같다.

대체입법의 경우 결론부터 말한다면 형사처벌은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허위정보를 유포한 행위를 모두 형사처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인터넷의 속성상 대부분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며,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려는 데에서 문제가 비롯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부가 규제하기보다는 정부 스스로 의혹을 해소함으로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형사처벌하는 것보다 한단계 더 높은 해결책이라고 본다.

규제를 해야 한다면 현행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치와 같은 가장 약한 규제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즉, 임시적으로 막는 조치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이러한 행위를 정부 내지는 정부와 유사한 공공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하기 보다는 사업자가 주체가 되어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여지며, 그것도 어렵다면 사업자 단체가 법적근거를 마련해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PD수첩 항소심 판결을 살펴보자. 보도내용이 일부 허위사실이나, 과장, 번역 오류가 있었더라도 이것이 공직자 명예를 고의로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특히 공공성과 사회성을 가진 사안에 대해서 형사적인 제재로 표현을 주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의 요지를 본다면, 국가적·사회적 폐해가 심하고, 이로 인해서 국가 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적인 제재를 두는 것은 더욱 신중하게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형사적인 제재에 앞서, 이러한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먼저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권헌영(광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갖는 의미에 대한 논의들은 현재 많이 공유되고 있고, 후속 입법과 관련한 논의들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들자면, 내가 예전에 불온통신 관련 법률의 위헌결정이 났을 때 후속 입법 작업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불온통신’ 이라는 말은 국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없으니 쉽게 알도록 바꾸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였고, 따라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많은 논의와 고민 끝에 결국 ‘불법통신은 안 된다’ 는 취지로 결론을 지었다. 같은 방식으로 ‘허위통신의 죄가 위헌’이라고 한다면 후속 입법에서는 불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짚을 것은 무엇이 불법인지옛날 식으로 판단하지 않고 국민이 다 같이 논의해서 결정해볼 수 있는 공론이 시작된 것으로 보면 큰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흐름의 관점에서 KISO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해볼 수 있을 것 같다.

2000년대 초반에 혹자는‘인터넷은 가장 표현촉진적인 매체고 가장 참여적인 매체’ 라고 했다. 근대헌법국가가 만들어지는 토대로서의 정치적 자유, 그리고 그 정치적 자유의 기본이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이를 헌법재판소는 최근 결정을 통해 선언한 셈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헌’ 이라는 주장에 대해 올해 상반기 공개변론도 예정되어 있다. 큰 헌법적 이론이나 헌법상황을 이해하는 국민적 논의는 그 흐름이 표현시장에서 국가는 빠지라는 논의로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 이것이 다시 역행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이 ‘미완의 민주화’라는 얘기를 듣고 있기도 있지만, 만일 역행하는 논의가 진행된 다면 국민적 저항을 바로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헌법국가는 표현이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으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게 놔두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상의 틀을 갖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흐름은 그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비유로 말하자면 정부가 심판도 보면서 선수로 뛰는 상황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공정한 경기라고할수없을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어떻게든 이 시장이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흐름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 이 시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할 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머지않은 시일에 국가는 이 시장에서 완전히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그 이후에는 정말 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작동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잘 작동하는 문제는, 그것이 과연 보장되느냐는 문제와 또 다르다는 것이다. 박경신 교수님의 발제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시장에 개입하는 구성원에서 국가가 빠지면 결국 자본이 남는 다고 본다.

결국 개별적인 구성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든지 자연스럽게 내고, 그 중에서 우수한 표현·상품들이 국민 대다수에게 선택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특정상품만 넘쳐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정부가 표현의 자유 시장에서 빠졌을 때 다음으로 논의해야 할 내용이 될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나와 있지만 국가가 직접 개입하지 않게되는 흐름의 이면에서는 구성원들이 서로 사법권에 의존하여 자꾸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행정부의 공무원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국민을 소송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헌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논의가 이러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될 때가 왔으며, 입법적 조치들이 이러한 분야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위통신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문제보다 더 큰 흐름을 이해하고 그 다음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논의에 있어서 지적하고 싶은 지점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재 우리 정보통신망법 여러 곳에 내재되어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논의해야 할 것이고,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돈 없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돈 있는 사람에 의해서 크게 위축될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첫 번째 문제가 있다.

두 번째는 KISO의 문제다. KISO가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잘 해야 되는데, 그렇다면 KISO는 과연 잘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국가가 표현의 자유 시장에서 빠진다고 가정한다면 구성원들은 KISO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실질적 시장에서의 권력은 누군가에 의해서 대체되는 것이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KISO는 지금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떠안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떻게든 답을 도출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는 정부가 계속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이 개입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만일 KISO가 답을 제때 제대로 내놓지 못 한다면 또 다른 KISO와 같은 기구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만약 사라진다면 수 많은 기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나고 대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 KISO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며, 이 상황을 기회로 볼 것이 아니라 큰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KISO는 현재 상황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음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KISO는 자본으로부터 만들어진 기구라는 것이다. 즉, 자본으로부터 만들어진 기구인데 자본을 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KISO는 실질적인 인터넷자율정책기구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아주 철저하게 해야 된다. 인터넷 기업들이 지금 돈을 내서 KISO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KISO가 자본을 대변하게 되고 KISO가 그 자본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면, 그 순간 자본이 국민들로부터 위협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KISO를 만든 사람들이 정부보다 훨씬 더 강한 책임성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작년 말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올해 또 있을 헌법재판 논의, 대체입법 문제의 공론화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논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승선(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표현의 자유를 대단히 확장하는 결정들을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유독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표현 부분만은 잘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한다면 상당히 많은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결정들을 내려오고 있다. 예를 들면, 음란 표현의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음란 표현도 예전에는 표현의 자유 범위 밖에 두었던 것을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두겠다고 하였다. 한국에서는 이미 표현의 자유가 헌법 보호영역 내로 들어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도 그렇다는 판단에 동의한다. 음란 표현 역시 보호하고 있는 추세에 따른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문에 있는 보충의견을 보면 이번 논의의 논점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의견인지 사실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PD수첩과 관련한 일련의 재판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론 정정보도 청구와 관련하여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의 ‘의견이냐 사실이냐’ 에 대한 판단 기준이 뒤집어진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대응조치가 부실했다. 정부의 협상태도가 문제가 있다.’ 라고 한 것에 대해서 1심 재판부는 그것은‘ 사실’ 표현이 아니고, ‘의견’이라고 판단을 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그것은 ‘의견’ 이 아니라 ‘사실적 표현이고 허위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에 의해서도 ‘사실’ 표현인지, ‘의견’ 표현인지 그 자체가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또,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운 것 같다. 역시 PD수첩 형사재판에서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5개의 쟁점에 대해서 그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그중 3가지는 ‘허위사실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다루는 법원에서 조차 그것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판단하는데 애로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법원에서 조차도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이전단계에서 어떤 것의 ‘허위’ 여부를 놓고 형사적 또는 여러 가지 제재조치를 가하는 행위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리하며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첫째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기한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것은 우선 법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혹은 그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는) 불가피하게 존속시키되, 그것은 방송과 통신영역에서 발생하는 광고정보의 허위성과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 사후심의를 하는 기능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방송부분의 공정성이나 정치적 표현 등에 대한 것은 행정 기구에 의한 심의 바깥으로 나와서 자율 영역으로 넘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신 영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최근에 심의 신청 건수의 99.5%가 삭제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과보고서가 있었고, 그러한 심의 신청 건수의 44.5%는 중앙행정기구 등 공공기관에 의해서 제기되었다는 것을 보았을 때에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KISO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KISO가 어떤 것을 해야 되느냐 혹은 인터넷 자율규제의 영역에서 무엇을 해야 되느냐의 문제인데, 지금과 같은 위상과 역할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율규제기구의 위상은 현행 국가기구에 의한 심의·제재를 제거함과 동시에 자율규제기구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정한 통신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율기구에 돈을 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걸친 공간의 유지와 확대를 위해서 어떠한 자율규제조치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전제가 없다면 이것은 공허한 논의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기업들의 경우 표현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정보통신망법 제44조7의 불법 정보와 관련하여 광범위한 유통 방지 의무를 갖고 있다. 이것은 해외사업자에 비하여 상당히 책임수준이 높은 것으로, 기업들은 여러 가지 고민과 함께 책임성을 높여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그것이 사회적 의무라고 한다면 그것에 맞추어 해야 할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이번 위헌결정과 관련해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것, 즉, 허위사실인지를 제3자가 알기도 어렵고, 공익에 대해서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그간 가장 처리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굳이 이 조항 뿐만 아니라(다른 한편에서의 사회적 목소리도 있기 때문에) 불법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다른 조항에 따라 법관들도 판단하기 힘든 영역을 사업자가 인지하면 조치해야하므로, 인지하려는 노력을 사업자들이 상당부분 더 하도록 하는 것에 큰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향후 대체입법이 되든, 이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어떤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규제라든지 다른 법률적 규제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제3자적 지위에 있는 서비스 운영자들이 이러한 것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명확성의 부분 등은 반드시 지켜져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발제문에서 기업들이 공동으로 동일한 기준을 합의하여 게시물을 삭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에서의 공정하지 못한 독점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이슈는 개별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먼저 보아야 한다. 이용자를 규율하는 약관은 공정거래에 의한 규제를 받고 있고 기업들도 거래거절을 의사표시 할 수 있으므로 재량범위 안에 있고, 자율규제 측면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에 비록 불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거래거절이 기업의 부당한 이윤추구를 위해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라든가 사회적 이익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면 정당성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겠으나 행위 자체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포털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 포털은 하나의 서비스가 아니라 수십개 이상의 웹서비스가 결합된 상태에서 메인페이지라는 관문을 통해서 이용자들을 집약시켜서 이용하도록 하는 공간이다. 즉, 하나의 서비스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검색 서비스, 메일 서비스, 커뮤니티, 블로그, 게시판 등의 다양한 부분이 있다. 메일 서비스나 스토리지 서비스에서는(웹하드와 같은) 사업자는 데이터를 실어 옮겨주는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내용규제를 하겠다는 사업자는 전혀 없으며 이 영역은 100% 이용자의 자기책임 영역 하에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 외에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 개인이 관리하는 공간을 내주는 서비스, 사업자가 관리하지만 이용자가 컨텐츠를 생산하는 서비스, 그리고 전적으로 회사가 제작하고 컨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이렇게 누가 관리하고 누구의 책임영역에 있느냐에 따라 약관에 따른 거래규칙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들면, 쇼핑몰의 상품평을 올리는 게시판에 계속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 약관에 따라 그것을 제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허위사실 이슈와 관련해서는 자율규제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고, 지켜져야하는 가치가 있어야 자율규제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업자들이 지향하고 있는 자율규제는 사업자들이 자의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를 중시하는 자율규제이다. 즉, 사업자가 기준을 정해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만약에 그것이 우리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적 합의가 있는(이 합의는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는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분에 대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KISO 출범에 일조를 했지만, 기업들
만 참여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대표성이 빨리 강화될 수 있는 기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먼저 기업들이 나서서 자율규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사실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업자들은 권력의 행사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위임을 지향하고 싶은 것이다. 그 위임을 특정세력에게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장치를 잘 갖추고, 그것에 대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고, 한 목소리를 형성하는데 일조를 해준다면 더욱 훌륭한 자율규제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 : KISO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