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연구자가 바라본 KISO] ②김도승 목포대 교수
-편집자주- <KISO, 자율규제를 말하다> 특집호에서는 자율규제를 연구해 온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이들의 진단과 분석은 KISO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물론 자율규제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전해줍니다. KISO는 앞으로도 자율규제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건강한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김도승 교수입니다. 목포대학교 법학과에서 행정법, 정보통신법, 데이터법, 재정법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법제분석지원실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대학으로 옮긴지 이제 10년이 되어가네요.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 관련 법적 문제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에서 데이터의 활용, 데이터경제의 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 데이터의 공공적 활용 가능성과 한계,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의 조화 등입니다. 인터넷이라는 특성상 인터넷 규제 내지 인터넷에서의 질서를 논할 때 정부규제의 한계와 자율규제의 필요성은 빼놓을 수 없는 이슈입니다. 초기의 인터넷 공동체주의자들은 인터넷의 기술적인 구조와 특성 때문에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규제불가론’을 주장하기도 했지요. 헌법재판소도 기존의 방송매체 등과 비교하면서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평가하며 인터넷에서의 자유의 가치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이 현실과 이원화된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일반화된 오늘날 인터넷상의 활동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규율이 금기시 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인터넷의 특성과 고유의 가치를 고려할 때 자율규제는 유력한 대안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되어 왔습니다. 저도 정보통신법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율규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었고 관련 연구나 활동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뉴미디어 분야 자율규제에 관심을 두고 한국언론재단,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 등에서 자율규제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 특수성을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가 특별히 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무엇보다 매우 고도화된 정보통신인프라 환경과 국민들의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친숙성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독일, 프랑스 등 다수 유럽 국가들이 거대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법을 무기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는 유럽과 달리 우리는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토종 플랫폼 기업이 굳건히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강력한 규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의 바람직한 자율규제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자율규제는 업계를 비롯한 민간이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하여 약속하고 스스로 합리적인 규율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수범자 스스로 규율을 정하는 것이니 그 기준은 보다 탄력적일 수 있고 공적 규제가 가지는 경직성의 한계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규율도 가능합니다. 한편 보통 자율규제를 국가가 주도하는 공적규제와 대비하여 설명하면서, 행정적·형사적 수단을 비롯한 다양한 법적 제재 수단이 강구되는 공적 규제와 달리 자율규제는 결국 제재의 실효성이 없는 한계를 가진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율규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규제의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실효성을 강구하는 방식과 수단이 다른 것입니다. 자율규제는 그 영역에 맞는 고유한 수단이 확보되면 더 전문적이고 탄력적이며 실효성을 가지게 됩니다. 즉, 다양한 분야에서 그 영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율규제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제재를 설계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율규제는 시장참여자가 직접 규율에 참여하여 전문성과 효율성이 공적규제보다 우월할 수 있습니다. 신속하고 유연하며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규제가 가능하고 자율규제 위반에 대한 시장배제, 신뢰 박탈 등은 매우 강력한 불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강제력 담보수단이 특수한 것(오히려 규제의 포괄성, 탄력성, 전문성을 고려할 때 규제 체감도는 더욱 강력할 수 있음)이지 제재력이 없거나 실효성이 낮다고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의 적정 지원과 자율규제기구와 공적규제기구간의 역할 분담은 자율규제의 신뢰성 및 실효성 강화에 긍정적이라 할 것입니다. 자율규제에 대해 정부의 개입은 금기시된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자율규제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KISO는 자율규제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자율규제라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자율규제 문화를 개척해 나가면서 자율규제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자율규제 연구자로서 KISO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KISO는 인터넷에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이용자의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보장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적 노력의 결정체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두 차례 기고 요청을 받아 글을 싣는 것 외에 KISO의 활동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어 비판적인 평가를 할 만한 합리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허나 ‘키소’라는 명칭은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인터넷 공간의 질서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대표적인 자율규제 기구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데이터 경제, 디지털사회의 도래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중인 자율규제의 성과와 함의를 종합적으로 견인하는 맏형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저도 더욱 관심을 가지고 KISO의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부족하다면 어떠한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통한 참여와 연대라 할 것입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사회구성원들간의 원활하고 차별 없는 의사소통을 위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최대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인터넷상 표현행위 규제를 위하여 다양한 입법적 수단을 동원한 바 있고, 또 위헌 논란 등으로 무대에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실명제는 익명성을 토대로 전개되던 초기 인터넷이 누렸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했고, 사행성과 음란성을 빌미로 한 등급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검열과 통제를 합리화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은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표현 매체로서 자리잡았으며, 특히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입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의 임시조치에서 정보 게시자와 차단 요청자 사이의 불균형 문제라든지,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의 확대 필요성이나 인터넷실명제 잔재에 대한 폐지 등 여전히 남은 숙제들이 있습니다.”
-이용자 표현물을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필요하다면 어떠한 표현물이 그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앞서 지적한 해묵은 숙제들을 풀어나가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가짜뉴스나 명예훼손 글로 인한 부작용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어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통상 표현물의 경우 엄격한 법적 통제가 필요한 영역과 연성규범(직접적으로 법적 강제력을 갖지 않으나 간접적으로 사회구성원의 행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위하여 만들어진 행위규범들)의 규율 영역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영역이 바로 자율규제가 긴요한 영역임은 물론입니다. 오늘날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의 영향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더욱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은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더욱 미디어와의 접점이 다양해지고 밀접해 졌습니다. 그와 함께 소위 가짜뉴스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갈등과 혼란은 더욱 커지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분야는 기본적으로 공적 규제가 금기시되어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율은 단순히 국가나 시장규제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다층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에서 가장 변화되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변화를 위한 방안이나 또는 대안이 있을까요?
“통상 우리나라는 지나칠 정도로 모든 이슈에 대한 국가 의존성이 높습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관(官의) 역할을 갈구하지요. 우리나라에서 오로지 민간의 노력으로 자율규제가 꽃을 피우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민간 스스로 공적 규율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시장실패를 이유로 한 국가의 규제에 대한 방어적 성격으로 자율규제가 발전한 미국과 달리 공익 실현을 국가의 임무로 보고 국가를 공익 실현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관점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관성적으로 정부의 역할에 요청하기보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라는 자율적 개선을 도모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고 이것이 자율규제의 가장 든든한 지지 기반이 될 것입니다.”
-최근 대두되는 국내외 인터넷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향후 어떠한 분야가 인터넷 자율규제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되시는지요?
“데이터 정책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불명확하고 관련 제도는 경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보주체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된다고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여전히 관성적인 동의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이러한 무의미한 동의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실종시킵니다. 저는 데이터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을 조화롭게 견인하기 위한 다양한 자율규제 기반이 조성되고 발전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데이터 자율규제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떠오르는 인터넷 이슈 중 KISO가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메타버스 자율규제입니다. 최근 메타버스 내 활동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의 규제 경쟁 내지 갈등이 있었습니다. 메타버스 내 게임 활동에 대해 게임물등급분류 등 기존의 게임 규제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에 대한 고유의 규율 원리를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여전히 논란입니다. 정부의 규제 거버넌스가 정리되더라도 메타버스 내 다양한 활동 내지 서비스들에 대한 자율규제의 필요성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대표적 자율규제 기구로서 경험과 신뢰도를 축적한 KISO가 메타버스 자율규제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신문 관련 새로운 자율규제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요즘은 종이신문 보다 포털이나 SNS를 통해 인터넷신문에서 기사를 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여론형성에 있어 미치는 상당한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신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매우 낮습니다. 현행법상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은 사실상 문턱이 없고, 한번 등록이 되면 반복적인 오보나 언론의 기본적 기능을 망각하는 기사를 생산해도 사후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마땅히 없어 수만 개의 이른바 ‘좀비 언론’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부족한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에 지난 2021년 언론계, 학계, 광고계,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인터넷신문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IDI)를 설립하였습니다. IDI는 문화체육관광부 인가 비영리법인으로 인터넷신문에 대해 영향력, 신뢰성, 사회적 책임 등 3대 분야에 대해 주요 정보를 검증하여 투명하게 공개하는 언론의 자율적 활동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IDI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자율공시를 위한 제반 기반 조성 및 활동을 이어 가고 있으며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첫 본 공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공시를 신청하는 인터넷신문사의 정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율공시에 참여한 인터넷신문사에 대해서는 정부광고 집행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문화체육관광부, 언론재단 등 관련 기관과 협의 중입니다. 인터넷신문자율공시를 통해 독자는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인터넷신문을 선택할 수 있으며, 광고주는 더 효과적인 광고 매체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사는 독자로부터 신뢰받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운영전략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신문자율공시가 인터넷신문의 신뢰성 제고와 저널리즘의 발전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데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