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의 허위정보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자율규제’ 세미나 참관기

2008년 ‘미네르바’라는 필명이 가상의 공간인 Web의 토론게시판을 뜨겁게 달군다. 인터넷 논객이란 수식어를 달게 된 ‘미네르바’의 글은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 인터넷 논객이라는 수식어에서 나아가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당시의 미네르바 글의 영향력은 컸다. 2008년 12월 미네르바가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등에 달러화 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2009년 1월 서울중앙지검은 인터넷 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전기통신기본법상의 조항을 위반했다며 미네르바를 긴급체포 한다. 같은 해 같은 달 검찰은 ‘미네르바’를 구속 기소했고, 사건의 진행에 따라 ‘미네르바’의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에 전기통신기본법의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의 개요다.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 관해 미네르바 사건 외의 다른 사건과 병합 심리하여 위헌소원을 인용한다. 해당 결정이 있은 후 다수의 언론매체들이 저마다의 입장을 표명하며 헌재의 결정에 대한 논평을 쏟아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기사가 그러하듯 특정사안에 대한 학계의 논의는, 해당 언론사의 구미에 맞는 것을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또는 기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가져다 쓰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헌재 결정 당시에 쏟아져 나온 많은 글들은 법학적·언론학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그보다는 정치적 관점에 따른 접근을 한 글들이 다수였다. 때문에 당시 수많은 글들이 세상에 던져졌음에도 체계적·전문적이며 더불어 한 영역의 시각에만 국한되지 않은, 객관적이며 종합적 고찰을 전제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직 배움의 길에 서있는 내게 그러한 상황들은 아쉬움 이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법학적 시각에 갇혀 ‘장님 코끼리 만지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것저것 읽어대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나날들이었다.

2011년 2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주최로 ‘인터넷상의 허위정보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자율규제’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법학, 언론학의 전문가인 해당분야의 교수님들과 실무가들이 참여하시는 자리라 했으니 내게는 마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는 ‘효자손’ 같은 세미나였던 셈이다. 7할의 반가움과 3할의 호기심 발동.

KISO가 주최했던 이번 세미나는,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 그리고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님의 발제로 1부가 진행됐다. 발제들을 통해 미네르바 사건과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법학, 언론학적 쟁점 그리고 자율규제(self-regulation)라는 규제방식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잘 정리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잠깐의 휴식시간 후에 이어진 2부는 세미나 참석 토론자들의 해당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과 발제내용에 관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세미나를 참관하며 우리 헌법재판소의 전기통신기본법 위헌결정과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오버랩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 한 미군의 장례식장 인근에서 해당 군인이 동성애자였다는 이유로 망자(亡者)를 비방하는 집회가 열렸다. 유족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형사고소 했고 집회 참가자들은 헌법상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 주장했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이 심리하게 된 사안이다. 사안의 쟁점은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으로, 미국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사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판결을 깨고 8:1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해당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결정에서 John Roberts 미국연방대법원장은 “표현의 자유는 강력하다. 그것이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발언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 (Speech is powerful. It can stir people to action, move them to tears of both joy and sorrow, and as it did here inflict great pain…..We cannot react to that pain by punishing the speaker.)”는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동성애나 전쟁참전 여부 등 사회적 쟁점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위상과 해당 기본권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판결내용이다. 세미나를 참관하는 내내 미국 연방대법원의 해당 판결이 ‘자율규제’라는 규제 방식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이나 우리의 헌법재판소 모두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존의 입장보다는 좀 더 넓은 영역까지 포섭하는 입장을 취했다. 때문에 허위정보를 포함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관제(官制)가 아닌 자율규제의 ‘범위와 정도’가 가장 주요한 쟁점이 된다는 생각을 했고 세미나 내용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번 세미나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意義를 다루는 것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보다 는 좀 더 본질적이고 절실한 문제인, 자율규제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 실질적인 접근을 시도한 유의미한 세미나였다. 더불어 학계의 태도와 해당 업계의 실무진행에 있어서의 입장들을 규합하여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평가할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자율적 규제를 시행하기 위해 자율규제의 범위와 규제의 정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절충점을 찾는 역할을 했다. 나아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열수있는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금번 세미나로부터 얻은 가장 유의미한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장 헌재가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함에 따라, 惡意나 특정 목적을 위한 고의를 가지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 현실이다. 바로 그러한 부분에 대한 자율규제가 절실하다. 법의 공백, 간간이 존재하는 법의 오류 혹은 법과 현실의 불일치가 존재하는 영역이 자율규제가 가장 강하게 필요하며 그 효용이 극대화 되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런 현실의 필요에 충족하기 위해 학문의 이론적 검증들을 토대로,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한 발 나아가 실무에서의 사례와 문제점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번 세미나는, ‘자율규제’라는 규제방식이 관(官)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 직접적이고 유효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 하고 싶다.

세미나 참관에 대한 감상을 간단히 말하자면, ‘7할의 반가움과 3할의 호기심’이 오롯이(앞으로의 자율규제에 대한) ‘관심’ 으로 발효 숙성 완료!!

저자 : 윤진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