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에 대한 미러링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일베와 메갈리안
넷(net) 공간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이고 의견을 발표하며 서로 논쟁하고 충돌을 벌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폐쇄적이고 접근의 제한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제도적 규제 안에서 운영되는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와 달리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와 욕망, 감정과 생각, 취향과 성향 등을 자유롭고 대담하게 표현하는 넷 공간에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규제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존재들을 만날 수 있다.
‘일베’라는 극우적 이용자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당혹스러워 했다. 그들의 거칠고 날 선 혐오의 언어와 진보적인 세력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성, 사실이나 진실과 무관하게 재생산되는 극우 집단의 주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악의적인 배포 등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유독 역사와 정치적 주제들에 집중해 극우적인 발화들을 생산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분할과 적대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보수지배집단과 권력의 우위 속에서 일베의 이용자들이 극우적 언행들을 통제 없이 일삼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즉 진보적 성향의 시민과 정치세력을 극단적으로 배척하고 적대시하려는 보수지배세력을 등에 업고 일베의 정치적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여성이나 이주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해 일베가 드러내는 혐오와 적대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면서 일베는 단순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집단이기 보다 자신들이 가진 불만과 결핍, 불안과 공포를 타자나 상상적인 대상과 주장들에 전이시키는 사람들일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게 했다.
그리고 2015년 우리는 일베의 뒤를 이어 메르스 사태와 함께 찾아 온 ‘메갈리아’ 현상에 직면해야 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때 불안한 사람들의 눈에 포착된 것은 2명의 여성이었다. 홍콩을 여행하던 2명의 여성이 메르스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격리 조치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가 메르스 전염 공포에 떨던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 공분은 넷 공간에서 느닷없이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혐오 발화들로 이어졌다. “여자들은 개념없어.”
언론 보도가 잘못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홍콩 여행자였던 2명의 여성뿐만 아니라 ‘여성’ 그 자체에 대한 혐오와 비난의 발언들이 빗발쳤다. 여기에 맞서 메갈리아는 탄생했다. 남성들의 여성 혐오를 ‘혐오’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여성들의 미러링 커뮤니티 ‘메갈리아’는 남성들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대항적 슬로건을 내걸었다.
2. 메갈리안의 공격
디시인사이드에서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메르스 갤러리는 여성 혐오 발화들을 쏟아내는 남성에 맞선 여성 전사들의 탄생지가 되었다. 메갈리안으로 변신한 여성들은 남성이 여성에 대해 규정짓고 비난하며 혐오하는 발화들에 ‘여성들은 그렇지 않아’라고 맞서는 대신 ‘그렇게 말하는 남자 너희들은 이런 놈들이야’라는 방식으로 전투를 벌인다. 여성에 대해 쏟아진 혐오와 적대적 발화들에서 여성이 위치하는 주어의 자리에 남성을 위치시키고 그 남성 주어에 대한 혐오의 서술어들을 배치한다. ‘김치녀’, ‘김여사’, ‘된장녀’, ‘맘충’, ‘에미충’, ‘꽃뱀’, ‘창녀’, ‘보슬아치(여성의 성기를 가진 것을 벼슬로 여긴다)’로 불리며 ‘삼일한(여자는 삼일에 한번 패야 한다)’의 대상으로 전락한 여성들은 ‘김치남’, ‘한남충(한국남자벌레)’, ‘씹치(씨발김치남, 섹스만 밝히는 김치남)’, ‘갓치(최상을 뜻하는 god에 김치남을 합성)’, ‘좆뱀’, ‘창남’, ‘낙튀충(임신시키고 나몰라라 하는 남자)’, ‘자슬아치(남성이 성을 이용해 이득을 챙긴다)’라는 기표로 남성들을 호출한다. 이런 남성들은 ‘숨쉴한(남자는 숨 쉴 때마다 패야 한다)’의 대상이 된다.
메갈리안들은 남성이 여성을 부르고, 서술하고, 진단하고 다루는 방식을 문제 삼으며,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남성 중심적인 욕망에서 발생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메갈리안들은 매우 원색적이고 도발적이며 남성에 대한 혐오와 적개심이 가득 찬 언어전을 수행한다. 메갈리안의 사이트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언어들이 전시된다. 메갈리안들은 지금 여성 혐오를 혐오로 대항하는 것을 넘어 남성 그 자체에 대해 극도의 혐오와 증오를 과감하게 표현하고 공유하는 문화 전장(戰場)을 만들고 있다.
“씹치들 자지부랄털 다 뽑아버리고 싶다. 당장 집밖에 나오기만 해도 사람이 이렇게 생길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존나 창의적으로 못생긴 씹치들이 천지임. 이십 몇 년 동안 못생긴 씹치들만 봤으니 길가다 보이는 (자국에서는 외모가 평균정도거나 평균도 안되는)양남들이 조오오온나 잘생겨 보일수 밖에 없음 씹치들이 양남만큼만 생겨먹었어도 숨실한이라는 말은 없었을거임”(megalian.com 베스트 게시판의 글)
메갈리안 사이트나 SNS 커뮤니티에는 여러 유형의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이 게시된다. 한국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문제나 남성들에 의해 가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불합리한 행동, 여성 혐오를 고발하고 이의 심각성을 알리는 정보도 많지만 남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와 증오의 글들이 더 많다. 그리고 남성에 대한 적대적인 혐오 발언들을 읽고 있으면 누구라도 불편하고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메갈리안들의 분노와 여성 혐오에 맞선 또 다른 혐오의 문화정치를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마저도 메갈리안 커뮤니티에 게시되는 수많은 글과 영상 이미지들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신체, 외모, 성기에 대한 비하, 남성의 성 행위 방식에 대한 혐오, 외국 남성에 대한 선호와 한국 남성에 대한 폄하, 부모나 여성에게 의존적인 남성들에 대한 조롱 등 남성들에 대해 가해지는 공격은 무차별적인 남성 포비아나 탈 한국남자 매니아적 태도로 읽혀지기도 한다. 여성 혐오와 남성 권력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방식을 선택했던 메갈리안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부정할 수 없다.
대다수 언론 매체나 비평가들도 메갈리안들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극단적인 남성 혐오를 유발하는 또 다른 일베 커뮤니티 같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악을 악으로 대처하고’, ‘혐오에 기반을 둔’ 페미니즘이나 메갈리안의 방식이 오히려 대중의 마음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1들이 학자, 언론인, 문화 평론가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다. 더 나아가 김홍미리는 메갈리안들의 발화를 보며 남성들은 “여자들이 남성들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한다. 남자들만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여자들이 떠들고 가지고 논다는 걸 믿기 어려워한다”2고 말한다. 또 언론 매체들은 메갈리안들의 전투적이며 적대적인 혐오 발화들이 ‘이성 잃은 이성 혐오 시대3’를 본격적으로 열고 있지 않은지 반문하기도 한다.
3. 메갈리안의 1차 전쟁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기
메갈리안들의 표현 방식, 언어적 수위, 남성 일반에 대한 혐오나 적대적 태도와 같은 것을 문제시하며 메갈리안들이 젠더 전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의 젠더 갈등이 지금처럼 이성에 대한 혐오로 번지지는 않았던 반면 메갈리안 현상은 매우 적대적인 이성 혐오와 젠더 전쟁을 낳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유민석은 메갈리안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문이나 비판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메갈리아의 혐오는 일베의 혐오처럼 그저 똑같은 혐오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혐오에 대해 혐오로 맞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둘째, 미러링 스피치는 젠더 이분법을 재강화하거나 소수자 혐오를 재활성화 한다는 비판이다. 셋째, 미러링은 남성들의 반감을 초래해서 여성 운동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며 넷째, 메갈리안들은 남성 혐오적이라는 주장이다.4
물론 메갈리안 현상에 대한 여러 비판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지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혐오와 증오의 발화들에 대해 우려하듯이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혐오와 증오의 발화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일베의 적대와 혐오의 발화들을 걱정하듯이 메갈리안들의 생각과 언어들을 걱정할 수도 있다. 또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을 일삼는 발화들이 지속된다면 이를 무조건 관용하거나 간과할 수도 없는 일이며, 더 넓게는 우리 사회에 퍼져 가는 극단적인 적대와 혐오의 문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된 여러 고민들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적대적인 혐오 발화들을 규제해야 하는가? 해야 한다면 왜,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된다면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적대와 혐오 문화를 방치해야 하는가?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어느 누군가가 문화적 관용론자나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모든 생각과 표현에 대해 관대할 수 있다. 그 반대편에는 엄격한 통제주의가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이 양자 사이에 관용과 통제의 혼합지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위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베에 대해서도 그렇듯이 메갈리안들의 남성 혐오 발화들이 내재하고 있는 극단적 적개심이나 과격하고 선정적인 언어 표현들에 어떠한 형태의 사회적 통제나 규제가 가능할지를 묻기 전에 적대와 혐오 문화를 둘러싼 맥락과 배경, 현실의 권력관계를 먼저 성찰하고 이로부터 적대/혐오 문화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것이 선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적대적인 혐오 발화들을 거침없이 전면화하고 남성과의 전쟁을 벌이는 메갈리안들에 대한 반감과 통제 의지를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메갈리안의 태도, 그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으며, 그들로부터 느끼는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사실에 대한 왜곡, 허위사실의 유포,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통제의 장치들을 통해서 진정 문제시되는 발화들을 규제할 수 있다. 하지만 메갈리안 현상은 이 같은 규제와 통제 의지를 넘어 메갈리안 현상이 표상하는 우리 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적대 및 혐오 관계가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토론을 요구한다.
여전히 언론은 여성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보도를 일삼고 있고, 텔레비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도 남성들의 욕망과 시각의 우위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남성들은 사석에서든 공석에서든 남성우월주의를 과시하거나 크든 작든 수많은 형태의 남성 권력들을 행사하거나 동참한다. 여성은 섹시해야 하고, 남성이 원하면 언제든지 남성이 원하는 방식으로 성적인 대상이 되어야 하며, 남성의 욕망에 따라 취급되어지는 대상이 된다. 또 여성은 항상 남성들에 의해 먼저 정의 내려지고 서술된다. 남성 지배적인 언어의 세계 속에서 여성은 그 언어의 방식으로 다루어진다.
메갈리안들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향해 쏟아내는 남성들의 적대적인 혐오 발화들을 그대로 남성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성학자들은 이 같은 미러링 스피치를 “말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감히 말하는 것으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혐오발언에 대해 되받아쳐 말하는 것이며, 혐오발언을 통해 말하는 것”으로 혐오발언을 통해 혐오발언에 저항하는 방식이자 스스로 혐오발언에 대해 대립하도록 만드는 방식5이라고 말한다. 넷 공간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과감하게 말하는 공간을 열어주었다. 남성 중심적인 미디어 환경을 벗어나 넷 공간이 여성들에게 더 넓은 자유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넷 공간에서 여성들은 더 많은 것을 더 자유롭고 과감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남성들 마찬가지겠지만). 이러한 소통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과격하고 선정적이며 적개심에 가득 찬 혐오 발화들이 증가하고 이것이 야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방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메갈리안들은 혐오 발화가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그리고 그 혐오스러운 혐오 발화들이 그동안 여성들을 향해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쏟아졌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대다수 남성들이 이에 동참하거나 침묵해 왔는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에게 타자에 대한 혐오 발화가 얼마나 큰 상처와 공격이 되는지를 되돌려주기의 방식으로 말을 걸었다. 메갈리안의 미러링을 단지 언어적 미러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특정 집단과 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가혹한 차별과 혐오, 적대심을 만들어내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미러링으로 생각해 봐도 좋을 것이다.
이와 함께 메갈리안 커뮤니티의 또 다른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메갈리안들은 촘촘하고 끈적끈적하며 폭력적인 형식으로 축적되고 신체화 되어있는 남성의 권력과 폭력, 남성들의 편견과 여성 혐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남성들의 변화를 촉구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의 변화를 주장하는 매우 뛰어난 공론장을 만들기도 한다. 여전히 메갈리안들의 넷 커뮤니티에서는 희생당하고 착취당하며 함부로 말해지고 다루어지는 여성들의 실태를 고발하거나 현실의 개혁을 위한 여성들의 연대 활동에 대한 고민들이 공유된다. 일부 남성들 또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혐오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나아짐’을 위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노력을 발견할 수 있다. 메갈리안이 보여주고 있는 공론장이자 여성주의적 연대의 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는 일 또한 메갈리안들에게 달려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극단적인 남성 혐오 발화들을 생산하고 있는 자기 내부의 메갈리안들에게도 또 다른 거울을 비추고 혐오 전쟁이 아닌 여성을 둘러싼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사회구조, 여성에 대한 재현과 발화들에 대한 개혁의 연대를 폭넓게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로부터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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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베’가 되어가는 ‘메갈리아’, <중앙일보> 2016년 1월 1일. [본문으로]
- 김홍미리, 눈 앞에 나타난 메갈리아의 딸들 – 메르스 갤러리, 열린 판도라의 상자를 보며,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15년 6월 11일. [본문으로]
- 남과 여, 서로의 반쪽 아닌 적? 이성 잃은 이성 혐오 시대, <동아일보>, 2015년 9월 9일. [본문으로]
- 유민석, 혐오발언에 기생하기 : 메갈리아의 반란적인 발화, <여/성이론> 33호, 2015년 12월. [본문으로]
- 유민석, 혐오발언에 기생하기 : 메갈리아의 반란적인 발화, <여/성이론> 33호, 2015년 12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