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붙인 원격 의료, 현재와 미래

코로나가 원격의료에 불을 붙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진료, 상담 등 원격의료 건수가 350만 건을 넘었다. 현재까지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국내 의료 기관이 전체의 3분의 1인 1만 곳 이상이다. 건강보험에 청구된 비대면 관련 진료비용은 700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에 확진 돼 집에서 재택치료 받은 감염자 수만 해도 80만 명이다. 재택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들이 매일 감염자를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금기 시 하던 원격 의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대세가 됐고,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원격 의료는 멈추질 않을 태세다. 예전에 모든 금융 거래를 은행을 방문해 진행했으나 이제는 거의 모두 온라인으로 하듯이 앞으로 상당수 의료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원격의료 현재의 상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일상으로 들어온 원격 의료

대학병원 심장내과 심장병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가방에서 종이 한 뭉치를 꺼내 의사에게 내려놓는다. 스마트폰으로 측정한 자신의 심전도 데이터를 출력해 가지고 온 것이다. 심전도 기록이 빼곡하다.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심전도를 찍었으니, 자신에게 부정맥은 없는지 해석해 달라는 요구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심전도를 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스마트폰 심전도 측정을 의료기기로 승인한 이후다. 현재 애플과 삼성 갤럭시 워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계형 웨어러블 장치로 심전도 측정이 가능하다. 그렇게 찍은 심전도 데이터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기록된다. 알람 기능을 통해 왼쪽 심방이 ‘파르르~’ 떠는 심방세동 발생 경고도 받을 수 있다. 이는 좌심방에서 정상적인 박동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웨어러블 심전도의 부정맥 진단 효과는 심장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애플 워치가 부정맥으로 판단됐던 사람의 34%에서 실제 심방세동으로 진단됐다는 조사가 나왔다. 간단한 방법으로 심방세동 진단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항응고제 같은 치료제 효율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원격 의료 규제를 풀어주니 일상 속에서 환자의 질병 관리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원격 모니터링과 진료가 활성화되면 환자들의 응급실, 외래 방문을 줄이고, 입원 빈도도 감소시킬 수 있다. 병원과 먼 곳에 사는 환자들 삶의 질도 좋아지고, 궁극적으로 의료비도 낮출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생체 지표나 검사를 환자 집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모니터링하는 장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장 박동 힘이 약해진 심부전 환자는 혈액 순환이 정체돼 폐에 체액이 차오르면서 체중이 늘어난다. 심부전 환자가 수시로 전자 체중계에 올라가게 하면, 원격 전송된 체중 변화 데이터로 심부전 악화 여부를 조기에 잡아낼 수 있다. 전자 청진기로 호흡 소리를 재면 소리 데이터가 의사에게 전송돼 천식 증세도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천식에는 휴대용 전자 폐활량 측정기도 쓰인다.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급성장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미국 내 원격의료 서비스 활용률은 전체 환자의 11%에 불과했지만, 2020년 46%로 급증했다.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미국 의료진과 방역 당국은 의료 서비스에 원격의료를 대거 추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원격의료 기업 ‘텔라닥(Teladoc)’은 지난해 미국의 대형 보험사와 함께 전국적인 1차 진료를 시작했다. 대형 의료보험 회사들도 원격의료를 대면 진료 대안이 아닌 선택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614억 달러(약 69조 원)에서 2027년 5595억2000만 달러(약 62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평가됐다. 각 분야 시장 전망을 내놓는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코로나가 원격의료에 불을 붙였다’고 평하며, 연평균 25%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한해 미국 시애틀 어린이병원은 전체 진료의 80%를 비대면 원격으로 했다. 소아 환자의 증상을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찍어 의사에게 보내 진료에 쓰기도 한다. 워싱턴대학병원은 임산부에게 태아 심장 음을 청취하는 도플러 기기를 나눠 주고, 집에서 녹음해서 전송시켜 태아 진료에도 쓴다.

미국 정부는 원격과 대면 진료를 같은 치료비로 인정하고, 거주지와 상관없이 연방정부 건강보험서 원격 진료를 지원한다. 중국은 전체 진료의 절반 이상을 원격으로 할 것을 권장하며, 원격의료에 네트워크 요금제를 우대한다. 환자의 의료 정보를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딩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호주 정부는 원격진료 시스템 ‘헬스 다이렉트’를 개발하여 의료기관에 보급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전국 보건소 의사가 원격진료를 시행한다.

원격 진료 플랫폼 활성화

코로나 팬더믹으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 되면서 원격 진료를 이용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활발히 의료시장에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도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진료 영역도 점차 넓어져가고 있다. 닥터 나우, 라이프시맨틱스, 솔닥, 똑닥 등 플랫폼 회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20여 개에 달한다. 카카오톡 기반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플랫폼은 지난해 4분기 진료 거래액은 10억 원에 달했다. 한 번 이용했던 환자들의 재진율도 80% 정도로 높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다.

이들은 모바일 진료 예약접수 서비스부터 재택 환자의 화상 진료나 전화 진료 등 비대면 진료를 제공한다. 병원은 비대면 진료 환자의 정보를 병원 전산시스템에 접목하고 있다. 별도의 비대면 진료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경과 관찰 데이터를 볼 수 있게 한다. 환자 개인의 건강기록을 애플리케이션에 담아 비대면 진료와 연동시키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환자 개인도 병원 데이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마이 헬스웨이(의료분야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공개했다. 이를 통해 본인의 진료이력 및 건강검진, 투약이력, 예방접종이력 등의 정보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원격과 왕진 융합형 의료도 등장

일본은 코로나 이후 재진뿐만 아니라 초진도 비대면 원격 진료가 이뤄지는 가운데, 집에 있는 환자를 원격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장치를 이용해 건강 신호나 질병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생기면 의사가 환자 집을 찾아가는 방문 진료를 하는 의료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원격 모니터링과 왕진이 결합된 새로운 의료가 탄생한 것이다.

도쿄 도심 신주쿠에 있는 유미노 클리닉은 주로 심장병 환자를 진료하는 내과다. 심부전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 집에 심전도와 체중, 산소 포화도 등 원격 모니터링 장치를 설치하고 관리한다. 심부전 악화 조짐이 발견되면 심장내과 전문의가 환자 집을 방문해 각종 처치와 약물 처방을 조절한다. 방문 진료에 휴대용 심장초음파, 산소 투여기, 인공호흡기도 동원된다. 이렇게 했더니 심부전 환자의 재입원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유미노 클리닉에서 이 서비스를 받는 심장병 환자는 최근 5년 사이 144명에서 893명으로 6배로 늘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부터는 2000명 이상의 환자를 재택 의료로 관리한다. 한 해 환자 집으로 찾아간 왕진 건수가 유미노 클리닉에서만 2만 건이 넘는다. 클리닉에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이 있어 질병 관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 일본에는 이렇게 원격 모니터링과 방문 진료 시스템을 갖춘 곳이 신경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등에 다수 있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 환자는 병의원을 갈 필요가 없어지고, 집에 머물게 되면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어 좋고, 병원 입원비도 안 들고, 병세가 악화되는 상태를 조기 발견해 신속 치료하기에 전체 의료비도 절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원격의료 제한점과 극복 과제

한국 사회는 곧 65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화 단계로 들어설 전망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고령 사회가 될수록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는 병원 방문을 최소화할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원격의료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자가 원격 의료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원격의료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술을 어려워하는 점이 원격의료 확산을 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도 마찬가지 일 게다. 노인 환자들은 대면 진료에 비해 원격으로 진료 받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많은 의료진이 원격의료를 할 때 일반 진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그 보상은 적다고 느낄 뿐 아니라 법적 책임을 우려한다. 해결해야 할 숙제다. 환자 진료 정보가 담긴 의료 데이터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보안 시스템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격진료 보험 수가 문제 또한 난관이다. 일본의 경우, 원격진료 확산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원격진료 의료 수가가 대면 진료와 비교해 굉장히 낮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 대상을 재진에서 초진 환자로도 확대했지만, 비용 문제로 원격의료가 크게 확산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의료 산업적 관점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의료보험이다. 원격 진료에 대한 보험 수가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활성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제한도 극복해야 한다. 환자가 직접 측정한 데이터가 병원 서버에 자동 전송되어야 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좀 더 정교한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야 안전하고 누구한테나 편리한 원격 의료가 널리 자리 잡는다.

저자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