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20돌’, 유튜브 세상을 살게 된 우리의 과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설립 20돌을 맞았다. 2005년 2월, 전직 페이팔 직원 세 명이 만든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유튜브는 20년 만에 세계 최대의 미디어 플랫폼이자 디지털 문화의 상징으로 굳게 자리 잡았다. 유튜브는 소규모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후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 미디어 산업, 의사소통과 여론 형성 방식까지 전면적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필자는 2009년 인터넷 실명제 확대에 대한 반발로 유튜브가 국내 업로드를 차단한 것을 단독 보도한 것을 비롯해 2011년 실리콘밸리의 유튜브 본사를 국내 언론 최초로 방문해 취재하고, 2020년엔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를 펴내며 일찍부터 유튜브 현상에 대해 주목해왔다. 기자로 유튜브가 불러오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와 새로운 인터넷 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유튜브가 오늘날처럼 인터넷에서 거의 모든 콘텐츠를 압도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는 신선했지만, 한동안 유튜브는 썸네일 크기의 저화질 영상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PC에서만 볼 수 있었고, 회선 비용은 비싸 구글의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후 모바일 시대가 개막해 네트워크 비용이 낮아지고 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됐고, 그로 인한 새로운 현상의 에너지와 플랫폼 역할을 한 게 유튜브이고 구글과 유튜브는 최대 수혜자가 됐다. 유튜브 20돌의 의미와 갈 길을 점검해 본다.
유튜브의 현주소
구글이 2006년 11월 유튜브를 1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본격 성장이 시작됐다. 유튜브는 2008년 1월 23일 한국어 페이지를 열면서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2015년에는 음원 서비스 ‘유튜브 뮤직’을, 2017년에는 미국에서 ‘유튜브 TV’를 출시했고, 2018년에는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하며 이용자 대상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유튜브는 2024년 매출 542억 달러, 수익 78억 달러를 기록하며, 디즈니에 이어 세계 2위 미디어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엔 디즈니를 추월해 최대 미디어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방문자 기준 구글에 이어 세계 2위 웹사이트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83%, 청소년의 93%가 이용 중이다. 하루 평균 500시간 분량의 신규 영상이 업로드되고,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0억 명을 넘는다. 국내의 이용률은 더 높다. 와이즈앱이 2024년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하루에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로, 전체 스마트폰 앱 사용 시간의 33.6%를 차지했다. 모바일인덱스의 2025년 2월 집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하루 평균 139분 동안 유튜브를 사용했다. 깨어 있는 시간 중 두 시간 넘게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이다.
한국의 K콘텐츠는 유튜브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고 그 수혜를 누리는 인기 상품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 인기몰이를 하며 5개월 만에 유튜브 사상 최초로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했다. 핑크퐁의 ‘아기상어 체조’는 2022년 유튜브 최초로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고 2025년 8월 현재 161억 페이지뷰로 조회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을 기점으로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의 유튜브 시청이 늘어나면서 K팝 글로벌 팬덤도 시작됐고,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등 글로벌 K팝 그룹이 줄을 이었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유튜브에서 시작된 K팝의 글로벌 인기 현상을 증명한다.
유튜브 이후 달라진 세상
첫 번째로, 유튜브는 콘텐츠 생산의 민주화를 불러왔다. 과거 영상 제작과 배급은 방송사와 영화사 같은 소수의 전문기관이 독점했다. 그러나 유튜브는 개인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쉽게 전 세계에 영상을 배포할 수 있게 했다. ‘1인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고, 유튜브 스타는 새로운 셀럽의 전형이 되었다. 특히 키즈 크리에이터, 뷰티 유튜버, 게이밍 스트리머 등 영역에서 거대한 팬덤과 경제적 수익 모델이 생겨났다.
둘째, 유튜브는 광고 및 경제 모델의 혁신을 이끌었다. 구글은 2007년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을 도입해 창작자들에게 광고 수익 공유에 나섰다. “사용자가 곧 생산자이자 경제 주체”라는 크리에이터 경제가 본격 등장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직업으로 삼거나 스타덤에 올랐으며, 기업들 또한 유튜브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광고, 협찬, 상품 판매, 멤버십, 슈퍼챗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은 오늘날 유튜브를 거대한 생태계로 성장시켰다.
셋째, 유튜브는 문화와 정치적 의제 형성의 장이 되었다. 전 세계의 사회 운동, 시위, 정치 캠페인, 교육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플랫폼은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의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2011년 ‘아랍의 봄’에서 유튜브 영상은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 매체 역할을 하며 민주화 시위를 확산시켰다. 이와 함께 각종 음모론, 가짜뉴스, 혐오 발언 같은 부정적 현상도 퍼져 나갔다.
넷째, 유튜브는 교육과 학습의 혁신을 이끌었다. ‘유튜브 대학’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요리, 과학 실험, 코딩, 외국어, 역사 강의까지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유튜브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상황이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와 같은 무료 접근 가능한 방대한 강의와 실습 자료는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교육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큰 역할을 했다. 유튜브의 다양한 콘텐츠는 무크(MOOC)나 하이브리드 학습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며, 지식의 민주화를 가속화했다.
다섯째, 유튜브는 대중문화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다. 음악 산업은 뮤직비디오와 스트리밍이 유튜브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K팝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 장르의 확산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팬덤 문화는 댓글, 리액션 영상, 밈 문화로 확장되었고, 이는 트위터·틱톡 등 다른 플랫폼과 맞물리며 복합적인 온라인 문화 생태계를 형성했다. 방송사와 영화사들도 한때 적대시하던 태도를 바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새로운 배급 창구로 삼고 있다.
유튜브의 과제
유튜브의 글로벌 성공 배경에는 모바일 대중화, 수익 공유 등 생태계 모델, 대용량 트래픽 기술 등이 거론되지만, 핵심에는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추천이라는 강력한 알고리즘이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 이력, 검색 기록, 구독 정보, 상호작용(좋아요, 댓글, 공유 등)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하고 자동 재생한다. 이용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취향과 선호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를 자동 재생해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유튜브 시청에 쏟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편리한 개인별 맞춤화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비슷한 콘텐츠만 접하게 만드는 ‘필터버블’과 ‘에코 체임버(반향실)’ 현상을 불러온다. 이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한 의견 형성을 저해하는 환경을 만든다. 개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관점의 정보 위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대립하는 의견이나 다양한 시각을 만나기 어렵게 된다. 비슷한 정보에 집중 노출되면서 특정한 의견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는 확증편향이 생기고, 새로운 지식이나 균형 잡힌 정보 습득이 어려워진다. 사회 차원에서의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유튜브의 필터버블과 에코 체임버 효과는 특정 집단 안에서만 소통이 이뤄지고 강화하도록 해서 집단 간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해 집단 간 의견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 현상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용자 주도의 영상콘텐츠 공유 시스템은 세계 최대의 미디어 플랫폼을 만든 장점인 동시에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튜브는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올리고 추천·공유할 수 있게 해 자유로운 소통 공간이 되었지만, 이용자 생산 콘텐츠(UGC)에 대해서 게이트키핑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아동학대·폭력물·음란물 등 유해성 콘텐츠만 알고리즘으로 걸러내고, 개인의 의견이나 정보에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자유로운 의사소통, 영상 공유의 마당이 탈진실 환경에서 허위·조작 정보의 플랫폼이 되어 사람들을 선동하고 배제하는 거짓과 증오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유튜브의 위험한 콘텐츠 정책은 더 고삐가 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2025년 5월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팩트체크성 활동을 비롯한 콘텐츠 삭제 정책을 크게 완화했다. 기존에는 가짜뉴스나 혐오 발언 등이 포함된 영상의 25% 이상이 문제되는 경우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으나, 정책을 변경해 그 기준이 50% 이상으로 완화한 것이다. 이는 유튜브가 허위·왜곡 정보가 게이트키핑 없이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더욱 펼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튜브가 등장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정보의 유통과 이용에 장벽이 사라지고, 개인의 발언권과 표현 자유가 크게 신장됐고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유튜브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디어와 플랫폼 이상의 여론·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게 됐지만, 함께 만들어져야 할 두 가지는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하나는 유튜브의 큰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지우는 규제 시스템이다. 다른 하나는 유용하고 해롭고 정확하고 거짓된 콘텐츠들이 뒤섞여 있는 혼란스러운 미디어 세상에서 지혜로운 이용법을 알려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