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그 의미와 향후 과제

(사진 : 픽사베이)

지난 여름 마인크래프트 사례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드디어 도입된 지 10년만에 폐지됐다. 정부는 8월 25일 관계부처(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합동으로 마련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청소년보호법 상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법 상의 ‘게임시간 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하는 동시에 청소년과 보호자, 교사 등에게 게임이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후속조치로 11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규정하고 있던 청소년보호법 조항을 삭제하는 골자의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결국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폐지된다.

청소년보호법 상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2014년 4월 24일 합헌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은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위헌이 아니라는 의미이지, 결코 좋은 정책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사실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논쟁은 2014년도의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통해서 종식되거나 완결되었던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중이었고, 최근 마인크래프트 사례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명분으로 제안이 이루어진 2004년도 애초부터 ‘문제의 소재’와 ‘비난의 대상’을 혼동한 것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수면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입시제도 및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 문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학업에 투입하는 반면 수면시간이나 여가시간은 이례적으로 적다고 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게임만 비난함으로써, 오히려 부모와 국가는 자신들의 근본적인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려고 하는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점이 강제적 셧다운제의 본질이다.

또한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기대는 것이고, “모든 문제에는 간단하고 멋지지만 잘못된 해결책이 있다”(H. L. Mencken)는 말이 꼭 들어맞는 잘못된 제도이다. “모든 문제에는 간단하고 멋지지만 잘못된 해결책이 있다.”는 말은 미국연방수사국(FBI)가 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보고서에 인용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고 한다. 미국연방수사국(FBI)는 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인용했다고 한다.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평소에 슈팅게임을 즐기는 사람이었다고 해서 게임이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단정해서도 안된다는 취지이다.

청소년의 게임이용과 관련해, 이번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보아야 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셧다운 시스템의 유형과 관련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이 4가지 정도가 상정 가능하다.

제1안은 자율규제안이다. 셧다운 시스템의 적용을 개별 사업자 및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다. 셧다운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는 게임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게 하는 것이다. 현재 게임자율규제기구로 기능하고 있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에서 게임시장에 대한 감시(셧다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해서, 채택하고 있지 않은 게임에 대해 공표 등의 제재조치를 부과하는 등)를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는 자녀의 게임이용에 대한 부모의 원활한 교육과 지도를 위해, 게임시장에서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의 게임이용 관련 정보를 부모에게 충분히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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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넥슨 자녀사랑 시간지키미 서비스)

제2안은 옵트-인(opt-in) 안이다. 청소년보호법 상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된 이후 남게 되는 현행 게임법 상 선택적 셧다운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청소년이나 부모가 셧다운 시스템의 적용을 요청하는 경우에 비로소 사업자는 적용의무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제3안은 옵트-아웃(opt-out) 안이다. 기본적인 디폴트는 강제적 셧다운제이고, 청소년이나 부모의 요청시 해제해 주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규제 개선의 효과가 거의 없다. 디폴트가 강제적 셧다운제이기 때문에, 청소년보호법 상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갖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즉 원칙과 예외가 여전히 전도되어 있는 방안이다.

제4안은 예외 없는 일률적, 강제적 셧다운제안이다. 이번에 폐지된 청소년보호법 상의 강제적 셧다운제이다. 헌법적 문제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사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부모의 자녀교육권으로 상징되는 가족의 자율성이라는 헌법원리와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정도로 우선 순서를 매긴다면, 제1안(자율규제안) 〉제2안(옵트-인 안) 〉제3안(옵트-아웃 안) 〉제4안의 순서가 가능하다. 다만 제1안인 자율규제안은 헌법적 문제점이 전혀 없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과도기적으로 자율규제방안과 제2안인 옵트-인 안을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게임법 상의 선택적 셧다운제도 폐지되어야 한다. 국가가 청소년의 게임이용에 개입하는 것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여 청소년보호에서의 국가후견주의의 한계를 일탈할 위험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청소년보호정책의 수준을 상징하는 규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청소년보호정책의 패러다임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청소년을 보호의 객체로만 보지 말고 인권의 주체로서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전자에 ‘과몰입’된 정책이었다.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유지하는 한 우리나라의 청소년보호정책은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와 문화에 상응하는 청소년보호정책의 진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게임 과몰입 청소년 및 가정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즉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포지티브 방식으로 청소년보호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저자 :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재분류자문위원/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