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강제적 셧다운제의 의미

 

  1.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게임산업이란?

 

대한민국에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규정짓는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겠지만 그 핵심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등 신기술의 융복합에 의한 대대적인 산업재편이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변화에 대해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AR(Augmented Reality), 모바일, 빅데이터 등이 집약되어 발전해온 미래먹거리 사업이자, 영상, 미술, 음악, 캐릭터, 스토리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결합된 문화콘텐츠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화콘텐츠 사업 중에서도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자, 청년 고용 역시 활발한 청년 친화적인 사업이다.

이렇듯 게임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가 전략적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유망산업 중 하나이다. 과거 우리의 게임산업은 세계적으로 그 경쟁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이미 시장을 선도했던 영광스럽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산업을 진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작고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다. 이로 인해 업계는 위축되고 인재들은 업계 진출을 꺼리고 있으며, 게임산업 전체의 발전이 더디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산업 전반의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과도한 규제의 중심에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가 있다.

 

  1.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 문제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시간대인 오전0시부터 오전6시까지 일률적으로 인터넷게임의 이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청소년보호법」에 그 근거를 두고 2011년부터 시행되었다.

 

청소년보호법 제26(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여성가족부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협의하여 제1항에 따른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물의 범위가 적절한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2년마다 평가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평가의 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하지만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시행되고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인터넷게임에 과몰입되는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함에도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이용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행정 편의적 규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보호법」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에서는 현재 PC를 기반하는 인터넷게임에만 적용중인 강제적 셧다운제를 2019년부터 모바일게임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허용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게임을 백해무익한 중독물질쯤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에 근간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벌써 7년이 지났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이나 자기 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비롯해 부모의 교육권이나 인터넷게임 제공업자의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자율성 및 다양성 보장에도 역행하고 있다. 부모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타인으로부터 ID를 양도받아 심야시간대에 인터넷게임을 하는 청소년들도 많은 것도 현실이다. 행정 편의적인 과도한 규제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의 다양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잠재적 범법자로까지 내몰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청소년보호법」 상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사실상 동일하게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선택적 셧다운제라고 말한다. 선택적 셧다운제란 청소년 본인 혹은 부모가 인터넷게임 제공자에게 게임물의 이용방법 및 시간 등의 제한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게임 과몰입·중독 예방조치 등) ① 게임물 관련 사업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통하여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자에 한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이하 “예방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 인증

2. 청소년의 회원가입 시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확보

3.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물 이용방법, 게임물 이용시간 등 제한

 

선택적 셧다운제를 활용하면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각자의 현실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부모나 청소년 개개인이 처한 현실과 상황을 외면한 채 특정 시간대의 게임 이용을 일률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과연 부모와 청소년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게임 이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해 나가는 방식보다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쉬워 보이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조차 우리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한 국내 게임산업의 현황

2011년 제도의 도입 당시부터 시작되었던 강제적 셧다운제와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위헌 여부에 관해 헌법소원까지 진행되며 커다란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강제적 셧다운제는 19대, 20대 국회에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계속해서 제출되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에 있다. 현재 강제적, 선택적 셧다운제로 이원화 되어 있는 셧다운제를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하여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청소년 보호 및 청소년 문화콘텐츠 이용의 자율성 보장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2017년 11월 대표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게임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이 집약된 미래먹거리 사업이자, 다양한 문화 예술적 요소를 갖춘 문화콘텐츠 산업이며, 수출, 고용 등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높은 유망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게임 시장의 전체 규모는 10조 8,945억 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이후로 2011년까지 지속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난관에 봉착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되기 이전인 2011년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성장률은 18.5%에 달했으나, 2012년 이후부터 큰 폭으로 하락해 2013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0.3%)을 기록한 바 있으며, 2016년 역시 1.6% 성장에 그치고 있다.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의 직접 적용대상인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경우, 2011년 매출액이 6조 2,3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8%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매출액과 성장률이 크게 꺾이면서 2016년의 경우 전년 대비 –12.0%나 감소한 4조 6,464억 원 매출액에 그친 바 있다. 반면,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의 유예 대상인 모바일 게임시장은 온라인 게임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2011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11년에 4,236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2016년에는 4조 3,301억 원에 도달하는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위축되면서 산업 전반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이, 온라인게임을 대체하게 된 모바일게임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전체 게임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게임산업과 그 규제의 방향은?

게임은 현재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분류되며,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발휘해 게임의 문화 예술적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가 경제적, 산업적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에 관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진흥법」에는 문화예술의 정의에 게임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게임은 사회악(社會惡)이 아니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문화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과 관련한 규제는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제한적으로 가해져야 한다. 하지만 유독 게임산업과 관련해서는 불필요하고 중복적인 과도한 규제가 많이 있으며, 그 중심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위치하고 있다. 게임을 무조건 나쁘다고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게임과 관련한 규제는 논리의 영역을 넘어서 가해질 수밖에 없음을 강제적 셧다운제는 증명한다.

지금까지 종합예술을 이야기할 때 흔히 영화를 예로 들어왔다. 하지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종합예술은 게임이 될 수 있다. 현대의 게임은 영상, 미술, 소설, 음악 등이 포함되어 어우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적으로 융합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게임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야 한다. 게임을 영화와 같은 문화예술로 바라보고 새로운 여가의 방식으로 인정한다면 강제적 셧다운제와 관련한 논쟁이 얼마나 소모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영화를 법으로 규정할 수는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시대에 청소년이 자정이 넘어서 영화를 보면 안 된다는 것까지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저자 :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웹젠 대표이사/ (전)NHN게임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