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표현완화를 위한 정책 및 심의결정 리뷰

1. 온라인공간에서 차별적 표현완화를 위한 정책결정

가. 정책결정 전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는 오랜 논의 끝에 2014년 2월 4일 ‘온라인공간에서 차별적 표현완화를 위한 정책’(이하 ‘차별표현 완화 정책’)을 결정하였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결정>

인터넷은 사상과 표현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비판적 표현은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하고, 비록 그 표현이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제지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을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에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자유로운 의견의 소통을 오히려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

이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1. 회원사는 지역•장애•인종•출신국가•성별•나이•직업 등으로 구별되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여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게시물이 유통되고 있음을 신고 등을 통해 알게 된 경우 이를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 대한 차별적 표현으로 보아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공인의 공적업무와 관련된 게시물에 대하여는 정책결정 제2호에 따른다.

나. ‘차별표현 완화 정책’의 의미와 특징

KISO는 2013년 4월 17일 ‘사회갈등 완화를 위한 연관검색어 추가 정책’(정책결정 제19호, 이하 ‘연관검색어 추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정책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위 ‘연관검색어 추가 정책’은 정책결정 제15호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여 “특정 지역, 종교, 사상, 장애, 인종, 출신국가 등을 비하하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연관검색어 등으로 과도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높은 경우” 해당 연관검색어 또는 자동완성검색어(이하 단순히 ‘연관검색어 등’이라 함)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었다.1 그 취지는 온라인 공간에서 격화되어가고 있는 사회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지역, 인종 또는 출신국가 등을 비하하는 단어가 포함된 연관검색어 등을 제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차별적 표현을 제한하고자 하는 ‘차별표현 완화 정책’의 취지와 일정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연관검색어 추가 정책’은 포털서비스 운영자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인 연관검색어 등을 그 대상으로 하나, 이번 ‘차별표현 완화 정책’은 이용자의 게시글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연관검색어 추가 정책’에 의해 제한되는 대상은 포털서비스 운영자가 제공하는 연관검색어 등이며 연관검색어 등이 삭제되더라도 연관검색어 등에 의해 연결되는 정보가 제거되는 것은 아니나, ‘차별표현 완화 정책’은 이용자의 게시글을 대상으로 하므로, 정책위원회가 특정 정보 또는 게시글을 심의한 결과 ‘차별표현 완화 정책’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경우 대상 정보는 삭제될 수 있다.

‘차별표현 완화 정책’은 법령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그 근거를 두면서도 공적 인물 관련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를 제한하여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고자 한 기존 정책결정(특히 정책결정 제2호)과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렇게 이용자 게시물에 대하여 회원사가 자율기준에 따라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는 각 회원사가 이용자의 게시물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약관을 근거로 한다고 볼 수 있다.2

이런 의미에서 ‘차별표현 완화 정책’은 자율규제기구에서만 할 수 있는, 온전한 의미의 자율규제정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 온라인공간에서 차별적 표현완화를 위한 정책결정의 경과와 배경

차별금지법 제정논의는 비교적 오래되었으나,3) 차별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이른바 ‘혐오표현(hate speech)’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관한 국내 논의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특히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그룹에서 혐오표현 등의 일부 표현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배경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로 상징되는 일부 그룹의 온라인 활동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대하여 심하게 차별적이며 비하적인 내용의 주장을 하였고, 이러한 주장이 정치적 대립 과정에서 온라인에서 널리 퍼지면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7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주최한 “표현의 자유, 표현의 차별 : 혐오에 대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라는 토론회4 가 대표적이다.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표현이 문제되어 왔으므로, KISO 회원사들에게 이 문제는 이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였다. 따라서 KISO에서도 자연스럽게 관련 논의를 하게 되었는데, 2013년 5월경 이른바 ‘노알라’라고 불리는 전직 대통령을 희화화한 사진의 검색제외 여부에 관한 심의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정책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아닌 일반인의 신고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일단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나, 그즈음 격화되고 있는 인터넷 상의 집단적 양극화, 집단적인 의견의 대립 현상이 있음을 공감하고 이러한 현상을 집중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물론 정책위원회는 유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그즈음인 2013년 4월 17일 위와 같은 ‘연관검색어 추가 정책’을 수립한 바 있으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위 추가 정책은 포털서비스 운영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한 것이며,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이용자의 게시글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정책위원회는 이용자의 게시글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그 문제의식은 ‘연관검색어 추가 정책’과 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집단적 양극화’ 내지 ‘극단적인 사회 갈등’ 현상으로 보았다. 정책위원회는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2013년 6월경 KISO의 회원사와 관계자들 다수가 참여한 가운데 인터넷 상의 집단적 양극화 현상에 관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토론하여, ‘집단 갈등 완화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2013년 8월에는 ‘인터넷 공간의 집단 양극화’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대체적으로, 집단 양극화 현상이 과도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의 놀이문화라는 성격도 있으므로 국가나 KISO가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자정기능을 저해하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정책위원회는 2013년 하반기의 몇 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집단 갈등이나 집단적 양극화는 온라인만의 현상이 아니라 오래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며, 문제는 집단이나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을 대상으로, 특히 소수자에 대하여 혐오스러운 표현을 하거나 차별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단순히 집단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이유만으로 일정한 의견이나 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일 수 있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온라인 공간에서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을 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위와 같은 논의와 방향의 전환에 따라 기존의 ‘연관검색어 추가 결정’과 그 맥락을 함께 하면서도 결과에 있어서는 꽤 다른 내용의 정책이 마련된 것이다. ‘차별표현 완화 정책’을 수립하면서 일정한 제한을 두고자 한 ‘차별적 표현’의 범주는 기존의 ‘연관검색어 추가 결정’을 참고하면서도 국회에 제안되어 있는 차별금지법안에서 대표적인 범주를 선택하여, ‘지역, 장애, 인종, 출신국가, 성별, 나이, 직업 등’의 범주를 규정하였다. 물론 위와 같은 ‘차별’의 범주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이에 한정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어떤 ‘차별적 표현’에 대하여 제한을 할 것인지(제한의 요건)도 무척 어려운 문제였는데, 이용자의 게시물을 대상으로 하는만큼 지나친 제한이 되지 않도록 그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자 하였다. 그 요건은 ①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이어야 하고 ②동시에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초래하는 게시물로 ③그러한 굴욕감이나 불이익이 현저할 경우에 한하여 제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며, ④‘공인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게시물’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였다.

3. 차별 표현을 이유로 한 게시물 삭제 결정 사례

‘온라인 공간에서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 기준을 적용한 첫 심의 사례는 지역 차별에 관한 것이다. 정책위원회는 2014년 3월 25일 블로그 서비스에 게시된 지역 차별과 관련된 게시물 10건에 대해 위 정책 기준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심의하여 6건에 대해서는 ‘해당없음’의 결정을, 4건의 게시물에 대해서는 삭제의 결정을 하였다.

심의대상 게시물은 모두 전라도나 경상도를 비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어떤 게시물은 특정 지역에 관한 부정적 판단의 근거로 신문 자료나 역사적인 자료를 제시하기도 하고 논쟁적인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나, 어떤 게시물은 오로지 위 지역을 공격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책위원회에서 논의된 주요한 쟁점은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거나 논쟁적 주장을 제시하는 경우까지 모두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여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게시물”로 볼 것인지에 있었다. 위 게시물이 제시한 근거에 합리성이 거의 없어, 형식적으로만 보면 위 정책 기준이 수립한 요건(첫째,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 둘째, 해당 집단이나 구성원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할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관한 모욕적인 표현을 하였고 그렇게 표현한 근거로 제시한 것들에 합리성이 박약하고 전체적으로 극단적으로 편향된 의견이 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정책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위 정책 기준을 제정한 취지는 특정 지역에 대한 편향적 의견의 타당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모욕적이며 차별적인 표현을 하여 해당 집단에게 과도한 굴욕감을 초래하는 게시물의 경우 오히려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한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위원회는 심의 대상 게시물이 ‘오로지’ 특정 집단을 공격하고 배제하며 차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위 정책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고, 이 기준을 위 정책 기준의 ‘현저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결정하였다. 즉, 심의대상 게시물이 ‘오로지’ 특정 집단을 공격하고 배제하며 차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해당 집단에게 현저한 굴욕감을 초래하는 경우”로 판단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물론 ‘현저성’을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인 것이고, ‘현저성’이 여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심의대상 게시물 중 특정 지역이나 지역민 전체를 ‘개쌍도’, ‘흉노족’ 등으로 표현하거나 외설적이거나 모욕적인 내용의 이미지 등을 사용하면서, 달리 의미있는 주장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4건의 게시물에 대해서 오로지 상대를 비하하고 낙인찍기 위한 목적의 게시물이며, 이런 게시물은 오히려 합리적인 토론이나 대화를 차단할 뿐이라는 이유로 위 정책 기준에 규정된 요건에 해당되어, ‘삭제’의 결정을 하게 되었다.

4. 시사점

‘온라인 공간에서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은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 검색어에 관하여 ‘지역, 종교, 사상, 장애, 인종, 출신국가 등을 비하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경우’ 제외할 수 있다는 위 추가 정책(제19호)과 함께 자율규제라는 틀에서만 가능한 내용심의기준이다. 이러한 심의를 국가에서 시행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대원칙에 의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갈등 완화를 위한 노력이나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KISO의 노력에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 표현의 자유가 보다 증진될 것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조치가 지나칠 경우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 위 정책결정은 항상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1. 이 정책과 이 정책을 적용한 심의결정에 대한 평가는 KISO 저널 vol.11호 참조 [본문으로]
  2. 네이버의 경우 이용약관 제11, 16조, 다음의 경우 서비스약관 제11, 13조 등. [본문으로]
  3. 법무부가 2007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차별금지법안을 제안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 참조, http://ad-act.net/ [본문으로]
  4. “표현의 자유, 표현의 차별: 혐오에 대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 토론회 자료집 참조 [본문으로]
저자 :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전)KISO 정책위원/(전)NHN 자문변호사/(전)방송위원회 법률자문위원/(전)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무선인터넷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