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를 위한 검색어 관련 가이드 라인 리뷰

1. 들어가며

기술의 발전에 따른 청소년 보호는 정부의 주요 정책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면 청소년을 유해콘텐츠나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쏟아지곤 했다. 요컨대, 작년에 메타버스가 유행했을 때는 메타버스 탑승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올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확산됐을 때는 청소년을 위한 생성형 AI 사용 가이드라인이 소개되기도 했다. 즉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기술의 위험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정책이 중요하게 부각됐던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도 2023년 11월 ‘청소년보호를 위한 검색어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청소년보호검색어의 정의, 업무처리절차, 실행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미 KISO는 2017년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보호를 위한 검색어 정책’을 수립했고 2018년 청소년보호 검색어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적용해 왔다.

2. 청소년 보호를 위한 검색어 관리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

그렇다면 이 가이드라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먼저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회원사가 제공하는 통합검색 서비스에서 청소년에게 부적합한 검색결과의 노출을 제한하여 이용자인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강한 검색서비스 이용 문화를 조성하는데 있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청소년 보호 검색어’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검색어 및 유해한 검색결과를 노출시키는 검색어를 의미한다. 청소년 보호 검색어의 판단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을 참조하며, 필요에 따라 자율규제DB소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고 한다.

이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청소년 유해 검색어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불법정보 검색결과 노출 검색어로 청소년에게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정보, 도박과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청소년의 건전한 생활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이 검색결과로 노출되는 검색어를 의미한다. 둘째, 선정적 검색결과 노출 검색어로 노골적으로 성적부위를 노출하는 이미지나 동영상, 그리고 불쾌한 성적 표현이 담긴 언어표현 등 일반인의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정보가 검색결과로 노출되는 검색어를 의미한다. 셋째, 기타 유해 검색결과 노출 검색어로 법률에 의해 이용이 금지된 정보는 아니지만,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ㆍ비윤리적인 정보 및 청소년의 정신적ㆍ신체적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보가 검색결과로 노출되는 검색어를 말한다.

회원사는 성인 인증을 하지 않은 이용자가 청소년 보호 검색어를 검색하였을 때는 청소년 보호 검색어임을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검색결과를 제한할 수 있다. 회원사간 협의로 지정된 청소년 보호 검색어는 위원회에서 최종 검토를 통해 청소년 보호 검색어 DB에 추가되게 된다. 회원사는 청소년 보호 조치 적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위원회에 청소년 보호 검색어 관련 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3. 가이드라인의 한계 및 발전방향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걸러내 청소년들이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유해한 검색 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소위원회가 검색어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 이 위원회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참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학교급과 성별을 고려하여 청소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유해검색어와 검색결과에 대한 청소년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인기검색어나 청소년보호가 필요한 검색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자의적 판단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AI를 활용하여 청소년이 자주 검색하는 검색어와 검색결과 중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식별하여 목록을 제공한다면 인간의 가치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다.

포털이 제공하는 검색 시스템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컨대, 포털 창에 ‘자살방법’이라고 입력하면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뜬다.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결과를 제외하였습니다. 연령 확인 후 전체결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검색결과 보기

즉 해당 검색어의 검색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연령인증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검색 창에 ‘자살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라고 입력하면 관련 내용이 나열돼 연령확인이 필요가 없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검색창에 어떤 방법으로 검색어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연령인증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검색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회원사가 청소년 보호 검색어임을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내용도 보다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 회사의 방침은 무엇이고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컨대, 아래와 같이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회사는 청소년보호를 위해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해칠 수 있는 불법정보, 유해정보, 선정적 검색결과 등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귀하가 검색한 내용은 청소년에게 해로운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연령 확인 후 전체결과를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이는 규제정책에서 항시 등장하는 이슈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나 정책을 추진할 때 한번 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불법이나 유해정보를 찾는 목적이 아니라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했는데 검색이 제한된다면 이용자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런 여러 한계들을 인식하고 가이드라인 확산에 나서야 할 것이다.

4. 나가며

청소년보호는 국가의 주요 정책목표 중 하나로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관련 정책이 변화돼 왔다. 하지만 청소년을 지나치게 보호의 울타리에 가둔다는 비판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즉 청소년을 참여나 변화의 주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청소년을 유해환경이나 콘텐츠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셈이다. 요즘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의 자율적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가이드라인을 숙지하는 것 뿐 아니라 스스로 해로운 검색어를 찾아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을 실시한다면 교육적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아울러 최근 강조되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와의 접목도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민주적 소통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밖에 자신의 미디어 이용행위를 사회적 기준이나 윤리에 맞춰 성찰하는 성찰적 리터러시도 강조되고 있다. 청소년들 스스로 선정적이거나 불법적인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고 있는지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딥페이크 관련 검색어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자 :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