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빨갱이’ 연관검색어 삭제 요청 관련 심의 리뷰

1. 심의 결정의 배경

인터넷에 기반한 사이버 공간은 다양한 의견과 정보의 소통을 통해 공론 형성을 위한 채널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학습하며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감과 연대를 경험할 뿐 만 아니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차이’와 ‘다름’의 존재 또한 인식하게 된다. 이 때 ‘차이’와 ‘다름’의 인식이 건강하게 작용할 경우 우리 사회의 ‘관용’의 폭은 넓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집단 극화’의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개인들이 모여 소통하게 되면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되고 그 결과 합리적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각자의 지향에 따라 극단적 의견 표출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사회 심리학에서는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개념화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사이트를 중심으로 지역차별과 여성혐오, 이주노동자에 대한 폄하, 그리고 보수적 가치에 대한 조롱이나 탈북자에 대한 비난 등이 최근 매우 높은 수위에서 나타나며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 그리고 나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과 구성원의 태생적 속성이나 의견 표출에 대해 이루어지는 과도한 폄하와 비하는 사회적 낙인(烙印)으로 작용하여 온라인 공간을 건강하고 생산적 공론이 이루어지는 장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근거로 만들고 있다. 특히 우리의 유ㆍ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을 통한 전통적인 사회화와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관의 형성과 확립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은 매우 시급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번에 심의가 이루어진 연관검색어 ‘000 빨갱이’는 개인이 갖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나 인격권,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 등 다양한 차원에서 검토가 이루어졌고, 향후 관련 심의에 있어 또 하나의 기준을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심의 결정 내용

심의번호 ‘2013심25’에서 이루어진 심의대상은 신청인의 이름인 000에 관련되어 노출되는 연관검색어 ‘빨갱이’이다. 신청인은 심의대상 연관검색어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로 그 삭제를 신청하였다. 아래의 내용은 심의 결정을 통해 제시된 주요 내용과 이에 대한 의견이다.

‘빨갱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공산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를 지칭하는 단어이나, 오랜 기간 동안 남과 북이 대치되어 온 우리사회에서는 이 단어가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체제에 비판적이거나 심지어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자 등을 구획하거나 나아가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정책위원회는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단어가 특정인의 이름과 결합하여 특정인을 연관짓는 검색어로 함께 제시될 경우, 특정인의 성향을 극단화시키고 낙인찍는 효과가 너무 크고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해당 연관검색어에 대한 일정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사전적인 의미로 빨갱이는 공산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를 지칭하지만, 김득중(2009)에 의하면 빨갱이는 여순사건을 계기로 본격 형성되었으며, 일반 국민과 대칭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즉, 해방 공간의 격렬한 좌우 대립과 건국 과정에서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에서 한국사회의 주체와 대립되는 타자의 자리에 공산주의자를 대입하게 되었고,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특성을 가진 공산주의자를 대치하는 말로 빨갱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김득중, 2009)1). 아울러 전쟁과 분단 후 반공(反共)이 국시(國是)로 자리매김된 권위주의적 산업화 기간에는 빨갱이가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일련의 활동이나 인사들에게도 범주가 확대, 적용됨으로써 단순한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한국적 특수성을 갖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응원시 나타났던 ‘붉은 악마’나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대표색이 빨간색으로 변모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적인 민주화와 경제 성장, 그리고 고양된 시민의식과 우리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이제 빨간색이 갖는 원초적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였지만, 빨갱이는 여전히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구획하거나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 그 중에서도 공적 영역에 활동하고 있는 공인에 대한 정치적 평가나 비판의 자유는 엄격히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금번 심의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특정인의 이름과 함께 ‘빨갱이’가 연관검색어로 제시될 경우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고려가 필요하다. 즉, 연관검색어의 형성과 노출은 이용자 행위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특정인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 결과라고 볼 수 있고, 특히 공인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관검색어로 노출된 키워드 간 관계에 대해 사실 여부의 판단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이용자에게도 노출이 이루어져 불필요한 연상 작용을 가능하게 하거나, 사실 여부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이 해당인의 행태나 성향을 낙인찍게 되는 측면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위원회의 정책결정 기준에 의하면, 신청인이 공인이 아니거나, 공인일 경우에는 명백한 허위사실이 드러나야 심의대상 연관검색어에 대한 제어가 가능한데 이 사안은 이를 충족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먼저 ‘빨갱이’라는 용어는 사실의 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사 이것이 사실의 지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진위를 가릴 방법이 없으며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헌법체계에서 그 진위를 가리는 것이 허용되어 있지도 않다. 또한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위 단어는 사실의 지적이라기보다는 비하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기존 정책결정에 의한 판단기준으로는 이를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표현의 자유 신장과 이용자의 책임을 제고해 신뢰받는 정보소통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을 기본임무로 하는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기구의 목적에 비추어 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정책결정 제15호 제2항 제2호의 3을 추가하여, “특정한 개인이 권리침해 등을 이유로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를 요청한 경우로서, 연관검색어 등 자체가 특정 지역, 종교, 사상, 장애, 인종, 출신국가 등을 비하하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 연관검색어 등으로 그러한 단어를 현출시키는 것이 과도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관검색어 등을 삭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본 사안을 그 첫 사례로 적용하였다…..

이에,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위원회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회적 갈등과 차별을 지양하고 건전한 토론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표결절차를 거쳐 본건 심의대상이 정책결정 제15호(제19호로 개정된 것)제2조 제2항 제2호의3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로 결정한다.

이제까지 이루어져 온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연관검색어에 대한 심의는 공인이 아니거나, 공인의 경우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신청인에 의해 제시되어야 가능했었다(정책결정 17호 참조). 금번 심의 요청된 ‘000 빨갱이’의 경우, 신청인 000이 공인이고, 관련된 검색어인 ‘빨갱이’는 사실 여부의 판단이 어려운 추상적 의미가 내포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심의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빨갱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그 역사적, 사회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이 검색어가 특정인의 이름과 결합하여 연관검색어로 제시될 경우, 특정인의 성향을 지나치게 극단화하고 낙인찍는 효과가 크며, 이로 인하여 불필요한 사회갈등이 과도하게 조장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관검색어가 이용자 행위의 축적결과라는 점과 공인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도 물론 존중되어야 하지만, 해당 검색어의 노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피해와 소모적 갈등의 소지를 비교 형량하여 판단하였을 때 일정한 기준에 의해 제어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라는 점이 정책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도출되었다.

이에 “특정한 개인이 권리침해 등을 이유로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를 요청한 경우, 연관검색어 등 자체가 특정 지역, 종교, 사상, 장애, 인종, 출신국가 등을 비하하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 연관검색어 등으로 그러한 단어를 현출시키는 것이 과도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를 기존 정책결정 속에 보완하여 포함시킴으로써 관련 사항에 대한 연관 검색어의 제어를 가능하도록 결정하여, 심의 후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로 결정하였다.

3. 심의 결정의 의의

금번 심의 대상인 ‘2013심25’는 연관검색어의 처리와 관련된 결정이다. 이는 다시 말해 결정의 내용이 검색 결과시 나타나는 게시물 등의 처리와는 별개로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즉, ‘2013심25’를 통해 특정인을 ‘빨갱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개인의 의견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고려할 때 게시물 등을 통해서는 나타날 수 있지만2), 다수의 이용자가 의식ㆍ무의식적으로 접하게 되는 연관검색어의 영역에서는 부정적 효과의 전파와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제어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정립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시대에 따라 정도와 범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 간의 갈등은 일상적인 현상이다. 다원화와 분권화가 일반적인 최근의 사회적 흐름을 고려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 자체는 어쩌면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일상화된 인터넷 이용으로 인해 다양한 의견의 수렴과 소통이 가능해진 지금의 상황은 성원들 간의 관용의 증가에 대한 기대도 나타나게 하지만, 새로운 갈등의 생산과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매우 높다. 인터넷 이용에서 검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연관검색어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과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번 심의결정은 특정 개인에 대해 이루어지는 과도한 낙인찍기와 집단 극화와 같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노력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할 것이다.

 


1) 김득중, 2009. 『‘빨갱이’의 탄생』, 도서출판 선인.  [본문으로]

2) 물론 게시물에 의한 표현의 경우에도 필요시 권리 침해를 이유로 임시조치 등의 서비스 처리 절차와 제소를 통한 법적 처리를 요구할 수 있다. [본문으로]

저자 : 배영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KISO 정책위원/한국정보사회학회 이사/한국사회학회 이사/[저서] 한국의 인터넷을 논하다, 인터넷 권력의 해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