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 언급에 대한 게시중단요청 심의결정 리뷰

심의결정 copy

1. 심의결정의 주요내용

 

가. 사건 개요

이 사안은 회원사 커뮤니티에서 ‘□□’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회원(일반인 청소년)이 자신이 탈퇴한 이후 자신의 게시물에 대한 댓글들에 대해 임시조치를 요청한 사안이다. 즉 회원사의 게시판에 작성된 게시물 4건이 신청인의 닉네임을 사용하여 신청인을 조롱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닉네임의 사용자가 본인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게시물들이 본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규정 제3조에 근거하여 삭제를 요청한 것이다.

 

나. 근거 규정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규정 제2장은 게시물에 관한 정책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 내용 중 제1절의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 등에 있어서 인터넷상의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가 일정한 요건1을 모두 갖추어 회원사에게 삭제, 반박내용의 게재 또는 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2.

 

다. 결정 내용

이러한 임시요청의 건에 대해서는 우선 본 사안의 신청인이 임시조치 등의 처리제한 대상인가의 여부를 먼저 살펴 보았는데, 일반인인 청소년이 신청인이라는 점에서 처리의 제한대상이 되는 ‘정무직공무원 등의 공인’이라거나 ‘공직자 등의 공인’에 해당되지 않고, 해당 게시글의 성격 역시 공중의 관심사와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 규정 제3조의 해당 여부를 주된 심의 내용으로 하였다.

그런데 신청인의 주장은 크게 2가지로 대별되는데, 먼저 닉네임 사용이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주장하였고, 다음으로 게시물의 내용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책위원회는 닉네임 그 자체가 개인정보라고 볼 수 있는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단순한 닉네임을 언급한 것 자체로는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다음으로 명예훼손 주장 부분에 대해서는, 소명자료에 의할 때 문제된 상황은 온라인에서의 평가 저하일 뿐 이것을 바탕으로 실제사회에서의 명예의 저하가 나타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과 이미 탈퇴한 회원으로 온라인상에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한 점, 그리고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표현들에서 욕설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을 논의하여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2.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닉네임 사용의 법적 의미 : 명예훼손의 대상성 여부

 

가. 닉네임(nickname)

닉네임이란 사전상으로는 인터넷이나 PC 통신 상에서 사용되는 애칭3으로 풀이된다. 실제 본인과의 동일성을 확증하는 실명(實名, 성명)에 대비되는 개념인 별명도 이와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별명(別名)은 사람이나 사물의 실제 이름 대신 쓰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명은 주로 겉모습이나 성격, 행동, 말씨, 경력 등을 바탕으로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 작명이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닉네임은 현실에서의 이름이나 별명과 달리 인터넷 사용자의 심리변화를 반영하는 언어기호로서 흔히 수의성을 띠고 있다고 평가된다4. 왜냐하면 현실생활에서의 이름은 사회문화적인 관습, 종교, 민속 등 여러 가지 문화적 요인과 관련되어 있지만, 닉네임은 사용자의 취미나 도덕수준, 심리적 특징 등이 반영되고 명명 당시의 감수성에 따르게 될 뿐 아니라 시간이나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도 있는 등 복잡한 인격특성을 지닌다고 볼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닉네임 사용과 관련하여 법적 쟁점화될 수 있는 문제의 상황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징 중 하나인 사용자들이 닉네임을 통해 익명성을 보장받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자에 대한 정보는 닉네임과 오직 이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작성하는 게시글과 댓글,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데이터 뿐이다. 때문에 닉네임 사용자 중 일부는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 또는 커뮤니티 내 갈등을 초래하는 분란성 게시글 작성을 조장하는 등의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5. 이런 점에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성 보장의 범위와 정도, 필요성에 이르는 적지 않은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닉네임 사용자도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ID나 닉네임 자체의 정체성과 명예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추가되어 논의되고 있다.

 

나. 인터넷 상의 ID 자체의 특정성 여부와 관련된 판례

1) 헌법재판소 판례6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의 뉴스 기사에 관한 네티즌 의견 게시판에 자신의 아이디(ID)를 이용하여 의견을 게시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성명불상의 피고소인들이 청구인의 아이디(ID)를 지칭하며 모욕적인 감정표현을 담은 댓글을 달자 이들을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하였다. 그런데 검찰은 위 고소사건을 수사한 후 2006. 10. 20. 불특정 다수인에 의하여 고소인이 누구인지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없어 혐의없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각하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이 정한 항고 및 재항고를 거쳐 2007. 4. 20. 위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다수의견

법정의견은 먼저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이고7, 명예의 주체인 사람은 특정한 자임을 요하지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8고 전제하였다. 그리고 인터넷상의 댓글로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여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또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댓글을 단 행위자는 원칙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또는 형법상의 모욕죄의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명예훼손 또는 모욕을 당한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사정9을 종합해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알아차리기 어렵고 달리 이를 추지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청구인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인 청구인에 대한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3) 반대의견10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은 청구인이 피고소인들을 인터넷 ID로만 특정하여 고소한 것에 대해 검사가 피고소인들의 행위가 명예훼손행위나 모욕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한 채, 인터넷 ID만 가지고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고소를 각하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왜냐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려면 네이버의 회원으로 등록하고 고유의 ID를 정해야 하며, 그 ID는 네이버 회원의 고유명칭으로서 회원마다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인터넷 ID는, 사이버 공간 밖에서 사용되는 성명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 안에서 그 ID를 사용하는 사람을 특정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ID와 그 사용자의 성명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관리자에게 등록되므로, 인터넷 ID를 알면 그 사용자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안에서 이용자의 인터넷 ID 표시에 기한 익명성(匿名性)이 의사표현의 자유를 더욱 확대시키는 기능을 하는 반면에 인터넷을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인격침해행위(명예훼손·모욕)의 피해가 사이버 공간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는 것과,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행위나 모욕행위도 가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가해자와 피해자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므로 인터넷을 이용한 명예훼손행위나 모욕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도 피고소인들이 청구인의 ID를 지정하면서 그 댓글의 내용을 비난하는 댓글을 작성하여 청구인의 댓글이 게시된 뉴스 댓글란에 게시하였으므로, 피고소인들이 작성한 댓글의 내용이 ID로 지정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것이라면 그 피해자는 그 ID를 고유명칭으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즉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ID만을 지칭하여 그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그 ID에 의하여 특정되는 사람의 외부적 명예가 공연하게 훼손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인터넷 ID를 사용하는 사람의 성명이나 실체를 일반인이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하여 그 ID 사용자의 외부적 명예가 침해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인터넷 이용의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논리라고 하였다.

 

2) 법원 판례11

이 사건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한 피고인이 채팅방에서 피해자의 ID를 지칭하며 수차례에 걸쳐 욕설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공연히 자행한 것에 대한 모욕죄 성립 여부가 주된 판단쟁점이었던 판결이다.

판결에서 재판부는 닉네임만으로 상대방이 특정되지 아니하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를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지만, 그 특정을 위하여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아이디 사용기간, 채팅방 접속 사용자들과 피해자의 친분 관계,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표현들이라는 점, 해당 아이디의 가입자정보 등을 통해 피고인이 지득한 피해자에 대한 정보의 존재, 인터넷 아이디의 기능12 등을 종합하여 보았고, 결론적으로 피해자의 아이디로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하였다.

 

3. 맺음말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의 활동이 개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현실세계에서의 효과와 결코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 파급성과 제한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가 오프라인 상에서의 그것과 구분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처벌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라는 점과 이러한 보호법익의 주체가 존재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명예의 주체인 사람이 특정한 자임을 요한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ID 나 닉네임 사용자가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간에- 당사자로서의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과 그 공간에서의 ID의 기능, 그 밖의 주위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정체성이 특정한 개인에게 있어 중요한 정체성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사이트의 정책 등이 닉네임 등을 변경하기 어렵게 하거나 고유하게 유지하게 하고 있다면, 이 역시 정체성의 일부로 보아야 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공간 내에서의 아이디나 닉네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특정성 여부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뿐만 아니라 해당 서비스나 커뮤니티의 고유한 정책적 차별성까지도 반영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어야만 할 것이다. 즉 아이디나 닉네임만을 지칭한 경우일지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당사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고, 결국 이러한 유형의 심의나 판결에서는 당해 아이디나 닉네임이 특정성을 가진 것으로 인정할 만한 특수한 사유를 찾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 아이디를 사용한 기간, 누군가에 의한 인터넷 아이디 이용자의 특정성 인지 가능성. 관련 표현의 명예훼손의 실질성, 공개된 일부의 정보로 인한 개인정보 인식가능성. 해당 아이디의 유일성, 해당 커뮤니티의 고유한 정책내용 등이 그것이다.

  1. 1.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는 당사자임을 밝혀야 한다. 2. 명예훼손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3. 해당 게시물의 URL을 적시해야 한다. [본문으로]
  2. 제3조 [본문으로]
  3. 전산용어사전편찬위원회(2011),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서울; 일진사 [본문으로]
  4. 강용택(2011), 닉네임의 언어특징에 대하여, 『국어교육연구』제27집, 136면 [본문으로]
  5. 박상현, 박석(2018),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고려한 동일 사용자의 닉네임 식별 기법, 『정보과학회논문지』제45권 제2호, 166-167면 [본문으로]
  6. 헌재 2008. 6. 26. 2007헌마461, 판례집 20-1하, 442 [본문으로]
  7. 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본문으로]
  8.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본문으로]
  9. 문제된 뉴스 기사와 이에 대한 청구인의 의견, 피고소인들의 댓글 내용, 해당 인터넷 게시판의 이용 범위 등 [본문으로]
  10. 재판관 조대현 [본문으로]
  11. 2015. 3. 20. 선고 2014고정3756 판결(인천지방법원 판결 [본문으로]
  12. 인터넷 아이디는 인터넷 공간 안에서 그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을 특정지우는 기능을 하고, 인터넷 아이디와 그 사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은 그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되므로 인터넷 아이디를 알면 그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음 [본문으로]
저자 : 조소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한국언론법학회 학술이사 / 정보공개위원회 위원,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법제처 국민법제관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