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줘” 밈 확산에 ‘AI 저작권’ 논란 확산

1. 들어가는 말

2024년 3월 25일 오픈AI(OpenAI)가 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출시한 이후,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모델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하여 개인 사진이나 온라인 밈(meme) 등을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창립자 미야자키 하야오(Hayao Miyazaki)의 독창적 화풍(distinct artistic style)을 모방한 이미지로 변환하는 사례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알트만(Sam Altman) 역시 자신의 X(구 Twitter) 계정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함으로써, 해당 흐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는 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폭발적인 사용자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언급하며, “단 1시간 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가 증가하였다”는 수치를 제시하여 플랫폼의 이용 확산 속도를 강조한 바 있다.1

<그림: 필자의 가족사진을 GPT-4o를 활용하여 지브리풍과 디즈니 풍으로 생성한 결과물>

AI를 활용한 지브리 스타일의 아트 제작은 창작의 혁신 가능성과 저작권 침해 우려라는 상반된 논점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AI 기술의 지속적인 고도화는 예술 창작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한편, 인간 예술가의 창작 영역을 침범하고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다수의 예술가는 AI가 방대한 학습 데이터셋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보호 대상인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들은 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세계를 본질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2.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은 2016년 AI 기반 애니메이션 기술에 대해 “생명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기술 중심 창작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3. 이와 같은 발언은 최근 AI 생성 콘텐츠의 확산과 맞물려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한편, 오픈AI는 AI가 생성하는 이미지가 특정 예술가의 독창적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모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 가능성을 인식하고,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스타일 모방을 제한하는 내부 조치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주로 개별 아티스트 단위에 국한되어 있으며, 스튜디오나 집단 저작 단위의 스타일 보호에 대해서는 아직 별도의 규제나 정책적 대응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사용자에게 향수와 감성적 만족을 제공함과 동시에, AI 생성물에 대한 법적 책임 및 그 한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4. 생성형 AI는 학습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학습용 데이터 또는 이용자가 프롬프트에 입력하는 데이터에 제3자의 저작물이 포함되는 경우, 해당 AI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할 경우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하여 특정 작가의 화풍이나 예술적 스타일을 모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는 추상적 스타일 자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5. 그러나 오픈AI가 AI를 훈련·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사전 동의 없이, 그리고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창작자의 권리 보호, 예술의 독창성과 진정성, 나아가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법상 보호 요건 충족 여부 등 보다 근본적인 법적·윤리적 쟁점을 새롭게 제기한다6.

2. AI 기반 지브리 스타일 아트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

(1)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 보호와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 항변

저작권법은 창작적인 표현(expression) 또는 표현형식만을 보호하고, 그 표현을 통해 전달되는 아이디어(idea)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데, 이를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7’이라고 한다. 만약 추상적인 아이디어 자체를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면, 후발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창작 및 표현 활동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같은 추상적 개념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러한 법리 역시 창작자가 화풍이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작품을 창출하는 것을 장려하여, 창작 활동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 원칙에 따라, 특정 예술 작품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 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 광범위한 예술적 스타일이나 기법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즉,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Unique style)’이나 특유의 작풍, 화풍은 ‘아이디어-표현 이분법’ 법리에 따라 보호받기 어렵다. 화풍이 유사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8.

AI로 생성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에 대한 방어 논리 중 하나는 저작권법의 기본 원칙인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은 수십 년 동안 숙련된 애니메이터들의 창작적 노력과 예술적 역량이 집약된 결과물로, 전 세계 관객들로부터 높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AI 아트가 단순히 일반적인 예술적 개념을 넘어, 지브리 작품에 ‘특유한 인식 가능하고 독특한 시각적 정체성(unique and recognizable visual identity)’을 명확히 복제하는 경우에는,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특정 보호 대상 요소를 복제하지 않고 일반적인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영감으로 출발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간주할 가능성이 낮다. 반면, AI가 생성한 작품이 원본 아티스트의 저작권 보호 대상 요소—즉, 특정 캐릭터, 구성, 또는 특징적인 시각적 모티프—를 충실히 또는 밀접하게 복제하는 경우,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AI가 생성한 작품이 지브리와 같이 매우 인식 가능하고 독특한 스타일 또는 그 특유의 표현 방식을 모방하여 원저작물과 경쟁하거나, 원저작자의 명성에 편승해 원저작물을 대체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매우 크다9.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이미지 생성 및 변환, 음성 합성, 자연어 생성 등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첨단 기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성형 AI 모델을 설계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AI를 학습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가 저작권이 있는 작품이거나 그 라이선스 및 이용 조건을 준수하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큐레이션(선별), 모델 학습, 검색-증강 생성(RAG), 그리고 산출물 도출 단계별로 복제권 및 원본을 변형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10. 특히, 지브리 스타일의 AI 아트 생성과 관련해서는, 이 분야의 저작권 쟁점이 주로 AI 모델의 학습 및 이를 활용한 콘텐츠 생성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저작권법은 AI가 생성한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데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으며, 이에 따라 법적 모호성과 회색 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2) AI 생성물과 2차적 저작물(derivative work)

이용자가 챗GPT에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된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해당 산출물이 기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중요한 법적 쟁점으로 부상한다. 만약 이용자가 기존 저작물을 챗GPT에 입력하여 출력물을 생성한 경우, 그 산출물의 기존 저작물과의 유사성 정도 및 창작적 표현의 포함 여부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① 복제물: 기존 저작물의 표현을 그대로 재현한 경우; ② 2차적 저작물: 기존 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창작된 파생 저작물로, 미국법상 파생 저작물에 해당함; ③ 새로운 별개의 저작물: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구분되는 독창적인 저작물임11.

2차적 저작물(derivative works)이란 기존 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창작된 새로운 저작물을 의미한다. 만약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독특한 예술적 스타일 또는 저작권 보호 대상인 작품과 유사하며, 저작권이 보호되는 자료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경우, 해당 콘텐츠는 무단으로 생성된 2차 저작물로 간주되어 저작권자가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반면, AI가 특정 캐릭터, 구도 또는 고유한 시각적 요소(unique visual elements)를 직접적으로 복제하지 않고, 단지 스타일이나 영감(inspiration)을 바탕으로 제작된 경우에는, 해당 콘텐츠가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 보호 대상 콘텐츠의 무단 복제 행위는 AI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지만, AI를 통해 생성된 콘텐츠의 법적 위치는 아직 확립 단계에 있으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하여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등 유사한 시각적 결과물을 생성한 경우, 해당 산출물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기존 판례 법리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과 ‘의거성(access)’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사람이 직접 그림을 그린 경우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AI 생성물 역시 저작권법의 일반적 판단 프레임 내에서 평가되어야 한다12. AI 생성물과 기존 저작물 간에 실질적 유사성 또는 의거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해당 생성물은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별도의 권리자의 허락 없이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생성물에 기존 저작물이 일부 포함되었거나 그와 유사한 표현이 확인되는 경우, 이용자는 해당 산출물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 받을 수 있으며, 특히 해당 생성물이 원저작물의 복제물 또는 2차적 저작물로 판단되는 경우, 권리자의 사전 허락 없이 이를 이용하거나 자신의 창작물로 주장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13.

그러나 AI 알고리즘의 작동 특성상, 생성 결과물이 특정한 원저작물에 기초하였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AI 학습 과정이 비가시적인 블랙박스 형태로 이루어지며, 특정 학습 데이터가 산출물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술적으로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AI 산출물과 기존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에 대해서도 전문가 간 해석이 엇갈릴 수 있어, 법적 판단에 있어 높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AI 등 AI 개발자가 저작권 침해가 아님을 주장할 경우,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향후 국내외에서 중대한 판례적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AI 생성물과 저작권 보호의 경계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에 있어 주요 쟁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3) AI 학습 데이터 이용과 저작권 제한 적용 가능성

AI 학습과 저작권 문제는 권리자와 AI 제공자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및 법적 해석이 얽힌 영역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권리자 측은 주로 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생성된 산출물에 기존 저작물 또는 그와 유사한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에 활용하였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AI의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에 의거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전제로, 사전 동의 또는 라이선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AI 제공자 측은 학습에 이용된 데이터의 출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설사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AI의 산출물은 기존 저작물의 단순 복제나 침해가 아닌 독립적이고 창작적인 결과물이라는 입장을 취한다14. 이들은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구별되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저작권 침해 우려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나아가, 일부 제공자들은 AI 학습 과정 자체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AI 학습이 표현 그 자체의 재현이 아닌 데이터 내 패턴과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비표현적 이용(non-expressive use)’에 해당된다는 점을 근거로 변형적 이용에 해당하므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15. 생성형 AI는 원저작물의 표현을 직접 복제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행위를 단순한 복제권 침해로 단정 짓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GPT-4o와 같은 AI 모델이 생성한 콘텐츠가 반드시 원저작물의 비표현적 요소만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공정이용의 인정 범위와 그 한계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상반된 입장들이 병존하는 현 상황에서는 AI 학습 과정 전반에 대한 법적 책임과 권리 보호의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이에 따라 향후 분쟁 해결과 정책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 및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시급하다16.

AI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보호의 예외 및 제한이 허용되는 법적 환경, 즉 저작권 제한 및 면책 규정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다17. 이는 기술 혁신과 관련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으로 작용한다. 특히 기존 연구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동시에 저작권 침해에 따른 법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영국·독일·일본 등과 같이 저작권법상 개별 조항을 통해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 이하 ‘TDM’)을 명시적으로 면책하는 입법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TDM 면책 조항이 AI 학습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지만, 영국과 독일 등 일부 국가의 저작권법은 TDM의 범위를 주로 분석 단계에 한정하여 설계하고 있어, AI 학습 전체 과정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입법적 구조는 현실적인 디지털 활용 사례, 특히 생성형 AI의 학습 환경을 반영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점에서, 기술 발전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TDM 면책 규정이 AI 학습 전반에 실효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와 활용 사례를 고려한 종합적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DSM 지침’, Directive 2019/790)을 통해 TDM 기술의 활용을 인정하면서도, 저작권자가 이용을 유보(opt-out)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AI 기업이 사전 허락을 요청하도록 의무화하였다18. 더불어 AI 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19)은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학습 데이터에 대한 투명한 정보 제공 및 저작권법 준수 의무를 명문화함으로써 책임 있는 AI 개발 환경 조성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아직 AI 학습에 관한 구체적인 TDM 면책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AI 개발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적 의무 설정과 윤리적 개발 원칙 수립을 통해 책임 있는 AI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물 이용 산업과 AI 기술개발의 촉진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TDM 허용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20. 그러나 2021년 초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은 생성형 AI, 특히 챗GPT와 같은 최신 기술 환경의 복잡성과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21. 그럼에도 불구하고, TDM에 관한 면책 조항을 포함한 입법적 정비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다만, TDM 면책의 범위를 비영리적 연구 목적을 넘어 상업적 목적까지 확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도 존재하며22, 이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기술혁신 간의 균형이라는 핵심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TDM 면책 범위의 설정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창작자 권리의 본질적 침해 없이도 AI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 설계가 요구된다23.

3. 맺는 말

AI 생성 작품의 급속한 확산은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법체계 전반에 근본적인 도전과 변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법적 규범은 새로운 기술 환경에 부합하도록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 사례는 기술 발전이 예술적 정체성과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드러내며, 향후 관련 법제의 체계적인 정비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AI 기업, 창작자, 저작권자 모두가 규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자율적으로 대응 방식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구조적 한계를 내포한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창작물의 재생산이 과연 문화적 진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행 저작권법이 작풍이나 화풍과 같은 추상적 스타일 자체를 보호 대상으로 삼지 않는 이유는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새로운 창작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장려하려는 정책적 목적에 기인한다. 그러나 AI 기술이 기존 창작자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거나 정형화된 방식으로 대량 생성하는 경우, 해당 행위가 실질적으로 창작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법적·윤리적 검토가 요구된다.

특히 AI가 지브리 특유의 시각적 표현을 본질적으로 재현하거나,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경우, 이는 단순한 스타일 모방을 넘어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을 수반하게 된다. 반면, 특정 캐릭터나 고유한 구성 요소를 직접 복제하지 않고, 단순히 일반적 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바탕으로 한 창작은 침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인간에 의한 스타일 모방은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창작적 개입을 전제로 하며, 완전한 동일성 구현이 어려운 한계 속에서 창작의 자율성이 인정된다. 이에 비해 AI은 스타일의 일관된 패턴을 학습하여 유사한 형식의 콘텐츠를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 창작자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법적·윤리적 쟁점을 제기한다. 더욱이, AI가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한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의 ‘모방’에 해당하는지, 혹은 ‘독립적 창작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는 AI 알고리즘의 비가시성과 생성 과정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저작권 침해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책임 주체의 규명에도 실질적인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AI 학습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수집 및 이용에 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누가 어떤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지, 해당 데이터가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법적 의무와 준수 기준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출처 공개, 권리자의 사전 동의 확보, 그리고 TDM 면책 범위 설정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저작권 보호와 창작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AI 기술이 창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저작권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명확한 법적 프레임워크의 구축과 윤리적 기준의 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할 것이다.

  1. Matt High, “How OpenAI’s New Image Model Sparked The Studio Ghibli Trend”, https://aimagazine.com/articles/how-openais-new-image-model-sparked-the-studio-ghibli-trend (2025.5,14. 최종 방문 [본문으로]
  2. https://www.forbes.com/sites/hessiejones/2025/04/03/generative-ai-is-a-crisis-for-copyright-law/ (2025.4.23. 최종 방문 [본문으로]
  3. 헤럴드 POP, “챗GPT 지브리 열풍 논란..미야자키 하야오 “생명 자체에 대한 모욕” 발언 재조명“, https://www.heraldpop.com/article/10487353 (2025.5,14. 최종 방문 [본문으로]
  4. https://www.thehindu.com/sci-tech/technology/chatgpts-viral-studio-ghibli-style-images-highlight-ai-copyright-concerns/article69384547.ece (2025.5,14. 최종 방문 [본문으로]
  5. 박유선,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스타일 모방의 저작권 침해에 관한 연구”, 「산업재산권」, 통권 제76호, 2023, 431면 이하;

    권순재, “인공지능 학습 맥락에서의 TDM 면책과 공정이용에 관한 소고”, 「정보법학」, 제28권 제2호, 2024, 30-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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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김병일,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의 이용과 저작권 제한”, 「AI 법제 Insight」, 제25-1호, 한국법제연구원, 2025, 118면. [본문으로]
  7. 이해완, 『저작권법(제4판)』, 박영사, 2019, 45-47면. 이른바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은 1880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Baker v. Selden 사건(101 U.S. 99)에서 처음 명확히 설시한 원칙으로, 이후 미국 저작권 판례법의 기본 원칙으로 확립되었다. 이 원칙은 현재 미국 저작권법 제102조(b)항에 명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이에 상응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법원 1993. 6. 8. 선고 93다3073,93다3080 판결은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 원칙을 수용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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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정진근, “생성형 AI의 시대, 데이터 이용 제한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C STORY」, 제37호, 2023, 8-10면. [본문으로]
  22. 포괄적인 공정 이용 조항(제35조의 5)이 존재하므로, TDM(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 면책 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하고, 입법을 진행하더라도 “과학적 연구 목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남형두, 『공정이용의 역설』, 경인문화사, 2025, 350면. [본문으로]
  23. 김병일, 앞의 논문, 143면. [본문으로]
저자 : 김병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KISO저널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