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킬러앱’ 될까?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가 스마트폰의 ‘아이폰 모멘트’처럼 인공지능 서비스 혁신과 사업모델의 분수령이 될 것인가?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생성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로 주목받으며 인공지능의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폰 시리와 같은 기존의 음성비서, 챗봇 서비스는 답변이 정형적이고 수동적이었다. 이와 달리 AI 에이전트는 능동성과 자율성이 특징이다. 예를 들자면, “내일 일정 짜줘”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가 이용자 정보를 수집한 뒤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업무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내용을 지시하면 순식간에 결과물을 제공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날마다 수십개 앱을 열어서 처리하는 일을 AI 에이전트는 대신해줄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AI 코딩 에이전트’ 경쟁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프로그램 코딩을 돕는 코딩 보조도구 개발 경쟁이 대표적이다.

오픈AI는 지난 5월 16일 인공지능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의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코드 작성부터 버그 수정, 테스트 작성, 관련 Q&A 등 다양한 개발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코딩 에이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19일 개발자 컨퍼런스(빌드2025)에서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의 새 기능인 ‘코딩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기존 코파일럿과 달리 코드를 자동으로 완성하는 수준을 넘어, 개발자가 지시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기능을 갖췄다. AI가 지시 수행을 넘어 AI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걸 어느 정도 구현한 셈이다.

구글도 지난 5월 20일 개발자컨퍼런스(구글I/O)에서 인공지능 코딩 에이전트 ‘줄스(Jules)’를 공개했다. 병렬 처리, 비동기 방식의 코딩 에이전트로, 테스트용 베타 버전으로 공개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인공지능 에이전트 개발과 서비스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5년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는 AI 에이전트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 요구의 맥락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대화, 일정 관리, 정보 검색, 번역, 추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월 실적 발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와 상황에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네이버의 커머스 데이터 등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카카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AI 에이전트 개발을 올해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지난 5월부터 개인 및 그룹방에서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는 ‘AI 메이트’ 카나나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은 인공지능의 핵심 서비스로 AI 에이전트를 주목하고 있다. 가트너는 2024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2028년이 되면 최소 15%의 일상적인 업무 결정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AI 에이전트를 향후 몇 년간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로 선정했다. 캡제미나이는 ‘2025년 주요 기술 트렌드’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전 산업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주된 영역이 인공지능 에이전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장은 2024년 51억 달러에서 2030년 47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빌게이츠, 젠슨 황 등 테크 리더들 ‘AI 에이전트 시대’ 의견일치

빅테크 기업들의 리더도 한목소리로 AI 에이전트를 강조하고 투자와 홍보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2024년 5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2025년은 AI 에이전트 시스템이 실제 노동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기업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모든 회사의 IT 부서는 미래에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인사부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현재의 직원처럼 기업의 핵심적인 ‘관리 대상 자원’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는 나아가 AI 에이전트가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에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누구보다 먼저 AI 에이전트를 예측한 인물이다. 게이츠는 2023년 자신의 블로그(GatesNote)에서 “나는 30여 년 전부터 AI 에이전트를 주장했지만, 최근 인공지능 발전으로 마침내 실용화됐다”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컴퓨팅의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규정하며 “5년 이내에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 비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 출신 인물들이 만든 인공지능기업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영향력에 대해 급진적 전망을 내놓는다. 아모데이는 지난 5월 개발자컨퍼런스에서 “3~6개월 안에 코드의 90%, 1년 안에 거의 모든 코드가 인공지능에 의해 작성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결국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처럼 인공지능 개발 경쟁을 주도하는 리더들은 한목소리로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컴퓨팅의 새 플랫폼’이자, 산업·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이자 서비스임을 강조한다. 이들은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지시 수행을 넘어, 자율적 판단과 실행, 초개인화, 생산성 혁신 그리고 인간 고유의 역할이라고 여겨져온 일들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 에이전트 서비스가 널리 쓰이게 되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사업장에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도입된 것에 견줄만하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여러 해 전부터 “인공지능을 인류가 개발한 가장 심오한 기술로 생각한다”라며 “불이나 전기 등 과거의 어떤 기술보다 심오하다”라고 말해왔다.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인공지능 에이전트 도입 기업의 66%가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 앞으로 반복적이고 정형적 업무를 넘어 AI 에이전트에게 위탁할 수 있는 업무들은 결국 자동화되고,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처리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개인 맞춤형 비서’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소비자 경험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 구매 이력, 실시간 맥락을 반영해 최적의 상품·서비스를 추천한다. 디지털 서비스 이용 경험이 사용자가 주도하는 ‘검색’과 ‘선택’에서 앞으로는 인공지능의 ‘맞춤형 추천’과 ‘자동실행’으로 옮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로 인해 인공지능 주도로 진행되는 일련의 작업에서 이용자의 개입 정도가 중요해지게 된다. 그 개입의 형태는 구체적인 요구사항, 수정지시, 검수와 검토 등으로 진행되며 결과물의 활용 방식과 그에 대한 이용자 책임으로 나타나게 된다.

AI 에이전트가 불러오는 과제들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정보기술 산업계의 지각변동을 넘어 사회와 개인 각 영역에서 광범한 변화를 불러온다. 각 기업은 기존 사업모델이 무력해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런 환경에 적합하도록 구성원들의 직무 방식과 역량 교육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개인과 사회의 교육시스템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작업의 해결을 위한 역량 교육이 아니라, 인공지능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개인과 조직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교육과 자기계발 시스템, 그리고 평생학습이 주목받게 된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사회가 통제 가능한 기술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진다. 개인별 맞춤화 서비스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활용함에 따라, 데이터 보호와 투명성, 설명 가능성, 사회적 공정성, 책무성이 중요해진다.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처리하는 인공지능 의사결정과 실행 과정에서 책임 소재, 윤리적 딜레마, 내재된 편향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연히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술을 잘 활용하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격차가 확대되기 때문에 사회적 양극화에 대비한 대책도 요구된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는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의 하나로, 그 영향은 세계 모든 국가와 사회에 미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 주변에 있는 개발자들이 개발을 독차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AI의 책무성을 강조했다.

저자 : 구본권

한겨레신문사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 KISO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