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포럼 현장중계] ‘자율규제 모델, KISO에서 답을 찾다’

<사진=왼쪽부터 계인국 교수, 정경오 변호사, 정지연 사무총장, 이인호 위원장, 김준모 과장, 최선경 과장, 김현경 교수, 이승선 교수>

온라인 공간이 일상화되면서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각종 해악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11월 현재, 14개의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는 등 촘촘한 법적 규제가 예고된다. 한편 온라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법적규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자율규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여느 때 보다 ‘자율규제’ 키워드가 뜨겁다. 하지만 자율규제는 자유방임으로 흔히 오인되기도 하며, 그 개념 정의에서부터 운영 주체, 정부와의 관계 설정 등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의점을 남기고 있다.

자율규제 논의가 한창인 이 시점에서, KISO의 사례를 통해 한국형 자율규제의 길을 찾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2022 KISO 포럼>이 ‘자율규제 모델, KISO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지난 12월 8일 광화문 S타워 버텍스홀에서 열렸다.

이인호 KISO 정책위원장(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사회를 맡고, 이승선 교수(충남대 언론정보학과)가 ‘한국형 자율규제 기구로서 KISO의 특성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에서는 김현경 교수(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계인국 교수(고려대 정부행정학부), 정경오 변호사(법무법인 린),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 김준모 과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 최선경 과장(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국의 자율규제가 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전문가들은 KISO가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성공적인 자율규제 선례를 남겼다는데 공감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다양화됨에 따라 영역별 특성을 고려한 규제 모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다각적인 시장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아래 포럼 내용 요약

◇사회(이인호 의장) : 순수 민간 자율의 방식으로 성공적인 자율규제 모델을 구축한 KISO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포럼을 통해 ‘KISO모델’을 분석해 보고, 법적 규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해보고자 한다.

◇발제(이승선 교수) : 온라인상의 표현 활동을 법적으로 제한하고자 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 개정안 등은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개별적이고 내부적인 자율규제 시스템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강구하고, 현실에 맞게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규제 주체는 전문성이 입증된 사업자가 돼야 하며, 독립된 자율규제기구가 설립돼 감시 활동 등을 수반해야 한다.

KISO는 2008년 인터넷사업자들의 ‘건강한 인터넷을 위한 포털 자율규제협의회’에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한국 인터넷 규제의 한 전기로 해석된다. KISO는 설계 단계에서 이사회를 포털사들의 대표이사로 구성한 점, 내부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기구이자 사무처의 관리 감독 기구로 심의위원회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점, 재원을 스스로 해결하기로 한 점 등이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인터넷기업협회와 완전히 독립된 조직으로 구상한 것은 성공적인 한국의 자율규제 모델로서 기능하게 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KISO는 온라인상 명예훼손에 대한 임시조치의 법적 규제 시도와 그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율규제 시스템에서 이 사안을 선제적으로 다루어왔다. 이러한 자율적 조치는 정보통신망법 입법안에 반영되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고, 자살예방에 관한 정책결정은 실제 입법에 반영되기도 했다. 현재 KISO는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체계 공백 상황에서 관련 논의를 자율규제에서 다루고 있다. 이 밖에 KISO는 선거 관련 인터넷 정보서비스 기준에 관한 정책,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 관련 정책, 사망자의 계정 및 게시물 관련 정책 등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자율규제를 선도해 왔다.

KISO는 규제의 전문성, 규제기구의 독립성, 자율규제 결정이 수용될 수 있는 실효성, 자율규제에 적용하는 규범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그 규범을 내외적으로 투명하게 공유하며, 분쟁의 신속한 해결, 온라인 플랫폼 환경을 반영한 서비스 제공과 이용자 피해 대응 등의 속성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인터넷은 누구나 접근 할 수 있는 가장 참여적인 공간이므로 잘못된 해악들에 대해서도 토론과 반론, 자체적인 조정으로 진실이 허위를 이겨나고 공동체를 위해 유익한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온라인 공간에 대해 질서 위주의 사고로 접근하는 것을 신중해야한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의 여러 해악에 대한 해소 필요성이 충분히 공감하고, 법적 개입에 의해서 이러한 해악들이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자유로운 표현의 보장과 자율적인 규제 작동 장치가 더 소중하므로 그 기능을 포기하지 말자는 뜻을 이번 발제를 통해 전한다.

◇토론(김준모 과장) : 최근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신속한 온라인 플랫폼 입법을 주장하는 입장이 있다. 반면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자율규제 중심의 최소 규제를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한국은 검색, 메신저 등 핵심 서비스에서 국내 사업자가 해외 사업자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해외와 사례가 같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플랫폼의 부작용 사례와 해외 규제 동향을 파악하면서도 국내 시장상황을 살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입법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보다는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업계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플랫폼 자율규제기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생태계 참여자 간의 유기적인 현장 체계를 구축하고, 자율규제 참여자를 위한 인센티브 마련 등을 준비하고자 한다. 앞으로 플랫폼 서비스별로 다양성을 반영한 자율규제기구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법제도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토론(최선경 과장) : 기본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자율규제를 통해 시장의 혁신을 유지하고 성장을 지원해야한다고 본다. 다만 여론형성 기능이 강력한 포털 뉴스 등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입장이 적용될 수 있다. 카카오와 같이 국민들 입장에서 핵심적인 서비스의 경우 물리적인 처리의 안전성 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사업자 자체적인 내부의 자율적인 활동에 더해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외부의 기구도 같이 필요하다고 본다.

◇토론(김현경 교수) : 온라인플랫폼에 적합한 자율규제기구의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규제의 개념 정의는 기본적으로 기본권 제한을 포함하는 정부 규제를 의미한다. 엄밀히 자율규제에서 규제는 법적인 표현이 아니고 정부규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통상 이해된다. 자율규제기구는 자율규약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주체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유형별로 ‘개별 사업자 자체 설치형’, ‘산업계 주도 설치형(KISO)’, ‘정부 주도 설치형’, ‘정부 업무 위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설치된 온라인 플랫폼 자율기구의 경우 KISO모델로 갈 것인가, 정부 주도형으로 갈 것인가 논의하기에 앞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자율규제를 공적 규제의 적절성을 시험하기 위한 중간적 규제 형태, 또는 시험적 대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사적자치가 원칙이었던 영역을 공적규제하기 위해서는 그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하며, 자율규제의 실패를 전제로 공적규제가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KISO 모델이 해결해야할 과제로는 해외 사업자들을 포함한 대표성 확보와 시민들의 엄정한 감시를 동반한 집행력 강화 등을 제안한다.

◇토론(계인국 교수) : 독일의 ‘규제 국가로 나아가야 된다’는 주장이 잘못 해석된 채 국내에 전달되고 있다. 독일에서 규제란 질서 행정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강력하게 국가와 사회의 협력 구조를 보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규제 이행을 사업자 영역에 넘겨주고 국가는 입법적인 배려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가와 사회의 협력적이고 분업적인 기능에 대한 설명이 빠진 채 국내에 전파되고 있다. 한편 자율규제를 법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국가는 항상 기본권자가 될 수 없고 기본권을 수범하는 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국가가 특정한 공익 의무를 자율규제 수행자에게 지게 할 경우, 자율규제 당사자는 기본권의 수범자가 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본권자는 언제나 기본권자이기 때문에 특정 공익을 강제할 수 없다. 다만 국가가 특정 공익에서 자율규제를 함께 고민하고 실현하자고 한다면 사전에 내용적인 합의, 절차적인 합의, 권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그런 논의가 충분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자율규제는 국가와 영향 관계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으며 자율규제가 성공하려면 국가의 책임, 절차 등의 내용에 대한 사전적 합의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자율규제는 어디까지나 자율규제에 불과하며 기본권 수범자나 공무 수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율규제는 기본권과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규제이므로, 소비자 보호 혹은 표현의 자유 같은 공익적인 사고들과 연결되었을 때 기능적으로 연결되고 조화될 수 있는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 자칫 ‘위장된 자율규제’가 될 위험성 있다. 한편 자율규제 논의에 있어서 자율규제 기구가 충분한 결정 권한과 조직 구성권을 가지고 있는지, 결정을 내렸을 때 국가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 법 지원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시장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토론(정지연 사무총장) : 기업 혁신이나 소비자 편익 부분에서 볼 때 지나친 규제보다는 자율규제 영역에서 해소되는 바람직한 부분들이 있다. KISO는 재원과 정책결정의 독립성이나 배타성 등 여러 측면에서 모범적이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KISO의 성공의 핵심이 투명성이라고 보기 때문에 다른 자율규제 영역에서도 투명성을 강조하고 싶다. KISO 의 사례처럼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는 자율규제가 잘 진행되어 온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플랫폼 서비스 유형에 따라 자율규제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이슈가 많이 발생하는 중개 플랫폼 등의 경우는 사업자의 자율규제와 더불어 공동 규제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운영 주체는 협회가 될 경우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정부는 자율규제 기구의 운영 근거를 만들어 외압 없이 소신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토론(정경오 변호사) : KISO 정책위로 활동한 경험을 공유하자면 심의를 할 때 위원들은 사업자로부터의 전혀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중립적으로 활동한다. KISO의 성공 요인을 보면 ‘심의의 독립성, 정책위원의 전문성, 심의결정 공개의 투명성, 주심제도, 재원의 독립성, 운영의 독립성’ 등을 들 수 있다. KISO는 영미법이 판례로부터 규범을 형성하는 것처럼 누적된 심의결정으로부터 정책규정을 형성하는데 이는 국내 다른 자율규제기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규범 형성 과정이다. 또한 자살예방에 관한 정책결정, 혐오표현에 대한 논의 등은 KISO 정책결정이 법률 제정에 앞서 연성법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업자들의 자율규제가 입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례가 있으므로, 정부와 사업자 간의 협력적인 공동규제 모델도 구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진출 환경을 고려하였을 때 국내 사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 : KISO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