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연구원 인터뷰] “현실 부딪히며 문제 해결…객관적이고 신중한 자세 유지해야”
2009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시장 자율 정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지난 10년간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는 동시에 인터넷 공간의 공공성을 제고토록 노력해왔다.
‘규제’란 법제도만을 의미하는 국내에서 ‘자율규제’라는 새로운 영역을 뿌리내리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KISO 설립 10주년을 맞아 자율규제 일선에서 활동 중인 KISO 사무처 연구원들을 만나 자율규제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지난 3월 27일 서울 KISO 사무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기획팀 곽기욱 KISO 선임연구원과 정책팀 심재필 연구원이 참석했다.
사무처는 정책팀과 기획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9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각 팀은 해당 위원회와 부설기구를 운영, 지원하고 있다.
정책팀이 지원하고 있는 위원회는 정책위원회, 네이버 검색어 검증위원회, 인물정보 서비스 자문위원회 등이다. 기획팀은 저널 편집위원회, 부동산매물검증센터,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등을 맡고 있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담당 업무 설명 부탁한다.
(곽기욱 선임연구원) 기획팀 소속 곽기욱 선임연구원이다. KISO에서 부동산매물검증, KISO저널, MOU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부동산매물검증 분야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매물검증분야는 두 가지로 나뉜다. 중개업소에서 부동산정보업체를 통해 포털에 부동산 매물 광고를 게재하려고 할 때 해당 매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매물인지, 소유자 정보는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매물검증센터 업무와 이미 게재가 된 매물 중 허위매물로 신고가 된 건에 한 해 이를 확인하는 매물클린관리센터다.
(심재필 연구원) 정책팀 소속 심재필 연구원이다. 정책팀에서 지원 중인 정책위원회, 네이버 검색어 검증위원회, 인물정보 서비스 자문위원회와 관련된 전반적인 주요 업무들을 팀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으며, 그중 네이버 검색어 검증위원회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 다른 위원회나 관련 업무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한다면.
(곽기욱) 기획팀은 부동산매물검증 이외에도 편집위원회 지원과 각종 MOU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편집위원회는 인터넷 자율규제 관련 법제, 현황 등에 대한 전문 자료, 자율규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는 KISO저널을 발간하고 있다. 굉장히 전문적이고 유익한 인터넷 관련 소식들이 많다. 관련 종사자들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MOU 사업은 인터넷상 공공성 수호를 위한 유관 기관과의 협업이다. 지금까지 서울시, 경찰청, 전자결제산업협회 등과 MOU를 맺었다. 서울시와는 온라인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게시글과 메신저 ID 조치 업무를, 경찰청과는 온라인상 자살 예방을 위한 MOU를, 전자결제산업협회와는 불법 소액결제 방지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심재필) 정책팀의 주요 업무는 정책위원회 지원이다. 정책위원회는 KISO의 중심이자 대표적인 위원회다. 회원사들이 지켜야 할 정책에 관해 전반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적용 및 심의를 하고 있다. 회원사들이 스스로 합의해 일정한 기준과 약속을 정하는 자율규제의 첫걸음라고 볼 수 있다.
인물정보 서비스 자문위원회는 이전에 인물정보 검증 및 자문위원회라 불렸다. 그러나 회원사인 카카오가 지난해 4월부터 참여해 인물정보 서비스 자문 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됐고 현 위원회 명칭으로 변경됐다. 위원회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물정보 서비스 관련 운영 원칙을 검토해, 공익적인 서비스 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포털에 등재된 인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인터넷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해 정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자율규제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심재필) 그렇다. 자율규제라는 단어나 형태가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율규제의 필요성은 많은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 해결 방법 중 하나로 자율규제가 언급되고 있다.
물론 자율규제가 가짜 뉴스와 같은 문제에서 절대적인 해법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자율규제가) 중요한 것은 자율규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구성원 스스로 질서의식을 갖고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유익한 공통의 규약을 만드는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 미래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자율규제는) 미래 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발전하리라 본다.
(곽기욱) 동의한다. 아직 우리 사회가 자율규제에 대해 많은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 나조차도 KISO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자율규제 영역이 존재하는 지 몰랐고 어떤 형태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 모든 문제가 될 만한 이슈는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 그렇다면 그럼에도 자율규제는 왜 필요하다 보는가.
(곽기욱) 국경을 뛰어넘는 인터넷 기반 사회를 정부가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사회 곳곳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 규제하고 제어할 수 없는 것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규제는 어쩌면 미래사회에 필수 불가결해질 것이라고 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최근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공적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시장은 KISO를 통한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사업자들 스스로가 시장 정화를 위해 센터를 만들고, 규약을 만들어 준수하고 있다. 자율규제에 참여하지 않는 몇몇 사업자들을 의무적으로 (자율규제에) 참가토록 하거나 처벌 강도를 높인다든지 등의 공공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시대 흐름을 역행해 자율규제 영역을 좁히고 공적규제를 확대하는 방법은 적절치 않다.
(심재필) 곽 선임연구원의 말대로 인터넷 공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공론장이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되는 인터넷이란 공간 속에 공적규제가 적용된다면 그 의미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본다. 그렇지만 물론 다양성이 존중되는 공간에서도 공통적이고 그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 범위에서의 (강제성을 띤) 약속은 있어야 한다. 그 최소한의 약속이 바로 자율규제라 생각한다.
△ 자율규제 문화가 무르익지 않은 사회에서 실무자로서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힘든 점이 있다면.
(심재필) 그렇다. 쉽지는 않지만 보람차다. 자율규제는 회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동의 규약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 하나의 목표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진행하기보다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다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실무자는 인터넷이라는 플랫폼 속에 존재하는 방대한 내용들을 일정한 틀에 맞춰 가치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늘 객관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곽기욱)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장 바람직한 자율규제는 외부의 힘 없이도 스스로 자정 되는 규제다. 이를 위해 실무자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자율규제를 따르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이 쉽지 않고, 그 속에서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며 (회원사들이)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안해내는 게 중요하다.
△ 반대로 KISO에서 업무를 보며 보람찼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곽기욱) 지난해 서울시 인터넷 시민 감시단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서울시와 KISO는 성폭력 방지를 위해 온라인상 음란물, 성매매 게시글을 정보통신망법 등에 근거에 조처하고 있다. 이런 불법 게시물들을 시민 감시단이 적발해준다.
MOU 실무자로서 많은 시민 감시단원이 활동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만나니 정말 많은 시민이 깨끗한 인터넷 공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더불어 내 업무에 보람을 느끼고 사명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심재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보탬이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 부가 설명을 하자면 인터넷에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언제든 타인의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인터넷 환경은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 큰 문제로 확대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잘못된 질서를 바로 세우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KISO가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치 있는 일에 내가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재필) KISO는 대외적으로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업적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율규제를 바탕으로 건강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묵묵히 뒤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렇게 누군가 표현의 자유 보장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한다.
(곽기욱) 같은 마음이다. 더해서 사업자들이 자율규제정책을 잘 이행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런 자율규제 전반의 소식과 법 제정 등을 소상히 담은 KISO저널이 3개월에 한 번씩 발간된다. 많은 ‘좋아요’와(웃음) 많은 구독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