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우리 시대 스타트업의 초상

[그림1 : 타다 승용차(출처 : 타다 홈페이지)]

2019년 10월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김태훈 부장검사)는 택시조합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해 무혐의로 송치한 ‘타다’(베이직)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면허없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재웅 대표(쏘카 대표)와 박재욱 대표(브이씨앤씨 VCNC대표)를 처벌해 달라고 공소제기했다.

당시 타다는 출시 이후 기소 당시까지 140만 명이 다운로드한 서비스였는데,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대표격인 택시보다 같은 거리를 갈 때 요금이 20% 이상  비쌈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타다를 검찰이 전격 기소하자 많은 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스타트업 업계가 입은 정신적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님은 물론이다.

기소된 타다 베이직 모델(이하 타다)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자동차대여사업허가를 받아 자동차를 빌려준다. 소위 자동차렌탈사업 허가를 받은 쏘카가 11인승 승합차를 공급하고, 플랫폼회사인 브이씨앤씨(VCNC)가 이용자에게 승합차를 빌려주는 중개역할을 한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대여할 때에는 대리기사를 함께 알선할 수 있도록 법에 허용돼 있다. 대리기사가 몰고 오는 승합차를 이용해 이동하면서 기존 택시와 다른 편리함을 주어 승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타다의 성공비결이다. 이러한 사업모델에서 대여시간이나 대여목적에 대해 법은 아무 말이 없다.

타다 모델은 이렇게 법률상 근거를 갖고 있기에 타다를 140만명이 이용하는 동안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타다를 불법 여객자동차운수사업으로 선언하지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촉발시킨 카풀영업이 택시조합의 반발을 불러와 결국 국회에서 카풀을 사실상 금지시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통과되고, 2020년 7월 국토교통부가 ‘혁신성장과 상생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도 타다가 불법이라고 선언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만약 타다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기소할 때까지 주무부처가 이를 방치했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검찰도 예외조항을 상시적으로 이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외관에 중점을 두고 타다를 불법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에 예외조항의 한계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법치주의의 기본은,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된 것이라는 시민자유의 보장에서 출발한다. 법이 명확하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도 여기에서 나온다. 명확하지 않은 법으로 시민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위헌적 행태이므로 헌법재판소는 명확하지 않은 법에 대해서는 위헌을 선고한다.

법률상 어디부터 어디까지 허용된 것인지, 뒤집어 말하면 어디부터 어디까지 금지된 것인지 명백하지 않다면 예외조항을 지나치게 이용해서 대리기사를 알선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불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공무원의 마음에 따라 이현령비현령하듯 시민을 단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잘못 기소한 타다에 대해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죄형법정주의가 살아 있는 나라라는 국격을 세우고 이를 선언했다.

타다와 택시를 구분짓는 데 있어 이용자의 인식은 중요하지 않다. 택시를 타나 타다를 타나 남의 차를 빌려 타는 것은 똑같다. 검찰은 이용자가 타다를 택시로 인식했기 때문에 타다를 택시라고 보았다고 하는데, 이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타다는 예외조항에 의해 운전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용자는 타다를 ‘택시’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여객운송서비스’로 인식한 것이다. 이렇듯 타다가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나 택시조합의 고발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의해서도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왜 타다를 기소했으며 국회는 왜 타다금지법을 만들어 타다를 완전히 멈춰 세웠는가?

이렇듯 형사기소된 타다는 2020년 2월 19일 1심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는다. 드디어 타다의 합법성이 최초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2020년 3월 6일 국회 본회의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우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자동차대여사업(렌탈) 기반으로 대리기사를 알선해 주는 사업모델인 타다는 사실상 영업이 금지된다. 불과 2주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여객법 위반으로 기소된 타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 ‘타다는 적법한 사업모델’이라는 점을 확인해 주었는데도, 입법부가 이를 불법으로 다시 뒤집은 것이다. 

이는 입법론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 무엇보다 타다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입법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특정한 국민 또는 서비스를 상대로 입법을 하는 것을 처분법률이라고 하며, 이는 입법의 보편타당성을 위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타다는 앱으로 호출을 하면 승차거부없이 즉각 배차되고, 매뉴얼에 따라 기사는 승객에게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해 택시 이용에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던 이용자들이 타다 서비스에 만족했다. 하지만 타다금지법 입법 당시170만명으로 늘어난 타다 이용자는 졸지에 즐기던 서비스를 중단당하는 피해자가 된 셈이다. 1만1000명에 달하는 기사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국회의 타다 금지법 강행 처리는 2020년4월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타다에 반대하는 25만여 택시업계 종사자의 표(票)를 여야 할 것 없이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개정안은 앞서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와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견을 예상했던 법사위에서도 반대 의견은 이철희ㆍ채이배 위원 단 2명에 그쳤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타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타다 금지법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했다. 국민 3분의 2 이상이 타다 서비스를 지지한다는 각종 여론 조사결과에도 아랑곳않고 국회ㆍ정부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택시업계의 기득권을 지켜주기위해 시민들의 혁신적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박탈한 것이 타다 금지법의 핵심이다. 이 나라의 관리들은 국민이 주권자인 나라에서 다수 국민의 편익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타다 금지법이 국민과 혁신산업 주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암울하다. 우리 사회에서 기존 관념을 깨는 혁신 서비스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여서이다. 머지 않은 미래의 택시는 자율주행차를 불러 타는 식의 차량의 일시적 렌털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지금의 제도나 규제의 틀로 설명하기 힘들다. 차량 렌털과 대리기사 알선을 결합한 타다는 미래 운수모델의 예고판으로 볼 수 있다. 이용 데이터를 하나도 쌓지 않는 아날로그 산업인 택시사업과 달리, 타다는 데이터 기술기업이기도 하다. 승객들의 이용데이터를 토대로 정확한 승차수요를 예측해 운수산업의 과잉공급을 줄일 지혜를 뽑아내 줄 미래기업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대로라면 미래의 운수산업은 정부가 판을 짜고 기업은 정부가 짜 준대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객체가 될 뿐이다. 결국 미래의 운수산업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 

또 스타트업의 주도하는 혁신이 이익단체와 입법부의 반대로 주저앉는 나쁜 선례도 남겼다. 사실 스타트업이 우려하는 것은 사업 불확실성이다. 새 사업 모델을 짜도 예상치 못한 법적 장애물로 불법화하는 경우가 이어진다면 혁신의 싹은 틔울 수 없게 된다. 이런 불활실성이 사라져야 스타트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고, 투자금 유치도 활성화할 수 있다. 

타다금지법 이후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운송면허’를 받아 ‘택시총량제’를 따라야 한다. 이런 규제는 거대자본만 성공하는 ‘대마불패’의 신화를 운수사업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거대 운수자본에게 유리한 운수사업구조는 기존 택시업계에도 스타트업 업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최악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대기업집단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도 이 자본의 싸움에서 이겨낼 것이라는 장담을 하기 어렵다.

디지털 경제 시대 플랫폼산업 개편방향은 새로운 사업자들이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해 국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신구 사업자들간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타다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망했을 것이고, 애시당초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틀을 바꾸겠다는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국민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자신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선택해 공급자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시장주의 국가다. 그런데 유독 운수산업, 의료산업, 법률산업 등 자격증 산업, 숙박산업 등 각종 인허가 산업에 대해서 강력한 규제장벽을 세워 공급통제를 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제 주요 선진국들은 인허가 산업마저 소비자인 국민이 새로운 공급자를 선택할 권리를 존중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급혁명을 통해 시장을 열어주어 전세계를 지배할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들을 키워내고 있는데 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직후에는 항상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거론하며 규제 혁파와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통한 산업 발전을 배제한 채 정부의 규제권한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복해 국회가 1만여 드라이버들과 스타트업의 일자리를 없애 버리는 입법에 앞장서리라곤 생각도 못했다”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말이 와 닿는다. 올바른 운수산업 개편의 방향성은 자율과 경쟁을 통해 신산업의 혁신을 허용하고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는 방향이면서 신산업과 기존산업에 대한 규제를 함께 혁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불과 20년 후인 2040년에 우리는 스마트시티에서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제공되는 도시교통서비스를 누릴 것이다. 이때에는 개별 자동차가 아닌 도시교통시스템이 완전자율주행차를 운전하게 될 것이고 이 도시교통시스템은 민간사업자에 의해 개발되고 운영될 것이다. 타다와 같은 데이터테크놀로지 기업을 지금부터 키우지 못하면 미래 스마트시티의 도시교통시스템의 운영을 결국 해외 대형IT기업들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들의 이동데이터와 세금을 글로벌 대기업에게 넘겨주고 이동을 중심으로 한 부가서비스들의 패권도 모두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타다와 같은 혁신기업을 택시의 대항마가 아니라 미래한국의 교통시스템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국부와 데이터의 댐이라고 필자가 보고 있는 이유다. 해외 각국이 우버나 구글웨이모, 고젝, 그랩과 같은 모빌리티 분야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핀테크 등 혁신산업에 대해 포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기술혁명이 가져올 미래 패권국가 경쟁에서 패퇴하지 않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패권 시대에 혁신서비스는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국가데이터의 지배력을 유지해 국가산업의 방파제와 댐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혁신기업은 새로운 실험을 허용하는 포용적 자세로 스스로 키워낼 수 있다. 전통산업과 혁신산업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할 일은 미래를 바라보고 전통산업의 이주대책을 세워주고 낡은 규제를 새로운 시대에 맞는 규제로 바꾸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당장의 상생보다 국가의 미래가 근본적인 상생임을 깨닫는 일이 우리 정부에게는 왜 이리 어려운가.

저자 : 구태언

테크앤로벤처스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