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의 모색’ 세미나 : 종합토론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I. 규제 논의 전반과 관련한 이슈

인터넷 자율규제의 활성화는 법적인 틀 안에서의 공적 규제와 함께 공동규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몇 가지 전제에 대한 동의가 규제 주체 간에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준호, 심재웅 두 연구자와 함께 수행한 ‘인터넷 콘텐츠의 공적규제와 자율규제 간의 바람직한 협력방안 모색’이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구과제 보고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해 보려 한다.

1. 자율규제와 공적규제의 대립적 시각을 탈피

이는 규제 논의의 균형성과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 콘텐츠의 영향력에 대한 국내의 논의는 입법 과정을 통한 공적규제를 지향하는 입장과 인터넷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인터넷 사업자와 인터넷 이용자의 자율적인 규제를 강조하는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진행되어 왔다. 2008년 진행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 강화, 사이버 모욕죄의 추진 등은 자율규제의 역량에 대한 평가나 인터넷 사업자와 이용자와의 사회적 합의와는 별개로 진행된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공적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적’으로 실시된 많은 연구들은 인터넷 자율규제의 활성화와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EU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분석한 연구는 규제방식에 대한 해법이 주로 법적인 공적규제의 필요성 보다는 자율규제의 효율성 강화방안의 모색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문제는 자율규제를 강조하는 일련의 연구들의 논점이 규제 당국이 개입하는 공적규제와 인터넷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의 활성화의 균형을 강조하기 보다는 인터넷 자율규제의 상대적 중요성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인식될 개연성이 높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규제를 자율규제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해외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 콘텐츠 규제 시스템의 변화에 관한 논의에서 자율규제가 공적규제보다 더 좋은 방식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주장하는 것을 자제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율규제가 모든 인터넷사업자에게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 역시 인터넷사업자와 이용자를 단순한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는 정책적 논의를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포탈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 노력에 대한 평가와 공적 규제의 제약에 대한 투명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행정기관과 인터넷사업자의 상호간의 신뢰회복이 중요

신뢰와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문제다. 새로 출범한 자율규제기구와 규제당국과의 인터넷 규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책적 협력에 대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은 공식화되지 않은 채 여전히 자율규제에 기반한 접근과 법적인 절차를 바탕으로 한 공적 규제의 접근은 접점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누가 규제의 최종 판단자가 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자율규제를 강조하는 측과 법적인 제도 속에서 규제를 집행하는 당국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그리고 이들 주체간의 신뢰의 부재는 인터넷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국내 인터넷 규제 시스템 변화 논의를 답보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인터넷사업자는 공적규제에 대항하기 위한 기구 마련이 아닌 자율규제 영역의 활성화를 위해 자율규제기구의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적규제를 우선적으로 축소하고 자율규제에 그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탈피하고 자율규제의 성장을 통해 공적규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적규제를 강조하여 다양한 입법 청원을 하는 측 역시 공적규제만으로 인터넷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자율규제에서 찾을 필요를 인정해야 한다. 특히 합의할 수 있는 조건에 만족하는 인터넷사업자의 경우 공적규제 기관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축소하여 자율규제 쪽으로 단계적으로 그 역할을 위임하는 것에 대한 규제자의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하고 이를 권력의 축소로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

3. 현존 규제 시스템에서 출발하여 변화를 모색

인터넷 콘텐츠 규제 영역에서 정부와 연결된 행정기구 또는 공적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가 필요하다. 이미 인터넷 자율규제기구가 출범한 이후 제도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자율규제의 성장 과정에 부합하는 공동규제의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규제 시스템 전반에서 현재의 정부주도의 공적규제의 주도권은 일단 인정하면서 세부적인 규제과정에서 자율규제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단계적’으로 규제의 일부를 위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II. 자율규제 영역의 이슈

현재 일부 포털미디어의 자율규제의 수준은 매우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편차가 매우 심하다는 한계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자율규제 영역이 공동규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제한점이 있다.

1. 정책적 우선순위와 재원 투자의 문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사업자의 자율규제 노력은 정책적 중요도에서 시장의 상황이나 기업의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변적인 경우가 많았다.

2. 기업 역량과 기업의 문화 문제

인터넷 콘텐츠 자율규제는 기업의 규모와 수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편차는 공동규제의 파트너로서 인터넷사업자가 자율규제 영역에 참여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3. 이용자와의 갈등 해소 시 공적규제의 편이성의 문제

민간 영역의 분쟁 발생 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이를 공적규제로 넘기는 것은 자율규제의 활성화에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

4. 사적 검열에 대한 압력 문제

대형 포털미디어의 경우 이미 자체적인 심의, 필터링, 모니터링 과정을 통해 불법, 유해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의 시스템이 이미 잘 정착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사적 검열에 대한 압력 때문에 투명하게 제대로 책무 수행과정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노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자율규제의 노력이 있음에도 이를 정책 입안자와 인터넷의 폐해를 주장하는 자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하면서 공동규제의 논의에서 큰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

III. 규제 주체별 수행계획과 공동의 협력지점 모색

1차적으로 자율규제 영역에 제한적인 위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업자와 행정기관의 테스크포스팀의 마련이 우선적으로 시급하다. 각 주체별 점검사항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본인을 포함한 연구팀은 공동규제를 위한 단계적 TSE (trigger-stabilization evolution)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양승찬, 도준호,심재웅, 2009 출간예정). 그 중 1단계에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사항은 주체별로 다음과 같다.

1. 인터넷 사업자

행동강령에 대한 재점검, 자율규제 기구 행동강령의 세분화, 인터넷 사업자간 협조체제 공조, 안정적인 재정구조 확보, 이용자위원회의 활성화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위임받은 심의 기능을 수행한다.

2.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동규제의 파트너로 인터넷사업자를 인정하고 정책방향을 자율규제의 지원자와 공동규제의 촉진자의 입장에서 마련한다. 인터넷사업자가 행동규약을 제정해 승인을 신청할 경우 이를 점검하고 일단 승인한 것에는 자율권과 면책권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제한적 위임과 점검, 행동강령을 승인받지 않은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기존 업무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준수와 위반에 대해 인센티브와 처벌조항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3. 협력지점

행동강령에 대한 협의, 효율적인 핫라인 설치, 심의판단 결과의 공유, 상시적인 대화 창구의 운영, 인터넷 리터러시의 활성화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인터넷 리터러시 분야와 같은 협의가 쉬운 사항부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V. KISO는 향후 무엇을 해야하는가?

자율영역의 활성화를 위해 KISO의 출범은 의미가 있고 향후 이 기구의 진화에 대해 공동규제의 틀안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KISO의 활동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모색, 대표성과 역량강화, 정부규제와의 협력, 개방적 거버넌스 구조의 채택, 안정적 재원의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권헌영 교수님의 지적에 동의한다.

정책기구에서 실질적인 민간 자율규제 기구가 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보고서 두 편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민간영역에서 담당할 수 있는 첫 번째 역할은 오히려 유해, 불법 정보에 대한 자체적인 심의의 체계화로 이 영역의 심의를 주도할 수 있게 위임을 받는 것이라고 본다. 법적규제와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한 것이 공동규제를 위한 협력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그 포지셔닝에 아쉬움이 있다. KISO가 법적규제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 기구인가 아니면 공동규제의 진정한 파트너로서 자율규제기구의 위상을 갖출 것인가? 공동규제의 틀 안에서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로서 그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KISO에 참여하는 민간 사업자가 향 후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노력 속에서 신뢰가 마련될 것이고 이러한 단계를 통해 자율규제 영역으로 규제 방식이 위임되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문화방송통신팀장) =

한국에서는 작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터넷 규제가 시도되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설립되면서 인터넷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좀 더 구체성을 띄면서 진행되고 있다. KISO 주최로 열린 인터넷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의 모색에 관한 세미나는 작년 미디어법의 통과이후 새로운 규제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율규제논의에 대해 그 의미와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권헌영교수와 황성기교수의 논문은 한국에서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 및 KISO의 역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율규제는 법적 또는 정부규제보다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과도한 규제의 폐해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발표자들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자율규제의 주요 행위자가 정부와 관련 협회 및 인터넷기업들 그리고 일반이용자라고 할 때 자율규제의 논의가 정부와 관련 협회 및 기업의 협의로만 진행된다면 진정한 자율규제의 의미를 가질수 없다. 권헌영 교수도 발제문에서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율규제의 대상이 되는 일반이용자가 자율규제 방식으로 행해지는 인터넷규제를 이해하고 동의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자율규제는 단순히 정부와 기업의 협의규제에 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경우 자율규제기구인 인터넷권리포럼의 경우 주요 구성원은 70여개 회원 ISP, 전문가· 협회·공공기관, 그리고 일반이용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하고 있다. 즉 인터넷 이용환경의 정비는 일부 사업자만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이용자인 개인까지 감안하고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들에서도 일반이용자의 이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율규제의 구체적 내용과 방식을 마련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할것으로 생각된다. 즉 자율규제의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되어서는 안되며, 누구나 찬성할 수 있는 공동목표와 수단 그리고 실천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율헌장”과 같은 공동의 목표를 마련하고 이에 입각하여 구체적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협회 및 사업자만이 아니라 이용자 수준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행동강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자율헌장”과 같이 참여자가 모두 공유하는 목표를 설정한 후 보다 구체적으로 자율정책기구나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실행메뉴얼로서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고 또 다양한 사례를 모은 사례집등의 마련을 통해 구체적인 국면에서 활용가능하도록 하는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가이드라인과 실행메뉴얼, 사례집에 더불어 상담센터, 불법유해정보접수창구, 자율규제를 위한 연구그룹 결성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엄 열 (방송통신위 네트워크윤리팀장) =

한국에서의 인터넷 규제 논의에 대하여

한국에서의 인터넷 규제에 대한 논의는 폭발적인 한국 인터넷 이용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가장 앞서서 이루어지는 정책적 고민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른 여러 나라들도 인터넷 환경이 잘 갖춰지게 되고 이용이 활성화되면 곧 한국의 같은 규제 필요성과 이의 합리적 수립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그 상황에 이르게 되면 한국에서 논의 되었던 많은 노력들이 결국 인터넷상의 ‘표현의자유’ 보장과 개인 권리보호라는 두 가지 인류 기본적 가치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었음이 이해되게 될 것이다.

규제의 방법, 정도 등 실제 규제체계 확립과 실행에 대해서는 인터넷의 사회 순기능적 역할을 해치지 않는 균형점에서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것에 대부분 공감하는 바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는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규제의 실질적, 절차적합리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 규제를 위한 몇 가지 원칙을 나름대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첫째, 인터넷 규제는 일관적이고 균형적인 규제철학에 기반하여야 한다. 특정 시점, 특정 이해관계 등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균형적 시선을 유지하며 일관적인 규제원칙을 확립하여야 한다. 둘째, ‘이용자는 자유롭게, 범법자는 엄격하게’ 원칙을 확립하여야 된다. 모든 규제는 사회적 학습효과를 제공, 범법자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이 선의의 이용자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과 사회적 효용을 배가시킴은 당연한 이치다. 셋째, 인터넷 시장과 산업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인터넷 시장을 단순한 사회현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향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는 이용자 보호 측면의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넷째, 기업의 자율규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인터넷 산업 발전 초기 한국은 워낙 드라마틱한 시장 성장을 이루어왔고 인터넷 역기능도 단시간에 강렬히 경험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도 낯설고 인식도 늦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세계에서 누구도, 특히 사업자들은 규제가 불필요한 것이라거나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자정능력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섰으므로 법적 규제와 더불어 기업의 자율규제를 통해 인터넷 상의 문제점을 1차적으로 자체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 이병선 (Daum 기업커뮤니케이션 본부장) =

1. 인터넷의 속성에 대한 이해 필요

자율규제나 공적규제를 논할 때 먼저 인터넷의 속성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터넷 시대에는 지금까지의 매스미디어 시대와 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달리한다. 매스미디어 시대 이전의 원시공동체에서는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소식이나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사회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매스미디어가 탄생했다. 그런데 인터넷의 등장은 매스미디어 시대 이전처럼 사람들간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만들었다.

최근 인터넷 서비스의 트렌드가 ‘트위터’와 같이 옆에서 속삭이는, 혹은 귀엣말 정도의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성공한 서비스들을 보면 어김없이 이런 인터넷의 속성을 잘 살린 것들이다.

기존 매스미디어 시대의 문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질서가 등장한 것이다. 서비스 트렌드는 이렇게 가고 있는데도. 기존 매스미디어를 다뤘던 것과 똑 같은 논리로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데서 갈등이 벌어진다.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상상력을 구현한 서비스의 발전은 규제당국에 기존의 문법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를 계속 던질 것이다. 따라서 규제를 논할 때 과연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실효성이 있는지를 우선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사회질서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2. KISO출범에 대해

발표와 토론 중에 KISO에 대해 또 다른 이용자 통제수단일 수 있다거나, 당면한 기업의 애로점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 아니냐 라는 등의 의심 어린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KISO 창립작업에 처음부터 관여했고, 지금도 정책위원으로서 한 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KISO의 창립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하고, 인터넷서비스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현 상황에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사실 창업 정신이나 정책, 정서가 다른 7개 포털사가 공동의 규율을 정해 자율규제를 시도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인터넷의 정신을 지키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봐주면 좋겠다.

3. 공적규제와 자율규제의 역할분담

자율규제가 공적규제보다 좋다거나, 우월하다는 식의 논의는 무의미한 것이며, 지금까지 그렇게 접근하지도 않았다. 자율규제와 공적규제의 관계는 역시 적절한 역할분담이어야 한다고 본다.

자율규제를 위한 프로세스 구축은 KISO가 최선을 다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공적 규제기관은 전문적인 법적 판단을 KISO에게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이 될 수 있다.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면 참여한 회원사에게 법적인 면책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인터넷사업자들이 스스로 참여해 자연스럽게 자율규제가 자리 잡을 것이다.

시민참여에 대한 지적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용자 참여에 대해서는 KISO 설립 초기부터 논의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 기타의견 =

기타 의견으로는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정책위원이 “서비스 이용 약관에 의한 사업자의 자율규제는 인정하나, 실제 규제를 당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것이 현실적이다. 규제 방침에 대해서는 이용자와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명호 팀장은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영향력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며, 방통심의위원회와 KISO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위해 방통심의위원회도 노력을 다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저자 : KISO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