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정책결정 제3호 및 제4호의 취지와 의의
1. 들어가며
제1호에서 제4호로 이어지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라 함) 정책결정의 의의이면서 동시에 한계라고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정책결정들의 내용이 게시물의 임시조치에 대한 것에 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게시물의 명예훼손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과 최종적인 조치에 대한 정책결정이 아니라, 각 회원사에서 취하는 임시조치 대상의 형식적 요건을 확인하는 절차 및 조치방식과 관련된 정책결정이 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KISO는 임시조치 단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러 차례의 정책결정을 하게 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시조치된 게시물의 대부분이 30일 후 삭제가 되고, 게시자나 당해 게시물을 임시조치한 포털들은 당해 게시물이 실제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청할 수도 없다1)는 현실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게시물로 인해 자신의 명예나 사생활 등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권리침해 주장자 혹은 피해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포털에게 당해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를 요청하면 빠르게 대량으로 게시물을 블라인드처리 하는 것이 가능하고 30일 뒤 삭제되기 때문에, 굳이 심의기관이나 법원에서 명예훼손 여부를 다툴 현실적인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문제가 되는 당해 게시물의 게시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단 임시조치된 자신의 게시물에 대해서 권리침해주장자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정당한 판단을 구하기가 어렵다.
우선 대부분의 포털은 게시자에게 재게시를 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나, 국회의원이나 국가기관 등으로부터의 임시조치 등의 차단요청은 현실적으로 게시자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재게시 요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게시물이 재게시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심의기관의 심의결과나 법원 판결문 등의 증빙서류를 제출하여야 하는 등 그 요건이나 절차 역시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2) 결과적으로 임시조치제도는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vs.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의 근본원인은 임시조치 이후의 절차의 미비와 모호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임시조치 이후의 절차의 미비와 모호성의 문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절차적 해결방안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 법률개정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재의 시점에서는, KISO의 정책결정은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현행 임시조치 제도의 빈 틈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2. 제3호 정책결정의 내용과 취지
(1) 제3호 정책결정의 내용
KISO의 제3호 정책결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회의 정책결정 (2009. 9. 3)
제2호 정책결정의 ‘처리제한’ 중 공인의 임시조치 요청과 관련하여 ‘명백한 허위사실’ 입증자료의 범위에 관해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허위 사실 입증자료의 범위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판단이 축적되면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KISO는 아래와 같은 자료를 입증자료로 인정하였다. 1. A의원의 대리투표 동영상 사례 2. B의원의 전직 대통령 추모기간 중 외유관련 사례 |
(2) 제3호 정책결정의 취지
정책결정 제3호는 정책결정 제2호의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처리와 관련된 일반원칙’에서 ‘처리의 제한’ 중 공인의 임시조치 요청과 관련된 내용이다. 정책결정 제2호는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자가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인 경우,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대상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위 문장을 풀어보면 ① ‘임시조치 요청자가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인 경우’, ② ‘당해 게시물의 내용이 임시조치 요청자의 공적 업무와 관련있는 경우’, ③ ‘당해 게시물의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이 아닌 경우’라는 세 가지의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당해 게시물은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요건 각각이 개념 해석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며3), 실제로 KISO 내부에서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의견이 일부 엇갈렸다.
각 포털은 임시조치 요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접수단계에서 최소한의 형식상 판단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시조치 대상의 개념, 범위 및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임시조치 여부에 대해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시조치 대상의 개념, 범위 및 요건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제2호 정책결정 이후에도 많이 이루어졌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특히 정책결정 제2호의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처리와 관련된 일반원칙’에서 ‘처리의 제한’ 중 공인의 임시조치 요청과 관련된 내용이다.
우선 공인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기관이나 특정 개인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무직 공무원’에 한정하여 최대한 좁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었던 반면에, ‘공인’에 대한 해석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한 ‘공적 업무’에 대한 해석도 논의 사안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예컨대 ‘공적 업무’에 국한하지말고, ‘사적 영역’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관심사’이거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로 그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결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러한 논의의 일환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요건과 관련하여 정책결정 제3호가 나오게 되었다. 물론 정책결정 제3호가 나오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근본적인 의문은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은 ‘명백한 허위사실’ 여부에 대해서 어떻게 입증을 해야 하는가라는 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판결문과 수사기관의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신뢰할 수 있는 공적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 역시 이에 준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공적 기관이 제시한 자료가 특정 사실을 입증할 증빙자료가 될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해당 기관의 주장에 불과한 것인지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 역시 있었다.
정책결정 제3호는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2가지 정도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허위사실 입증자료의 범위의 구체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원칙적으로 허위사실 입증자료의 범위는 처음부터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려우므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판단이 충분히 축적되어야 한다는 점을 원칙적인 차원에서 확인하였다. 그런 다음에 당시 문제가 되었던 2가지 사례의 경우, 즉 A의원의 대리투표 동영상 사례의 경우에는 ‘국회 사무처 투표 로그기록과 관련 동영상’을, B의원의 전직 대통령 추모기간 중 외유관련 사례의 경우에는 ‘출입국관리소의 출입국 기록’을 허위사실 입증자료로 인정하였다. 다만, 제출되는 자료의 형식이 아니라 각 개별 사안에서의 구체적인 내용과의 관련성이 중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결정 제3호의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제출된 자료의 형식보다는 그 내용이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쟁점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책결정 제3호 이후에 제기되었던 국회의원 C의 임시조치 요청 건에 있어서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판결 내용과 해당 게시글과의 사안적 관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 경우가 있었다. 또한 D청장이 회원사에 제출한 언론중재위원회의 반론보도결정문의 경우에도 반론제도는 반박내용의 진실 여부를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정정보도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존재하였다. 이 문제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며, 향후 이러한 각 경우를 정책결정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아니면 개별 게시물의 심의를 통해서 합의수준을 높여 나갈지는 KISO에게 숙제로 남아있으나, 일반적인 기준을 정립해 나가는 ‘정책결정’이 갖는 한계 내지 특수성 때문에,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결정 제3호는 ‘명백한 허위사실’ 여부를 어떻게 증명하는지, 그리고 그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등논란이될수있는부분에 대해서는 대답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임시조치 및 삭제요청 과정에서 권리침해 주장자가 포털 등에 판결문, 고소장, 심의결과, 권리침해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특히 임시조치제도를 활용하고 공식적인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공식적인 노력을 하곤 한다. 완전한 거짓도 진실도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KISO의 정책결정 제3호는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이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게시물에 대해서 임시조치 등을 요구할 때는 ‘합리적인 수준’의 소명이 필요하다는 상식적인 취지의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다.
3. 제4호 정책결정의 내용과 취지
(1) 제4호 정책결정의 내용
KISO의 제4호 정책결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책위원회의 정책결정(2009. 10. 21)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범위 설정의 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회의 정책결정 제2호(2009. 6. 29)에서 언급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1. 국가기관이란 전자정부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중앙행정기관(대통령 소속기관 및 국무총리 소속기관을 포함) 및 그 소속기관을 의미한다. 2. 국가기관의 소속기관 범위는 해당부서의 직제관련 시행령에 따른다. 3. 지방자치단체란 지방자치법에 따른 광역, 기초자치단체(지방의회 포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포함), 자치단체가 아닌 구, 읍, 면, 동, 리와 그 소속기관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육위원회, 교육감, 지역교육청과 그 소속기관을 말한다. 4. 지방자치단체 등의 소속기관 범위는 추후 결정한다. |
정책결정 제4호는 정책결정 제2호의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처리와 관련된 일반원칙’에서 ‘처리의 제한’ 중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그러한 단체의 장 및 구성원 개인은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에서 등장하는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에 대해서 구체화한 결정이다. 정책결정 제2호의 결정과정에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임시조치 요청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인의 처리 제한보다 쟁점이 적은 편이었다.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명예에 관한 인격권의 주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4)
물론 공인과 관련된 내용에 비해 형식적인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용하기 용이하나, 실제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다. 또한 국가기관에 대한 게시물과 관련하여 국가기관의 장이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정책결정 제4호는 정책결정 제3호에 비해 쟁점이 많지 않았다. 정책결정 제4호와 관련된 논의의 출발점이 된 것은 E라는 공기업이 정치적 의혹과 관련하여 명예훼손을 이유로 임시조치를 요청했던 시점이었다. E가 국가기관의 범위에 속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관련법에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굳이 정책결정으로 남기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한 정책결정 제3호의 결정과정에서의 문제제기와 맥락을 같이 하는 측면도 존재하였다.
예컨대 임시조치가 포털사들에게는 내용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형식상의 판단단계라는 점을 상기할 때, 임시조치 요청단계에 복잡한 허들을 쌓거나 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포털의 입장에서는 처리의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 게시자의 권리보장은 다른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향후 공기업 등을 통해서 국가정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공적 관심사 영역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으니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도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바로 이러한 논의의 맥락에서 제4호 정책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책결정 제4호에 따르면 앞서 언급된 공기업 E는 처리의 제한에 해당하는 국가기관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논의가 다소 지체되는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E라는 공기업이 임시조치를 요청했었던 게시물에 대해서 심의를 진행하여 ‘해당없음’, 다시 말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이 판단은 게시물 내용에 대한 판단이었기에, 명예훼손 피해의 주체 여부와는 별개의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4. 결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책결정 제1부터 제4호까지는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였거나 그 판단을 위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임시조치 단계와 관련된 결정이기에 앞으로 KISO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그간의 정책결정을 둘러싸고 KISO에서 다양한 의견의 제시와 고민이 이루어졌고, 그 고민이 아직 미완의 진행형에 있다는 점에서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 결정들이었다.
혹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 KISO가 기존의 법리를 넘어선 해석으로 부당하게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 KISO 정책결정에 의하여 혹시라도 임시조치가 되지 않더라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결과 또는 판결문 등을 근거로 하여 각 회원사는 당해 게시물에 대해서 최종 조치로서의 ‘삭제’를 할 수 있다. KISO 역시 정책위원이 상정한 건에 한해 명예훼손 여부를 심의하고 ‘삭제’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KISO가 임시조치에 의한 처리를 제한한다는 결정을 내린 게시물의 권리침해 주장자라도 다른 구제장치를 통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판단을 받아온다면, 해당 게시물은 인터넷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다만, 임시조치보다 ‘신속성’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심의를 받게 되고, 그 심의가 임시조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진행되는가 아니면 임시조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가 하는 차이가 있는 정도일 수 있다.
KISO의 고민은 명예훼손 문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으며 KISO에서는 공개된 4개의 정책결정 이외에 많은 게시물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KISO가 내실을 다져 개별 게시물에 대한 심의가 본격화되는 단계에서는 더 발전적인 정책결정과 심의결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현행 임시조치제도의 절차 보완을 위해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점은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1) 2009년 4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임시조치된 게시물의 게시자인 국회의원 A의 심의요청을 처음에는 국회의원 A가 피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결정하였다. A의원은 이후 우여곡절 끝에 ‘해당없음’(명예훼손 아님) 결정을 받아내었는데, 결국 이 사례는 임시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도 매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관해서는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13 참조.
그런데 현재는 피해당사자의 권리침해신고 이외에는 심의신청을 반려(각하결정)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kocsc.or.kr)의 ‘전자민원’ 메뉴 아래의 ‘통신민원’ 중 ‘권리침해신고’ 메뉴에 들어가면,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이고, 모욕은 친고죄이므로 피해당사자 본인 또는 대리인(위임장)이 신고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안내와 “위와 같은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심의에 상정되지 않고 반려(각하 결정)됩니다.”라는 안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일정한 게시물의 임시조치와 관련된 심의에 있어서는 게시자와 포털의 심의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위원회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11조 제1항 제1호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및 게시판 관리 운영자가 심의를 신청한 경우”도 심의개시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시조치와 관련된 심의에 있어서 피해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포털의 심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심의규정 제11조 제1항 제1호의 규정과 모순되지 않는가라는 의문은 존재한다. [본문으로]
2) 각 개별 포털사의 정책에 따라 그 요건이나 절차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다. [본문으로]
3)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달리 공인이론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고, 표현 내용이 공익성과 진실성 내지 상당성이라는 요건에 부합할 경우 위법성을 조각하는 형사상 법리를 민사책임에 준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명예훼손법리라는 점에서, 제2호 정책결정에서 ‘정무직 공무원 등’을 명시하여 특정한 공인의 경우 임시조치를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리고 ‘명백한 허위사실 여부에 관한 입증자료의 제출’과 관련하여, 명예훼손과 관련된 소송법상의 입증책임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가 하는 점과?관련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제2호 정책결정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고민들이 반영되었다는 점을 이해하면, 일부 법리상의 오해나 모순이 존재할 수 있지만, 제2호 정책결정의 기본적인 취지가 이해되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무직 공무원 등’ 특정한 공인의 경우 임시조치를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제2호 정책결정은 ‘정무직 공무원 등’이라는 특정한 범위의 공인 요건뿐만 아니라, 당해 공인의 ‘공적 업무’라는 요건도 부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무직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게시물의 내용이 당해 공인의 사적 영역에 관한 것이라면, 임시조치가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게시물의 내용이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적 업무에 관한 사항인 경우에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해석인 것이다.
둘째, ‘명백한 허위사실 여부에 관한 입증자료의 제출’이 명예훼손과 관련된 소송법상의 입증책임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가 하는 점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관련하여서는, 현재의 임시조치제도의 문제점과 현황을 고려하였다. 즉 임시조치제도가 ‘피해자에 의한 남용’과 ‘포털사업자에 의한 자동적 임시조치로의 전용’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 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게시물의 내용이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적 업무에 관한 사항인 경우, 즉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인 경우에는, 임시조치 요청자로 하여금 ‘명백한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소명을 하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임시조치의 남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셋째, 각 포털은 임시조치 요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접수단계에서 최소한의‘형식상’판단을 하게 된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즉 당해 게시물이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느냐에 관한 실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형식적 판단만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임시조치가 남용되는 것은‘자유와 책임의 조화’ 라는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능한 ‘임시조치요건의 형식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본문으로]
4)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닌 것으로 본 근거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시되었다.
첫째,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그 소지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이나 그 기관, 지방자치단체나 그 기관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로서 그 소지자가 아니고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고한 판례이다(헌재 1994. 12. 29. 헌마120; 헌재 1995. 2. 23. 90헌마125; 헌재 1995. 9. 28. 92헌마23등[병합]; 헌재 1997. 12. 24. 96헌마365 등).
둘째,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는 명예훼손 등 피해자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를 조화시키고자 하는 장치이므로, 임시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침해 주장자는 인격권이라는 권리의 주체임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개별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원칙적으로 인격권이라는 권리의 주체로 보기 어렵다. 즉 국가기관은 인격권의 주체라고 할 수도 없고, ‘개인적’ 명예를 가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국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의 인정 여부에 대해 자세한 것은 박용상, 명예훼손법, 현암사, 2008, 60-62면 참조.
셋째, 국가기관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는데, 개별 국가기관의 임시조치를 허용할 경우 정보게시자가 이의를 신청하고 소송을 통한 최종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하고자 하더라도, 임시조치를 요구한 개별 국가기관에게 소송의 당사자능력이 없어,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거나 국가기관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분쟁을 해결할 방법이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넷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중법’)은 제14조 제3항에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관 또는 단체의 장은 당해 업무에 대하여 그 기관 또는 단체를 대표하여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특별규정(반론보도청구에도 이를 준용하고 있음. 언중법 제16조 제3항)을 두어 국가기관 등에게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청구에 관한 당사자능력을 부여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특별규정과 동일한 내용인 구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7항의 위헌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대법원은 반론보도청구권을 도입한 취지에 일반적 인격권 보장의 요청 외에 진실 발견과 올바른 여론 형성의 목적도 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반론보도청구권을 허용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얻거나 유지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위 특별규정의 정당성을 부여하였다(대법원 2006.2. 10. 선고 2002다49040 판결). 즉, 국가기관에게 반론보도청구를 할 수 권한을 ‘특별히’ 인정한 취지는 인격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얻고자 하는 공익적 필요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반적 인격권의 주체가될수없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관 또는 단체는, 언중법과 같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사생활침해, 명예훼손 등’ 인격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를 근거로 한 임시조치의 주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