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 A의 관련 검색어 삭제요청 심의결정문에 대한 리뷰

 

 

  1. 심의결정의 개요

가. 요청인의 삭제 요청

2018년 4월 경 식품회사 A에서 생산 중인 특정 제품에서 미량의 과산화수소가 검출되어, A에서 자진 회수 및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유통 중인 해당 제품들을 공인검사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과산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시험 성적서를 감독 정부기관에 제출하였다. 이에 해당 정부기관에서는 위해식품차단 및 회수를 위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조치, 원인 분석을 통한 재발방지 조치사항의 이행, 법령위반 사항이 없음을 통보하며, 본 회사 발생사항 조사를 종료한다는 공문을 작성하여 주었다.

사건 발생 후 약 7개월이 지난 후 식품회사 A는 B 포털의 관련 검색어 2건(A 과산화수소, A 대용량제품 리콜), 서제스트 검색어(A 과산화수소) 1건 등 총 3건의 검색어 삭제를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라 한다)에 요청했다. 해당 검색어가 해당 제품이나 해당 제품브랜드에 한정하지 않고 A 회사의 모든 제품 브랜드 평판 및 경영상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특히 1) A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모든 제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오인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 2) 감독 정부기관으로부터 문제없이 자발적인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문제된 제품이 안전함을 검증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7개월 전의 일이 마치 현재 문제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주장하였다.

 

나. 관련 조항

  • KISO 정책규정

제3장 검색어에 관한 정책

제12조(원칙)
① 회원사는 자동화된 로직에 따라 연관검색어, 자동완성검색어(이하 ‘연관검색어 등’이라 한다)를 제시하며 그 외의 방법으로는 생성 또는 변경하지 아니한다.
② 회원사는 이용자의 신고, 요청 등을 계기로 노출되고 있는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 또는 제외에 관하여 의문이 있을 경우 KISO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제13조의2(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
①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로 인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를 받은 자는 대상 연관검색어 등을 특정하고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해당 회원사에게 그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② 회원사는 제1항에 따른 요청을 받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요청인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해당 검색어를 삭제 또는 제외할 수 있다.
1.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요청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 제5조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는 요청인과 관련된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요청인이 수행한 공적업무 또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 영역에서 발생한 경우
나. 제5조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요청인과 관련된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사생활 영역에서 발생한 경우
.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
.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언론의 보도 등으로 공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다만,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공적 업무에 관한 내용은 예외로 한다.
. 연관검색어 등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키는 경우
바. 연관검색어 등을 선택했을 때 검색결과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그러한 의미와 무관한 내용만 확인되는 경우

사. 기타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

 

다. 심의 결과

KISO 정책위원회에서는 정책규정 중 제13조의2 제2항 제1호 다목, 라목, 마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1) 다목과 관련하여서는 허위사실임이 문제되었다. 다수의견은 신청인이 제조한 제품에서 과산화수소가 검출된 사실이 있으므로 관련 검색어 ‘A 과산화수소’를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한편, 실제 자발적 회수가 있었으므로 ‘A 대용량제품 리콜’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공인 검사기관의 시험성적서에서는 ‘과산화수소’가 없다고 판명되었으므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 라목과 관련하여 해당 사건이 발생한지 7개월이 경과하였고 관련된 보도가 5월 이후 작성된 사례가 없으며 게시물 또한 7월 이후 작성된 것이 검색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현재 공적 관심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에 반하여 문제된 검색어가 국민의 건강 등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사례는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7개월이라는 기간이 상당한 시간의 경과로 보기 어렵다고 보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3) 마목과 관련하여서는 7개월이 지난 과거의 사실임에도 심의대상 검색어가 노출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에게 현재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오인가능성을 인정하였다. 그에 반하여 해당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오인시키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 하에 KISO 정책위원회는 검색어 3건에 대해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로 결정하였다.

 

  1. 심의결정에 대한 검토

관련 검색어 및 서제스트 검색어는 이용자의 검색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즉, 다수의 이용자들이 입력한 검색어 자료를 분석하여 특정 검색어와 상호 긴밀한 관련성이 있는 검색어를 검색 입력창 또는 그 인접영역에 자동적으로 제시하는 서비스이다. 따라서 이용자의 편익을 위하여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 갖는 영업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련 검색어를 통하여 인격권 등 관련 당사자의 권리가 침해가 되는 현상이 늘어남에 따라 삭제 내지 제외할 수 있는 목록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법령의 해석상 원칙에 대한 예외는 일반적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본 규정의 경우에 삭제 내지 제외로 인하여 침해당하는 포털이 갖는 영업의 자유, 이용자들의 알 권리와 정보에 대한 접근권과 보장의 대상이 되는 관련 당사자의 법익 보장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전자의 침해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면 예외적인 사유를 좁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후자의 보호필요성이 크다고 한다면 해당 예외사유를 비교적 넓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가. 다목의 “허위사실”인지 여부

본 사안의 경우에 식품회사 A의 특정제품에서 과산화수소가 검출되어 문제가 되었고 A에서도 미량의 과산화수소가 검출된 점을 인정하여 사과문을 발표한 점을 보면 과산화수소가 검출되었다는 점을 허위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자발적인 조치로서 제품 회수를 하였다는 점에서도 ‘리콜’이 허위사실을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공인 검사기관의 검사결과 과산화수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과산화수소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미량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실이 본 요건 판단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다른 요건의 판단에 있어서는 고려될 필요가 있고 실제로 고려되었다.

 

나. 라목의 “상당한 기간”의 경과로 “공적 관심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여부

“상당한 기간”이라는 용어는 매우 추상적인 법률용어이다. 그러나 해석자에게 판단의 재량의 여지를 주어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적절한 해석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 다만 그 재량권 행사가 자의적이면 안 되므로 일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법원은 소멸시효 항변과 관련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판결). 이처럼 심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요소를 열거하고 이에 기초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한다면 좀 더 판단에 대한 법적 안전성을 기할 수 있다. 본 조항의 ‘상당한 기간’의 판단에 있어서는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 사유, 더 이상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은 기간, 검색어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당사자의 이익, 삭제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국민의 알권리, 삭제되는 내용이 식품 등 국민의 신체, 생명 등과 연관된 경우에는 건강권의 침해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본 규정과 관련하여서는 기본적으로 기간의 경과로 더 이상 공적 관심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이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는 뒤로 후퇴한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관련 검색어가 삭제된다고 하여 해당 검색결과까지 삭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의 알권리를 본 조항에서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처럼 본 사항의 경우에는 식품과 관련된 것이므로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이다. 따라서 이와 직접적으로 많은 관련성을 갖는다고 한다면 상당한 기간의 판단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본 사안에서는 미량의 과산화수소만 검출되었고 그 후 검사결과에서는 더 이상 검출이 안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과산화수소 섭취로 인하여 국민건강의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건도 아니므로 그 중대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하여 부정적인 관련 검색어로 인하여 기업이 입는 낙인효과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다수의견대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마목의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키는 검색어”인지 여부

다수의견에서 이미 지난 과거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심의대상 검색어가 계속 노출된다면 소비자들에게 ‘현재’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므로 오인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해당 연관 검색어가 과거의 특정한 사건과 연관된다면 해당 연관 검색어는 항상 현재로서는 오인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시간의 경과로 인한 오인가능성을 인정하는 부분은 찬성하기 힘들다. 특히 기간의 경과로 인한 문제는 이미 라목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오인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신청인도 지적하고 있듯이 일부 특정제품에서만 문제되었는데, 해당 회사 전체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1. 결론

심의대상 검색어는 문제된 바가 있는 사실을 나타내므로 ‘허위사실’에 속하지는 않지만 이미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공적 관심사’에서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검색어도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키는 경우’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미량의 검출로 인하여 국민의 건강에 침해가 일어난 경우도 아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인정하여 삭제요청을 받아들인 사안이라고 보여진다.

특히나 본 사안에서는 신청인이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였다. 그런데 엄격한 잣대로 검색어가 삭제되지 않아 기업이 불필요한 피해를 떠안게 된다면, 향후 유사사례에서는 기업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서 본 심의결정문은 좋은 선례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될 수 있다.

저자 : 이병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