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정책결정 3,4호에 대한 평석

Ⅰ. 머리글

KISO가 출범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아 벌써 4번의 정책결정(이하 정책결정은 제1호 결정, 제2호 결정, 제3호 결정, 제4호 결정 이라고 표시함)을 내놓고 있다. 최초 발족시 우리나라와 같이 민간의 자율규제 경험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그 간의 활동으로 보건대 앞으로 충분히 성공적인 운영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성과와 기대는 아마도 그에 참여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식견과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율규제는 서구 각국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고, 특히 새로운 매체인 인터넷에 관하여는 대부분의 서구제국이 자율규제를 우선시하고 국가규제는 최소한도로 제한하는 법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인터넷매체에 대한 자율규제의 경험은 많지 않다고 할 것인데, 이는 기존의 방송, 영화 등 전통적인 매체에 있어서 국가에 의한 내용규제가 우선시되는 제도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KISO가 인터넷의 새로운 자율규제의 역사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인터넷은 아직 완성된 매체라기 보다는 발전도상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체의 발전초기에 자율규제의 역사를 시작하는 것은 향후 인터넷 규제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KISO는 성공하여야 하고, 새로운 자율규제의 전범을 제시하여야 한다.

KISO는 정책결정의 형식으로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회원사의 조치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이 평석하고자 하는 정책결정은 제3호와 제4호인데, 제3호는 정무직공무원 등 공인이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경우인 “명백한 허위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결정한 것이고, 제4호 결정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를 결정한 내용이다. 이 글이 비록 제3호 및 제4호 결정에 평석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제3호와 제4호 결정은 제2호 결정의 임시조치의 요청에서 제외토록 한 공인 및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2호의 정책결정의 내용까지 함께 검토하기로 한다. 사실 임시조치의 대상에서 특정인을 제외한다는 것은 임시조치의 절차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하여 별다른 논평이 없기 때문에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 간단하게나마 검토하기로 한다.

또한, KISO가 발하는 정책결정의 의미에 대하여, 형식과 대상의 문제 등에 대하여도 약간의 논급을 하고자 하는데, 이는 이건 정책결정이 미치는 회원사 및 일반이용자에 대한 법적 효력 등의 문제나 한계 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Ⅱ. 제3호 정책결정에 대한 검토

1. 제3호 정책결정의 요지

제3호 정책결정의 요지는,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의 요청의 제한사항 중에서 정무직 공무원인 공인이 예외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인 “명백한 허위사실”에 대한 입증자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 내용이다. 즉 이 결정에서 정한 사례는, A의원의 대리투표 동영상 사례에서는 국회 사무처 투표 로그기록과 관련 동영상을 인정하였고, B의원의 전직 대통령 추모기간 중 외유관련 사례에서는 출입국관리소의 출입국 기록을 관련자료로 인정하였다.

2. 공인과 임시조치 요청의 제한

정책결정 제3호에 앞서, 그 근거가 된 제2호에 대한 검토를 하여 보면,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의 요청에 있어서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인 경우에는 이를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결정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문제가 된다.

이 결정의 의의는, 대부분의 공인에 대한 보도는 공적 사항에 관한 것이어서 실제 소송에서는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더욱이 정무직 공무원 등이 공적 사항에 대한 비판을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논리로 무분별하게 소송과 임시조치 제도를 남용하는 우리 현실에서 이를 적절히 제한할 필요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본다.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임시조치의 법적 근거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2에 의하면 타인으로부터 권리침해를 당한 자는 OSP에게 삭제 등의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을 뿐, 특정 범위의 피해자의 경우에는 이를 제외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이건 정책 결정의 규범적 근거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은 해석상 논란이 있지만, 특정 웹사이트의 서비스이용계약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본다면, 이는 특정 웹사이트의 약관이 아닌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내지 제44조의3을 근거로 할 수밖에 없다(자세한 내용은 Ⅳ. 참조). 그렇다면 위 제2호 정책결정은 위 법의 해석에 부합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정책결정이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의 규정에 위반될 경우에는 이용자의 법상 이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이 임시조치의 요청에 대한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하여 임시조치의 요청을 어떤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OSP로서는 정보통신망법의 문리 해석뿐만 아니라 명예훼손법에 관한 우리나라의 다른 법률과 그에 대한 판례 및 조리에 의거 합목적적으로 해석,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2호 결정에서 요청의 제한 범위로 정하고 있는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의 제한이 합리적인 것인가 하는 점이 쟁점이 된다.

정무직 공무원인 공인을 임시조치의 요청자격에서 제외한 것은 미국법상의 공인이론(Public Figure)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공인이론은 명예훼손법상 특정 범위의 공인의 경우에는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가 있지 않는 한 그에 대한 내용의 보도가 설사 허위의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써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통하여 형성되었다. 이는 공인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더라도 이를 보호하여야 할 이익이 공인의 명예 보다 크다는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고, 공인이론은 공인이라는 특정 신분을 중심으로 명예훼손의 면책을 도모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공인이론에 대하여는 공인의 유형화가 어렵다거나, 공인에 대한 오보를 지나치게 보호하려다 개인의 명예에 대한 보호가 소홀하여 진다는 비판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달리 공인이론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표현 내용이 공익성과 진실 내지 상당성이라는 요건에 부합할 경우 위법성을 조각하는 형사상 법리를 민사책임에 준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명예훼손법리이다. 이 중 공익성 요건에서 공인의 경우에는 공적 사항에 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서 공인이론의 실마리를 풀 수 있으나, 공인이라는 특정한 신분 또는 유형을 전제로 하는 미국법상의 공인이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인의 범위를 “정무직 공무원 등”이라고 명시하여 처음부터 임시조치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우리나라 판례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정보통신망법이 임시조치의 요청 자격을 명문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는 이상 이건 결정과 같이 특정인을 제외하는 조치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정무직 공무원 등의 삭제 요청 등에 OSP가 위 정책결정을 근거로 하여 거부할 경우에는 해당 정보의 유통에 대한 책임은 물론이고, 적어도 삭제 요청 이후의 유통에 대하여는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나아가 제2호 결정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정무직 공무원 등”이라는 규정에서 정무직 공무원의 범위, 정무직 공무원 이외의 기타의 공인은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 하는 점 등은 공인이론에서의 공인의 범위설정의 어려움과 동일한 문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자율규제기구의 정책결정이라고 하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3. 명백한 허위사실과 명예훼손 책임의 관계

제2호 결정은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인 경우에도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에는 임시조치의 제한의 예외에 해당된다고 하고 있는데, 다시 말하면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에는 공인이 공적 사항의 경우에도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 결정내용은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공인이론이 왕성하게 적용되고 있는 미국법에서도 인정되기 어려운 법리이다. 미국법상 공인이론은 허위사실인 경우에도 공인의 공적 사항에 관한 보도는 명예훼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만 그 허위사실의 보도에 있어서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즉 허위사실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보도한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그 입증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명예훼손책임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현실적 악의에 대한 입증은 허위사실이 명백하다는 객관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자의 주관적인 사정(요건)에 대한 입증을 말하는 것이므로,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와는 반드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 판례에 비추어 보아도 위의 결정은 정확한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판례에 의하면 언론매체의 보도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정책결정에서 말하는 “명백히 허위사실”은 위에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와 동일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러나 엄격히 말한다면 표현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또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요컨대 상당성 요건의 판단은 보도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인 객관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사실임에 대한 예견가능성에 주안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명백히 허위사실인 보도의 경우에는 상당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하겠지만,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에도 상당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면책이 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정책결정은 우리나라 판례의 태도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4. 명백한 허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의 문제

제3호 결정은 제2호에서 정한 공인이 임시조치를 예외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경우인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의 입증자료를 구체적인 사안에서 정한 것인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에 의하면 입증의 정도는 증명이 아닌 소명이라는 점에에서 보면 제3호 결정이 제시하고 있는 입증자료는 해당 사안에 있어서 “소명”의 한 방법으로 제출토록 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와 같은 점에서 검토를 요한다.

첫째, 제2호 및 제3호 결정은 “명백히 허위사실”의 입증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있는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에 의하면 명예훼손의 침해를 받은 자는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삭제 등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3호가 들고 있는 입증자료는 입증의 정도에서 소명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무직 공무원등의 임시조치 요청을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이러한 입증자료의 제출책임 즉 소송법상 의미로서 입증책임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3호 결정은 이와 같은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에 있어서 명예훼손 피해자는 명예훼손사실을 입증하면 족하고, 이에 대하여 언론매체가 위법성조각사유 즉 공공성 및 진실성 또는 상당성을 입증하여야 된다는 것이 우리나라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고(대법원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등),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에 의하면 임시조치 요청인은 권리침해사실을 소명만하면 OSP는 요청에 따른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을 종합하면, 그 입증책임을 공인인 피해자에게 부담시킬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공인인 피해자가 “현실적 악의”의 입증책임을 부담토록 함으로써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만일 피해자에게 제3호 결정과 같은 입증자료의 입증 책임을 부담시킬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있는지도 검토하여야 한다. 제3호 결정에서 예시하고 있는 “국회 사무처 투표 로그기록과 관련 동영상”이나 “출입국관리소의 출입국 기록”을 피해자가 입수하여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만일 이것이 민사소송절차라면 원피고간의 공격방어 방법을 통하여 그나마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소송절차가 아닌 임시조치 요청절차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을 입증토록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할 것이다.

셋째, OSP가 명백한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입증자료에 의하여 결정토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가 된다.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는 기본적으로 OSP에 의한 신속하고 자율적이면서 임시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것을 제도적 이념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OSP로 하여금 명백한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제출된 입증자료에 의하여 판단토록 하는 것은 이러한 신속성, 자율성, 임시성이라는 임시조치의 이념에 비추어 적절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이러한 구체적인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책결정을 통하여 해결토록 하는 것도 신속성과 자율성에도 친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명백한 허위사실의 입증자료인지 여부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KISO가 정책결정의 형식을 통하여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고 본다.

5. 소결

제3호 결정은 제2호 결정상의 “정무직 공무원 등의 공인”을 임시조치의 예외로 정하고, 그에 대한 예외로서 인정한 “명백한 허위사실”의 입증자료를 구체적인 사안에서 정한 것이니만큼 제3호 결정 자체는 제2호를 토대로 한다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공인에 대한 임시조치의 적용을 배제하는 제2호 결정은 우리나라에서의 공인에 관한 명예훼손법리에 비추어 보면 너무 앞서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인의 경우에도 명백히 허위사실인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허용함으로써 공인이라는 신분에 의한 절대적인 제한을 인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결정은 표현의 자유와 공인의 명예 보호라는 양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심각한 결론이라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공익성 요건, 진실성 및 상당성 요건은 공인이라는 신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라는 이익형량을 기본으로 한 것인 만큼 이러한 판례의 기본 취지를 살려 정책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Ⅲ. 제4호 정책결정에 대한 검토

1. 제4호 결정의 요지

제4호 결정의 내용은 명예훼손 게시물에 관한 임시조치의 요청에서 제외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를 정한 것이다. 여기서 정한 국가기관의 범위는 전자정부법 제2조 제2호의 행정기관으로 그 범위를 정하였고,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 등의 규정에 따라 정하였다. 우리 법제상 국가기관이 무엇인지 일반적으로 정한 법령은 존재하지 않지만, 헌법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제2호 결정이 전자정부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행정기관”의 의미를 차용한 것은 타당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소속기관의 범위는 해당 국가기관의 직제관련 시행령에 의한다는 것도 타당한 해석이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귀속주체인 국가가 아니라 국가기관이라고 규정한 것도, 적어도 권리의 주체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의 대상자를 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하겠다.

지방자치단체의 범위에 있어서도 지방자치법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상의 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그 소속기관을 포함한 것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지방자치법상 자치단체가 아닌 구, 읍, 면, 동, 리를 그 범위에 포함한 것은 지방자치체를 명예의 주체로 간주하지 않는 이상 타당한 범위내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2.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임시조치의 요청의 제한

제2호 결정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는 명예훼손에 관한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명예훼손에 있어서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이하 국가기관 등이라 함)가 명예의 주체가 되는지 문제는 오랫동안 학설이나 판례에서 논의되어 왔던 부분이긴 하지만 국가기관 등을 명예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법리가 명확하게 정립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가기관 등을 명예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제2호 결정은 현재의 논의 수준에서 상당히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관 등을 명예의 주체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는 국가기관 등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위치에 있을 뿐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고, 만일 명예의 주체가 될 경우에는 국민의 건전한 비판까지도 봉쇄되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이에 반하여 국가기관 등도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는 보호받을 명예의 향유 주체라면 그것이 개인이든 국가기관이든 예외가 없다는 것으로써, 현행법 및 판례를 근거로 든다. 즉 명예훼손 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규정(제307조 이하)에서 “사람”이란 개인 또는 법인, 비법인 단체 등도 포함되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14조 제3항에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관 또는 단체의 장은 당해 업무에 대하여 그 기관 또는 단체를 대표하여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또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규정에는 피해자에서 국가기관 등을 제외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있지 않다. 또 우리나라 판례가 대체적으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명예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도 근거가 된다.

생각건대, 국가기관 등이 무분별하게 언론보도를 위축시킬 목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이나 임시조치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판례 및 현행법이 국가기관 등에 대하여도 명예의 주체로 부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에서 임시조치에 있어서만 이를 요청 자체에서 제한하는 것은 다른 법체계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나아가 임시조치제도의 활성화 측면에서 재검토를 요하며,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국가기관 등에 의한 임시조치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여야 한다고 본다.

3. 국가기관 등에 관한 제2호의 결정의 기타 문제

제2호 결정에 의하면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가 아니고, 다만 그러한 단체의 장 및 구성원 개인은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규정상 몇 가지 의문이 있다.

첫째, 단체의 장의 임시조치의 요청이 국가기관 등의 대표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지 해석상 혼란이 있다. 만일 기관의 대표자의 자격으로 요청할 수 있다고 하면, 국가기관 등의 주체자격을 제한한 취지에 반하는 것이고, 개인의 요청자격을 설명한 것이라면 혼란이 없도록 분명한 규정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기관 등의 단체의 장 및 구성원은 원칙적으로 임시조치의 요청자격을 부여하면서, 바로 이어지는 뒷 부분에서 정무직공무원 등의 공인인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적용상의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이를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기관 등의 단체의 장이나 구성원 중에는 정무직 공무원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Ⅳ. 기타 정책결정의 성격 및 형식에 대한 검토

1. 정책결정의 법적 성격

현재까지 나온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정책결정은, 제1호가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조치를 위한 정책”이고, 제2호가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삭제 임시조치 등에 관한 추가적인 정책”이며, 제3호가 “명백한 허위사실의 입증자료의 범위”이고, 제4호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범위 설정”으로 되어 있다.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하여 OSP가 행할 수 있는 조치로는, 일반적으로 약관에 따른 조치와 법률에 따른 조치로 구분할 수 있다. 약관에 따른 조치로는 해당 정보에 대한 삭제, 임시조치 또는 이용계약의 정지 내지 해지가 대표적이다. 법률상 조치로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삭제 또는 임시적인 접근차단조치 등의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또는 임의적임시조치권한(동법 제44조의3), 방통심의위원회에 의한 해당정보의 삭제 등의 시정요구에 응할 의무(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동시행령 제8조 제2항),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당 정보의 취급의 거부, 정지, 제한 등의 하명에 대한 수범의무(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등 이다.

KISO의 정책결정은 KISO 뿐만 아니라 그 회원사를 구속하는 효력을 가지고 있음은 당연하다. 나아가 각 회원사들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의 회원들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보면, 각 포털사이트는 각 회원들과 사이에 해당 웹사이트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각 회원들은 해당 개별서비스계약이 계약내용으로 채용한 약관의 내용에 구속된다. 대부분의 약관에는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하여 유통금지의무가 부여되고 있고, 해당 게시물에 대하여는 해당 게시판운영자가 임의로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웹사이트의 회원들에게도 해당 웹사이트의 운영자를 통하여 KISO의 정책결정이 간접적으로 사실상 미치게 된다.

문제는 특정 웹사이트의 회원이 아닌 일반 이용자에게는 무슨 근거로 위 정책결정의 효력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계약당사자가 아닌 일반이용자에게 해당 포털사이트의 약관을 근거로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만일 위 KISO의 정책결정의 내용을 일반 이용자에게 적용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인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법률을 근거로 하거나, 법률의 내용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행 KISO의 정책결정이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또는 제44조의3 등의 법적인 근거를 가져야만 하므로, 위 정책결정의 내용은 위 법률의 범위내에서 해석, 운용되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게 된다.

2. 정책결정의 형식에 대한 검토

KISO 정관에 의하면 기구 강령, 정책결정 가이드라인 및 위원으로부터 요청받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정책 결정을 산하 정책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정관 제30조), 강령이나 정책결정 가이드라인은 일반적으로 규범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별적인 정책결정은 이와는 다른 성격으로 이해된다. 정책결정은 위 정관에서도 언급하고 있는바와 같이 “위원으로부터 요청받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결책이고, 이에 반하여 일반적인 규범의 성격을 가지기 위하여는 “정책결정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인 규범을 가진다는 점은 향후 각 회원사에 있어서는 법률이나 약관과 같이 유사 사건의 결정에 있어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특정한 사안에 대한 결정례라는 점은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참고자료는 될지언정 규범적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발령된 정책결정을 보면 위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책결정과 정책결정 가이드라인의 차이점이 부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제1호 결정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해결형식을 취하여 정책결정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제2호 결정은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삭제 요청 등 임시조치에 관한 일반적인 규범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는 “정책결정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제3호 결정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입증자료의 범위를 제시한 것으로서 “정책결정”의 형식이고, 제4호 결정은 국가기관 등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써 “정책결정 가이드라인”의 성격에 보다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정책결정의 형식에 대한 의문은 결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구분하여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Ⅴ. 마치는 글

인터넷매체에 있어서 명예훼손성 게시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폐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응 방안 중 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유통에 간여하는 OSP에 의한 자율적인 삭제 등의 조치이고, 그런 목적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notice and takedown)이다. 명예훼손법에서 공인 및 국가기관 등을 명예의 주체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은 많은 논란이 있는 부분임은 틀림없다. 이를 부인하는 견해의 논거도 적어도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인 이유상 타당한 측면이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 법현실에 있어서는 아직도 공인이라는 신분에 의하여 명예훼손책임을 면책케 하는 공인이론을 직접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가기관 등의 경우라도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있는 현실에서 제2호 및 제3호, 제4호의 결정은 지나치게 법현실을 앞서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건 정책결정이 회원이 아닌 일반 이용자에 대하여까지 규범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하여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를 근거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제도는 인터넷상 명예훼손정보의 폐해에 대응방안으로 가장 유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당사자에 의한 자율적 해결, 신속하고 임시적인 처리라는 3가지 법적 기능 및 이념으로 이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이와 같은 제도의 성격을 모두 담아내고 있지 못하여 실무상 여러 가지 불편한 점과 문제점이 있으며 그 문제점에 관하여는 다수의 법률개정안이 제출되어 있기도 하다. 그 개정안조차도 제도의 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임시조치제도를 직접 시행하고 있는 입장에 있는 KISO가 정책결정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임시조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일부 세부적인 내용에 동의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성이나 목적 및 내용에 있어서 향후 우리나라 임시조치제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결정 제 3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회의 정책결정 (2009. 9. 3)

제2호 정책결정의 ‘처리제한’ 중 공인의 임시조치 요청과 관련하여 ‘명백한 허위사실’ 입증자료의 범위에 관해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허위 사실 입증자료의 범위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판단이 축적되면서 결정되어야 한다.이와 관련하여 KISO는 아래와 같은 자료를 입증자료로 인정하였다.

1. A의원의 대리투표 동영상 사례
: 국회 사무처 투표 로그기록과 관련 동영상

2. B의원의 전직 대통령 추모기간 중 외유관련 사례
: 출입국관리소의 출입국 기록

 

<정책결정 제 4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회의 정책결정 (2009. 10. 21)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범위 설정의 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회의 정책결정 제2호(2009. 6. 29)에서 언급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1. 국가기관이란 전자정부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중앙행정기관(대통령 소속기관 및 국무총리 소속기관을 포함) 및 그 소속기관을 의미한다.

2. 국가기관의 소속기관 범위는 해당부서의 직제 관련 시행령에 따른다.

3. 지방자치단체란 지방자치법에 따른 광역, 기초 자치단체(지방의회 포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포함), 자치단체가 아닌 구, 읍, 면, 동, 리와 그 소속기관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육위원회, 교육감, 지역교육청과 그 소속기관을 말한다.

4. 지방자치단체 등의 소속기관 범위는 추후 결정한다.

저자 : 황창근

前 KISO저널 편집위원장,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