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 및 향후 전망

 

  1.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

1) 인공지능의 역사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지만, 기술로서의 인공지능은 1950년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생각하는 기계’의 개념과 이를 평가하는 방법인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제안하고, 1955년 존 맥카시(John McCathy)에 의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가 탄생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후 과도한 기대와 투자가 이어진 ‘인공지능의 봄’과, 기술적 한계와 시장 실패로 인한 ‘인공지능의 겨울’이 반복되면서 인공지능은 화성 식민지 건설이나 암을 정복하겠다는 인류의 목표에 가까운 개념에서 실제 달성 가능한 기술로서 패러다임을 발전시켜 왔다. 1997년 IBM의 딥블루(Deep Blue)가 체스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Gary Kaasparov)를 꺾고, 2011년에는 역시 IBM의 왓슨(Watson)이 인기 퀴즈쇼였던 제퍼디(Jeopardy!)에서 최다 연승 챔피언인 켄 제닝스(Ken Jennings)와 최다 상금 획득자 브래드 러터(Brad Rutter)를 꺾으면서 다시 한번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며,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는 용어로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마침내 2016년, 인간의 직관과 추론 능력이 가장 극적으로 발휘된다고 여겨지는 바둑에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압도적으로 물리치는 사건이 바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일어나면서 인공지능은 기술용어를 넘어 사회용어로 급부상하게 된다. 알파고가 상징하는 것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온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고성능 하드웨어에 기반한 연산량을 통해 극복했다는 점이 아니라, 사람만의 고유 능력으로 생각되었던 고도의 상황 판단 및 계획 능력이 제한된 영역이지만 기계가 학습을 통해서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이다. 이제는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바둑을 넘어 정보 일부만 관찰 가능하며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포커([1])나 실시간 전략 게임에서도 제한된 환경이긴 하지만 인간 챔피언을 넘어서는 수준([2])에 근접해 있다.

 

2) 인공지능 기술의 현황

뉴욕대 교수인 개리 마커스(Gary Marcus)는 지능적인 개체의 능력인 인식(Perception), 언어(Language), 추론(Reasoning), 비유(Analogy), 계획(Planning), 상식(Common Sense) 중에서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능력에 근접한 것은 아직 인식(Perception) 능력의 모방일 뿐, 그 이후의 이해(Understanding)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3]. 하지만 인식은 지능적인 개체가 정보를 수집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능력으로, 반드시 이러한 능력만 기계가 인간의 수준으로 갖추게 되어도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상인식의 경우 중국의 안면인식 업체 센스타임(Sense Time), 메그비(Megvii)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듯이 결제, 보안, 치안 등에서 상업적 가치가 매우 크며, 자율주행 차에서도 실시간 영상인식 기술은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구글 어시스턴트나 구글 포토 등에 탑재된 영상 기반 검색은 기존의 키워드 방식 검색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전자상거래나 미디어 소비의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인식 문제인 음성인식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혁신하며, 자연어처리 기술과 연계하여 실시간 번역, 의미 분석, 질의응답 시스템, 혹은 최근에 소개된 식당 예약 서비스인 듀플렉스와 같은 대화 및 비서 시스템 개발로 이어져 정보 접근성과 사용자 편의를 극적으로 향상하게 하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기계학습에 기반한 이러한 인식 기술을 AIgorithm-as-a-Service 혹은 AI-as-a-Service(AaaS)로서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에 Platform-as-a-Service(PasS)로 제공되던 클라우드의 스토리지 및 연산 자원 제공 서비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새로운 매출 파이프라인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1. 전문영역에서의 인공지능 현황

1) 전문가 보조 인공지능의 현황

앞서 설명한 인공지능 기술의 사례들은 대부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이라는 지적 능력을 기계로 구현함으로써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효율화하는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오랜 교육 및 훈련과 현장 경험 통해 자격을 얻게 되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인공지능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 영역인 법률의 경우 미국의 블랙스톤 디스커버리(Blackstone Discovery) 등과 같이 법률 자료 및 판례 분석과 같은 전문적인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고 있으며, 언론 영역에서도 AP통신이 도입한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의 알고리즘이나 포브스가 도입한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의 인공지능 기자가 인간 전문 기자와 구분이 불가능한 품질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송고하고 있다[4].

 

2) 의료 인공지능의 현황

이러한 전문 영역 중에 인공지능의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바로 의료와 헬스케어 영역으로서 그중에서도 의료 영상이나 생체 신호에 기반한 질병의 진단에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과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진단을 위한 의료 영상이나 생체신호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 장기간의 훈련과 임상 경험이 필요한 의료진에 대한 현재의 육성 체계에서는 이러한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으며, 의료진 사이의 수련과 임상 경험에 따른 진단 결과의 불일관성(Inconsistency)이 높다는 점은, 인공지능의 일관성, 확산성, 그리고 정확성과 대비되어 의료 현장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FDA는 2017년 1월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의료 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에 대해 승인을 해준 데 이어([5]), 2018년 4월에는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망막 사진에 기반하여 당뇨성 합병증에 대해 안과 전문의에게 의뢰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승인해준 바 있다([6]). 국내에서도 뷰노가 임상시험을 거쳐 인공지능 기반 소아 골 연령 판독 소프트웨어에 대해 국내 최초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으며([7]), 이어서 루닛과 JLK 인스펙션도 각각 흉부 X-선 기반의 폐 결절 탐지 보조 소프트웨어와 뇌 MRI 기반의 뇌경색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1. 의료 인공지능의 임상적 활용을 위한 과제

1) 규제적 과제

의료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임상 현장에 도입되어 사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기술적으로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으로 사용되고 있는 딥러닝 모델의 설명력이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정량화, 그리고 적대적 데이터에 대한 대응 및 보안과 관련된 이슈들이 남아 있으며, 여전히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 솔루션들의 다양성이 낮고 기존 병원 시스템과의 통합과 연계의 수준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규제적인 개선도 여전히 필요한데 국내는 의료기기 허가, 신의료기술평가, 보험급여 결정과 같은 다단계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한 비용과 시간 등의 노력이 매우 큰 편이다. 또한 단일 보험체계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여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도입과 사업적 성과를 결정하게 되는 상황이므로 기술개발 이후에도 큰 불확실성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복지부에서 의료인공지능 솔루션의 역할이 의료진의 편의성 개선이나 병원 생산성 향상에 그친다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가 있는데, 이 역시도 오진율의 획기적 개선이나 선별검사로의 효용 입증 등의 근거 마련을 해야 하는 것으로서 장기간의 연구와 추적관찰이 필요하게 되어 단기간에 활발한 임상 도입과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2) 윤리 및 법적 문제

전문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일상적 활용은 다양한 윤리적, 법적 논란을 야기 한다. 특히 의료의 진단 및 처방에 있어서 인공지능의 오진이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환자의 건강이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준 경우, 현재로서는 그 책임이 해당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한 의료진에게 있지만, 향우 인공지능이 일상적으로 적용되어 의사의 개입 없이 사용되게 되는 경우는 해당 인공지능을 개발한 개발사도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맞물려 인공지능으로 인한 의료사고의 경우 손해에 대한 배상의 책임 역시 인공지능 개발사, 사용자인 의료진, 그리고 공공 및 민간 보험 중에 누가 얼마나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의료 인공지능의 도입에 따라 높아진 의존성으로 인해 의료진의 숙련도가 저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심전도 판독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거나 청진기를 이용한 진단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향후 의료진들이 인공지능이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에 의존하던 진단이나 시술을 현재의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학의 교육적인 측면과 윤리적인 측면에서 고려가 필요하다.

 

  1. 인공지능의 향후 전망

1)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여러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우리 생활 깊숙이 다가와 있으며, 앞으로는 데이터에 기반한 거의 모든 산업이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자동화되고 최적화될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산업의 혁신뿐 아니라, 고도의 지적 능력과 현장 경험이 필요한 전문가의 영역도 인공지능이 대신하거나 전문가와 함께 협업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상황에 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확산이 인공지능의 기술적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존에 인간이 수행하는 대부분의 지적 행위들이 대량의 데이터와 충분한 연산량, 그리고 효율적으로 훈련이 가능한 기계학습 모델을 이용해 구현이 가능한 것이었음을 확인해주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일런 머스크나 스티븐 호킹이 경고하는 인류의 존망에 대해 위협을 할 수준의 초지능(Super AI) 혹은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나 딥마인드 등이 추구하고 있는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여전히 달성이 요원하며([8]), 현재의 약한 인공지능(Weak AI)이나 좁은 인공지능(Narrow AI)도 계산의 효율성이나 학습의 용이성 측면에서 개선될 여지가 많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인공지능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과 협업이며, 이러한 협업을 효율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사용자 환경을 잘 구축하는 것이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또 다른 인공지능의 겨울을 가져오게 될 것이지만 현세대 인공지능 기술의 성과와 잠재력을 과소평가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 또한 분야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세대의 인공지능 기술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윤리적 혹은 법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이후에 이에 적합한 유연하고 합리적인 규제를 적용하여 인간과 인공지능이 조화롭게 협업하고 공존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참고문헌

[1] Noam Brown et. al(2017), Superhuman AI for heads-up no-limit poker: Libratus beats top professionals, 『Science』, publisehd online

[2] OpenAI(2018), OpenAI Five, Available : https://blog.openai.com/openai-five/

[3] Synced(2017, Gary Marcus : The Road to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vailable : https://syncedreview.com/2017/07/01/gary-marcus-the-road-to-artificial-general-intelligence/

[4] 한국기자협회(2017), 구글 로봇기자가 퓰리처상을 받는 날, Available :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1092

[5] PR Newswire(2018), Arterys Receives First FDA Clearance for Broad Oncology Imaging Suite with Deep Learning, Available :  https://www.prnewswire.com/news-releases/arterys-receives-first-fda-clearance-for-broad-oncology-imaging-suite-with-deep-learning-300599275.html

[6] The Verge(2018), AI Software That Helps Doctors Diagnose Like Specialists is Approved by FDA, Available : https://www.theverge.com/2018/4/11/17224984/artificial-intelligence-idxdr-fda-eye-disease-diabetic-rethinopathy

[7] 매일경제(2018), 뷰노, 국내최초 인공지능 의료기기로 식약처 허가, Available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311063

[8] ZDNet(2018), What is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vailable : https://www.zdnet.com/article/what-is-artificial-general-intelligence/

저자 : 정규환

(주)뷰노 CTO/기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