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와 영향력 – 일상의 촛불집회, 온라인 참여

1. 주말 광장 촛불집회, 주중 일상의 온라인 참여

촛불집회

촛불집회의 압도적인 장면은 광장에 빽빽이 모인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다. 4‧19, 5‧18, 87년 6월 그리고 2008년 촛불집회 역시 그러했다. 2016년 10월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비판 촛불집회는 이미 2017년 초가 되면서 누적 참여인원 1천만 명을 넘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굳이 광장에 나온 이유는 한국 현대사에 유례없는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비관습적 시민참여방식(unconventional political participation)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평화적 참여로서 간헐적으로 지속되었던 촛불집회는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관습적 참여(conventional political participation)인 선거와 함께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참여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네트워크 사회운동 차원에서 볼 때, 촛불집회는 오프라인의 시민결집을 지원하는 온라인 네트워크의 작동양식을 촉진시킨다. 이미 2011년 중동혁명(Arab’s Spring)이나 월스트리트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에서 노드(node)와 허브(hub)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콘텐츠가 확산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 바 있기도 하다.

매주말마다 오프라인 공간인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이루어졌다면 주중에는 온라인 공간에서일상의 참여가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촛불집회를 지원하며 의미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 방식은 크게 구분했을 때, 의제를 생산하고(의제설정),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고(정보제공), 자원을 결집하며(크라우드소싱, crowdsourcing), 모바일 앱 촛불의 정보제공 그리고 문화적으로 즐기는(패러디와 게임) 다섯 가지 방식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2.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다섯 가지 방식

촛불집회_특성

. 의제설정의 해시태그

온라인 공간에서 촛불집회를 추동한 첫 출발점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hashtag)였다. #그런데 최순실은?, #박근혜 퇴진, #하야해_박근혜, #나와라_최순실, #촛불집회, #박근혜하야, #당장 탄핵해, #하야하라와 같은 소셜미디어 게시자 지정 주제어인 해시태그는 딱딱한 고유명사의 나열이 아니라 게시자의 생각을 주관적으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의제설정(agenda setting) 방식으로 정착하였다.

. 정보전달의 소셜 라이브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아프리카TV를 통한 1인 미디어 현장 중계가 매스미디어가 수행하기 어려운 대안 미디어 역할을 하였다. 2016-17 촛불집회에서는 주요 미디어의 인터넷 실시간 중계와 개인들의 소셜미디어 라이브가 각광을 받았다. 단지 웹에 연결한 1인 미디어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좀 더 빠르게 주변에 전달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라이브로의 진일보한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튜브 동영상 확산, 소셜미디어 라이브(트위터 페리스코프, 페이스북 라이브, 다음 TV팟 라이브, 팩트TV, 유튜브 라이브 / 외국인은 영어로 해설하며 생중계), 360도 카메라 촬영, 매스미디어의 적극적인 생중계 현상이 나타나 개인 방송국의 폭발이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집단기록의 커뮤니티 맵핑

정치벤쳐 와글은 사실 기록과 온라인 콘텐츠 분석의 두 가지 전략을 시행하였다. 먼저, 사실 기록을 위해 2016년 11월 9일부터 위키문서로 ‘박근혜-최순실 부역자 인명사전을 제공하였다. 이 문서는 편집 멤버로 가입한 사람들이 작성할 수 있는 방식인데 11월 16일을 기준으로 두 명의 운영자와 8명의 편집자가 306개의 문서를 작성하였다.

11월 16일에는 와글과 YMCA 전국연맹이 박근혜 이후를 준비하는 시민 공론장 ‘박근혜 게이트 닷컴’을 열었는데, 메인 화면에서 대통령의 거취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논의하는 대책토론방 및 오프라인 모임을 공유하는 시민의 행동도 제공하였고, 각종 시국선언문에 나타난 언어의 의미망을 빅데이터 분석하여 제공하였다.

2016년 10월 25일에는 디시인사이드에 ‘최순실 갤러리’가 개설되어 25일간 1,5000여 개의 글, 즉 하루 평균 600개 이상의 글이 게시되었다.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는 캠페인을 제안하고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우주당’ 사이트를 개설하였다. 이는 기존의 공식적인 정치정당은 아니지만 8개의 캠페인을 제공하면서 재미있는 집회 참여를 독려하였다. 일례로 11월 5일 집회에 나온 우주당원 8명은 깃발 대신 휴대전화용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 현장에서 인증샷을 남겼으며, 11월 12일에는 나홀로 집회에 온 당원들을 위해 플래카드 인증샷을 올릴 경우 위치 정보를 공유하였다. ‘우주당’은 스티커를 제작하여 이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포켓몬고와 같은) ‘하야고(GO)’ 게임도 하였다.

크라우드소싱에 의한 커뮤니티 맵핑도 활성화되었는데, ‘하야해! 하야꾸’, ‘시티즌 맵’, ‘온라인 비상 국민행동’ 등에서는 집회 목록을 지도상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으며, 실시간 집회에서의 동영상과 사진도 제공하였다. 또한 ‘박근혜대통령 탄핵 소추 상황 공유’ 서비스는 12월 1일부터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의원의 현황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매일 지역별 지도로 제공하였다.

. 모바일 앱 촛불의 정보제공

2016~2017 촛불집회는 다수의 참여가 이미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참여를 독려하는 의미의 정보보다는 다수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주력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즉, 집회 참여 경험이 없는 이들을 위한 지리 정보, 참여 장소 정보 등의 편의 제공에 주력하였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 분노한 네티즌이 직접 만든 ‘순순 촛불-꺼지지 않는 불꽃’ 앱은 불꽃색을 변경하거나 사이즈를 크고 작게 만들 수도 있고 촛불 위에 글도 쓸 수 있으며, 가속도 센서를 적용해서 스마트폰이 흔들리거나 빠르게 움직이면 불꽃이 작아지는 등의 인터렉티브도 구현하였다.

‘촛불(촛불집회, 촛불기도, 생일축하)’ 앱은 상단에 문구를 직접 입력할 수 있고 글자색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촛불이 담기는 종이컵 역시 사용자가 직접 문구를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11월 11일, 한 직장인이 제안한 ‘순실길 밟기’ 프로젝트는 집회에 혼자 나오기 어렵거나 집회참여를 꺼리는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도와주자는 의도로 기획한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만든 ‘집회시위제대로’앱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기 위한 정보를 담은 매뉴얼을 제공하고, 경찰의 불심검문, 경찰 차벽 등에 대한 대응법이나 물대포, 최루액 등 사용에 대비하는 법 등을 제공하였다. ‘촛불집회 안내도’ 앱은 촛불집회 준비물부터 촛불과 피켓 이미지, 광화문 촛불집회장 일대 지도, 서울 광장 주변 20여개의 화장실 위치와 개방시간 정보를 제공하였다. 이 외에도 ‘민주주의의 등불 촛불’, ‘국민촛불’ 등이 제작되어 실시간 시민의 참여를 도왔다.

. 조롱하고 즐기는 패러디와 게임

패러디와 앱 게임 등은 답답한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문화적 유희의 도구로 작용하였다. ‘순실이 닭 키우기'(주인이 닭에게 고소고발, 펜세우기, 연설문 수정, 물 뿌리기 등을 지시하면서 닭을 성장시키는 게임으로 1만 회 이상 다운로드), ‘순실이 빨리와'(10월 28일에 공개돼 2일 만에 5000회 이상 다운로드. 말을 탄 최순실 캐릭터를 조종해서 수갑 등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으로서 평점 5점 만점에 4.9점을 얻을 정도로 인기), ‘최순실게임’, ‘촛불런-순실의 시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 등의 게임을 통해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인식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헌법 1조 1항, 2항 금속뱃지 제작이 이루어지고, 플랫폼 네트워크 ‘박근핵닷컴’에서는 12월 9일까지 탄핵을 청원하며 92만 명의 서명이 이루어졌으며, 12월 9일 ‘탄핵커톤’을 통해서는 개발자들이 24시간 모여 촛불집회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2016~2017 촛불집회는 2008년 촛불집회보다 다양한 미디어와 신기술 그리고 모바일의 활용이 대폭 확장되었는데, 단순히 기술 발전 수준 때문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보다는 사회운동을 위해 대중이 동원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needs)’를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제공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저자 : 조희정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