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 산업의 중심이 된 한국 웹툰
1. 한국만화와 웹툰의 실험과 도전
한국에서 시작된 웹툰 플랫폼은 정책적으로 기획되거나 지원된 성과가 아니며,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만화가들의 자발적인 실험과 도전으로 창조해 낸 국내 포털사이트와의 혁신과 협업의 결과다. 본래 한국의 만화 산업은 근현대화 과정에서 신문 만화의 계몽적 목적과 시사 비평의 기능으로 시작된 독자 친화형 서비스였다. 한국의 신문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던 시기는 지식인층이 소수였으며, 새로운 독자층을 수월하게 진입시키기 위한 젊은 독자 중심의 특화 지면이었다. 그 지면에서 시사만화가의 다양한 소재와 서사가 만화의 기능을 통해 근현대사의 소개와 비평을 지속해 온 것이 한국만화의 시작이다. 이후, 소년잡지의 창간으로 만화가들의 지면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서양문물의 소개와 새로운 사회질서를 설명하기 위한 서사들이 이야기만화로 연재되기 시작했고, 독특한 장르도 등장한다. 특히,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일본의 대본소만화, 즉 만화방 만화가 불법으로 수입 유통되면서 일본식 이야기만화가 우리 사회에 소개되었고, 국내에서는 1960년대부터 우리만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한국식 서사가 만화방을 통해 본격적으로 유통됐다. 만화방과 소년잡지 및 소년신문을 통해 만화는 청소년들의 중요한 오락과 읽을거리를 제공했으며, 1980년대 올림픽경제를 기반으로 고성장시대를 맞아 만화잡지 시대가 열리게 된다. 만화잡지는 1990년대 30종 이상 다양한 독자층과 장르를 형성하며 전성시대를 맞게 되었고, 그렇게 성장한 만화잡지 출판사들은 새로운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양성하기 시작한다. 만화잡지 출판사가 주관하는 분기별 혹은 반기별로 지속된 신인 만화공모전이 그러한 장르형 작가들을 시장에 등장시킨 핵심적인 구조가 되었고, 한국만화는 만화잡지 및 단행본을 통해 청소년 중심의 독자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90년대말 오리지널 만화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지속적인 확장과 만화원작 영화 및 드라마들이 국내에 성공하게 되면서 한국만화산업은 일본에 도전할 수 있는 저력과 다양성이 있음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IMF의 경제충격은 한국만화잡지시장을 몰락시켰고, 그 시장을 통해 새로운 작가로 등장하던 신인 작가들은 시장진입의 기회를 잃게 된다.
이미 1990년대 국내 대학에는 만화잡지 붐과 함께 2년제 및 4년제 만화관련학과들이 신설됐고, 그 학과들을 포함 관련된 미술, 디자인, 스토리텔링 관련학과들을 통해 예비 작가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바로 그 시점에 맞게 된 IMF의 경제충격은 이러한 예비 작가들에게 스스로의 돌파구와 비상구를 찾게 했고, 그들은 인터넷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자신들만의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디지털 만화를 업로드하기 시작한다.
한국의 웹툰은 이러한 어려움과 생존의 절실함에서 출발한 만화작가들의 실험과 도전에서 시작된 플랫폼 서비스다. 2000년대 초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국내외 포털사이트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였고, 지속적인 방문자 진입유도와 재방문율을 유지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들은 경쟁적으로 만화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대자본에 기반한 해외 포털사이트는 기존 만화방 만화들의 원작도서들을 스캐닝하고, 디지털로 편집하여 포털사이트 방문자들이 쉽게 PC로 만화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디지털만화 구독 서비스를 플랫폼에 구축하게 된다. 국내 자본으로 스타트업 했던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는 그러한 대량의 기존 만화원작들을 스캐닝해서 업로드하는 서비스를 지양하고, 당시 새롭게 디지털로 파일형 만화를 그려내는 신인작가들의 도전을 포털사이트에 구축하며 디지털에 익숙한 신인류의 방문자들을 포털사이트에 불러들이게 된다. 그 시작은 ‘다음웹툰’ 서비스 였으며, 대표적인 작가들이 강풀, 윤태호, 양영순 등이었다. 특히 강풀은 위아래로 스크롤해서 웹툰을 볼 수 있도록 새로운 형식의 창작과 소비의 공간을 제안했으며, PC에서 고정화된 도서형 만화서비스에 익숙했던 독자들의 새로운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기존의 만화 칸 구조와 배경 및 연출의 완성도와는 전혀 상이한 신인 작가들의 새로운 웹툰 서비스는 스크롤이라는 신선한 시도와 댓글 공간을 마련하여 독자들의 실시간 참여를 유도했고, 매주 새로운 작품이 업로드되는 연재방식을 통해 꾸준히 국내 포털사이트의 재방문율과 충성도를 높이는 플랫폼 서비스로 각광받게 된다. 특히 강풀의 인기는 작가와 독자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기획사들에도 객관적인 조회수를 공유하게 했고, 댓글의 참여도와 새로운 소재와 연출, 익숙하지 않은 작화 방식은 2000년대 새로운 세대에게 디지털 신문화의 양방향 서비스를 경험하게 한다.
후발주자로 웹툰시장에 참여하게 된 네이버는 ‘네이버웹툰’ 서비스의 ‘도전만화’ 코너를 신설하고, 기존 인기 만화가가 아닌 예비작가들에게 스스로 웹툰을 창작하고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어느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작화 능력에 관계없이, 이야기 완결성에 상관없이, 웹툰형식의 창작만 디지털파일로 제작하면 도전만화에 업로드 할 수 있게 했고,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검증된 팬덤의 규모는 인기만화와 장르의 다양성을 평가하게 했으며, 1차적으로 검증된 도전만화의 작품들은 ‘베스트도전’이라는 코너에서 일정기간 연재 가능성과 팬덤의 실질적 효과를 다시 검증받고 정식 연재를 할 수 있는 웹툰작가가 된다. 네이버웹툰의 연재 작가가 되면, 주간별 업로드 일정에 따라 평균 70컷 이상의 1회분 웹툰을 매주 창작하고 독자들의 방문율과 지속성에 따라 댓글과 함께 평가받고 차별화된 연봉을 받게 된다. 이후 PPS(page profit sharing)라는 서비스가 개발되고, 포털사이트 네이버 배너광고처럼, 웹툰 작품마다 연재 시 작품마지막에 광고배너를 게시하게 하여, 웹툰작가에게 광고주의 일정비용을 조회수와 연계해 지급함으로써 웹툰작가의 수익을 배가시켰다. 웹툰작가들은 연재수익 이외에도 다시보기 및 미리보기 등의 추가 유료수익에 PPS수익까지 추가하게 되었고, 인기가 검증되면 지상파의 드라마와 영화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OTT 플랫폼의 중요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원작 IP로 계약되는 수익까지 얻게 되며 실로 한국 만화사의 글로벌화를 선도하는 황금세대로 등극하게 된다.
2. 한국 웹툰의 글로벌 시장 부상과 비전
2000년 초에 시작된 한국 웹툰의 플랫폼 서비스는 초기 PC기반 서비스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후, 내부 웹툰서비스 메뉴로 접속해야 웹툰을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절차와 PC모니터로만 웹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만화세대, 즉 청소년시기의 독자에 갇혀있던 만화 독자 세대를 중장년층까지 확장시킬 수는 있었으나, 콘텐츠 소비의 이동성이 제한돼 성장모멘텀이 부족하게 된다.
그런데, 2010년대 시작된 스마트폰 서비스는 국내 웹툰 서비스의 일대 혁신을 가져오고,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앱 경제의 소비확대를 통해 웹툰 플랫폼을 일약 스마트폰의 인기 서비스로 부상시킨다. 스마트폰의 웹툰 앱 서비스는 웹툰을 창작하는 작가들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업로드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독자들 또한,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실시간으로 작품을 보고 평가를 댓글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전혀 새로운 장르와 작화방식, 스토리의 소재 등이 새로운 세대의 관심을 받게 되고, 연예인에 버금가는 스타성까지 얻게 된다. 그리고 2019년 직면하게 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한국웹툰 서비스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역의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집콕경제의 주요 소비콘텐츠로 소개하게 된다. 이미 네이버웹툰은 일본에서 시작한 소셜미디어 ‘라인(LINE)’을 통해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라인웹툰 서비스를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로 확장했고, 그 전개 과정에 만나게 된 팬데믹 경제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확대되며,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체계화한다.
본래 미국의 만화 출판시장은 만화가와 스토리작가가 원작 IP를 소유할 수 없는 구조다. ‘워너브러더스사’의 자회사인 ‘DC코믹스’나 월트디즈니사의 자회사인 ‘마블코믹스’ 역시 각각 수백개의 슈퍼히어로 캐릭터 IP를 독점하고 그 세계관까지 확장시키며 고수익을 집적화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예비 만화가들은 평생 자신만의 원작만화 IP를 소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북미 지역 작가들이 만나게 된 한국식 웹툰플랫폼의 창작 네트워크 서비스와 독자들의 소비경로는 신선함을 너머 새로운 희망이 된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명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도전만화’와 같은 예비작가들의 등용문 플랫폼을 미국 현지에서 ‘캔버스’라는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북미 지역 예비작가들이 국내 작가처럼 자신의 작품을 언제, 어디서, 누구나 업로드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는 자신만의 원작 IP에 목말라 있던 미국 작가들에게 신선한 도전의 무대가 되고 있으며, 네이버웹툰이 북미 지역에서 자회사로 매입한 웹소설 및 시나리오 플랫폼까지 가세하여 현지 작가들에게 신규 IP를 창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실적과 가능성이 뉴욕 나스닥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됐고, 올 해 여름 나스닥에 네이버웹툰은 ‘웹툰 엔터테인먼트’라는 현지법인명으로 상장하게 된다. 초기 3조 원 이상의 시총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나스닥에 입성한 한국웹툰 서비스의 선도기업은 이제 할리우드의 중심에서 원작IP의 다양한 세계관을 현지의 문화와 세계 작가들의 창의력으로 국내작품과 함께 제시할 것이다. 국내 웹툰 작가들 또한 연재와 동시에 글로벌 작가로 등장하게 되고, OTT 플랫폼을 통해 원작IP의 힘을 보여주며 드라마와 영화로 할리우드의 새로운 지형성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처럼 차세대 한류의 K-콘텐츠의 엔진이 웹툰의 글로벌화로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이른 시간에 생태계가 형성되고, 각각의 서비스가 글로벌로 확대되면서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어려운 대안모색이 필요하게 된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사와 처벌을 어렵게 하며 수시로 확대되는 불법복제 웹툰 플랫폼 서비스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기작가 및 인기장르로 편향되는 네크워크 외부성이 웹툰 플랫폼에도 만연하게 되면서 신인작가 보호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창작자들의 복지문제도 부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북미 지역 및 유럽 지역, 가장 매출규모가 큰 일본시장까지 각 시장별 특수성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들이 마케팅전략의 개발과 유료매출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모델 개발 등의 숙제해결까지 재촉하고 있다. 또한 웹툰 산업을 성장시킨 독자 댓글 서비스의 선진화와 웹툰 작가들이 겪는 심리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까지 대안은 더 모색돼야 한다. 우리가 시작하고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는 글로벌 웹툰 생태계의 책임 의식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웹툰 서비스의 글로벌화는 콘텐츠 산업의 세계 단일 시장화를 선제적으로 주도하고 있으며, 차세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희망이 되고 있다.
이제 한국이 만든 웹툰의 생태계는 세계 시장의 신인 작가들에게 창작 의욕을 충전시키고, 글로벌 이야기 산업의 실질적인 희망을 선도하고 있으며, 한국의 배우와 제작 스텝들, 그리고 기획사와 제작사의 할리우드 입성을 현지에서 구체화할 것이다. 현재 국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에서도 웹툰 창작의 디지털 솔루션 개발을 인공지능 서비스와 함께 개발하며, 국내외 시험대를 통해 창작작가 맞춤형으로 적용하고, 그 노하우가 전 세계의 표준서비스로 지원되도록 상호 간에 경쟁하고 있다. 아메리칸드림을 넘어서는 코리안드림의 콘텐츠 아이디어가 세상을 움직이는 미래, 한국의 웹툰 플랫폼 서비스가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