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ISO 포럼, <온라인 상 혐오표현 그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 톺아보기

1. 들어가면서

많은 사람이 혐오표현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혐오표현이 무엇인지,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를 논의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2020년 7월 9일 열린 <2020 KISO 포럼, ‘온라인 상 혐오표현 그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기획됐다. 토론회에서는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의 혐오표현 규제 현황과 우리 사회에서의 혐오표현 규제를 비교하면서, 우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본 글은 2020 KISO포럼에서 발표된 발제 내용을 톺아보려 한다.

2. 미국의 혐오표현 규제

미국에서 혐오표현은 개인의 신념, 신체 등의 특성에 근거해 특정 그룹에 대한 공격적 언어, 당면한 불법행위 선동, 협박 등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에서도 혐오표현은 규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법적 규제는 요원한 상황이다. 수정헌법 제1조의 영향이 크게 작용함에 따라 표현물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며 정부에 의한 표현 규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혐오표현에 대한 민사적 해결책으로서 손해배상액이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혐오표현이 억제되는 측면이 있어 규제 필요성이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혐오 개념을 판단하는 것이 곧 즉 사전 검열이라는 주장과 함께 정부가 자의적으로 규제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혐오표현 규제가, 그 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한 효용성 측면에서의 의문도 존재한다.

미국 사회에서 법적 규제 도입은 미온적이지만, 사적인 영역에서의 혐오표현 규제 시도는 존재한다. 여러 대학이 스피치 코드(speech code)에 관한 규율을 만든 경우, 전미변호사협회(ABA) 규율로 차별적 환경이나 행동에 대한 징계를 규정한 경우가 그렇다.

미국 사회도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 차원에서 적용되는 일괄적인 혐오표현 규제법 제정은 어려울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3. 독일의 혐오표현 규제

독일은 연방기본법 제5조에서 표현의 자유와 헌법적 한계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독일은 과거 유대인 대량학살 등 소수자 탄압 행위에 대한 역사적 반성으로 인간의 존엄성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상대적 우월성을 부여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 지향은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강력한 배경이 될 수 있다.

독일에서의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규제는 크게는 형법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최근 제정된 네트워크집행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독일은 1960년 형법 제130조의 계급선동죄를 개정하고 형벌을 상향하는데, 이는 특정 집단에 대해 그 집단에 속함을 이유로 “개인을 저주하고, 악의로 경멸하거나 비방해 인간의 존엄성을 공격”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후에 법해석을 통해 장애, 성적지향에 기반한 집단을 보호하는 데 본 조항이 적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독일은 네트워크집행법(일명 NetzDG)를 제정했다. 해당 법률은 일정 규모 이상의 SNS, 인터넷 사업자에게 게시물을 관리하는 의무를 부여한 법률이다. 네트워크집행법에서는 다른 법률에 의해 범죄로 규정된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인터넷 사업자가 신고 등을 통해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의 형법 제130조에 따른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간접적으로 혐오표현을 억제할 수 있으나, 이보다는 불법 정보를 규제하는 법률로 작용하고 있다.

4. 일본의 혐오표현 규제

일본 헌법 제21조는 집회, 결사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이론을 수용한 것이어서,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표현행위에 위축 효과를 미치는 법률은 위헌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의 혐오표현 현상은 1920년대부터 지속됐다. 인종, 종교, 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표현 현상이 있었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이 늘었다. 특히 재일한인에 대한 혐오표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2002년 고이즈미 내각의 인권옹호 법안이 제출됐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이후 차별적 언동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 헤이트스피치해소법이 제정됐다. 이는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차별을 억제하기 위한 법률로, 일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이와 유사한 장애자차별해소법, 혐오표현 금지법, 부락차별해소법 등의 제정을 추진했고 오사카시, 카와사키시 등은 지역 조례를 통해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차별적 언동, 혐오표현을 금지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프로바이더책임제한법 제3조에서 혐오표현 뿐만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특정 정보통신역무 제공자, 즉 프로바이더가 방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프로바이더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방지하여야 하며, 이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제한된다.

5. 한국의 혐오표현 규제

우리나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연한 혐오표현은 주로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지역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고소각’(고소당하지 않을 정도)을 재는 수준으로 혐오를 표현하며 온라인 공간의 특수성으로 인해 혐오표현의 해악이 양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혐오표현을 불법화하는 법이 부재한 상황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와 더불어, 규제의 정당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법적, 제도적 규제를 받지 않는 표현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대중적 인식이 존재한다.

현재 한국에서의 혐오표현 규제는 형법상의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와 기대어 이루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에 의해 규제될 수 있으나, 이는 차별적, 비하적 표현을 포함한 것으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제20대 국회에서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안이 다수 제출됐으나 해당 법안들은 사회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차별적으로 다뤘고,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통해 최소한의 수준, 즉 선동적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혐오표현을 규제할 정당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6. 각국의 혐오표현 규제 현황 비교 및 시사점

각국의 혐오표현 규제 배경에는 서로 다른 역사적, 사회문화적 맥락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시민권을 쟁취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시민의 권리,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우선해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는 성향이 강하다. 독일은 나치의 만행에 대한 반성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인간 존엄성의 보호 가치를 우선하며 일정한 내용의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범죄화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난민, 종교분쟁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의 경험과 부락민 차별의 문제, 재일 한국인 혐오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성별 갈등 등 다양한 관점의 사회적 배경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과 배경에 따라, 각국의 혐오표현은 다른 양태를 띌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오로지 금지와 처벌로 점철된 법적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시민 사회에서의 자유로운 토론과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혐오표현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혐오사고이기에, 이러한 혐오사고를 바꿀 수 있는 정책도 함께 시행돼야 한다.

저자 : 조용섭

KISO 정책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