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관 대표의 게시물 삭제요청에 대한 심의결정 리뷰

1. 심의결정의 개요

신청인은 방송사 대표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게시물이 신청인에 관한 단순 루머를 담고 있고, 그 내용이 신청인과 무관하고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3건의 게시물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다. 해당 게시물은 신청인이 특정 정치 사건과 관여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사실적시, 신청인의 정치적 성향과 행태 등에 대한 평가와 소문 등이 적시돼 있다.  KISO는 해당 3건의 게시물 모두를 해당사항 없음으로 결정했다.

이들 게시물들은 딥링크의 형태로 신청인과 관련된 특정 언론매체의 기사나 유튜브 동영상을 링크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KISO 정책규정 3조 3항 3호는 “딥링크 게시물(특정 게시물로 바로가기 링크한 게시물)”을 임시조치 요청 대상 게시물로 명시하고 있다. 딥링크 게시물을 사실적시로 판단하는 것은 그것의 전파적 속성과 웹 페이지의 특성상 내용의 직접 전달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고 판단한 대법원(대법원 2003.7. 8. 선고 2001도1335 판결)의 취지에 부합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게시물의 내용 판단을 딥링크 게시물을 중심으로 판단하고자 하며, 이는 KISO의 심의결정에도 반영돼 있다. 한편, 이번 심의결정과 관련된 KISO의 정책 규정은 아래와 같으며, KISO는 이 조항을 근거로 3건의 게시물 모두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 즉,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 KISO 정책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

③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자가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가 공직자, 언론사 등일 경우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게시물의 내용이 그 업무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시조치 등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 1. 게시물의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 2. 게시물의 내용 자체 또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황에 의해 그 게시물의 내용이 해당 공직자 등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⑤ 제2항 및 제3항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만을 한 경우에는 임시조치 등을 할 수 있다.

2.   심의결정에 대한 검토

1) 신청인의 지위와 공적 관심사의 해당 여부

KISO 정책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에 의하면,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가 공직자, 언론사 등일 경우 업무와 관련해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되면 임시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근거해서 신청인의 공인성 검토와 게시물에 적시된 내용이 공적 관심사이면서 동시에 신청인의 업무와 관련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인은 사전적으로 ‘공적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대법원(2005. 4. 29. 선고 2003도2137 판결)이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公人) 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라는 판결한 것처럼, 공인을 사인 또는 사적 인물과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법원은 공인의 범주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고 개별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위 공무원, 정부기관의 장, 정치인, 대학 총장, 전 청와대 비서관, 국회의원 후보자, 방송인, 재벌그룹 부회장, 방송사 국장, 언론사 대표, 연예인, 대통령 친인척 등은 법원이 판결문에서 적용한 공인이었다. 법원은 고위직 공무원과 같이 직위와 영향력이 제도적으로 확인되는 공직자와 함께 사회적으로 타자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거나 공적 관심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공인 개념에 포함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신청인의 지위는 보도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방송국의 대표로서 공인성을 갖고 있다. 특히, 신청인은 다수 공중에게 의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거나 전파할 수 있는 수단에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게시된 내용에 대해 업무 연관성이 있고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가를 살펴봐야 한다. 게시물(1)의 딥링크 내용은 신청인의 정치적 성향을 부모가 신청인을 ‘좌파’ 등으로 표현했다는 주장과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게시물(2)의 딥링크 내용은 신청인과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성을 주장하며, 이와 관련된 특정인과의 친분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게시물(3)은 신청인 부모가 신청인에 대해 발언했다고 주장하는 신청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루머 등이다.

이 딥링크 게시물들의 내용 구성은 다르지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과 신청인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내용, 그리고 신청인에 대한 평판과 영향력 등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사안이 사회성을 갖고 있으며, 표현 행위자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적시임을 보도의 형태로 표방하고 있고, 공개토론의 소재가 된다는 점 등이 ‘공적 관심사’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과 부합한다(대법원 2020.3.2.선고 2018도15868 판결,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포함된 내용 중 일부는 확인되지 않은 사적 활동에 관한 정보로 신청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시조치 제한여부를 판단하는 KISO 정책결정에서 볼 때, 주장하는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고, 이익형량 관점에서 신청인의 사생활 적시로 인한 피해와 공적 관심을 명확하게 나누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언론사 대표인 신청인의 지위는 비판이 널리 허용돼야 할 주체로서, 신청인에 대한 게시물의 내용은 공적 관심 영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또한 딥링크한 원천 게시물이 여전히 특정 언론사 또는 언론인의 채널명으로 지금 시점에도 게재되고 있는 점도 게시물의 공적 관심사를 대변한다. 원천 게시물을 두고 이를 링크한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책임의 비중과도 비례하지 않는다.

2) 명백한 허위사실 소명과 악의성과 상당성에 대한 판단

위의 조건이 충족됐다면, 신청 게시물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 소명이 됐는지, 게시물의 내용 자체 또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황에 의해 그 게시물의 내용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현실적 악의 이론은 미국으로부터, 상당성 이론은 일본 법리로부터 도입된 개념이다. KISO는 법원의 면책 논리를 내용 심의에 반영해서 적용해오고 있다. 이 조항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딥링크된 게시물이 언론성을 갖는 보도물이라는 점과 우리 법원이 보여준 악의성과 상당성에 대한 판결 기준이 먼저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보도물에 면책기준으로 악의성과 상당성 이론을 도입했던 첫 판결은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방송 등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에 대한 입증 책임은 어디까지나 명예훼손 행위를 한 방송 등 언론매체에 있고 피해자가 공적(公的)인 인물이라 해서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 행위가 현실적인 악의에 기한 것임을 그 피해자 측에서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다. 또한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 행위와 관련해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방송 등이 신속성이 요청되는 것인가, 그 방송 등의 자료가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 확인이 용이한가 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대법원은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행위로 명예훼손의 불법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그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에 관계되고, 그 목적이 오로지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표현행위를 한 사람이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법원이 판단하는 상당성의 인정범위가 무엇인가가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으며, 개별 사건별로 관련된 사항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에서는 1) 믿을 만한 자료의 여부, 2)보도의 시급성, 3) 피해자와의 대면 등 원천 자료에 대한 접근 여부 등 내용 구성의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재판 과정에서 보도 과정에서의 자료수집과 목적 명시, 기사의 구성 형식과 인용된 정보 출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악의성과 상당성의 이러한 기준은 재판 과정에서 보다 정확하게 판단될 수 있다.

KISO의 해당 정책규정은 임시조치의 예외 조항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원의 명예훼손 면책 법리를 가져와 신청인의 신청서만으로 악의성과 상당성을 판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로 인해 KISO는 심의결정문에서 “명백히 허위사실이 소명됐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면, 게시물에서 언급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뚜렷한 소명이 어렵고, 특히 판결 등 공적인 확인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며, 허위사실에 대한 소송 제기나 형사고소, 언론 중재 또는 조정 신청 등의 부존재를 소명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요청되지만, 단지 그 요청 자체만으로는 그러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명백히 허위사실을 소명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즉, KISO는 입증책임으로 공적 근거자료의 제시와 함께 그것이 어려울 경우, 입증책임을 위한 명시적으로 노력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KISO의 결정 취지는 공인의 임시조치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측면이라는 데서, 의미가 있지만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일부 딥링크 게시물에서 다루고 있는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허위 입증의 책임이 신청인에게 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KISO는 해당 규정을 만들 때 누구라도 확인 가능한 명시적이고 공개적인 자료를 통한 허위 입증을 전제로 했지만, 신청인의 사생활 영역의 표현들은 그 사안의 부재를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표현자가 사안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이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일 때에는 의혹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질 때에는 일반의 경우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이번 심의안건에 대한 KISO의 심의결정문은 관련된 법원의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KISO는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인에 대해 그 도덕성, 청렴성의 문제나 직무활동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므로,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아니 되고(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19734 판결), 또한 정치인에 대한 ‘종북’, ‘주사파’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논쟁이나 의견표명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임(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그 결정배경을 설명했다.

 따라서 언론 보도가 딥링크된 게시물의 경우, KISO가 ‘명백한 허위사실 입증’, ‘악의성’과 ‘상당성’ 논리를 적용해서 임시조치 여부를 내리는 것은 그 입증 한계 등으로 인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정문에서 원 게시물인 언론보도물이 존재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민형사소송 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과 중재 신청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형식적 논리를 보다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3.   결론

KISO의 이번 심의결정은 공인의 임시조치 요청을 보다 엄격하게 처리해서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폭 넓게 보장하려는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KISO의 정책규정은 표현의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법원의 판례에 기반해 법리적 철학과 원칙을 잘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의 재판 과정과 임시조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KISO의 권한과 절차가 다르다는 점에서, 신청인의 사생활 영역에 대한 입증책임의 범위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저자 :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전)KISO 정책위원/(전)KISO저널 편집위원장/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건국대학교 KU미디어센터장